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은 직업교육을 어떻게 시키고 있나?
독일은 장인제도 통해, 일본은 기업에서 모노즈쿠리...
선진국의 직업교육 사례연구
1.개요
2.독일의 직업교육 시스템
3.일본의 직업교육 시스템
4.스위스의 직업교육 시스템
5.중국의 직업교육 시스템
6.프랑스의 직업교육 시스템
7.마무리글
※이 글은 2006년 7월 6일 사단법인 전문대학중소기업협력회가 주최한 실무위원 하계연수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김용삼 월간조선 전략기획실장
4. 스위스의 직업교육 시스템
스위스에 취재를 갔더니 스위스 사람들 하는 말이 “독일 사람들이 인조 머리카락을 만들면 우리는 그 머리카락에 구멍을 뚫는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스위스는 지금부터 1세기 전에 해발고도 3000m가 넘는 융프라우, 몽블랑 등지의 깍아지른 듯한 알프스 산꼭대기까지 터널을 뚫고 바위를 깎고, 그것도 모자라 기차에 톱니바퀴를 달아서 기차를 올려보내 벌어 먹고 사는 나라다.
스위스를 취재하면서 보니까 이 나라 정말 겁나는 나라였다. 오죽했으면 2차대전 때 독일이 스위스를 쳐들어가지 못하고 그냥 나뒀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잇는 고개, 스위스와 프랑스를 이어주는 험준한 알프스 고갯길에 길이 20km가 넘는 터널을 뚫었는데, 그 터널이 그저 통행을 편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핵전쟁이 벌어지면 전 국민을 대피시켜 몇 달 동안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피소를 겸하고 있다고 한다.
스위스는 가족제도상 장자가 모든 토지를 세습하였던 관습 때문에 다른 아들, 딸들은 이민가든지, 남자의 경우 1500년대 초부터 프랑스 왕이나 교황의 용병으로 충성하고 식량을 받아 생계를 유지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용맹스럽고 충성심이 강한 것으로 이름을 떨친 스위스 용병은 1506년부터 중세 최고 권력자인 로마교황의 호위병으로 등용되기 시작한 이래 지금도 로마 교황의 호위병으로 활동하고 있다.
용병으로 먹고 살던 나라
로마교황이 나타나는 자리에 찬란한 여러 가지 색깔의 복장을 한 호위병이 창검을 들고 교황을 호위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들이 스위스의 독실한 가톨릭 신자들로 구성된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밀, 소금, 기타 상업적 대가를 조건으로 스위스 연방의 동의와 주선 하에 주로 여름철에 해외용병으로 팔려갔다가 겨울이 시작될 때 스위스로 귀환하여 가족들과 같이 지냈다고 한다.
스위스의 루체른에 가면 1821년에 세워진 사자상이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데, 이 사자상은 스위스 용병과 관련이 깊다. 프랑스 혁명 당시 군중들이 파리의 튈르리궁으로 쳐들어온 1792년 8월 10일에 스위스 호위대가 죽어가는 순간까지 군중을 방어하는 가운데 프랑스 왕 루이16세와 왕족들이 정원을 가로질러 피신했다. 이때 스위스 용병 중 26명의 장교와 760명의 사병이 사망했다. 이들의 충성심과 용맹성을 기리기 위하여 1821년 스위스 루체른에 사자상(像)이 세워진 것다.
1874년 개정된 스위스 헌법은 해외 군주들의 스위스 용병 고용을 금지했으나 자원하여 외국 군대에서 근무하는 것은 허용했다. 이것도 1927년에는 완전 금지했으나 로마교황의 호위를 위한 스위스 용병은 예외적으로 허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는 100명의 스위스 용병이 로마 교황을 호위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럽 각 나라에 용병을 수출하여 먹고 살던 스위스가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력을 보유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교육과 지식을 중요한 자원으로 생각하고 이 분야에 집중 투자를 해 온 덕분이다.
2005년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발표 100주년 되는 해였다. 1905년 스위스 베른의 스위스 특허국에 근무하던 아인슈타인은 수많은 특허신청 서류를 검토하는 와중에 틈틈이 ‘특수상대성 이론’ ‘브라운운동의 해석을 통한 원자와 분자의 확인’ ‘광전효과의 이론적 설명을 통한 광자(photon, 빛의 입자)의 발견’ 이론 발표했다.
이공계 교육의 천국
아인슈타인이 상징하듯 스위스 교육의 특징은 이공계 중심이라는 점이다. 덕분에 노벨물리학상 상자 9명, 노벨화학상 수상자 6명, 노벨의학상 수상자 8명을 배출하년 혁혁한 전과를 올렸고, 과학기술 논문 한 편 당 피인용 회수(IF)가 세계 1위다. 논문 수는 한국보다 적지만 다른 논문에 9,445차례나 인용돼 세계 1위에 올랐다.
