술꾼 셋이 여행을 떠났다.
하나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새마을금고 전무로 정년퇴임을 한지 3년이 되가고
또 하나는 지역 친목회에서 만난 강원도 영월 출신으로
음식만드는 걸 좋아해 일찍이 40대에 은행을 그만두고 음식점으로 먹고살던 친구인데
지난 12월에 꽤 오래하던 닭발집을 팔고 배달만 하는 집을 준비중이다.
어느날 셋이 막걸리 마시다 의기가 투합해 여행을 하기로 하였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한 번 연기한 후 3월14일 드디어 10시40분에 출발을 하였다.
애초부터 일단 내가 살던, 그리고 초등학교 동창들이 둘 있는 전라도 광주로 가기로 했다.
그 후에는 여수로 가고 그 다음 행선지는 그때가서 정하기로 했는데 잠정적으로 통영으로 해서 부산, 울산 거쳐
4박5일로 다녀오자고 하고 회비는 각자 30만원을 내고 차는 내차로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3월18일 약속이 생겨 3월17일 돌아오는 3박4일로 바꿨다.
떠나기 전 여행간다는 들뜬 마음에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며 신나했다.
운전은 하루마다 맏아서 하기로 하고 그 사람은 전날 술을 적게 먹자고 했고
행선지나 식당 선택에 우왕좌왕하면 안되니까 하루마다 한 사람에게 독재권을 주기로 했다.
떠나기 전날 운전자 보험에 친구들을 추가하고 드디어 목요일 10시40분에 출발해 서해안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첫 행선지는 새만금방조제를 잡았다.
첫 점심으로 전에 한두번 가봤던 붕장어탕을 잘하는 군산의 중앙식당에 가서 일인당 14000원을 주고 맛있게 먹었다.
이 붕장어탕은 국물이 시원해 해장에 좋고 고기도 큼직하게 나온다.
더더구나 반찬으로 반지(밴댕이가 더 잘 알려진 이름)라는 생선의 선어회와 구이가 나오는데 아주 맛있다.
점심을 먹고 새만금 방조제로 가서 그 중간에 있는 고군산군도의 섬들로 갔다.
신시도를 시작으로 무녀도, 선유도, 마지막으로 장자도까지 다리로 연결이 돼있다.
장자도에 도착해 그 곳의 정상인 대장봉(해발142미터)까지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은 둘 있는데 우리는 왼쪽으로 가서 좀 고생했는데
오른쪽 길로 가면 계단을 잘 설치해놔 훨씬 쉽다. 그쪽으로는 할매바위가 있다.
내려와 나는 운전을 해야해서 못마시고 나머지 둘은 군산막걸리에 파전으로 기분을 냈다.
다시 출발해 변산반도 쪽으로 갔다.
이 쪽 길은 전에도 가봤지만 참 아름답다. 마치 미 서부의 101도로 같은 느낌이다.
곳곳에 전망좋은 곳이 많고 펜션, 커피샵도 많지만
광주 친구들과 6시10분에 만나기로 해 차안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광주에서 친구 둘을 만났다. 원래 광주에 있을때 자주 만나던 친구는 셋인데
하나는 인도로 2달 여행을 갔다한다. 그 친구는 평생 직장없이 살았는데 전생에 나라를 구했단다.
한 친구는 신경외과 의사로 요양병원 신경과 원장을 하고 있고 또 하나는 대학교 교수다.
우리까지 다섯이서 대동국수라는 프랜차이즈 술집에서 무등산 막걸리와 파전, 문어숙회를 먹었다.
물론 2차도 가서 노가리 안주로 생맥주를 마셨다.
다음 날은 무등산의 증심사를 갔다왔다.
한 친구가 다리가 시원찮아 더 높이는 못 올라간 것이다.
그래도 내려와 전에 듀크님, 높은 산님과 갔던 음식점에서 막걸리와 도토리묵을 먹었다.
이번엔 내가 운전을 안해 나도 막걸리는 마셨다.
그리고는 여수로 향했다. 광주친구의 소개로 여수의 황소식당에서 게장정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나오는데 괜찮았다.
나오는데 천둥번개가 치며 바람이 세게 불고 비가와 케이블카를 탈 수 있나 걱정하며 돌산도로 갔다.
가서 케이블카를 탈려고 보니 응급차들이 여러대 와있고 운행이 중단됐다는 방송이 나왔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케이블카 타던 사람들이 많이 놀라 그런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케이블카를 포기하고(값도 15000원으로 너무 비쌌다) 돌산도 밑으로 운전하고 가
화태도까지 돌아보고 왔다. 화태도에서 금오도까지 가까운 듯한데 바로 보이진 않았다.
여수시청 근처 바닷가에 숙소를 잡고 홍어집을 찾아 삼합과 여수막걸리를 먹었다.
여수막걸리는 서울막걸리에 익숙한 우리 입맛에는 텁텁해서 별로였다.
2차가서 먹태에 생맥주로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 날 오동도에서 출항하는 유람선을 탔다(12000원, 50분).
정원이 약300명인 2층짜리 배였는데 6,70명 탄것 같다.
배가 떠나자 마자 온 동네의 갈매기들이 다 몰려와 뗴로 배를 따라왔다.
사람들이 새우깡을 던져주면 공중에서도 받아먹고 물위에 떨어진것도 먹고 하면 내내 따라왔다.
