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 일리노이대 명예 석좌교수, 조지 메이슨대 초빙교수
2016년 이세돌과의 대결로 우리를 놀라게 했던 구글의 알파고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의 공식 성적은 74전 73승 1패인데 여기서 1패가 바로 이세돌이 승리한 것이며 마지막 상대였던 중국의 커제 9단은 3전 전패로 끝났다.
인공지능에 관하여 많은 관심을 끌게 했던 기계와 사람의 대결이었다.
30년 전에 이런 비디오가 나왔었다. 대학교수가 연구실로 들어오는데 컴퓨터가 말하기를 “교수님 안 계실 때 전화가 3개 왔으며 그중 하나는 사모님이 하셨는데 매우 화나신 것 같았어요. 사모님께 먼저 전화할까요?”
물론 30년 전에 많은 사람들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 믿지 않았다. 그러나 똑같지는 않지만 현재 애플 스마트폰에서 씨리(Siri)가 우리의 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
운전 중이라도 말로 부탁하면 씨리가 대신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 친구에게 도착 예정시간을 알려준다.
또한 꼭 해야할 통화나 일정을 미리 알려주고 아침 몇시에 깨워 달라 부탁해도 된다. 또 누구한테서 걸려온 전화인지 모른다 하면 씨리가 찾아 알려주기도 한다.
아마존에서 개발한 AI 비서
‘알렉사’도 뉴스나 날씨 및 음악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전해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에도 AI 비서 빅스비’가 장치되어 “어제 찍은 사진 보여줘”라고 말하면 곧바로 사진을 찾아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로 AI 비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있다.
에어컨, 스피커 등 매일 쓰고 만지는 가전기기에도 인공지능이 탑재돼 스스로 학습하고 작동하며 똑똑해지고 있다.
매일 수없이 오는 스팸 메일을 걸러내는 것도 인공지능이며 수많은 스팸 전화를 알려주는 것도 인공지능이다.
공항과 백화점에서는 AI 안내 로봇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길을 안내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온 비행기의 자동 조종사는 이미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것이다.
AI가 운전하는 자율주행차는 벌써 시판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다솜이’란 노인 돌봄 인공지능 로봇이 출시되어 약 복용시간, 식사시간 등 스케줄 알림 및 원격 모니터링 기능, 노인들의 활동 기록 등을 모바일 앱으로 전송하며 위급 상황 때 보호자에게 알려줄 수 있게 되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AI 기반 치매케어로봇 ‘마이봄’을 개발하여 상용화 준비를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소재 드렉셀 대학의 연구소에서는 옷감 같은 칩 재료를 개발하여 임신부 내복에 심어 태아의 상태를 알려주고 급하면 응급실로 연락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의료업계에서는 AI 의료영상을 개발하고 인공지능 의사 ‘닥터 왓슨’은 전 세계 많은 대형병원에서 의사로 활약하고 있다.
뉴욕의 대형 로펌 베이커 호스테틀러는 2016년 AI 변호사 ‘로스’(ROSS)를 고용했으며 금년 8월29일 서울 변호사회관 5층 인권실에서 열렸던 계약서 분석과 자문 능력을 겨루는 대회에서 AI 변호사 알파로(Alpha Law)가 인간 변호사 팀을 이긴 바 있다. 위에 적은 30년 전의 비디오는 전혀 가상소설은 아니다.
전화 목소리의 음높이, 떨림 상태 등을 학습하게 하여 AI가 화난 목소리인지 기쁜 목소리인지 분간하도록 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먼저 전화’하도록 판단하게 하는 일은 좀 더 지능화된 기술이 필요하다.
인간의 영역이라 믿어왔던 일들을 훨씬 쉽게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우리 삶의 다양한 측면에 도움을 주고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의 지능이 아니며 인공지능 기계들이 영화에서처럼 독자적인 행동을 하며 인간의 감독과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고 믿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노동시장에는 큰 변화가 올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자동화가 쉬운 직종은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나 반복성이 낮고 창의성이 높은 직종일수록 AI의 대체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겠다.
<김창호 일리노이대 명예 석좌교수, 조지 메이슨대 초빙교수>
미주 한국일보 2019-09-25 (수)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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