또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액이 9,780달러로 세계 1위(한국은 4,069달러로 세계 23위)다.
스위스는 이공계 대학만을 국립으로 운영, 국회에 과학기술상임위 두고 있고, 전체 인구 중 과학기술인 비율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나라다.
스위스는 2차 세계대전 직후 망명 온 과학자들을 활용하기 위해 연방정부 내에 ‘직업교육과 테크놀로지 개발정책관리청(BBT)을 신설하고 혁신사업 개발을 집중 지원했다. BBT 산하의 ‘테크놀로지와 혁신사업을 위한 전문위원회(CTI)는 ’시장을 향한 과학‘(Science to market)이란 것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스위스 내 10개 주립대학과 2개 연방공대, 45개 응용과학대학(UAS), 70여 개의 연구소가 시장형 연구에 집중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이공계통 교육을 중시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 세계적인 정밀기계산업, 화학산업, 바이오산업 등이 활짝 꽃필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진 것이다. 스위스 관련산업의 위상을 짚어보겠다.
기계, 화학, 제약산업이 성장한 이유
바젤은 스위스가 자랑하는 세계 최첨단의 바이오산업 중심도시로서 노바티스 등 85개 바이오산업체가 밀집해 있고, 바젤 지역 내 대학, 연구기관, 바젤 지역정부가 민관(民官)단체인 ‘바이오밸리’를 설립했다.
스위스는 2004년 11월28일 스위스 국민투표로 윤리적 논쟁에 휩싸여 있는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했고,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 물질을 스위스 제네바 대학의 로빈 오포르트, 올리비에 하틀리 박사,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마이클 레더먼 등이 개발해 냈다.
녹차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지방 연소를 증가시켜 체중 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 밝혀낸 것도 스위스 사람(제네바대학 약학부 생리학과 툴루 박사 연구팀)이고 세계적인 녹차 정제기술은 스위스 회사가 갖고 있다. 우리나라 해태제과에서 녹차 추출물을 넣어 만든 껌도 이 스위스 회사와 협력해서 만든 제품이다.
인삼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나라는 한국이 아니라 스위스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베링거 인겔하임의 자회사인 파마톤이란 기업이 세계 인삼원료 시장의 15%를 장악하고 있다. 인삼의 핵심성분을 추출해 상품으로 성공시킨 것은 스위스의 베링거 인겔하임이다. 도대체 5년산, 6년산 홍삼이 왜 좋은지, 어떻게 체계적으로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지 그와 관련된 기술을 스위스 기업이 연구하여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인삼 관련기술과 특허로 버는 돈이 한해 1000억 원이 넘는다. 즉 인삼의 효능과 성분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나라가 바로 스위스다.
오늘날 스위스의 상징이랄 수 있는 기계산업, 화학산업, 바이오산업이 꽃피게 된 계기를 박원화 주 스위스 대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스위스는 그저 알프스 산지에서 양이나 치는 목축업 국가였다. 그런데 산업혁명의 출발은 방직업이다. 방직업을 위해 필요한 기계를 만들다가 기계산업이 발달했고, 옷감에 물을 들이고 하는 과정에서 화학산업이 발달했으며, 화학산업이 제약산업의 발전을 부추기는 식으로 산업화, 근대화가 이루어지 것이다.
영국에서 직물기계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 1764년인데, 이것이 스위스에 도입된 것이 1801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폴레옹이 영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대륙봉쇄가 발동되면서 영국으로부터의 직물기계 수입이 불가능해지자 스위스는 “이 참에 우리가 기계를 만들어 보자” 하고 팔을 걷어 부치고 개발에 나선 끝에 1805년부터 직물기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직물기계를 만들어 대량으로 옷감을 만들어내고, 이 옷감을 염색을 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1859년에 프랑스에서 스위스의 바젤로 이주해 온 화학기술자 세 명이 인조합성염료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스위스에서 화학산업이 본격 태동하기 시작했다. 이 프랑스 화학 기술자들이 오늘날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다.
화학산업을 하던 사람들이 약간의 기술을 변경하여 만든 것이 합성약, 즉 의약품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스위스의 바젤이 세계적인 화학, 제약산업 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바이오산업까지 발전한 것이다.
시계산업 위해 뜨개질을…
스위스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시계산업은 중세 프랑스에서 구교의 박해를 피해 스위스로 도망쳐 온 신교도(위그노)들이 중심이 되어 발달한 것이다. 시계산업의 특징은 정밀가공 기술인데, 스위스 지도층은 목동 일을 하던 스위스 국민이 시계라는 정밀가공 제품을 만드는 손재주를 연마하기 위해 뜨개질을 열심히 시켰다고 한다.
이처럼 스위스는 직물기계 제작을 통한 기계산업, 화학산업, 제약산업, 정밀가공산업을 발전시켜 온 특이한 나라다. 그렇다면 이런 산업이 그냥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스위스는 인문, 사회 이런 것보다는 그야말로 이공계통의 직업의식이 바탕에 깔린 ‘실용정신’이 투철한 나라다.