운항코스는 오동도와 돌산도 부근을 가는 걸로 돌산도와 육지로 연결하는 다리 밑으로 지나간다.
케이블카도 다리 옆으로 다니는데 바다에 익숙한 나를 별로인데 친구들은 좋아했다.
배에서 내려 오동도까지 걸어가 그 곳에 있는 등대에 올라가 주변을 보니 멀리 남해도도 보이고 괜찮았다.
점심은 역시 광주 의사친구가 추천해준 도다리쑥국을 먹고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풍미하는 식당이 나와 그 곳을 찾아갔다.
예쁜 모녀 둘이 있고 좀 늦게가서 그런지 우리 밖에 손님이 없었다.
역시 1인분에 14000원으로 좀 비싼 것 같았지만 도다리 중에서도 강(?)도다리라고 비싼거란다.
어쨌거나 맛있게 먹었는데 쑥향은 별로 안났고 동해안에서 먹었던 우럭미역국이 생각났다.
(도다리미역국도 메뉴에 있었다. 가격은 '시세')
점심을 먹고 이제 바다도 볼 만큼 봤으니 산으로 가자해서\
지리산 피아골로 떠났다. 그 전날 피아골펜션에 전화해보니 해발 600미터란다.
공기도 깨끗하고 불빛도 없으니 별을 많이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선택했다.
가는 길에 파아골 입구지나 화개장터가 있는데 거기 가는 차들인지 산골에 차가 아주 많았다.
피아골로 들어서니 차도 거의 없이 한적하고 좋았다.
원래 전화했던 펜션은 제일 높은 곳이었는데 값도 8만웡을 불렀고 길도 좁아져 포기하고
바로 밑에있던 노고단 민박 겸 식당에 5만원 주고 묵었다.
일단 식당에서 섬진강에서 잡은 다슬기 파전과 표고버섯 파전으로 산수유막걸리를 마셨다.
버섯으로 만든 파전은 처음이었는데 원래 메뉴에는 없으나 주인이 그때그때 재료에 따라 만든듯 하다.
표고버섯의 향이 좋았고 다슬기 파전은 약간 매운 맛이 있었다.
산수유막걸리는 5천원을 받아 4통만 마시고 편의점을 찾으니 없고 식당하는 곳에서 파는 게 있어
병맥주와 과자를 사다 방에서 2차를 했다. 이것도 먹다보니 모자라 숙고 주인한테 더 주문해 먹었다.
딴 식당에서는 병당 2500원이었는데 우리 주인은 3000원 받았다.
술 마시다 별을 보러 나와보니 반달이 떠 있고 집들의 불빛이 있어 별들이 그리 많이 보이진않아 실망했다.
다음 날 일어나 어제 술과 함께 사둔 컵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집으로 출발했다.
집으로 오는 길은 고속도로는 피하고 국도로만 왔는데 막히는데 없이 잘 구경하고 왔다.
점심은 공주에 들러 금강가에 있는 '어가명가'라나 어죽이 유명한 집에서 7000원주고 먹었다.
점심때라 그런지 표받아 10분 기다려야 했고 얼큰하니 괜찮았다.
안양에 도착해 해단식 겸 아파트 앞 하림치킨에서 먹태와 감자튀김을 안주로 생맥주를 마시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꿈만 같은 여행이었고 나는 첫날 감기가 걸리고 입술이 부르텄다.
하루만 더 있었으면 셋 중 하나는 못 돌아왔을 수도 있다.
넷이 아닌 셋이 좋은 것 같고(넷이면 여관방 둘 잡이야될 듯) 똑 같은 술꾼들이어서 좋았다.
첫댓글 제게는 좋은정보네요,
가을에 가면 친구와 함께 군산을 시작으로,
서해,남해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네요,
추천드립니다.
좋은여행 하셨네요
3박4일에 많이 다니신것 같아요
친구가 안양에 살아 언제 차를 끌고 함 가봐야 하는데 ...
여행이야기 감사합니다
먹거리 이야기가 가장 귀에 쏘옥 들어옵니다. 모국생활을 경험한 지 삼 년이 넘어가니 다시 그리움이 솔솔 피어납니다.
환절기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멋진여행을 다녀오셨내유~~~! 그럼 저하구 여수여행은 물건너갔내요???
ㅎㅋ.ㅎㅋ.ㅎㅋ. 여행기 잘 읽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만땅을 빕니다.
아닙니다. 같이 가셔야죠. 쪽지보냈는데 답장이 없으셔서. 고주님 4월에 오시면 날자 잡죠.
사진이랑 같이 올리셨으면 금상첨화 였을텐데요.^^ 여하튼 잘 읽었습니다.
햐.부럽습니다.
술 이야기가 나오니 눈이 번쩍 귀가 번쩍합니다.
저도 그렇게 술꾼들하고 여행 한번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여자들은 잘 그래도 남자들이 그렇게 삼삼오오 떠나기가 많지 않은데...^*^
참 좋은 술 동지? ^*^ 들과 좋은 여행 재미나게 들려 주셨읍니다.
읽으면서 흐믓하고 행복함이 전해졌읍니다. ^*^
다음에도 또 그런 여정을 하실 것 같읍니다~ ^*^
글 감사합니다.
흐뭇하신 분들입니다.
사실은 아주 어렵거든요
좋은 내용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