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애니메이션 백과 - 미국의 애니메이션
hanjy9713
2023.09.10. 06:43조회 8
미국의 애니메이션
요약 미국의 애니메이션은 거대 산업과 연거푸 이어지는 신기술 진화의 만남으로 탄생해 발전했다. 애초 애니메이션은 신기술의 토대 위에 세워졌는데, 특히 미국에서는 산업의 일부로 수용되었다. 따라서 애니메이션은 상업성, 대중성, 표준 공정,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발전해왔다.
■ 대륙 간 애니메이션 정체성의 차이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유럽의 애니메이션은 침체기에 들어섰다. 이로 인해 애니메이션의 실험과 표준화는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은 유럽과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었지만 그 성격은 대조적이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실험이 회화나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움직이는 예술) 등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유럽과 다르게 미국의 초기 애니메이션은 거대 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것이었다.
셀(cell, 작화가 끝난 동화를 전사할 때 사용하는 투명 필름), 로토스코프(rotoscope, 촬영한 동영상의 이미지를 한 프레임씩 베껴 그리는 장치), 멀티플레인(multiplane, 원근감에 변화를 주기 위해 촬영기 렌즈 밑에 유리로 된 판을 여러 장 준비하고 그 초점 거리를 자유로 조절하며 촬영하는 애니메이션 촬영 기법) 등의 발명은 대량생산을 위한 초석이 되었으며, 애니메이션 공정 기술의 혁명을 가져왔다. 월트 디즈니(Walt Disney)는 이러한 결과물과 더불어 친근한 캐릭터로 미국 애니메이션의 표준을 만들어냈다.
■ 영사기의 발전
애니메이션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은 뤼미에르 형제[프랑스의 발명가 오귀스트 뤼미에르(Auguste Lumière)와 루이 뤼미에르(Louis Lumière) 형제를 이르는 말]의 시네마토그라프(cinematographe)라 할 수 있다. 그들의 영사기는 커다란 스크린에 영상을 재생하여 많은 사람이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시네마토그라프가 만들어지기 전, 1889년에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이 발명한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라는 영사기는 시네마토그라프와 관람 방식의 차이가 있었다. 키네토스코프는 커다란 상자를 통해서, 한 사람씩 차례로 영상을 봐야 했다. 영사기의 발전으로 미국에서는 신문 연재만화를 그리던 만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영상으로 만드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 영사기에 대한 열망으로 탄생한 애니메이션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은 애니메이션이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영사기의 출현으로 신문 연재만화가들과 미술가들은 실재하는 자연적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보다 스스로 그리거나 만든 작품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데 몰두했다.
최초의 프레임 바이 프레임 애니메이션(frame by frame animation, 각 프레임마다 조금씩 다른 장면을 넣어 움직임을 표현하는 기법)을 만든 제임스 스튜어트 블랙턴(James Stuart Blackton)은 본래 저널리스트였으나 영사기의 신기함에 매료되어 자신이 직접 영화를 찍어보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다. <유쾌한 얼굴(Humorous Phases of Funny Faces, 1906)>이라는 작품은 그의 이런 열망에서 탄생했고, 애니메이션 역사에 발자취를 남기게 되었다.
<유쾌한 얼굴>에서 애니메이션이 시작되는 부분에 등장하는 남성과 여성의 모습
두 사람의 즐거운 표정은 남성이 담배를 피우며 사라지게 된다. 이후 등장하는 어릿광대의 묘기가 재미있게 표현되었다.
■ 미국 애니메이션의 표준을 확립한 윈저 맥케이
제임스 스튜어트 블랙턴의 실험 이후, 미국에서는 윈저 맥케이(Winsor Zenis McCay)라는 신문 연재만화가가 자신의 만화 캐릭터들을 활용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윈저 맥케이도 블랙턴만큼이나 영상에 대한 관심이 커서 4,000여 장이 넘는 그림을 그려가며 첫 작품 <리틀 네모(Little Nemo, 1911)>를 완성했다.
