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용례를 다음과 같이 쓴 바 있습니다.
https://cafe.daum.net/shogun/TAp/104631
// 우리 헌정사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은 박정희 정권 유신개헌때 처음으로 추가된것이 보여주듯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북한체제(이른바 인민민주주의)에 대항하는 체제, 일종의 대칭상으로써 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학계와 법조계에서 논의가 있었으나 지배적인 해석은 '자유민주주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 그래서 아직도 우리나라의 국시는 자유롭고 민주적인(free and democratic) 질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는 협애하고 자의적인 특정상태로 고정되어버린 상태입니다. 철학적인 아이러니입니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상태를 어떤 특정한 것으로 정의하니 사회가 자유롭고 민주적인 상태와 멀어진 셈입니다.
재미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연행헌법의 영문번역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현재 지배적인 해석은 '자유민주주의'입니다. //
// 심지어 한국에서의 용법은 외국에서 통용되는 Liberal Democracy의 용법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 비교정치학에서는 Liberal Democracy를 2번의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으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고 있는 국가들을 분류하는 카테고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념형(ideal type)으로써 규범이나 가치를 부여하거나 개입시키는 개념이 아닙니다.
그리고 외국의 정치권이나 다른 학계도 Liberal Democracy를 free and democratic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며 어떤 특정한 체제의 대칭상을 지칭하는 말이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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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저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시각이 똑같이 반영되고 있는 기사가 보여서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한번 가져와보았습니다.
https://v.daum.net/v/20240322110103440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올해 2월 2일 북한의 통일 포기 선언에 대해 "평화통일을 추진할 헌법적 책무가 있다"며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30주년을 맞는 올해 새 통일구상을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 상황 변화와 국제정세에 맞게 "헌법적 가치를 더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방안으로 통일방안이 새롭게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통일을 여덟 번 언급했으며, 대통령실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자유주의적 철학 비전이 누락되었다며 새로운 통일관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대한 수정·보완의 주요 방향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가치인 자유주의 철학·비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후 줄곧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해 왔으며,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수정·보완의 이유로 내세운 점도 동일하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영문판의 경우 '인류보편적 가치와 공동이익에 기반한 동아시아 외교' 항목에서 자유민주주의를 liberal democracy로 번역했다. liberal democracy는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논쟁적 개념이지만 특정 정치체제를 지칭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다양한 조합을 대표하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대한민국 헌법은 통일의 방향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강조하고 있으며,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수립 당시부터 자유 민주주의 정신이 강하게 투영되어 있었다. 그러나 헌법과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강조하는 것은 특정한 정치체제로서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보편 가치로서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와 헌법과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자유 민주주의 정신'의 개념적 차이가 크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
// 1994년 8월 광복절 49주년 기념사에서 김영삼 대통령은 통일을 추진하는 기본철학의 핵심이 '자유와 민주'이며, "자유 없는 민주가 있을 수 없고, 민주 없이는 진정한 자유와 평화도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민주주의의 굳건한 토대 위에서, 민족의 자주적 역량으로 냉전과 분단을 극복하고, 민족의 숙원인 평화통일을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통일은 계급이나 집단중심의 이념보다도 인간중심의 자유 민주주의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대통령의 언급은 공산주의 독재를 제외한 다양한 형태의 민주주의 체제가 통일의 최종 형태가 되어야 함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대통령이 언급한 자유 민주주의는 특정한 정치체제가 아닌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조합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영문판 헌법은 이에 대해 'the free and democratic order'라고 명시하고 있다. //
// 자유와 민주주의는 인류역사를 관통한 보편 가치라는 점에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지향하는 통일국가의 최종 형태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보편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특정한 정치형태가 아닌 인류 보편 가치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의 일상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행복한 체제가 특정한 형태에 국한될 수는 없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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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적 헌법질서는 "특정한 형태에 국한될 수 없다"라는 기사내용에 대해서 많은 분들은 '현존 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냐',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는 것이냐', '지금 질서가 아니면 북한 공산주의도 자유민주적 헌법질서에 포함되어 버린다'류의 문장들로 매도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류의 생각들은 허수아비 때리기 오류(straw man fallacy)입니다.
왜냐하면 첫째로는 현재 한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개념을 비판하는 사고와 행위가 곧 북한의 비자유롭고 비민주적 사회질서를 추구하는 사고와 행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없으며, 둘째로는 더 나은 질서에 대한 사고과 토론이 일어날 수 없는 사회질서는 다원성(plurality)이 결여되었으므로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기사 본문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헌법과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강조하는 것은 특정한 정치체제로서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보편 가치로서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사회는 해외의 미디어조차 접할 수 없을 정도로 또다른 사회질서에 대한 사고와 토론이 불허되어 있으므로 세계에서 가장 다원성이 결여된 질서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질서는 김씨왕조와 그에게 강하게 결속되어있는 북한 정치엘리트들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바라지 않습니다.
기사 본문의 필자가 지적하는 바는 우리의 통일구상은 현존하는 북한의 비다원성을 해체해나가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있지 현존 남한의 질서를 그대로 강제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방향을 바꿔선 안된다는 의견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통일과 한반도 민주주의의 접점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통일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 이른바 '헬조선'의 확장인가, 아니면 '지금보다 더 나은 민주사회'의 구성인가.
https://youtu.be/rZlvP5Egv8c?si=nKSN3FeXRxYptQJ3
독일의 사례.
서독의 표는 다원성으로 인해 분산되는데 동독의 표는 집중. 그래서 동독 지역이 캐스팅보트가 되어버림.
여기에 더하여 통일이후 흡수 된 동독인들의 불만이 극우정당으로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문제도 발생.
통일은 완료가 아니라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시작지점.
그러므로 통일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떠한 통일이 되어야 하는지가 중요하고, 그러므로 어떻게 통일을 진행시켜야 다원성을 갖춘 민주적 통일이 실현될 수 있는지를 고찰할 필요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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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저는 북진을 통한 흡수통일을 부정하진 않습니다. 저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의 수단의 확장 차원에서 남한의 압도적인 재래식 전력을 이용한 '발사의 왼편' 및 김정은 정권의 축출이 남한이 미국과 공조하여 취할 수 있는 핵 억제방법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식용어로는 진전된 비핵능력(Advanced non-nuclear Capabilities)라고 부르는 것을 말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핵무장을 가지고 너무나 안하무인으로 행위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남한이 비살상적(non-lethal)한 통일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살상적인(lethal) 통일 시나리오에도 대비가 되어 있어야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비살상적인 시나리오든 살상적인 시나리오든 통일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그리고 시작하기 위해서는 사전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사전작업의 차원에서 저는 위에서 소개드린 기사 본문과 같은 우리 남한의 민주주의 그리고 미래의 한반도 민주주의에 대한 구상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또한 협애한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보다는 다원성을 지향하고 실현하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질서Free and Democratic Order가 좀 더 적절한 한반도 민주주의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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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기사만 소개하고 말고 싶었는데 워낙 무겁고 깊은 주제라 쓰다보니 분량이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냥 인터넷상에서나 떠드는 Armchair General의 넋두리로 봐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