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국 한의사로 살아간다는 것
◈한의신문 : 2010/07/02 10:05
조현주 원장 (미국 뉴욕 함소아한의원)
구체적 계획 갖고 미국서 자격증 취득하는게 효율적
비자받고, 자리잡고, 한의원 오픈하는게 더 복잡한 일
안녕하세요. 뉴욕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조현주입니다. 앞으로 한의신문 칼럼니스트로 독자 여러분들께 지면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일천한 지라 전문적인 지식이나 견해를 드리기보다는, 평범한 한의사가 미국에 와서 정착하는 과정을 쉬운 글로 풀어내려고 합니다. 자녀 교육이나, 본인의 이상 실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해외에서의 생활을 원하시는 원장님들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미국에서 정착할 곳을 정한다
미국 한의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먼저, 인증서(certification)를 획득해야 합니다. 인증서는 크게 NCCAOM(national certifica tion commission for accupunture and orien tal medicine), CALE(california acupuncture license exam)로 나뉩니다. CALE는 캘리포니아주 단독 시험이며, NCCAOM은 캘리포니아와 미 중부 몇몇 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커버가 됩니다. 이 두 시험을 통과하여 인증을 받게 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각 주의 보드에서 면허를 발급해 주게 됩니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정착할 곳을 먼저 결정을 해야, 어떤 시험을 봐야 하는지가 정해집니다. 두 시험은 상호 인정이 되지 않으므로 무작정 시험부터 본다면, 나중에 시험을 한 번 더 봐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2. 시험 접수
CALE와 NCCAOM 모두 한국의 한의대를 미국의 한의대와 마찬가지로 인정해 주고 있으므로, 별다른 추가 교육 이수 없이 시험을 칠 수 있습니다. 다만, 시험 접수 과정이 복잡하고, 작은 실수 때문에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접수 대행을 이용하는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개개인이 접수 할 수 있지만 6~12개월까지 소요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 반면, 대행할 경우 4주 내외면 접수가 완료됩니다.
NCCAOM의 경우 침구 경혈학, 한의학원론, BIO MEDICINE 3과목을 보게 되면 침구사 자격증이, 이 3과목에 방제학까지 보게 되면 한의사 자격증이 나오게 됩니다. 주에 따라서는 이 2가지를 구분하지 않는 곳도 있지만, 수년 내로 추가 시험을 통해 모든 침구사를 한의사로 통합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므로 접수시에 4과목 다 신청하셔서 한의사 자격증을 따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또한 CNT(CLEAN NEEDLE TECHNIC) 시험도 함께 접수하셔야 하는데, 이는 보건 위생법규에 관한 시험으로 CNT인증이 없이는 면허가 발급되지 않으므로 미리 합격해 놓으셔야 합니다.
3. 시험 일정잡기
CALE는 시험이 캘리포니아주 안에서 일년에 몇 차례, 정해진 날짜에 치러지는 반면에 NCCAOM은 연중 언제라도 본인이 원하는 날짜, 시간에 한국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CALE를 보시는 분들은 몇몇이 함께 출국하셔서 며칠 동안 합숙하시면서 총정리를 하고 CNT(CLEAN NEEDLE TECHNIC) 시험도 보게 됩니다. NCCAOM은 PEARSON VUE라는 시험 대행 기관을 통해 서울의 무교동에서 시험을 보게 됩니다. BIO MEDICINE과목은 일년에 3차례 2주간의 기간에만 시험이 치러지며, 나머지 과목은 연중 가능하나, 한번 떨어지게 되면 45일 동안 재응시가 불가능합니다.
4. 시험 준비하기
CALE를 준비하는 경우, LA현지에서 족집게 과외 등을 받는 경우가 많이 있으며, 미국의 한의대생들도 이런 강의를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NCCAOM은 문제가 족보에서 나온다거나, 특정한 정답 패턴이 있기보다는 단순 지식 암기를 테스트하는 문제가 많이 나오게 됩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한의사 모임>에 가입하시면 유용한 정보와 자료들을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본초의 약성, 주치, 효능, 귀경 등은 암기하여야 하고, 경혈학의 경우도 365혈과 몇몇 가지 기혈들의 주치, 효능, 위치 등을 완전히 암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문제가 영어로 나오고, 본초명이나 방제명, 혈명 등이 한자가 아닌, 중국어 발음을 한자로 표기한 한어 병음의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이름과 미리 연결지어 외워 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5. 합격 이후
시험에 합격한 다음에는 각 주의 면허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CALE는 3년 이내에 면허를 발급받지 않으면 합격이 무효해 집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사회보장번호가 없는 경우는 면허가 발급되지 않기 때문에 시험을 보기에 앞서 계획을 잘 짜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NCCAOM은 인증을 받게 되면 이를 각 주의 보드에 제출하여 면허를 받게 되는데, 주마다 약간씩 기준이 상이합니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학교 성적증명서와 NCCAOM 인증서, CNT 인증서 정도면 면허를 발급해 주지만, 뉴저지 같은 곳은 위의 자료 이외에도 토플 성적, 보건법규 시험 등을 별도로 치러야 합니다. 면허를 발급받지 않아도 NCCAOM의 보수교육만 꾸준히 듣는다면 CALE와는 달리 합격이 무효해 지는 일은 없습니다.
위의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주면허까지 발급받으셨다면, 미국에서의 진료 준비의 첫단추를 끼우신 셈입니다. 사실, 면허를 받는 것은 첫 단추가 아니라 마지막 단추가 되어도 상관 없습니다. 면허보다는 비자 받고, 자리잡고, 한의원 오픈하는 것이 훨씬 더 복잡하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한의대를 졸업하신 분의 실력이라면 짧게는 3개월 정도만 잡아도 면허를 딸 수 있습니다. 또한 정말 미국에 오실 분이라면, 오신 다음에 면허를 따도 충분합니다.
제가 선후배 여러분께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구체적인 계획 없이 ‘먼저 자격증이나 따 놓고 그 다음에 생각해보자’라는 생각은 별로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500~1000만원 정도의 비용과 노력과 시간이 들지만, 그 자격증 자체는 미국에 진출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못됩니다. 미국의 간호사나 약사 자격증은 따게 되면 취업이나, 비자 획득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한의원은 거의 99.9% 자영업으로 오픈하게 되기 때문에 다른 준비 없이는 종잇장에 불과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미국에서 한의원을 열고, 운영하는 것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글이 미국에 진출하고 싶어하시는 여러 원장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위의 내용 가운데 문의사항이 있거나,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 분들은 ax0926@hamsoa.net 으로 언제든지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김샘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공부 열심히 하시는 동구님. 홧팅
정보 감사드립니다. 혹시 미국에 갈 일 있으면 생각해 봐야겠군요...
좋은 자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