스위스인들은 죽음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던 사람들이다. 스위스 취리히 출신인 엘리자베스 퀴블러는 ‘죽음의 순간’이란 책을 통해 죽음에 대한 연구로 호스피스 제도의 도입을 역설하여 오늘날 호스피스란 직업이 정착했다.
또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가 스위스다. 그래서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스위스로 여행을 오는 사람들도 있다. 스위스는 1992년부터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가는 성매매 종사자들에게 세금을 징수하고 철저한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이런 실용정신은 스위스의 독특한 교육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연방대는 이공계통 교육
스위스는 지방자치가 강한 나라로서 각 주별로 독특한 자치를 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연방정부가 직접 돈을 대서 운영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국립대가 취리히와 로잔에 두 개 있는데, 이 두 개 대학이 모두 이공계통이라는 점이다. 취리히연방공대와 로잔 연방공대가 그것이다.
이 두 대학은 과학기술 연구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최상위 수준의 대학이다. 현재 스위스의 학생계층은 15% 정도가 대학을 가거, 50%는 실업학교, 나머지는 고등학교(김나지움)을 선택한다.
박원화 주 스위스 대사의 설명에 의하면 대학으로 진학하는 15% 중 우수한 학생들은 연방정부가 직접 경영하는 취리히 연방공과대학(ETH)이나 로잔느 연방공과대학(EPFL)으로 진학하는 이공계 중심의 교육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기 때문에 스위스가 이공계의 10개 분야연구에서 미국보다 앞서 제1의 연구국가라는 통계가 나왔으며(98년 7월 Science Magazine) 과거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배출된 것이다.
스위스 국민들은 초중등학교를 졸업한 후 70~80%는 베르푸슐레(Berufslehre)라 불리는 직업훈련학교에서 4년 정도 직업교육을 받는다. 직업훈련학교를 다니면 기업체가 후원을 하기 때문에 학비 없이 실무 위주의 직업교육을 받는데, 2~4년 직업훈련학교를 마친 후 취업을 하거나 기술전문대학(Fachhochschule)에 진학하여 공부를 계속할 수도 있다.
기술전문대학은 직업훈련을 마친 후 학업을 계속하려는 사람들이 진학하는 3년 과정의 학교인데 스위스 내에 모두 8개가 있다. 교과과정은 연방공과대학과 비슷한데, 전체적인 수준은 약간 떨어지는 편으로 알려졌다. 3년 동안 실험과 현장실습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자기 분야 직업에 대한 실무능력은 대단히 우수한 편이다.
대학을 가고자 하는 학생은 독일처럼 김나지움에서 공부한다. 스위스에는 총 12개의 대학이 있는데, 이 중 두 개는 앞서 소개한대로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공과대학이고, 나머지는 주별로 주정부가 운영한다. 스위스의 대학은 인문이나 사회분야보다 고부가가치의 과학, 엔지니어링, 실용기술을 중시하는 제도로 편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정부가 운영하는 대학은 바젤대, 베른대, 취리히대, 제네바대, 루쩨른대, 로잔느대, 뇌샤텔대, 생갈렌대, 프리부르대, 스비체라 이탈리아나대 등 10개다.
호텔학교와 숙녀학교
스위스에 특이한 직업학교를 소개하자면 호텔학교를 들 수 있다. 현재 스위스에는 2~3년제의 호텔학교 수십 개가 난립하여 연간 2만 5000불의 비싼 학비를 받고 있다. 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외국에서 수천 명이 몰려오니 스위스로서는 꿩 먹고 알 먹는 알짜산업인 셈이다. 이 학교는 연 5개월 이론수업과(2개월은 방학) 5개월 실습기간으로 교과과정에 편성되어 있는데, 호텔보다는 식당 등에서 실습을 하게 된다. 이러다보니 스위스 내에 부족한 서비스 인력을 최저임금(약 월 2,500불)의 절반수준으로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호텔학교에서는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하여 엉어로 강의하지만 외국인 학생들이 졸업 후 스위스 내에서 취직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스위스에서 일하려면 현지 언어인 독어와 불어를 구사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위스에는 또 숙녀학교(영어로는 Finishing School)라는 것이 여러 개 있다. 영국 황태자비 다이애나도 다녔던 학교인데, 부잣집 규수에게 약 2년 간 고급생활 매너와 교양을 가르치는 학교로서 학비가 엄청 비싼 것이 특징이다.
첫댓글 우선 네번째 스위스부터 복사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스위스의 실용적인 교육제도에 전 아주 긍정적입니다. 대학 등록금 천만원시대라니 도무지 실감하기 어렵네요. 근데 이글을 어디에 올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회원칼럼에 올리면 더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용? 똑 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