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들어 더위와 추위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한다.
몇 번의 단풍여행을 했지만 올해 단풍은 통 철이 없다.
기웃기웃 목, 금 이틀 동안 전남의 비 예보에 마음이 안 잡힌다.
그래도 우중 단풍이라도 만끽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여정을 시작한다.
1. 나주수목원
서울 출발 네 시간만에 나주에 도착했다.
처음 들린 곳은 나주수목원이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한 가운데를 관통하며 수목원을 둘로 갈라 놓는다.
노오랗게 물든 잎 색깔이 무척 여유롭고 따뜻하다.
비 내리는 나주수목원을 180도 둘러 보며 영상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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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벽오동 보리밥 정식
새벽부터 오래 달려 온 터라 점심은 꿀맛이었다.
정갈하고 정성스런 음식들이다.
2. 나주 덕룡산 불회사
오후 첫 일정으로 불회사로 향했다.
불회사는 원래는 불호사였으나 1800년대 이후 불회사로 바꾸어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다.
불회사는 특히 창건에 대하여 여러 설이 있는 사찰이다. 백제 침류왕때인 384년 인도의 고승 마라난타가 영광 법성포에 상륙하여 불갑사를 창건하고 이어 덕룡산 동쪽 기슭에 불호사(창건시 사찰명)를 세운 것이 시초라고 한다.
절 주위의 전나무, 삼나무, 비자나무 등의 숲은 아늑한 분위기를 이루며 단풍이 가장 늦게 드는 지역으로 그 빛깔이 인근에서 가장 아름답고 오랫동안 볼 수 있는 곳으로 인근의 나주호와 더불어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불회사에 도착하도록 비는 그칠 줄 모른다. 각자 비옷과 우산으로 무장하고 답사를 시작한다.
길벗들이 절 처마 밑에서 폭우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절 입구의 할아버지, 할머니 장승. 수문신상인 석장승이다. 해학적인 모습들이 정겹다.
가을 비와 젖은 낙엽이 뒹굴고 있는 입구 도로의 와당무늬 돌판.
우중에 절을 한바퀴 골고루 답사한다.
나도 파란 비옷을 입고 한 컷 남긴다.
불회사 답사를 마치고 버스타러 가는 길의 풍광이다.
단풍잎에 매달린 물방울에 마음을, 시간을 빼앗긴다.
내를 건너고 숲길을 지난다.
3. 화순 영구산 운주사 천불 천탑
전남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 천불산(千佛山 또는 靈龜山) 기슭에 있는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송광사 말사이다. 운주사는 천불천탑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불교의 깊은 혼이 서린 운주사는 우리나라의 여느 사찰에서는 발견 할 수 없는 특이한 형테의 불사를 한 불가사의한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영구산 운주사 현판이 쓰여있는 문 한가운데에 거북이 한마리가 돌 위에 앉아 있다.
입구의 큰 탑이 길벗들을 멈춰 세운다.
운주사 석조 불감. 두분의 부처님이
벽을 가운데 두고 등을 맞대고 석탑 속에 앉아계시다.
운주사의 불상들은 천불산 각 골짜기와 바위 밑에 여러기가 집단적으로 배치되어있다. 이러한 불상배치와 제작기법은 운주사 만의 특별한 가치로 평가받는다.
운주사 석탑들은 모두 다른 모양으로 각각 다양한 개성을 나타내고 있다.
수많은 세월의 풍상을 버티며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것을 보면 이곳의 조형자들의 기술이 최고의 수준인 듯하다.
운주사 석조 여래불 (와불)을 찾아서
와불을 만나러 낙엽이 쌓인 계단을 오른다.
부처님이 누워계신다. 두명이다. 아니 한쌍의 남녀 와불이다. 신기하다. 비를 온몸으로 맞고 계시다.
누가 이 편편한 바위를 조각할 생각을 했는지
대단하다.
운주사 경내
바위를 지붕삼아 석불들이 앉아 있다. 석불의 크기가 다양하다. 석불들도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듯 우리 길벗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산에 높이 오르니 먼 산들의 실루엣들이 겹쳐져 보인다.
한참동안 운주사 경내의 호랑가시나무 열매를 폰에 담았다. 크리스마스도 멀지 않았구나~! 새삼 느낀다.
가을비 우산속에 운주사를 떠난다.
나는 운주사에 머문 시간들과 마주한 모든 유적들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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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흥 가지산 보림사
대웅보전 앞의 열대식물 같은 파초가 신기하다.
노란 코끼리 상이 멋지다.
보림사 경내를 담았다.
5. 강진만 갈대와 낙조
마지막 일정으로 강진만에 도착했다.일몰시간이 다 되어간다.
갈대밭 뒤로 하얀 조형물들이 보인다.
서편 하늘에 하얀 초승달이 떠있다.
