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카페·공방·편의점 등 난립
- 국제아트센터 들어오면 꽉 차
- 어린이풀장 등 공간부족에 반려
부산의 대표적 도심 근린공원인 부산시민공원이 건립 초반 부산시의 무분별한 시설 배치로 결국 포화 상태를 맞았다. 부산국제아트센터가 연말 착공하는 등 시민공원에 대규모 건물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정작 시민의 휴식에 필요한 시설은 밀려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부산시설공단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 시민공원(47만3911㎡)의 시설률(공원에서 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은 35.38%로, 2021년 아트센터가 준공하면 39.99%까지 뛰어 법으로 정해진 40%를 꽉 채운다. 현행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상 근린공원은 공원 면적이 10만 ㎡ 이상이면 시설 면적은 전체의 40% 이하로 해 녹지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 시설률 40% 이하를 유지하려면, 앞으로 아트센터 외에 어떤 건물이나 시설도 시민공원에 설치할 수 없다.
‘시민 휴식공간 제공’이라는 취지에 맞는 시설은 오히려 밀려나고 있다. 부산진구가 지난달 19일 시행한 ‘현장소통 공감토크’에서는 “시민공원에 어린이 풀장을 설치해 달라”는 건의가 들어왔다. 시민공원에는 소규모(650㎡) 물놀이 마당이 운영 중이지만, 이를 이용하는 어린이 수가 점차 늘면서 추가 시설을 설치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 이에 부산진구가 시설공단에 1000㎡ 규모의 어린이 풀장 설치를 건의했지만, 시설공단은 “더는 자리가 없다”고 반려했다.
이미 시민공원에는 각종 카페와 방문자센터 공방 편의점 등이 들어선 데다 부지 면적 2만9408㎡의 아트센터까지 예정돼 새 시설을 위한 공간이 없다. 이 때문에 시민공원의 공간을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그때 꼭 필요한 시설을 넣을 수 있게끔 적절히 비워뒀어야 한다는 비판이 인다. 어린이대공원 측은 ‘어린이 교통교육장을 짓고 싶다’고 요청했고, 시와 여러 기관은 물론 민간에서도 “시민공원에 시설을 넣고 싶다”고 호소하지만 모두 불가능한 얘기가 됐다.시민사회는 지금이라도 시가 시민공원의 녹지 공간을 다시 확대해 근린공원답게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시민공원은 공원의 성격에 맞게 운영돼야 하는데 여러 건물 탓에 정체성이 흐려졌다”며 “앞으로 녹지 공간을 유지해 시민공원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재개되면서 아트센터를 북항 재개발지역 내에 짓는 것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예정대로 시민공원에 짓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공원 건립 후 10년이 되는 해까지는 더는 추가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녹지공간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