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거인을 깨웠군. 그랬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예측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사실 중립을 고수하고 있던 대국을 건드릴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것은 희망일 뿐이라는 사실은 터지고서야 깨달았습니다. 늦은 것이지요. 아무튼 크나큰 희생을 당했지만 분기탱천 심기일전의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속도 빠르게 준비를 해나갔고 국가적 분노가 국민 개개인의 분노로 전달되었습니다. 비록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도 목숨을 건 전장으로 달려가게 하였습니다.
전쟁이 힘만으로 승패를 가르는 시대는 진작 지났습니다. 군사력이 결정하던 때를 지나 전술과 전략이 판가름 내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뒷받침해주기 위해서 상대방을 알기 위한 첩보전이 사태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의 전략을 알아낸다든지 적의 위치를 추적해낸다든지 하는 내용들이 매우 중하게 작용했습니다. 당연히 상대방이 알아낼 수 없도록 암호가 사용되었고 또한 그 암호를 풀어내기 위한 작업도 발전해갔습니다. 정보는 전략을 세우는데 기본이 되었고 그 결과는 엄청났습니다. 수만의 군사의 목숨이 걸린 일이지요. 나아가 국가의 명운이 갈리기도 합니다.
한 부대를 책임지고 있는 장교는 책임지고 있는 수만큼의 목숨을 담보합니다. 적게는 몇 십 명에서 많게는 수만의 병력이 그의 전술과 전략에 따라 죽고 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대장의 한 마디가 그 수만큼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질 것입니다. 그것을 감수하고 작전명령을 내립니다. 그러니 결단하기까지의 고심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비단 전장에 나가는 병사만 당하는 일입니까?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은 어떤가요? 행여 전사통고라도 받을까 하루하루를 지옥 같이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면 결단은 더 어려워집니다. 아주 냉정하게 사태를 판단하고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일단 피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결정하고 전장에 임해야 합니다. 그리고 병사들이 실제로 전장의 현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아무리 작전을 잘 짜고 전략이 뛰어나다 해도 너만 죽고 나는 사는 그런 전쟁은 없습니다. 승리를 한다 해도 그에 따른 희생은 감내해야 합니다. 누가 죽고 누가 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누가 무사귀환을 할 수 있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일단 승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죽음의 희생을 담보로 남은 자들은 승리를 축하할 수 있습니다. 해줄 수 있는 일은 기억해주고 위로해주는 것입니다.
일본의 야망은 날로 커졌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걸림돌이었습니다. 어떻게든 간섭하지 못하도록 견제해야만 했습니다. 따라서 미드웨이 섬을 공략하여 미국의 전초기지를 빼앗으면 최고 안심이 됩니다. 상상도 못한 일본 본토 공습을 당하고 나서는 미국에 대한 견제가 더욱 필요했던 것입니다. 대단한 해군력을 지니고 있던 일본으로서는 능히 해볼 만한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진주만 폭격을 당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이니 미국의 해군력은 일본에 맞설 만한 정도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 때 많은 전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시급합니다. 가만 기다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중요한 정보는 파악되었습니다. 일본의 공격 목표가 어디라는 사실을 파악한 것입니다. 문제는 방어할 능력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가만 당하고 있어야 하는가? 속된 말로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면 불가능에 도전하는 일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분기탱천한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그들의 실력을 믿어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역사에 빛나는 일전이 시작됩니다. 전력을 비교해보면 게임이 되지 않는 전투입니다. 그러나 힘만 가지고 전쟁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적의 동향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최대한 이용합니다. 그리고 목숨을 건 병사들의 희생과 수고가 따라갑니다.
이야기 자체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오래 전 동명의 영화도 있었습니다. 또한 이미 영화 ‘진주만’에서도 본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단지 다른 것은 촬영기법일 것입니다. 그리고 부가적 이야기들을 조금 더 첨가한 정도라고나 할까요? 그러니 색다른 것은 전투장면들입니다. 옛날 것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사실적이고 현장감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전투기들의 공중전과 전투함과 전투기들의 치열한 총탄세례들, 거대한 함대가 폭탄을 맞고 파괴되는 장면들이 볼거리입니다.
그런 속에서 새삼 깨닫는 것은 지휘관의 무게입니다. 그것은 아군 적군이 따로 없습니다. 어느 쪽이든 생명을 건 사건이고 국가의 장래를 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 백성들 개인의 생명과 인생들도 엮여 있습니다. 영화 ‘미드웨이’를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