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명주조개도 동해와 황해가 다르다
명주조개는 중국, 일본, 한국, 베트남, 대만 등 동아시아의 바다에서 두루 서식하는 조개이다. 이 지역들 모두 명주조개를 맛있는 조개로 여긴다. 조간대(간조 때 노출되었다가 만조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땅)에서부터 수심 10미터 내외 지역의 모래 또는 개펄 섞인 모래가 주요 서식지이다. 명주조개의 조가비 색깔은 이 서식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모래밭에서는 옅은 노란색이고 검은색의 개펄이 섞인 모래밭에서는 약간 어두운 색을 띈다. 따라서 모래가 고운 동해의 것이 색깔이 옅고 황해의 것은 짙은 것이 일반적이다.
명주조개는 동해, 남해, 황해 가리지 않고 모래의 바다가 있는 곳이면 자란다. 한때 낙동강 하구에서 대량으로 잡혔었는데 하구언 공사로 모래를 잃으면서 명주조개도 잃었다. 황해에서는 모래가 섞여 있는 개펄에서 많이 난다. 동해와 황해는 같은 명주조개여도 서식 환경이 달라 잡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동해는 조간대가 거의 없으니 명주조개는 바닷물 속에서 내내 살고, 따라서 명주조개를 잡기 위해서는 배를 이용해야 한다. 배 뒤에 그물 달린 쇠갈퀴를 달아 바닥을 긁어 명주조개를 잡는다. 황해에서는 썰물일 때 노출된 땅에서 호미 등으로 캐서 잡는다. 내내 바닷물 속에 있는 명주조개와 조간대에 사는 명주조개는 그 맛도 다를 것이다.
백석의 동해 조개
흔히 조개 하면 황해의 것을 떠올리지만 동해에도 많은 종류의 조개가 있다. 명주조개를 비롯하여 접시조개, 가리비, 개조개, 민들조개, 섭 등이 흔하다. 황해는 갯벌의 조개이고 동해는 모래의 조개이다. 이 서식지의 차이 때문인지 조개 맛도 많이 다르다. 황해의 조개는 진하고 무거우며 동해의 조개는 맑고 가볍다. 1938년 6월 7일자 동아일보에 시인 백석 이 동해에 대한 글을 남겼는데, 여기에 동해 조개가 나온다. 동해 조개에 대해 이처럼 아름답게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글의 일부를 옮긴다.
“동해여! 오늘 밤은 이러케 무더워 나는 맥고모자를 쓰고 삐루를 마시고 거리를 거닙네.(중략) 이러케 맥고모자를 쓰고 삐루를 마시고 날미역 내음새를 맡으면 동해여 나는 그대의 조개가 되고 싶읍네. 어려서는 꽃조개가 자라서는 명주조개가 늙어서는 강에지조개가. 기운이 나면 헤를 빼어물고 물속 십리를 단숨에 날고 싶읍네. 달이 밝은 밤엔 해정한 모래장변에서 달바래기를 하고 싶읍네. 궂은비 부실거리는 저녁엔 물 우에 떠서 애원성이나 불르고 그리고 햇살이 간지럽게 따뜻한 아침엔 인함박 같은 물바닥을 오르락나리락하고 놀고 싶읍네. 그리고 그리고 내가 정말 조개가 되고 싶은 것은 잔잔한 물밑 보드러운 세모래 속에 누워서 나를 쑤시려 오는 어여쁜 처녀들의 발뒤굼치나 쓰다듬고 손길이나 붙잡고 놀고 싶은 탓입네.(후략)”[자연계와의 대화집/동해] 꽃조개는 민들조개, 강에지조개는 개오지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