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멋진 인생, 베드로!
기독교에서 예수님의 수석제자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이 잡혀가던 날 새벽, 닭이 울기 전 세 번이나 “나는 예수님의 제자가 아니다”라고 부인한 사건은 베드로의 나약함 혹은 배신의 상징으로 두루 알려져 있다. 예수님의 제자 중에서 나서기 좋아하고 나대고 덜렁대는 성격 탓에 섣불리 “주를 위하여 내가 목숨을 버리겠습니다”라고 맹세까지 했으나 불과 몇 시간 후에 주님을 세 번이나 부인한 모순된 캐릭터로 인식되어 있다.
그렇기도 하다. 스승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겠노라고 장담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스승을 모른다고 부인했으니, 극적인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누가 봐도 언행의 불일치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베드로에 대한 신뢰를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베드로는 나중에 자기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으뜸 제자임을 감지하고 있었다. 예수님이 보시기에 그날 새벽은 아직 베드로가 주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때가 아니었다.
예수님의 십자가-부활-승천-성령강림, 이 사중 사건 이후 베드로는 초대교회를 설립하고 복음을 세상에 퍼뜨리는 중차대한 사명을 감당한다.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마 16:18)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세상에서 실현되었고, 교회는 2천여 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베드로는 ‘반석’이라는 이름답게 교회의 기초가 되었다.
만일 예수님이 붙잡히던 새벽, 자기의 목숨을 내걸고 스승을 보호하겠다고 혈혈단신으로 나섰더라면 상황이 어떻게 진전이 되었을까? 그 상황에서 제자들이 나서는 것은 중과부적이었다. 로마 군대와 유대 종교 지도자들의 결탁을 저지할만한 권세는 아무 곳에도 없었다. 예수님은 그래서 제자들의 퇴로를 확보했다.(요 18:8) 제자들은 모두 무사히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베드로는 예수님의 안부가 걱정되어 예수님이 심문당하는 대제사장 안나스의 저택으로 걸어 들어갔다.
베드로는 예수님이 닭이 울기 전에 세 번 스승을 부인할 것을 미리 말씀하신 대로 자기가 그렇게 하고 있음을 자각하고는 통곡했다. 자신의 부족함으로 신의를 저버린 행위를 저지른 일은 그다음 행동에 한층 더 결기를 세우게 한다. 자신의 한때 실수가 진정한 자기의 본모습이 아님을 더욱 증명코자 하는 의기를 다지게 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도 실수투성이의 삶을 살아간다. 언행일치가 아니라 불일치의 생애다. 베드로의 실수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의 실수 다음에 자기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베드로의 참모습을 보아야 한다. 우리도 베드로처럼 ‘나의 나 됨’을 보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