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6월 29일, 미국 동부시각으로 오후 6시. 전 세계의 이목이 미국의 AT&T 매장에 집중됐다. 애플이 야심적으로 개발한 다기능 휴대전화 아이폰이 출시됐기 때문이다. 사흘 전부터 매장 앞에서 노숙하며 줄을 선 사람들을 찍은 사진이 미국의 모든 미디어를 도배했다. 이들 미디어는 “혁신적인 휴대전화”에서부터 “신들의 디자인”, “지저스 폰” 등 거의 종교화된 수준으로 아이폰을 칭송했다. 아이폰은 판매된 지 사흘 만에 52만5000대가 팔려나갔다. 애플은 올해 안에 1200만 대 정도 판매함으로써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 점유율을 1%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고작 휴대전화 하나 때문에 이런 난리인가?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마니아들에겐 “애플이라서!” 다르고 소중한 것이다. 이들은 ‘아이폰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스스로를 아이포니악(iPhoniacs)이라고 불렀다. 애플이란 한 회사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열광의 근원, 그것은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디자인과 기능을 가진 제품을 출시해 왔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MP3 플레이어 시장을 평정했던 아이팟과 마찬가지로 심플하면서도 우아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인다. 두께 11.6mm에 무게는 135g. 셔츠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좋을 정도로 얇고 가볍다. 한손에 움켜쥐기에 그리 부담스럽지 않으며, 단단하고 날렵한 느낌이다. 검은 유리 패널을 감싸고 있는 금속 테두리가 시원하고 세련된 인상을 준다. 뒷면은 잘 긁히지 않는 재질의 은색 플라스틱이다.
이제 디자인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단순한 기능에 저렴한 제품이 아닌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을 원한다. ‘차별화한 디자인 전략’이 브랜드 가치 제고와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의 감성을 고려한 디자인 선행 개발을 통해 상품 콘셉트를 결정하는 ‘선(先) 디자인·후(後) 개발’ 체제도 일반화되고 있다.
요즘 애플의 아이폰 사례에서 보듯 단순미와 편의성을 중시하며, 한마디로 ‘절제의 미학’을 뜻하는 미니멀리즘이 유행이다. 미니멀리즘은 최소한을 뜻하는 미니멀(minimal)과 사조를 뜻하는 이즘(ism)의 합성어다. 이러한 미니멀리즘 바람은 최근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가전제품, 게임 등 정보기술, 전자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휴대전화에 부는 미니멀리즘손에 쥐고 다니는 휴대전화는 가장 활발하게 미니멀리즘을 적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휴대전화 디자인은 최근 단순미의 미니멀리즘을 살리면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화면을 대형화하고, 소유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경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먼저 삼성전자가 최근 국내에 선보인 ‘미니스커트폰’이 그렇다. 원피스 스타일의 미니스커트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 모델은 두께가 10.9㎜에 불과하다. 제품 외부에서 홈, 나사 등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외관상 통화·종료 등의 버튼만 눈에 띈다. 그 외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드리면서 조작하는 터치스크린 기능을 지원한다. 제품 전면부에 터치패드를 탑재해 휴대전화를 닫았을 때 버튼이 보이는 부분을 최소화했다. 액정에는 거울 느낌을 주는 미러형 코팅으로 처리, 고급스러움을 살려냈다. 색상도 화이트와 사파이어 블루, 가넷 레드, 블랙 등 총 4가지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또한 삼성전자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영국의 세계적 산업디자이너인 재스퍼 모리슨과 손잡고 간결한 외관에 가벼운 바(bar·막대) 타입의 ‘재스퍼 모리슨폰’을 개발, 지난 6월부터 유럽을 비롯해 중국,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 공급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유명 패션 브랜드 업체인 아르마니와 복잡함을 배제한 ‘아르마니폰’도 준비 중이다. LG전자의 ‘프라다폰’ 역시 전원·통화 기능 외에는 버튼을 덜어낸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프라다폰은 ‘초콜릿폰’에 이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제휴하여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명품 콘셉트로 공동 진행하는 제품이다. 프라다의 이미지를 그대로 전해 주는 검은색 본체에다 프라다 패션쇼에 쓰이는 음악이 벨소리로 제공된다. 가죽 케이스에 프라다폰을 넣으면 상단의 프라다 로고가 밖으로 드러난다. 케이스에도 프라다 로고가 새겨져 있고 종이 박스, 액정 클리너에도 프라다 로고가 있다. 종이 박스 모양새는 기존 프라다 포장 박스와 똑같다.