<리틀 네모>는 캐릭터를 둘러싼 짙은 색의 선과 컬러,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특징적이다. 그의 애니메이션은 만화에 쓰인 그림 표현들을 그대로 애니메이션에 옮겨오며 훗날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표현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이바지했다. 또한 신문 연재물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 OSMU)의 가능성을 실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윈저 맥케이의 <리틀 네모>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 미국 애니메이션의 산업적 발전 요인
1910년대에는 다양한 기술적 실험이 활발하게 나타났다. 1914년에 미국의 라올 바레(Raoal Barré)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움직이지 않는 부분은 그대로 두고 움직이는 부분만 그리는 슬래시 시스템(slash system)과 종이를 고정시켜주는 탭(tap)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존 랜돌프 브레이(John Randolph Bray)와 얼 허드(Earl Hurd)는 투명한 셀로 배경과 캐릭터를 분리해 작업할 수 있는 브레이·허드 프로세스(Bray-Hurd process)를 발명했다. 이밖에 로토스코핑(rotoscoping, 애니메이션 이미지와 실사 동영상 이미지를 합성시키는 기법), 멀티플레인 기술 등이 연이어 개발되었으며, 이러한 시도들은 애니메이션의 기술적·산업적 혁신과 표준화를 가져왔다.
미국의 애니메이션 산업화에는 기술뿐 아니라 거대 신문사들의 역할이 컸다. 그 대표적인 예로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는 신문사 외에 애니메이션 회사를 설립해 애니메이션 사업에 뛰어들었다. 1912년에 설립된 허스트 인터내셔널 필름 서비스(Hearst International Film Service)는 허스트가 가진 신문들에 연재되는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대표작으로는 <크레이지 캣(Krazy Kat, 1916)>, <해피 훌리건(Happy Hooligan, 1917)> 등이 있다.
■ 소규모 스튜디오의 활약을 이끈 설리번 스튜디오
1910~1920년대 미국에서는 소규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활약도 활발했다. 설리번 스튜디오(Pat Sullivan Studios)는 무성영화 시대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를 창조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1915년에 설립된 설리번 스튜디오는 1919년에 <고양이 펠릭스(Felix the Cat)>라는 애니메이션을 발표했다. 펠릭스는 검은 고양이가 저주의 상징이라고 여겼던 당시의 통념을 뒤집으며, 귀엽고 모험심 강한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고양이 펠릭스>는 오토 메스머(Otto Messmer)와 팻 설리번(Pat Sullivan)의 대표작으로, 미국에서 1920년대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이 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펠릭스가 대표적인 의사소통과 효과음을 만화처럼 말풍선과 글자로 표현하는 것인데, 이는 무성영화 시절의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팻 설리반 스튜디오의 고양이 캐릭터 펠릭스는 무성영화 시대에 가장 성공한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다
■ 로토스코핑 기술로 움직임의 혁신을 가져 온 플라이셔 스튜디오
맥스 플라이셔(Max Fleischer)와 데이브 플라이셔(Dave Fleischer) 형제는 플라이셔 스튜디오(Fleischer Studios)를 설립하고 1917년에 로토스코프 기법(The Rotoscope)을 고안해냈다. 로토스코프 기법은 실제로 촬영한 장면을 선을 중심으로 그대로 옮겨 그려 실사와 같은 부드러운 동작을 얻어내는 기법이다. 플라이셔 형제는 이러한 기술로 <광대 코코(Koko the Clown, 1919)>를 성공적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 플라이셔 스튜디오는 훗날 미국에서 디즈니의 아성에 견줄 만한 애니메이션 회사로 성장했으며, 대표적인 캐릭터로는 베티 붑(Betty Boop)과 뽀빠이(Popeye the Sailor) 등이 있다.
플라이셔 형제의 로토스코프 기술은 <광대 코코>를 통해 완성되었다
■ 디즈니와 안티디즈니의 경쟁과 발전
미국의 애니메이션 역사는 디즈니의 흥망에 관한 역사로 볼 수 있을 만큼, 디즈니는 미국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회사이다. 월트 디즈니(Walt Disney)는 1928년에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 (Steamboat Willie)>로 대중성을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그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두운 점도 존재했다.
디즈니에 반기를 들고 나온 애니메이터들은 안티 디즈니(Anti Disney)의 성격으로 애니메이션을 창작했는데, 대표적인 회사가 UPA(United Productions of America)이다. 사실적인 움직임과 캐릭터, 설화를 바탕으로 한 디즈니와는 달리, 간결하고 명료한 선 중심의 캐릭터와 제한적인 움직임을 통해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표현하려 했다.
마치 주류 애니메이션에 저항이라도 하듯이 그들의 애니메이션은 디즈니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애니메이션계에 다양한 표현과 이야기를 제공했고, 애니메이션의 발전이 질적·양적으로 더 풍부해지는 순기능을 가져왔다. UPA가 성공하면서, 안티 디즈니 계열의 회사들은 리미티드 애니메이션(limited animation, 1초 동안 사용되는 그림의 매수를 줄여 움직임을 투박하게 묘사하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더욱 활발하게 활용했다. 안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대표적 형식인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은 특히 TV 애니메이션에서 많은 두각을 보였다.
