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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문인협회 김해지부 / 김해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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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신문게재글 스크랩 김해진례초등학교 `찾아가는백일장`(2009. 11. 21.)
Lee福희 추천 0 조회 145 09.11.23 04:58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2009년 11월 21일 토용일, 햇귀가 무척 따뜻하다.

 

한여름처럼 햇귀가 눈부시다.

찬바람이 일 때 이런 햇귀는 누구나 바라는 바일 것이다.

 

김해문인협회에서 '찾아가는백일장' 프로그램으로 진례초등학교를 방문했다.

근처 신안초등학교가 폐교되면서 합쳐져

시골 학교치고는 제법 학생 수가 많은 초등학교였다.

총16 개 학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해문인협회 회원이 총16명이 방문했어야 하나

14 명밖에 참여할 수 없어서 1,2학년은 합반을 했다.

 

글제는 '그릇, 얼굴, 나무',

글제의 의미는 글의 제목으로 보면 된다.

글의 제목에 반드시 제시된 낱말이 들어가야 된다는 것이다.   

 

 

나는 다른 분들이 기피하는 2학년을 택했다.

다들 괜한 걱정으로 앞선다.

동안 경험으로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가에 대한 모습이다.

마음이 고운분들이라서 그런 것이다.

 

2학년 합반한 교실에 들어가니 

책상을 뒤로 밀쳐 놓고 교실 마루바닥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다.

얼마나 예쁘던지 한 명 한 명 다 안아주고 싶었다.

 

우선 집중하게 하기 위해 손 흔들며 인사를 함께 큰 소리로 하고

시제란 무엇이며 동시와 줄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글쓰기에 난감해 할 것같아 색다른 상상을 하도록 유도했다.

예를 들어 '얼굴'은 무엇이 있으며 어떻게 표현하는 지에 대해

사람 얼굴, 동식물 얼굴 뿐만 아니라 하늘도, 책상도, 의자도, 칠판도 얼굴이 있으며

그것들의 얼굴엔 각가지 모습이 나타나며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특이한 발상을 글로 나타내자고 했다.

아이들이 내게 부담스럽게 하지 않을까 조바심으로 지켜보시는 선생님 두 분을 위해

아이들을 다시 제 반으로 가서 편하게 글을 쓰기로 했다.

제 반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은

안식처로 돌아가는 참새떼 꽁지같이 귀여웠다.

 

그렇게 분반하고 내가 도와줄 일이 없는 것같아

교실을 나와 운동장으로 나왔다.

 

아..... 하늘이 무척 파랗다!

시골 학교 운동장도 넓고,

교정의 향나무들은 하나같이 오랜 세월을 제 몸의 굴곡으로 나타냈고

하늘도 푸르고해서

함성을 지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혼자 히죽 웃으며 운동장, 교정 곳곳을 살펴 보았다. 

너른 운동장을 앞마당으로 3층 교정이 가지런히 앉아 있다.

맞은 편엔 '진향관'이란 소건물로 강당과 식당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 강당이라곤

작은 학예회 정도 치를 수 있는 강당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전천후 사용가능한 다목적용 강당이 각 학교마다 있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함께 변모하는 모습이다.    

 

교사 정문을 나서니 작은 화분에 예쁜 꽃도 피어 있다.

쉬이 볼 수 없는 꽃이 추운 날씨지만

양지 바른 곳이란 명분을 톡톡히 하고 있는 듯

아직도 활짝 핀 모습을 기울지 않고 있다.

 

화단엔 각종 꽃들이

지난 계절동안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그대로 머금은 채

따뜻한 햇귀에 현란한 색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고

과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각종 암석의 종류가

이름표를 달고 가지런히 앉아 있다. 

또한 물맑고, 공기 좋고, 햇살 좋은 교정의 화단엔

목련이 그 사실을 버젓이 자랑하는 양 채 물들지 않은 이파리를 달고

내년을 기약하면서 벌써 몽오리로 단장을 하고 있다.

거기다 철없는 개나리는 따뜻한 양지에서 계절을 잊고 꽃망울을 터뜨린다.