이제 길고 긴 하루여정이 끝났다.
저녁은 저두맛집 바지락 초무침 정식이다. 푸짐하고 맛있다.
이제 숙소인 주작산 휴양림을 향해 출발.
비 내리는 산중을 구비구비 돌아 깜깜한 휴양림에 도착하였다.
방 배정을 받고 보니 내 방은 서로 뚝뚝 떨어져 있는 숲속의 집이었다.
나는 깜깜한 빗 속에서 겨우 열쇠를 열고 들어갔다.
이 외딴집에서 혼자 하루밤을 보내려니 무서움이 밀려온다.
아~! 잘 수 있으려나!
2편에 계속
첫댓글 동백사랑님의 운주사 사랑이 돋보이네요
운주사에 예전에 제가 금송아지(♡) 몯고 왔는데~~찾으셨죠
나주 불회사는 못가본 곳인데
자세히 소개해 주셔서
편안하게 감상하고 갑니다
건행하세요
이번 가을비우산속 여행은 가히 문화유산답사라는 말이 꼭 들어 맞네요. 지금까지 모르고 지냈던 한국의 보물들을 저만 몰랐던 듯 합니다. 일정 내내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멋진 한주간 되세요♡
우중에 남도여행이라! 나름 운치가 한몫했네요.
나주수목원과 불회사, 불회사의 고즈넉함과 해학적인 장승의 모습
화순으로 옮겨 운주사의 전경을 싸목싸목 거닐며
멋진 탑들과 부처상들을 보시고, 와불까지 영접
참 보기좋으네요.
맛난 남도밥상차림이 보기만 해도 침이꿀꺽, 바지락회무침! 먹고싶다~
강진만의 갈대밭으로 철새를 보러, 갈대숲을 걸으러~
그 초생달 참으로 곱네요.
덕분에 남도에 살면서도 일때문에 쉽게 여유부리지 못함을
후기로 달래봅니다. 즐감했어요.
감사드려요~^^늘 건행하소서~^^
저의 후기에 대해 자세한 소감을 올려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무심재여행만이 할 수있는 답사여행으로 모든 일정이 행복했습니다. 여행길에서 만나뵙길 바랍니다~^^
화순 운주사는 강수연 주연의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영화속 강수연은 화순 운주사 곳곳에 모셔져 있는 ‘못난이 돌부처’를 두고 영화 속 스님들이 저마다 ‘못생겼다’ ‘밉다’ 여담을 나눌 때, 강수연이 다음과 같이 웃으며 당차게 말합니다.
“여기에 불상을 새긴 사람들은 가난한 농부나 못 배운 무지렁이일지도 몰라요. 그치만 그들 나름대로 마음 따뜻한 극락세계 속 부처님을 청정하게 그려낸 것 아닐까요? 우리가 수행을 하는 것은 부처님처럼 깨끗해지기 위함입니다. 못생겼다고 바라보는 그 마음이 못생겼겠죠!”
신암사에서 촬영한 강수연의 삭발장면과 함께 기억예 남는 장면입니다.
역시 👍 문항님이십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정보를 알려주시니 운주사의 석불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폭 넓은 식견에 감탄하며 감사드립니다 ~^^
우중의 남도여정을 상세히 기술 하셔서 몇해전 주마간산 하듯 다녀온 기억을 퍼즐 맞추듯 했습니다
한가지 ~ 장흥 가지산 보림사 대웅보전앞 바나나잎 비슷한 초화는 야자수가 아니고 중국이 원산지인 상록수 파초( 芭蕉 )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류를 알려주셔서 수정했습니다.
긴 글주의라는 글에 웃으면서 열어보았습니다
역시 섬세한 글
섬세한 시선으로 옮겨 주신 글
동백사랑님의 후기 입니다
우중의 가을은 더욱 진하게 추억으로 남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건강은 괞찮으신지요?
다음 여행길에 건강하신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긴 글을 웃음으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로기님 몽골여행에서 뵙고 아직 못 뵈었습니다. 다음 여행길에서 반가이 만나고 싶어요. 늘 건강하세요 ~^^♡
오랫만에 함께 여행했습니다.
그동안 전시회 작품하시느라 강의하시느라 바쁘신가 했습니다.
이젠 좀 시간이 나는가 봅니다.
자세하게 올려주신 사진과 글로 한번 더 공부하며 다시 여행을 하였습니다.
운주사는 일부는 내가 포기하고 와불만 보러 갔었는데 자세한 사진과 글로 내가 못 본 것이 있어 감사하게 공부했습니다.
다시한번 더 감사드립니다.
부산 이후 10개월만에 만나뵈서 반가웠습니다. 오랫만에 1박2일 여행을 하니 빗속이라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시야님이 계셔서 더욱 든든했습니다. 마젠타빛 망토 덕분에 눈 호강 했습니다. 자주 만나 뵙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