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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부끄럽고 미안했던 산행!... 어디로 : 조봉산 - 공림사 언제 : 2019.06.06. 누구랑 : 목요산악회따라 아내랑 며칠전의 일이다. 그러니까 제주도 2박 3일 벙개를 마치고 하룻밤을 지낸후 아침에 면도하러 욕실에 들어가니 거울에 비친 코 밑 인중 근처에 붉으스럼한 땀띠 같은 발진 7~8개 눈에 띄인다. 나는 단박에 "얼라리?...간만에 그놈이 나타났네 그랴!.."하며 낭패한 기분이 들었다. 대충 면도를 하고 공도 OO피부과에 들리니 아니나 다를까 과로로 인한 단순포진이란다. 단순포진이라!...쉬운말로 하면 몸이 고단해 입술 주위 주둥이가 부르튼 것이다. 복용약 하루치와 연고를 처방해 줄테니 며칠 푹 쉬란다....써글! 2003년도 쯤인가? 내가 극히 산행 초보일때 아내와 함께 월악산 덕주사에서 올라 영봉찍고 덕주사로 내려오는 멋대가리 없는 산행을 한 일이 있었는데 아내는 멀쩡했지만 나는 이랫 입술에 물집이 생겨 주둥이가 떡나발이 되어 그놈이 딱지가 앉으면서 근 열흘동안 시커먼 밥풀떼기를 입술에 붙이고 다녔으니 남의 속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허물없는 직장 친구들은 얼마나 화끈하게 불타는 밤을 보냈길래 입술이 그 모양이냐고 실없는 우스개 소리를 해대기도 했었다.... 과로라니?..그깟 한라산 영실에서 어리목 코스 1일, 검은 오름 1일 산행 같지도 않은 산행에 과로라니?...도대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현실은 현실이니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나름 과로의 원인을 분석(?)해보니 카니발 렌트카에 이른다. 그려!...결국 원인은 너였구나!...ㅋㅋ 벙개 인원은 10명...남3, 여7 이었으니 눈치 빠른 남2는 자발적으로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여 내가 아니면 다른 어떤 여자가 그 자리에 앉아야 할꺼고....육신이 불편하드래도 정신은 편한 것이 훨씬 이롭지 않겠느냐고... 좁아터진 카니발 제일 뒷자리에 무릅팍을 90도로 꺽어 웅크리고 앉아 몇시간씩 넓디 넓은(?) 제주도를 쑤시고 다녔으니 그건 차마 고문 당하는 자세나 마찬가지였더라!... 07:25 공도 롯데마트 → 09:56 상신리 마을회관 (산행시작) → 11:22 조봉산 → 11:49 석굴 → 12:12 산부인과 바위 → 12:19 코뿔소 바위 → 13:24 미륵산성(도명산성) → 13:39 공림사 하산 삼거리(B조 하산기점) → 14:14 공림사 → 14:48 공림사 일주문(4시간 48분 산행 끝) 조봉산은 비탐구역이라 가볼 기회가 없었던 탓일까?...달리마님. 청암님. 산야님등 내노라하는 산꾼들.....연조 깊은 지인들의 얼굴을 볼수 있어 반가웠다. 제일 꽁지라며 수연씨는 서둘러 올라 가지만 제주도 벙개 후유증인지 모르지만 나는 무릎팍 아래 다리를 깁스를 한것처럼 뻣뻣하고 숨이차서 수연씨를 따라갈 수가 없구나. 10여분이나 올라 왔을까?...후미에 처졌던 달리마님, 황대장님, 예인님에게 추월당하고 이제 비로서 내가 제일 꽁지다 싶어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뒤에서 윤박사님이 조용히 나타난다. 천천히 따라 갈테니 부담없이 가란다. 그러나 말이 그렇지 왜 부담이 안되겠는가?... 맨뒤 중앙에 울퉁불퉁 톱날 라인은 속리산 묘봉이란다. 이제 내가 제일 꽁지다. 그러나 나는 그네들을 따라갈 여력이 없다. 손수건으로 동여맨 이마에서 땀은 철태반죽처럼 흘러 내리고... 열댓걸음 걷다가 쉬고...얼음물 마시고...쉴때마다 가슴은 쿵쿵꽝꽝 방방이질하고(심계항진이다)...눈을 질끔 감았다가 뜨면 보이지 않는 하얀 별들이 눈앞에서 우르르 돌아다니고...최악의 컨디션이다. 산행을 포기하고 도로 내려가야 하는거 아닌가?...하는 심각한 고민도 해보지만 "다른 사람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니 참고 올라가야 한다느니"..."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라는 말도 안돼는 산꾼들의 어록을 곱씹어 보면서 한걸음 한걸음 올라간다. 손바닥 만한 파란 하늘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일때쯤 앞서 갔던 윤박사님이 서둘러 내려 오더니 무대뽀로 배낭을 벗으란다. 배낭에는 갈아입을 반바지 하나, 반팔 티셔츠 하나, 얼음물 한병이 고작이지만 배낭 끈이 양쪽 어깨를 파고드는 아픔을 참고 있었는데?... 윤박사님 : 성님...쪼깨만 참으슈!...한 30메타만 오르면 되요!...하며 뒤에서 내 엉덩이를 밀고 올라온다 오늘 윤박사님은 나의 수호천사가 되었으니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다...물론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조봉산 정상에서 아내는 오도 가도 못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그림은 박사님이 지고온 배낭을 돌려 받는 장면이다. 왼고하니 내려 갈때는 다리에 힘이 없어 미끌어질때 꼬리뼈를 다칠지 모르니 배낭으로 안전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ㅋㅋㅋ 오른편으로 가야할 공림사 방향이다....여기 비법정 탐방로 맞는겨?...