숫자와 메뉴 버튼을 포함해 모든 키패드를 없애고,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터치스크린을 적용했다. 국내 최대 크기인 3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내장됐다. 넓은 화면을 이용해 DMB 화면을 LCD에 가득 차게 보거나 각종 메뉴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터치스크린이기 때문에 별도의 인터페이스 버튼 없이 화면에 있는 버튼을 스타일러스로 콕콕 눌러주면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스타일러스 펜으로 액정에 글씨를 쓸 수 있다
울트라 모바일PC(UMPC)최근 들어서 노트북보다 작아 휴대성이 뛰어나면서도 기능은 노트북과 유사한 울트라 모바일PC(Ultra Mobile PC : UMPC) 사용자가 늘고 있다. UMPC를 통하면 기존의 휴대용 기기로는 즐길 수 없는 무선 인터넷 환경과 오피스 프로그램, 영화나 각종 게임 등의 이용도 가능하다.
UMPC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삼성전자가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배터리용량을 늘리고, 입력 방식을 개선한 2세대 UMPC ‘Q1 울트라’를 선보였다. 토종 중소업체들도 UMPC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라온디지털의 UMPC ‘에버런’은 올해 4월 중동시장에서 60억원 상당의 수출 실적을 올리는 등 선전하고 있다. 이노웰은 UMPC ‘유렌’에 내비게이션과 GPS 기능을 탑재, 미국시장에 차량용으로 300억원 상당을 수출하기도 했다.
이들 UMPC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1세대 모델의 단점을 최대한 극복, 사용자를 위한 기능을 대거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 제품에는 없던 키보드를 탑재해 터치스크린의 한계를 극복했고, 배터리 시간을 두 배 이상 늘렸다. 한 번 충전으로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블루투스, 무선랜과 휴대폰 기능까지 내장하고 있다. 3세대 이동통신인 고속하향패킷접속이나 휴대인터넷으로 전화 통화도 할 수 있어 휴대전화와의 경계를 허물었다.
해외업체의 추격도 거세다. 일본 소니의 UMPC 모델은 무게가 520g에 불과하고, 인터넷 검색 및 이메일 확인 등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바이오 터치 런처’가 탑재됐다. 지난 5월 발표된 일본 후지쯔의 UMPC 모델은 580g의 무게에 두께는 2.65cm, 5.6인치 와이드스크린을 탑재했다. 180도 회전하는 모니터는 터치 스크린으로 구성, 펜을 이용해 타블릿 PC처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윈도우 비스타와 XP를 모두 지원하며 최신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프로그램도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TV 시장은 LCD, PDP 등 평판 디스플레이 제품을 채택한 제품이 주도하고 있다. 무겁고 뚱뚱한 브라운관 TV의 수요는 북미, 서유럽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축소되면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삼성SDI는 브라운관 두께를 15cm 이상 줄인 혁신적인 디자인의 브라운관인 ‘빅슬림(Vixlim)’을 2년5개월 전에 개발했다.
삼성SDI의 ‘빅슬림’ 모델은 2005년 2월 첫 출시된 이후 1년 만인 2006년 2월 100만 대를 돌파했고, 6월 200만 대, 8월 300만 대, 9월 400만 대, 11월 500만 대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누적판매대수 1000만 대를 돌파했다. 사양길에 접어든 브라운관이지만 신흥 경제국을 중심으로 이머징 마켓 수요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