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26일(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연중 제25주간)
레지오의 목적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은 단원들의 성화를 통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있다. 단원들은 교회의 지도에 따라 뱀의 머리를 바수고 그리스도 왕국을 세우는 성모님과 교회의 사업에 기도와 활동으로 협력함으로써 이 목적을 달성한다.”(공인 교본, 제2장 레지오의 목적)
“성화, 영광, 기도와 활동” 제가 20대 중반에 청년 쁘레시디움(사랑하올 어머니) 교본연구 시간에 참신하게 들었던 말들입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이 말들 하나하나의 의미를 헤아리기보다는 이 말들을 통해 막연하게 와 닿았던 어떤 느낌 속에서, 그저 열심히 성모님과 함께 하느님을 위해 봉사하는 의미로 레지오 활동을 이해하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봉사 정신은 저 자신을 하느님의 은총 속에 붙들어주고 저의 삶을 한 걸음 한 걸음 이끄는 힘이 되어주었지만, 다음과 같은 성인들의 가르침과 더불어 조금씩 이 말들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이러한 이해는 저의 신앙생활을 그리고 저의 삶을 더욱 의미 있고 힘차게 해주었습니다.
“살아있는 인간은 하느님의 영광이고, 인간의 삶은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이다.”(리옹의 성 이레네오) “사람이 창조된 것은 우리 주 하느님을 찬미하고 경배하고 섬기며 또 이로써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함이다.”(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인간의 생명과 성화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지극히 사랑하시는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며, 또 우리는 살아서 그분을 바라봄으로써 그분께 기쁨과 영광을 드리게 되니 놀라운 교환의 신비입니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는 이렇듯 절대적이며,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어떠한 피조물과도 비교하거나 맞바꿀 수 없습니다. 창조된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지만 하느님은 영원하시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사라지는 모든 것이 오직 존재 그 자체이신 하느님 안에서 온전히 회복되기 때문입니다. 이 하느님을 향하여 레지오의 기도와 활동은 생기를 얻고 아름답게 빛나며 서로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9월 27일-10월 3일(연중 제26주간)
레지오의 정신
“레지오는 성모님의 깊은 겸손과 온전한 순명, 천사 같은 부드러움, 끊임없는 기도, 갖가지 고행과 영웅적인 인내심, 티 없는 순결, 천상적 지혜, 용기와 희생으로 바치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갖추고자 열망하며, 무엇보다도 성모님이 지니신 그 높은 믿음의 덕을 따르고자 갈망한다.”(공인 교본, 제3장 레지오의 정신)
성모님은 모든 신앙인의 모범이시며 사도적 영신생활의 완벽한 모델이십니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향주삼덕에 있어서 탁월하신 성모님께서는 과연 하느님의 아드님을 당신 품 안에 모실 수 있었으며, 그 아드님의 뜻에 따라 또한 우리의 영신적 어머니가 되실 수 있었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하신 성모님은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며 하느님의 뜻을 살피셨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들 속에서도 묵묵히 인내하고 기도하며 십자가의 길 그 끝까지 당신 아드님과 함께 걸어가셨습니다.
성모님은 무엇보다도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굳건하게 서신 분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주님이신 그분 앞에서 깊은 겸손과 온전한 순명의 삶을 살아가셨고, 사랑이시며 구원자이신 그분 안에서 기뻐 뛰며 참으로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가셨습니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도 “아무것도 당신을 혼란케 하거나 두렵게 하지 마십시오. 그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입니다. 오직 하느님만이 불변하시고,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합니다.”라고 역설하셨는데, 성모님이야말로 오로지 하느님을 향해 사셨습니다.
성모님을 사령관으로 모신 레지오 단원들도 사라져가는 것들, 즉 모든 표면적이고 물리적이며 감각적이고 현상적인 것들에 휘둘리거나 몰입되지 않으며,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섭리와 이끄심을 굳게 믿은 채 자유롭고 당당하게 나아갑니다.
