峽口所見(협구소견)
신광수(申光洙:1712~ 1775)
본관은 고령(高靈). 자는 성연(聖淵), 호는 석북(石北) · 오악산인(五嶽山人).
조선후기 연천현감, 영월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으로
과시의 모범이 되는 「관산융마」를 지었다.
저서인 『석북집』은 유람을 통해 민중의 애환과 아름다운 풍속과 풍물에 관해
풍부하고 자세하게 묘사한 뛰어난 작품들이다.
궁핍과 빈곤 속에서도 민중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으로 노래한 당대의 뛰어난 민중시인이었다.
저서로는 『석북집』 · 『석북과시집』이 전한다
푸른 치마를 입은 여자가 목화밭에서 나오네
靑裙女出木花田 청군녀출목화전
나그네를 보더니 몸을 돌려 길가에 서 있네
見客回身立路邊 견객회신립로변
흰둥이는 멀찌감치 따라오고 누렁이는 앞서 가다가
白犬遠隨黃犬去 백견원수황견거
둘이 길을 멈추고 돌아서서 주인 앞으로 달려오네
雙還却走主人前 쌍환각주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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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바른 기슭 목화밭에
푸른 치마를 입고 목화솜을 따던 어여쁜 아가씨
길을 가다가 자기를 쳐다보는 시선이 부끄러워
밭에서 나와 길가에 서 있다
누렁이와 흰둥이는 신이 났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주인이 자꾸 걸음을 멈추자
서로 무슨 일인가 걸음을 멈추고
주인에게 달려온다
아름다운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금에야 사라진 저 풍경을
나의 추억 속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