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만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최근 실시설계에 들어가는 춘천-속초 간 철도건설사업을 두고 일각에서 또 다시 과잉 투자 논란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11일 국가철도공단(이하 철도공단)은 춘천-속초 간 철도건설사업 총 8개 공구 중 턴키로 발주한 2개 공구를 제외하고, 6개 공구에 대해 노반 실시설계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약 12개월 가량 실시설계를 하면 내년 말부터는 턴키로 발주한 공구를 포함해 모든 구간에 대해 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개통 시점은 오는 2027년으로 잡고 있다.
▲ 춘천-속초 철도사업 노선도 (자료=국가철도공단 홈페이지 갈무리) © 철도경제
◆ 정치권서 30년 동안 '공약'만...사업성 낮아 예타에서 세번 떨어져
춘천-속초간 철도 건설은 강원도 입장에서 30년이 넘도록 풀지 못했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지난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태우 후보가 경부축ㆍ호남축 고속철도와 함께 수도권과 영동지방을 잇는 동서고속화철도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역 주민에겐 희망고문이었다.
경부축ㆍ호남축 고속철도가 1990년대 이후 순차적으로 건설되는 동안 동서고속화철도는 선거때만 회자될뿐 사업 추진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지난 1999년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국가기간교통망계획(2000-2019)'부터 시작해 2011년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1-2020)'에도 지속적으로 반영되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한채 표류했다.
가장 큰 이유는 타 고속선에 비해 투자 대비 사업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국가 상위 교통(철도)계획에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1년, 2010년, 2012년 실시한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6년 7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비용대비 편익비율(B/C)는 0.79였지만 정책ㆍ경제ㆍ지역균형발전 요소 등을 분석해 종합평가(AHP)한 결과 0.518이 나와 사업 추진이 결정됐다.
B/C가 1이 넘지 않더라도 AHP값이 0.5 이상이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2016년께 동서고속화철도를 민자철도로 추진하는 방향도 검토됐지만 강원권에서 재정사업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정부에서도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해 동서고속화철도가 수익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조기 개통을 위해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 춘천-속초 철도, 강원북부권 발전ㆍ대륙철도 연계 VS 운영하면 손실, 누가 떠안나
▲ 경춘선 복선전철 가평교. 춘천-속초 철도는 경춘선과 직결된다. (사진=국가철도공단 홈페이지 구조물 사진 갈무리)
춘천-속초간 철도는 약 2조 4377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춘천에서 화천-양구-인제-백담을 거쳐 속초까지 93.7km 잇는 노선이다.
총 6개 정거장 중 춘천역을 제외한 5개 정거장은 신설할 예정이다. 낮은 사업성을 감안해 사업비를 줄여 예타를 통과할 수 있도록 단선전철로 계획했다.
그렇다면 춘천-속초 철도건설사업은 과잉 투자일까?
춘천-속초 간 철도사업은 철도교통 불모지였던 강원북부권에 철도교통 편의성을 제공하고 강원권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동-서를 잇는 '신규' 간선철도망으로써 현재 건설 중인 동해(북부)선과 철도네트워크망을 구축해 장래에 남북 및 대륙철도(TSR) 연계망 구축하기 위한 역할도 담당한다.
모 기관 관계자는 "한국에서 운영 중인 철도 노선 중 경부축 고속철도와 수도권 일부 도시철도구간을 제외하면 모두 다 적자노선인데, 사업성으로만 따지긴 어렵다"며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철도교통망 자체가 부족한데, 해당 철도사업을 추진하는 목적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철도 노선들이 네트워크화될 때 시너지효과가 나게 되는데 하나의 노선만 '뚝' 잘라내 실효성 유무를 언급하는건 근시안적이다"고 말했다.
▲ 춘천-속초 간 철도 및 인근 철도망. 점선 표시 노선 중 판교-부발 및 원주-강릉선은 개통 노선임. (장래 구축 계획노선 포함, 자료=국가철도공단)
원강선의 경우 인천-월곶-판교-광주-여주-원주에서 강릉을 잇는 경강선의 일부 구간으로 계획ㆍ건설했다. 추후 월곶-판교선 및 수서-광주선이 만들어지면 서울 동남권 및 수도권 남부에서 동해권으로 넘어가는 간선철도가 구축된다.
동해북부선 건설사업이 마무리되면 강릉을 경유해 속초-고성-제진으로도 열차가 다닐 수 있다.
이때문에 춘천-속초 철도 건설을 두고 우려를 표명하는 시각도 분명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동-서축 연결을 위한 원강선은 이미 개통했고 부산-제진을 잇는 동해축 철도건설도 진행 중인데, 대륙철도연계망 구축을 위해 2조원짜리 250km/h급 춘천-속초 철도가 추가로 필요한지 솔직히 의문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철도 건설도 중요하다지만 이후 운영도 깊이있게 고민해야 하는데 (운영손실 등에 대한 충분한 상의없이 나중에) 운영사 몫으로 던져버리면 감당하는게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 용산-속초 90분 주파? 용산-망우 선로 용량 해결해야...GTX-B 대안될까
춘천-속초 간 철도가 건설되더라도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있다.
애당초 국토부 등 관계기관에서는 예타 등을 근거로 춘천-속초 간 철도가 개통하면 용산에서 속초까지 약 90여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용산-청량리-망우 구간이 문제다.
이 구간은 지금도 선로 용량이 부족하다. 일반전철부터 원강선 KTX, 경춘선 ITX, 화물열차 등이 모두 뒤섞여 다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량리-망우는 청량리 착발 안동ㆍ영주 등을 가는 일반열차까지 다닌다.
2016년 예타에서는 용산-속초 간 시속 250km급 준고속열차인 EMU-260(KTX-이음)을 투입하는 것으로 가정했는데, 용산-청량리-망우 간 별도로 선로 용량을 확보하는 부분은 검토하지 않았다.
예타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지원을 위한 신경의선(DMC-용산)ㆍ경원선(용산-청량리)ㆍ중앙선(청량리-망우) 준고속화 개량ㆍ신설사업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어 선로 용량을 확보한 것으로 가정했기 때문이다.
병목 구간인 용산-망우 구간은 개량을 해도 2복선화 하지 않는 이상 선로 용량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경춘선 망우-마석 간 기존선을 활용할 예정인 GTX-B를 대안으로 보고 있는 이유이다.
대심도 지하 철도터널이 뚫리면 추가 선로를 확보하게 돼 일부 준고속급 열차가 GTX-B 선로를 공용해 용산까지 다닐 수 있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타 언론를 통해 'GTX-B 용산-망우 구간을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원지역 지자체에서는 춘천-속초 간 철도가 장래 TSR 등 대륙 간 철도연결에 대비하는 노선인 만큼 동해북부선과 접속 시 삼각선을 만들어 제진방향으로 열차가 바로 오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강원도 접경지역 5개 시군은 지난 5월 24일 국토부에 춘천-속초 철도와 고성ㆍ제진 방향 동해북부선을 잇는 연결선 구축을 건의하기도 했다.
약 2km 정도의 선로를 추가로 만들면 동해북부선과의 접속부가 삼각선으로 연결돼 열차가 고성방향(북쪽), 속초방향(남쪽)으로 한번에 다닐 수 있게 된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18일 별도의 설명자료를 통해 "철도는 국가기간망으로 계획ㆍ건설과정에서 경제성은 물론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환경성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노선 및 역 결정은 법정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첫댓글 고맙습니다
속초까지 꼭 연결되었음 좋겠는데..쉽지않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