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도착 하신다던 저녁 10시가 좀 넘어있었다.
드라마 한참 열심히 보고 있는데 TV에서 갑자기 속보가 나오는 것이었다.
[에이, 한참 재미있는데]
[화장실이나 가야겠네]
'오늘 강원도에서 서울로 올라오던 관광버스와 8톤 트럭과 승용차 세대가 영동 고속도로에서 경기도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5중 충돌로 인해 현재 사망 11명 부상 32명 이며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같습니다.'
나는 화장실을 가려다가 TV화면을 바라보았는데, 너무나 참혹한 장면에 머리칼이 쭈뼏 스는 느낌이었다.
애써 고갤 흔들며 불안한 맘을 떨쳐 버렸다.
조금 있다가 다시 드라마는 계속 되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찜찜해서 내용이 뭔지 모르게 드라마는 끝이 나버렸다.
[에이, 엄만 핸드폰좀 가지고 다니지 정말 답답하네. 아들 휴가 나오는데 놀러나 가구 증말]
어느덧 12시를 알리는 뻐꾸기 시계가 울었다.
'띠리링, 띠리링'
갑자기 울린 전화벨에 깜짝 놀랐다.
[진짜, 이제야 전화가 오네]
[여보세요]
수화기 건너편에 낯선 남자의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경기도 여주 경찰서 박근철 순경입니다.]
[예? 무슨 일이신데요?]
[신분 확인 때문에 전화 드렸습니다. 김상호씨댁이 맞습니까?]
[예, 제가 아들인데요?]
[오늘 20시10분 경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김상호씨와 홍지연씨 께서 경기도 여주시에 소재한 성지 종합병원에 호송되었습니다.]
수화기를 댄 오른쪽 귀에서부터 왼쪽 귀까지 전기가 흐르는 듯 했고, 상대편은 전화를 끊은 뒤였지만 나는 멍해진 채로 수화기를 놓지 못했다.
[그냥 접촉 사고 일꺼야.]
내 자신을 애써 달래며 같은 동네 사는 고모댁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누나, 나 진석이야. 고모 바꿔죠.]
[어? 이 새볔에 웬 전화니? 너 집에 아무도 없다고 무서워서 그러는...]
나는 무엇엔가 미치도록 화가 치밀었다.
[빨리 바꿔!]
[얘가 왜이래? 기다려! 엄마, 바보가 전화 바꿔 달래.]
[진석이니?]
[고모, 부모님 교통사고 나셨다는데 지금 얼마나 다치셨는지 몰라서 병원에 빨리 가봐야 하거든요. 그런데 택시비가 없어서 전화 드렸어요.]
[뭐? 알았다. 어디병원이니?]
[경기도 성지 종합병원 이래요.]
[그래, 잠깐만 기다리고있어. 고모가 그리로 갈테니까.]
고모는 허둥지둥 전활 끊었고 조금후 고모랑 고모부께서 승용차를 타고 오셨다
[고모, 고모부, 밤늦게 죄송합니다.]
[아니다. 어서 타라 내가 여주쪽에 몇 번 가봐서 금방 갈수있을꺼야. 여보 빨리타]
고모부는 조기축구회 운동복 복장에다가 머리도 한쪽이 눌려 있었다.
바삐 서두르시는 고모부가 너무도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