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요지역 아파트시장에 최근 때아닌 전세난이 일고 있다. 보유세 등 세금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 보유자들이 전세물건을 매물로 돌려 내놓으면서 전세물건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매매시장은 거품이 빠진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짙은 관망세 속에 거래가 실종됐다.
전세 물량부족이 심화되면서 경기도 안양지역 등 일부에서는 전형적인 비수기인 데도 최근 한 달새 전셋값이 최고 5000만원 정도 치솟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아파트 전세집구하기에 부담을 느낀 일부 세입자들은 연립이나 단독주택 등으로 낮춰가는 경우도 간간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정책이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면서 서민들의 부담만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물건, 매물 전환 바람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일산·중동·안성·안양 등 수도권 지역의 전세시장은 물량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세를 원하는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싼 값에 전세를 들어거나 이마저 구하지 못한 경우 집을 매입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경기 부천 중동신도시의 부동산114공인 관계자는 "보유세·양도세 등 세금 강화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매매물건만 내놓고 있어 전세물건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최근 1∼2개월 동안 30평형대는 1억3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뛰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얼마전에는 전셋집을 못구한 사람들이 하는 수없이 아파트를 구입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의 굿모닝부동산 관계자는 "올들어 전세물건이 귀해지고 있다"면서 "최근 한달 사이에 32평형은 3000만원, 42평형은 5000만원 정도 전셋값이 뛰었다"고 했다.
안산시 성포동 장수부동산 관계자는 "지난 3개월 동안 전세물건을 구경도 못해 봤다. 안산시 전체적으로 전세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파트 전세물건을 찾다가 포기한 사람들이 빌라쪽으로 발길을 돌려 2년 동안 안빠지던 빌라 전세물이 빠르게 소화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일산신도시 일대도 전세매물이 달리기는 마찬가지. 주엽동의 한 업소는 "문촌삼익 37평형이 1억8000만원, 우성 59평형이 3억5000만원으로 최근 2000만∼3000만원 올랐지만 전세 구하기가 쉽지않다"고 말했다.
■"매물은 넘쳐도 찾는 사람 없어"
이에 비해 매매시장은 물건이 넘쳐나도 관망세만 짙어 거래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더 빠지기 전에 서둘러 집을 팔려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나면서 매물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은 매수에 관심이 없는 실정이다.
일산 주엽동의 C공인 관계자는 "전세물량이 줄어드는 대신 매물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방학시기가 다가오면서 전세물건을 찾는 사람은 있지만 매물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과 경기 성남 분당 등 수요층이 두꺼운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강남구 대치동 P부동산 관계자는 "이곳은 학군 수요가 꾸준해 항상 매물이 부족했었지만 버블 경고 이후 매물이 늘고 있다"면서 "아직 시장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해 문의조차 뜸하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호가 올리기'로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역도 매수세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중동신도시의 A업소 관계자는 "주민들의 가격 답합으로 그린타운금호 37평형이 한 주새 3000만원 오른 3억6000만원을 기록하고 있지만 매물을 찾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안산의 B업소측도 "평형별로 한 달새 1000만∼3000만원 올랐지만 의미가 없다"며 "실제로 집을 팔려는 사람은 종전 가격대로 물건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