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 벙
둠벙은 웅덩이를 의미하는 사투리로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지하수나 빗물을 가두어 두는 ‘인공습지’이다. 둠벙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움푹 파여 물이 괴어 있는 곳', 즉, '웅덩이'를 지칭하는 충청지역 방언으로 나와 있으며 자연적으로 생겨난 웅덩이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인접한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해 인위적으로 물을 저장해두는 웅덩이 형태의 관개시설과 수로 역시 둠벙이라고 불립니다.
수성구 욱수동 욱수골 초입의 공영주차장을 따라 족구장을 바로 경계로 둠벙이 한 곳 있었는데 그냥 스치면 잘 볼 수 없는 둠벙은 조상들의 소중한 농경문화의 유산이지만 두 해전 메워져 버려 지금은 없다.
어릴 적 농경지 주변 곳곳의 구석에는 움푹 패어진 물웅덩이가 작은 저수지의 역할을 함을 자주 보았다. 농지 정리가 되지 않은 농촌골짝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터라 다양한 둠벙들은 농사용수 뿐만이 아닌 생물들의 서식처로 생태적 기여도 컸는데, 농사가 주된 산업이었을 때에 논농사가 중심이면서 농경지 정리나 수로, 저수지가 미비한 상태로 농사를 지었기에 특히 골짜기에는 가뭄극복을 위한 둠벙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둠벙이라면 나이든 분들이나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있는 경우 ‘물구덩이’나 ‘물웅덩이’로 움푹하게 파인 곳이며 다른 이름으로는 ‘덤벙’, ‘듬붕’으로 부르기도 한다.
논농사는 물로서 지어지는데 가뭄이 이어질 경우는 둠벙의 물을 ‘맞두레’로 퍼 올려도 저수지의 물처럼 줄어들지 않고 물이 채워 저서 일정하게 수위를 유지하는 특징을 갖기에 보통 내벽은 돌로 튼튼하게 쌓아 작은 저수지의 역할을 하여 논에 물을 대고 벼를 키워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처럼 둠벙이 없다면 논밭은 천수답이 되어 하늘의 처분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둠벙의 역할은 그기에서 끝이 아니다. 일을 하다가 더우면 땀을 씻어내고, 멱을 감았으며, 아이들에게는 수영장의 놀이터요, 논밭 일을 하던 소들의 물 먹이 처며, 긴 여름철 해가지고 어둠이 내리면 목욕장의 역할까지도 이용되었으니 당시 조상들의 둠벙 활용은 다목적 물 이용처가 된 셈이다.
둠벙의 또 다른 역할은 생명체들의 서식장이다. 어디에서 모여들었는지 미꾸라지, 붕어, 물뱀, 개구리며 지역에 따라서는 가재, 메기, 새우, 버들치들도 북적인다. 물에 사는 여러 곤충들도 물장군을 대장삼아 물방개, 물매암, 물자라, 게아제비, 장구애비, 소금쟁이 등 많은 수서곤충들이 서식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먹이사슬로 삼아 웅덩이의 생태계를 유지하여가는 생명체들의 집합장소역할을 하는 셈이다. 각종 물풀들도 자라기에 말즘이며 가래, 마름, 검정말들도 자라는 곳이 있어서 서식하는 생명체들의 은신처와 산란처가 되어주기도 한다. 우렁이들도 한 몫을 하는 지라 몇 마리를 잡기위해 머문다면 생각도 못한 거머리가 다리에 붙어 피를 빨기에 놀라기도 하는 어린 시절이 잊혀 지지 않는데, 둠벙들은 새마을 사업이 한창이던 시절 양수시설과 농업용 관정을 마련하면서 하나 둘 없어지는 시대적 과정을 거치며 지금은 과수원 등에 대체로 규모가 큰 것들이 농약용수나 관수목적으로 남아 있는 편이다.
욱수골 둠벙은 이용처가 줄어들면서 2년여 전에 메워져 지금은 흔적도 없다. 대체로 규모가 큰 편으로 바닥에는 버드나무가 자라고, 반듯한 사각형으로 돌로 촘촘히 쌓아올린 튼튼한 둠벙이었다. 남아있었더라면 조상들이 이룩한 가뭄 극복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훌륭한 농경문화유산이 되었을 것인데 아쉽다 여겨진다. 지산동의 홍집농원 둠벙은 빗물을 저장하기에 무당개구리들의 산란장으로 올챙이가 바글대는 모습을 보았고, 송현동에서 본 것은 텃밭 이용자들이 여럿 합하여 작은 둠벙을 만들어 밭에다 물을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퍼고 나도 지하수가 올라와 웅덩이를 채우는 지라 텃밭의 경작은 작은 둠벙이 있기에 가능하며 두 곳은 현재도 이용되는 작은 웅덩이 형의 둠벙이지만 지금도 농사를 짓는 곳에는 여러 형태의 둠벙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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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대구 수성구 신매로41 시지동서타운 256-1205호 김상기
참고 : daum.net
한여름철의 욱수동 둠 벙(버드나무, 물풀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