몸이 고단하고 컨디션 개판이니 좋은 그림을 봐도 좋은지도 모르고... 평소때는 밧줄잡고 암봉을 오르면 재미 있었지만 오늘같은 컨디션이라면 겁나서 사타구니가 시큼시큼!... 두 번째 암봉의 밧줄 내가 원체 힘들어 하니 아내는 석굴에 들어가서 시원하게 몸을 식히란다. 인위적으로 판 석굴이지 싶은데 길이가 제법 길었다. 사람의 신체는 물이 70%라더니 원체 땀을 많이 흘리다 보니 밸런스 유지하기 위해 땡기는 것은 물뿐이다. 멋진 뷰포인트다 싶어 그림 한 장으로 고마움에 대한 조그만 성의를 보인다. 배낭은 벗어 아래에 걸쳐놓고 지팽이는 밑으로 던져 버리고 산부인과 바위를 통과한다. 비탐 구간이지만 안전로프를 설치해 주셨으니 고마워요...국공단!... 여기서 상신리로 탈출할까 싶었지만 그건 더 어리석은 짓임을 안다 두 번째 탈출지점이다. 코뿔소 바위 지점인데... 나 때문에 늦어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윤박사님은 낙영산까지 갈 모양이다. 윤박사님 : 성님...두분이서 천천히 내려가슈!...나는 낙영산까지 갈라요...
코뿔소 바위란다. 이제 공림사로 내려가면 산행은 끝이지만 혹시 탈진 될까봐 김밥을 꺼내 한조각 베어 물었더니 이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김밥을 씹을 수도 없어 바닥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윤박사님이 있었고 아내가 있었기 망정이지 산행중 탈진 사고는 이렇게 나는구나 싶었다... 땀에 흠뻑 젖은 모자의 땀냄새가 좋았는지 나방 한 마리 달라 붙는다. 낙영산을 바라보며 도명산성에 이른다. 얼핏 보아도 규모가 제법 큰 산성으로 보이는데...
지금까지 걸어온 구간은 비탐구간이었다. 나는 비탐이 싫어요!...ㅋㅋ
아내는 낙영산에 3번이나 올랐다지만 500메타만 오르면 낙영산인데?...아내한테 미안한 순간이다.
공림사다...공림사는 2007.07.07."재수에 성공한 낙영산 & 도명산"이라는 산행기가 있지만 사진 링크가 깨져 배꼽으로 변해 아쉽다.
청암님과 도요새님도 B코스로 내려 오신듯... 보호수도 보호수 나름이지...공림사 느티나무는 타의 추종을 용납하지 않는다. A조의 건각들도 내려오고.... 불상뒤 각기 다른 모습의 탱화가 눈길을 끈다. 대웅전 앞 잔디밭 큰 원 속에 작은 원 3개를 형상화 했는데 불교적인 무슨 가르침의 의미가 있을성 싶은데?...
누구라도 언젠가는 산행을 접어야 한다. 그게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오늘 나의 산행을 생각해보면 그 날이 오늘이 아닌가 싶어 부끄럽고 챙피하고 우울하다!...(산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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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누구라도 언젠가는 산행을 접어야 한다 " 라는 말씀에 문득 가슴이 짠해집니다.
저도 아직은 어린거 같아 그렇지만 ~
언젠가는 선배님의 산행기를 머리가 아닌 가슴과 온몸으로 느낄날이 곧오겠지요.
나그네가 길에서 쉬지않듯이, 그렇다고 산악인이 산행을 멈출수는 없는일...
설령 그길이 아주가는 그길이 되더라도 말이죠.
항상 선배님의 열정에 깊은 경의와 힘찬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짝짝짝 ... 꾸벅
죄송함니다.
함께 하자고 말이나해볼걸
저두 조봉산은 발걸음을 몾해지요.
그래두 마음을 접고 혼자가기는 실어 두언니들만 잡았읍니다.
신성리 출발점에서 무두 출발한뒤에 거시기 한대하고 실실 출발한다
조금오르니 벌통잇는 삼거리에서 달라마님이 우측으로진행형
성님 이쪽이요하고 함게 진행하다 서서히 오르는데 저만치서 누군가 서잇는모습 발견 조금더가보니 버터형님 딱 보아하니 힘든기색이 보이더군요
찬찬히 가세유 내가 뒤에슬게유 아녀 먼저가 앞지르기하고 조금씩 조금씩오시는모습보고 사슴메로 뒤돌아보기 수십번
조봉산 300 여미터 남겨노코 치고 올라 인증하고 기다리다 내려갓담니다.
그래도 무사히 완주 하심을 축하드리며 어여 건강회복하시길 빕니다.
수고 하셧고 고맙고요
편안한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