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
김광한
우리 나이 또래 사람들의 어린 시절에는 너무나도 궁핍해서 물건다운 장난감이 별로 없었다.전쟁이 끝난지 얼마되지않아서 놀이라고는 고무줄놀이, 썰매타기같은 것이 고작이었고 헌종이를 접은 딱지, 구슬, 그것도 울퉁불퉁한 짱구구슬을 보배처럼 여기던 시절이었다.나이가 점차 들면서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의 숫자가 늘었고 이 물건들을 가짐으로서 기쁨을 맛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물건이란 시간이 지나면 낡고 고장이 나고 또 새로운 물건이 생겨전의 물건은 가치가 없어지고 기쁨을 유발하는 물건들은 항상 새로나타났다가 없어진다.사람도 그렇다.중고등학교 때 만난 친구들과 평생을 함께 할것같지만 새로운 환경과 그 환경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귀다보면 옛날의 친구들은 과거속의 한때 사람들이 돼 버린다.
젊어서 사랑을 하면서 그 사람이 아니면 죽을 것같던 사이도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은 언제 그랬냐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이 된다.물건을 소유하는 기쁨이나 연인과 사랑을 나누는 것 모두가 소유욕에서 비롯이 된다.저 사람은 내것이다란 생각은 집착을 갖게 되고 이 집착은 괴로움으로의 시작이 된다.
세월이 어느정도 흘러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볼 나이가 되면 그 모든 것들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사랑의 열기도 한때, 좋은 물건을 소유해본것도 한때, 내것인 것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내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완전히 내 옆에 두고 살것같은 생각,그것이 행동으로 나타날때는 한 개인을 망치게 만든다.
연인이었던 사람이 곁을 떠날때 이런 저런 사람도 있지 하고 얼른 체념을 하게 되면 마음이 편해진다.세상에는 내 완벽한 소유의 물건도 없고 사랑도 없다.백화점에 들어가 그 많은 물건들이 내게는 아무런 필요가 없다고 느낄때 그리하여 욕심이 없어질때 사람은그제야 철이난다.내것은 없다.나는 자유인이다.놓고갈 물건도 없다.얼마나 편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