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날 영희는 어제 토요일 자기와 만나서 의논한 논문과제를 오늘 다시 협의하기로 한 기철이 아무 연락 없이 나타나지를 않아 기철의 집으로 전화를 해지만 기철이 집에 없다는 말만 들었다.
어디를 갔느냐는 질문에는 어디 갔는지도 모른단다.
이것은 기철이 집 식구들에게 미리 말해서 누구든지 자기를 찾는 전화가 오면 집에 없다고 하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기철네 식구가 전하는 말을 들은 영희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기철이 무슨 급한 볼일로 어디를 간 줄 알고 아무리 바빠도 전화도 한 통 해주지 않는다고 속으로 불평을 했다.
영희가 기철의 집으로 전화를 끝내고 얼마 안 되어 화영이 영희를 찾아왔다.
기철을 양아치들을 시켜 그 모양으로 두들겨 주고 그렇게 겁을 주었으니 이제 기철이 영희를 만나러 못 올 것이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영희의 마음을 돌려보려는 생각에서다.
영희를 만나서 지난번에는 자기가 기철과 영희의 관계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이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하며 그동안 영희가 병원에 있느라고 같이 데이트도 못 했으니 오늘은 데이트나 하자고 청했다.
영희가 따라가고 싶지 않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적거리자 화영은 어머니를 끌어들었다.
화영의 처사에 영희는 비위가 상했지만, 화영의 말을 들은 어머니가 오랜만에 화영이 청하는 데이트니 같이 나가라는 어머니의 성화로 마지못해 따라 나섰다.
아니 그 데이트를 따라 나가지 않으면 며칠이고 계속될 어머니의 잔소리가 귀찮아 따라나섰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화영은 영희의 마음을 잡아보려고 오랜만의 이처럼 영희와 데이트를 하니 기분이 참으로 좋다고 너스레도 떨며 영화도 보고 저녁도 사주고 헤어질 때는 선물도 사서 싫다는 영희에게 억지로 쥐여주었지만, 영희는 이런 화영과 같이 있는 시간이 즐겁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부담스럽고 불안하고 틈틈이 기철이 어째서 연락조차 없는지 궁금한 생각만 들었다.
기철에게서는 월요일에도 연락이 없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궁금한 영희가 기다리다 퇴근 시간이 넘어 다시 기철의 집으로 전화를 했지만, 기철이 집에 없다고 하고 어디 갔느냐는 영희의 궁금증이 묻어있는 물음에는 역시 어디 갔는지 모른다는 대답이다.
어째서 기철이 이렇게 갑자기 소식조차 없는지 더욱 궁금해지는 영희의 마음엔 혹 무슨 잘못이 기철에게 생겼는지 하는 걱정과 아무리 그래도 아무 연락도 주지 않는 기철에게 야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화요일 오후 상처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멍도 좀 빠져 아직은 보기에는 싫지만, 행동하기에는 무리가 없어 기철이 영희에게 전화했다.
기철의 전화를 받은 영희는 황당한 생각이 들었지만, 반가운 생각이 앞섰다.
삼일씩이나 아무런 소식도 없고 더욱이 자기가 연락할 때는 어디 있었는지 전연 연결이 안 되던 기철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그렇게 전화를 해도 연결이 안 되더니?”
영희 목소리에 가시가 돋쳐 있다.
“미안합니다. 일요일에 산에 갔다가 발을 헛디뎌 굴러서 다쳤어요. 그래서 걱정 끼칠까 봐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기철은 화영의 소행을 영희에게 말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그렇게 해서 화영을 파렴치한으로 몰아서 영희의 마음을 얻고 싶지는 않아 이렇게 거짓말을 했다.
“그래요? 많이 다쳤어요?”
놀란 영희의 물음이다.
“아니에요. 그리고 이제는 많이 나았어요.”
“다행이네요. 그러면 제가 쓰고 있는 논문 계속 도와주실 수 있어요?”
“물론이죠. 오늘 저녁에 만나죠.”
영희도 기철도 핑계는 논문이지만 서로가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날 저녁 기철을 만난 영희는 기철의 상처를 보고 많이 걱정하고 마치 자기가 다친 것처럼 아파했다.
그런 영희의 모습을 보며 기철은 오히려 화영에게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기철의 도움을 받아서 작성된 논문은 영희가 생각해도 잘 된 것 같고 지도교수도 논문을 보고 잘 썼다고 칭찬을 했다.
그리고 덕분에 졸업 때 상까지 받게 되었다.
토목기술자인 기철이 생각보다 문학에 대하여 아는 것이 많고 지혜롭다는 데 영희는 감명을 받았고 그래서 기철이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기철은 사고를 내고 병원에 문병 다닐 때부터 영희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영희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할수록 기쁨이 커져갔다.
기철과 영희가 다시 만난다는 것을 알게 된 화영은 여간 화가 나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사람을 시켜 그렇게 혼을 내어 주었는데도 기철이 계속 영희를 만나고 그러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기철이 영희에게 자기의 소행을 말하면 자기가 비열한 남자라고 비난을 들을 것이고 영희의 마음이 자기에게서 더 멀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만약 기철이 자기의 소행을 영희에게 말해 영희가 알게 되면 기철이 영희의 마음을 사려고 꾸민 자작극이라고 우기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화영이 영희네 집으로 찾아가 영희를 몇 번 만났지만, 영희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영희는 그 사실을 모르는 있는 것이 같았다.
기철이 그 이야기를 영희에게 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을 하며 생각보다 기철이 괜찮은 놈이라는 것이 화영을 더 화나게 하고 그렇게 자신 있게 행동하는 기철의 태도에 더욱 마음이 상했다.
결국은 기철에게 영희를 빼앗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기철에게 마음이 기울면서 자연 화영을 대하는 영희의 태도가 점점 쌀쌀해진다.
화영이 만나자고 해도 피하고 그래서 화영이 집으로 찾아오면 화영을 사위처럼 좋아하는 어머니 때문에 그 어머니의 성화 때문에 만나기는 하지만 같이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오랫동안 둘만의 시간을 만드는 것도 피했다.
영희의 태도가 이렇게 변하자 어머니의 잔소리는 늘어나고 화영과 영희의 시간을 만들어 주려는 어머니의 노력도 더해갔다.
따라서 기철에 대한 어머니의 원망이 점점 더 커갔고 기철을 대하는 어머니의 태도는 더욱 싸늘해졌으며 기철이 집으로 영희를 찾아오는 것조차 못하게 했다.
반면에 화영과 어머니가 그러면 그럴수록 영희의 마음은 기철에게로 기울었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청개구리 심보가 있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영희의 행동에 화가 많이 나고 전전긍긍하던 화영이 어느 날 영희에게 밖에서 좀 만나자고 전화를 했다
첫댓글 즐감하고 감니다
즐~~~~감!
지키미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나요?
무혈님! 감사합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집니다. 건강에 유의하세요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