10월 4-10일(연중 제27주간)
레지오의 봉사
레지오 마리애는 ‘성모님의 군대’라는 그 이름에서 특징이 분명히 드러나듯이 전쟁을 위한 조직입니다. 즉, 악의 세력에 맞서는 교회의 싸움, 그 치열한 영적 투쟁의 선봉에 성모님의 강력한 지휘로 진을 친 군단입니다. 그러므로 레지오 봉사의 가장 필수적이고 우선적인 조건은, 그 전투 상대가 인간이 아니므로, 하느님의 무기로 완전한 무장을 갖추는 것입니다. 진리의 띠를 허리에 두르고 의로움의 갑옷을 입고, 평화의 복음을 갖추어 신고 믿음의 방패를 잡고서, 구원의 투구를 받아쓰고 성령의 칼을 받아 쥐어야 합니다.(에페소 6장 참조)
당신의 아드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누구보다도 가장 깊게 이해하셨고 또 늘 함께 하시며 가까이 따르셨던 성모님께서 그러하셨듯이, 레지오의 봉사는 철저히 그리스도 중심적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레지오 단원은 하느님의 나라를 위한 자신의 봉사가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굳건한 기반 위에 이루어져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에페 5, 2)
이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왔으며 우리를 온전하고 자유롭게 하는 힘을 품고 있습니다. 이 사랑은 온갖 두려움에서 우리를 해방하고 모욕이나 업신여김, 고통과 죽음까지도 끌어안게 하는 참된 평화와 행복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이 사랑은 안주하거나 주저하거나 적당히 타협하기보다, 달릴 길을 끝까지 달려가도록 하는 순수한 열정으로 불타게 합니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의 생가 경당에 걸린 십자가, 그 예수님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미소는 바로 사랑의 승리이며 그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성모님 또한 이 사랑의 힘과 그 비결을 살아내셨습니다. “새벽빛처럼 솟아오르고 달처럼 아름다우며 해처럼 빛나고 기를 든 군대처럼 두려움을 자아내는 저 여인은 누구인가?”(아가 6, 10)
10월 11-17일(연중 제28주간)
레지오의 겸손
“성모님의 겸손을 본받음은 레지오 활동의 뿌리이며 수단이다.”(공인 교본, 제6장 성모님께 대한 레지오 단원의 의무)
레지오 단원은 성모님을 마음속에 모시고 일치한 채 이 세상 한가운데에서 인류의 구원을 위한 영적투쟁의 선봉에 선 사람들입니다. 이 레지오 단원의 전략과 승리의 원리는 그 사령관이신 성모님 안에 있으며, 그 힘과 지혜를 성모님으로부터 끊임없이 길어 올립니다. 특별히 성모님의 겸손은 모든 레지오 활동의 뿌리이며 수단이므로 레지오 단원들은 이 겸손의 덕을 성모님으로부터 배우면서 더욱 그분을 닮고자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성모님은 이 겸손으로 인하여 예수님을 이 세상에 모셔오는 통로가 되셨고, 나아가 예수님께서 이 세상을 차지하시고 구원하시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되실 수 있었습니다. 사실 주님의 강생도 하느님의 겸손을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주님께서 인류 구원의 가장 큰 장애요인인 악을 이기시고 구원을 이루신 것도 이 겸손을 통해서입니다. 혼외 임신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인 성모님, 임신한 마리아를 천사의 지시에 따라 아내로 맞아들인 성 요셉, 그분께서 점점 더 커지셔야 한다며 자신은 서서히 무대 뒤로 사라져간 세례자 요한, 십자가 위에서 버림받은 당신 자신을 아버지의 손에 온전히 맡기신 예수님, 이 인류 구원사업의 주인공들은 모두 겸손의 대가들이셨습니다.
성부의 딸이요, 성자의 어머니시며, 성령의 배필이신 성모님을 통하여 삼위일체의 신비가 온전히 드러납니다. 주님이신 하느님의 주도권에 당신의 모든 것을 내맡기시는 성모님의 겸손은, 창조주이시며 사랑이신 하느님께 인간이 드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겸손은 우리 인간의 하느님을 향한 사랑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