안티 디즈니의 선봉에 있던 UPA가 1950년에 만든 대표작 <제럴드 맥 보잉보잉(Gerald McBoing Boing)>
■ TV의 등장으로 다양화 된 미국의 애니메이션
월트 디즈니 중심으로 미국의 애니메이션이 발전해온 것은 사실이나, 이는 극장용에서 보여준 활약들이었다. TV의 등장으로 많은 영화사들이 위기를 맞았듯이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였다.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은 매우 빠른 사이클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했으며, 이야기도 극장용과는 달라야 했다. 미국의 TV 애니메이션은 디즈니뿐 아니라 모든 애니메이션 회사들에게 기회의 매체였다. 또한 극장용과는 달리 어느 한 회사가 독식하지 않고 고르게 발달했다.
플라이셔 스튜디오(Fleischer Studios)의 <뽀빠이(Popeye)>, 워너 브라더스 픽쳐스(Warner Brothers Pictures Inc.)의 <벅스 바니(Bugs Bunny)>, 해나 바베라(Hanna Barbera)의 <톰과 제리(Tom and Jerry)> 등이 TV에 등장해 인기를 끌었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회사로 명망을 쌓았다. 이후 미국의 TV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주제와 표현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 신기술의 애니메이션 적용
미국의 애니메이션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산업적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정체성은 현재까지 이어져왔다. 2차원의 평면적인 셀(cell)을 중심으로 표현적인 표준을 정립하고 움직임을 주었던 애니메이션의 방식은 1990년대 중반까지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조금씩 발전을 거듭한 3차원 컴퓨터 이미지와 움직임들은 신기술의 영향과 새로운 스펙터클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이미지에 큰 변혁을 가져왔다.
컴퓨터를 이용한 다양한 이미지와 환영에 집중했던 과정은 1995년에 픽사(Pixar)의 <토이스토리(Toy Story)>에서 명확한 족적을 남기게 된다. 최초의 3D 장편 애니메이션인 <토이스토리>가 대성공을 거둔 이후, 미국의 애니메이션계는 3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다. 1995년에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와 제프리 카젠버그(Jeffrey Katzenberg) 등이 설립한 드림웍스(Dreamworks SKG)는 픽사와 경쟁하기 위해 1998년에 <개미(Ants)>를 만들었다.
■ 픽사의 도약과 디즈니와의 합병
당시 픽사는 디즈니와 협력하에 10년간 5개의 작품을 만들기로 계약했다. 따라서 드림웍스의 경쟁 대상은 픽사보다는 디즈니였다. 드림웍스는 디즈니와 라이벌 구도를 설정하면서 단숨에 미국 애니메이션의 양대 산맥으로 입성했다. <카(Cars)>를 마지막으로 픽사와의 계약이 끝난 디즈니는 자신들이 제작한 애니메이션들의 무력함 때문에 큰 절망에 빠졌다.
2006년에 디즈니와 픽사가 합병하면서 디즈니는 다시 활력을 되찾았으며, 이후 미국 애니메이션의 판도는 3D 애니메이션으로 재정립되었다. 현재는 퍼핏 애니메이션(puppet animation, 인형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한 장면씩 촬영해 움직임을 만드는 애니메이션), 클레이 애니메이션(clay animation, 점토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등의 기법이 3D로 대체될 정도로 기술력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 3D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약진
현재 미국에서는 3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다양한 중소 스튜디오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3D 애니메이션 기술은 비단 디즈니와 드림웍스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기술을 바탕으로 한 중소 스튜디오들의 약진이 주목할 만큼 큰 성과를 거두면서, 현재 미국에서는 다양한 3D 애니메이션들이 창작되고 있다. 최근에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의 소니 픽처스(Sony Pictures)와 <아이스 에이지(Ice Age)> 시리즈와 <에픽(Epic)>의 블루스카이(Bluesky), <슈퍼 배드(Despicable Me)>의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 Entertainment), <코렐라인(Coraline)>의 라이카 엔터테인먼트(Laika Entertainment) 등이 미국 3D 애니메이션의 양적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김대중. 2001. 『애니메이션의 이론과 실제』. 초록배매직스.
퍼니스, 모린(Maureen Furniss). 2001. 『움직임의 미학』. 한창완 옮김. 한울.
황선길. 1998. 『애니메이션 영화사』. 범우사.
가드너, 가트(Garth Gardner). 2007. 『컴퓨터그래픽과 애니메이션』. 이인재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Herdeg, Water and J. Halas. 1967. Film & TV Graphics: An International Survey of Film and Television Graphics. Zurich: The Graphic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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