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시어머니, 돌아가신 할머니, 그러니까 시어머니로부터
시집살이는 커녕 사랑만 받고 지내셨다고 늘 자랑을 하시더군요.
시집살이 해본 사람이 시집살이 시킨다고 하시면서...
그래요, 저.. 아직까지 다른 사람들처럼 시집살이를 해본 것도
아니고, 시어머니, 아버지 정말 좋으신 분들이라는 거 잘 알아요.
남편이랑 연애할때부터 집에 드나들고, 시부모님 일 돕느라
가게에 나가서 일도 하고, 단 몇 만원일지라도 용돈도 받고...
다들 시엄마 닮았다고 모녀지간 아니냐는 소리도 듣고...
하지만 결혼해서 살아보니, 아니, 결혼 준비전부터
아... 친부모님 같았던 분들이라도 어쩔 수 없는 시부모님이구나
하는 생각 참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남편이 잘 나야..그 부인도 대접받는다는 걸
깨달았구요...
하지만..저... 어머니로부터 당신이 친엄마라도 그렇게
하겠냐는 말씀에는 가슴이 울컥해지는 걸 참을 수가 없군요.
어머니, 저도 어머니가 제 친엄마였다면... 제게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수 있으신지 묻고 싶네요.
결혼후 남편 첫 생일, 저 역시 한달전부터 계획한 것도
있고... 정말 생일상 한번 잘 차려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머니... 제게 뭐라고 하셨죠?
남편 생일날.. 여행가니까.. 저희더러 장사 하라고 하셨죠?
울 친정 엄마가 사위 첫 생일 차려주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니까
아침만 먹고 나와서 일 하면 안되냐고 하셨죠?
저희 엄마, 일도 쉬고 딸네 집에 와서 아침만 차려주고
그냥 가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다 좋아요..
시부모님... 일년에 몇 번 쉬시지도 않고, 장사 하시는
분들이까 그 대신 저희가 며칠 일하면 어때요?
그래서 하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일이 꼬일려고 그러니까 그런지...
남편 고모님의 며느리로부터 전화가 왔더군요.
아직 스물여섯밖에 안 된 저에게... 보험회사 다니라고...
애도 나중에 낳으라고...
저.. 다 좋아요.. 젊은애가 집에 있는 게 싫을 수도 있죠.
하지만 여지껏 딱 두 번 본 분이 제게 가족계획까지 그 분
마음대로 하시니까... 기분이 참 나쁘대요.
그래서 남편이랑 약간 싸웠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장사 할 필요 없다면서 나가버렸고..
저도...남편이랑 싸운 거... 어머니께 보이기 싫어서
나가지 않았을 뿐이예요.
제가 잘못을 한 건 알아요..
그래도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나 잘 다녀오셨냐는 말씀을
드리지 못했으니....
그리고, 남편 생일...
정말 썰렁하게 보냈어요.
시부모님 대신 장사를 할려고 했었는데, 그렇지 못했으니
갑자기 생일상 차리기도 뭐해서... 그냥 미역국만 끓여줬죠.
하지만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제 생일 차려주셨나요?
아니, 친정 언니네와 같이 식사라도 하라고 하셨나요?
그저 용돈 10만원과 미역, 쇠고기만 사주셨잖아요?
그런데, 제게 왜 남편 생일상 차려서 시아주버님, 도련님 불러
식사대접 하지 않았냐고 그러세요?
아주버님이 어머니께 뭐라 말씀 드렸는지는 몰라도
저... 아주버님으로부터 전화 한통 받아본 적이 없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을 했죠..
아, 남편네 식구들은 어린 사람 생일을 차리지 않으니까
생일날 장사하라고 하고... 그래서 편하게 생각을 했죠.
저... 그렇게 뒤통수 맞듯 어머니께 말씀을 들을거라 생각
못했어요...
속이 상하네요..
아주버님이 겨울에 결혼하시면.. 그 땐 큰 며느리가 들어
오겠지만... 제게 형님 되실 분... 교사이고, 더군다나
학교가 지방이니... 집안일 해야 하는 건 다 제 몫이잖아요.
저.. 연애할때부터... 시부모님 일 돕고,
집에 찾아가면... 바쁘신 어머니 대신 빨래 개키고
일도 돕고.. 그러지 않았나요?
그런데... 교사이고.. 목사님 따님이 큰 며느리가 될테니
얼마나 예쁘시겠어요?!
저도 이해해요... 솔직히 장사하는 집안에... 큰 아들
떡 하니 교사되고, 며느리까지 그러니... 자랑이 이만저만
아니실 거라는 거...
하지만 그 예비며느리... 집에 와서...남편 될 사람 방에
들어갈 때 방에 널부러져 있는 이불 발로 차면서 다니고..
그러는데... 어머니.. 뭐라 말씀 한번 하신 적 있으세요?
걔는 아직 결혼전이니... 늘 이러시기만 하고...
저 역시... 저희 집에서 막내딸로 곱게 자랐어요..
저희 엄마, 저 결혼해서 남편 일 돕고... 늘 부족한 돈에
허우덕 거리며 사는 거 좋으시겠어요?
그래도... 시어머니께 잘해야 한다고 말씀 하시는 분인데...
저희 엄마...
저희가 시부모님 대신 장사를 할 줄 알고
안 오신 것 뿐인데.... 그래도 축하한다고 전화도 주시고
용돈도 주시고... 저희 친정 언니.. 제부 생일 축하한다고
전화에 용돈까지 줬는데...
남편 생일상 차려서 시아주버님, 도련님 초대하지 않았다고
제게 서운하다 그러세요?
정말... 너무 합니다...
무슨 일만 있으면 제 남편... 저... 다 불러다가 일 시키시면서..
그 잘난 큰 아들... 교사라고... 아무 일도 시키지 않고..
부모님께서 아들에게 그러시는데... 저라도 제 남편이
존경스럽고 대단해 보이겠습니까?
어머니께서 제게 뭐라고 하실 동안
가만히 있는 남편... 그 때의 상황을 잘 설명도 못드리고
그냥 가만히 있는 남편..
정말 못 믿겠습니다..
남편이 저를 감싸줘야 제가 힘을 얻어서 일도 하고
그러는데... 마누라 한명 감싸주지 못하는 남편 미워서라도
같이 못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