 

 

진례초등학교 교정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본건물과 운동장을 가늠하는 곳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몸살 앓은 만큼 울퉁불통한 몸뚱어리를

향나무가 굵게 살찌우고 있다.

 

여러 학교를 다녀보았지만 이 학교만큼 정겨운 운동장 교단은 없었다.

그 교단은 아름드리 향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어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아도

교장선생님이나 훈교하시는 선생님의 권위적인 모습이 아닌

얼른 달려가 안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나 할까......

그런 아이들의 행복과 즐거움으로

향나무 나지막한 가지에 파란 부메랑이 걸터 앉아 있다.

 

 

초등학교 교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놀이터와 각종 운동 골대이다.

누군가 한 사람만 더 있었다면 함께 시이소도 타봄직했을 텐데......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우리들의 어쩌면 마지막 비상구일 지도 모른다.

 

모래에 파인 무수한 발자국이

아이들이 얼마나 깔깔거리며 놀았는지 보여준다.

가을 탄 은행나무는 아이들 지나간 발자국 심심하지 않게

이파리로 노란 주근깨로 장식했다.

은행나무도 아주 굵어 내 아름드리로는 반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놀이터를 둘러싸고 있는 대나무 담장이 눈길을 끈다.

인근 가옥과의 경계선 역할을 하기도 하고

딱딱한 담장이 아닌 푸른 자연 속에 위치한 학교란 걸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어릴 때 대궐 같은 집 탱자나무 울타리에 있던 개구멍이 생각나서 인지

빽빽한 대나무숲 담장 어디 쯤 개구멍이 있을까하고 찾아보았으나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기야 개구멍이 어디 쉽게 찾아지면

그게 개구멍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어쩌면 높다란 곳에 지어진 까치집이 지켜보고 있어

개구멍을 낼 수 없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근처 신안초등학교가 폐교 되면서 많아진 학급을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본건물 뒤에 새로운 건물이 세워져 있다.

교감선생님 말씀으로는 학생 수가 해마다 줄고 있다는 걱정을 하셨다.

얼마가지 않아 이 새로운 건물도 새로운 용도로 쓰여지지 않나 싶다. 

 

운동장 가엔 화단이 있다.

오래된 나무 둥치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담장 아래 고스란히 고여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려 '시몬'의 '낙엽 밟는 소리'를 자꾸 내고 싶어진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이파리는 여전히 늦가을을 붉히고,

단풍나무도 붉은 얼굴을 조금씩 퇴색하면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동백은 추울수록 잎이 더 파래지고 한겨울 채비로 꽃몽오리를 움틔우고 있고

지난해, 또는 몇 년 전 쯤 떨어뜨린 씨앗으로 새생명이 싹트고 있다.

 

화단 한 켠엔 다듬이 돌과 맷돌, 돌확을 두어

동심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돌확에 잔뜩 쌓인 낙엽은 돌확의 본분을 잊지 않게끔 물을 완전히 가리지 않아

조각난 하늘과 근처 나무들을 반사하게 한다.

 

백일장도 끝나고 아이들 토요일 수업고 마치고

운동장으로 나와 대열을 정비한 선생님들과 진례초등학교를 찾은 회원들과

기념사진도 근사하게 찍었다.

 

 

방과후 교정을 빠져나오는 아이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깔깔거리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행복하다. 

 

그렇게 진례초등학교에서 '찾아가는 백일장'을 마치고

근처 성월식당으로 가 추어탕으로 마음에 점을 두둑히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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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11.23 10:25

    첫댓글 역시 ㅎㅎ멋집니다^^

  • 09.11.23 12:58

    이복희 샘 짱!! 디카 꺼내는것 보지도 못했는데 언제 이런 수집을 다 하셨는지요 사랑합니다~~OTL

  • 09.11.23 13:01

    잘 읽습니다. 생생히 드러나네요~ . 저는 퇴근 후 가니 일부 진해로 가시고, 안 가신분들의 귀한 얼굴 뵙고 왔습니다^^

  • 09.11.24 10:04

    선생님 반가웠습니다.^^

  • 09.11.24 10:03

    ㅎ 언제 소리없이 이렇게 다 찍으셔서 글을 멋지게 작성하셔서 올려셨나요?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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