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동지여행을 신청해 놓고나니 며칠 따듯했던 날씨가 갑자기 곤두박칠을 친다.
서울이 연일 영하 13~14도를 찍는다. 여행지 군산은 서울보다는 3~4도 높다는데 위안을 삼았다.
전날 일기예보를 보니 호남서해안은 폭설주의보에 혹한이란다. 군산 앞바다의 신시도 휴양림에서 잘 생각을 하니 잠이 안 온다. 눈은 오고 바다바람은 불고 독실에서 잠을 잘수 있을까 또 다시 걱정이 앞선다.
지하철을 놓치고 택시를 타니 압구정주차장에 7시 전에 도착했다. 동지 전날답게 깜깜한 어둠속에서 우리 버스가 들어오고 점차 날이 밝기 시작한다.
나는 버스에서 나눠 준 유인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숙소와 일정이 모두 바뀌어 있었다. 밤사이 신시도휴양림에서 폭설로 차량통행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으셨다한다. 숙소도 안전한 선운산 유스호스텔로 바뀌었다. 작전을 수행하듯 무심재선생님의 경륜이 하룻밤 사이에 이 모든 변경을 가능케 한 것이다.
첫 일정인 부여 신동엽 문학관 방문만은 변함이 없었다.
신동엽 문학관은 부여가 고향인 걸출한 민족시인 신동엽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문학관과 생가가 함께 있어 한꺼번에 모두를 관람할 수 있으며 여느 문학관과는 달리 아기자기하게 다양한 자료들이 구비되어 있다.
저 멀리 눈 덮힌 초가집이 보인다. 무심코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이곳이 시인의 생가란다.
서울에서 좀처럼 못 보던 고드름이 먼 길을 달려온 겨울나그네들을 반긴다.
안으로 빨리 들어오라고 길벗이 손짓을 한다.
김형수 관장님의 구수한 해설이 시작되었다. 관장님도 우리만큼이나 중무장을 하셨다.
신동엽(申東曄,
1930년 8월 18일 ~ 1969년 4월 7일)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충청남도 부여 출생으로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신동엽은 1930년 8월 18일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에서 농사를 짓는 아버지 신연순과 어머니 김영희 사이 1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44년 부여국민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같은 해 국가에서 숙식과 학비를 지원해 주는 전주사범학교에 입학했다. 김응교 시인이 쓴 민족시인 신동엽(사계절)에 따르면 신동엽의 재능을 발견한 사람은 그의 부친 신연순이었다. 성격이 차분한 아들을 보면서 글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6살때부터 글을 가르쳤으며, 없는 살림이었지만 책과 붓을 마련하였다.
신동엽이 자라고 신혼생활을 했던 생가이다. 부여군민회관 뒤쪽 부여천주교회 옆에 있는 이 집은 1985년에 복원되었으나 옛 모습을 거의 잃지 않고 있다. 신혼살림을 차렸던 방은 깨끗하게 도배되었고, 서가에는 시인이 보았음직한 책들이 꽂혀 있고, 벽에는 산 위에서 찍은 시인의 사진이 걸려 있다. 신동엽 시인이 실제 거주하던 방과 사용하던 집기들이다.
생가를 둘러보고나서 우리는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문학관으로 옆편 경사로를 따라 옥상으로 먼저 올라갔다. 옥상에서 내려다 보니 생가와 문학관의 외관이 한눈에 보인다.
신동엽의 눈 쌓인 조각상 앞에서 한 컷
.“그는 지나간 추억이 아니라 살아 격돌하는 현재이다.”
이것이 신동엽문학관의 주제이다. 명품의 요소로 스토리, 테크놀로지, 디자인을 꼽는다면 신동엽문학관은 이 세 가지를 모두 최상의 상태로 갖추고 있다고 해도 된다.
시인 신동엽은 1959년에 등단하여 만 10년 동안 활동하다 39세에 요절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과 4·19의 한복판을 관통한 시정신은 이후 세대들에게 산업사회의 너머를 꿈꿀 대안적 상상력의 모델로 커다란 영향력을 미쳐왔다. 뿐만 아니라 권위주의 사회에서 그가 저항시인으로서 자리하고자 했던 존재방식, 창작실제에서 거둔 미적 형식 또한 선구적인 모델로 평가받아 왔다. 신동엽문학관은 생가와 마을, 작품이 구상된 실제 장소들 속에 자리해 있다. 시인의 생애를 구성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의 성적표, 생활기록부, 반장 임명장, 신분증 등 성장기의 이력을 증언할 수 있는 각종 유품과 자료들도 완비된 상태다. 농업경제학자 인정식의 딸이자 시인의 아내로서 ‘짚풀생활사박물관’을 일궈낸 인병선 여사가 지켜온 신동엽의 유물들은 이미 하나의 박물관을 구성할 만큼 풍부하다.
더욱이 중요한 점은 이 모든 내용이 실제 장소에 하나의 작품처럼 공간미학화 돼 있다는 사실이다. 건축가 승효상의 설계로 들어선 신동엽문학관은 오늘날 부여가 자랑하는 3대 건축물의 하나로 꼽힌다. 신동엽의 시정신에 부합하는 조형물이 어떤 것이며, 문학관이 갖추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를 건축예술로 펼쳐 보이는 작품 <신동엽문학관>은 건축전공 학도들의 답사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와 함께 부여 출신 화가 임옥상의 설치미술 <시의 깃발>은 신동엽의 시가 바람에 나부끼는 형상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는 신동엽문학관의 표지와 <생가>라는 시로 된 현판과 함께 임옥상 글씨예술의 정점을 이룬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도 신동엽정신을 계승하려는 후배들이 관리하고 있는 신동엽문학관은 고대국가 백제의 수도 부여에서 현대적 의미의 대안적 상상력을 제공하는 인문기행의 메카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김형수(시인, 문학관장)
생가 뒤쪽으로 문학관 앞마당이 펼쳐진다.
임옥상의 '시와 깃발' 조형물.
시인의 대표 시 구절들을 깃발처럼 형상화한 임옥상씨의 '시와 깃발'이라는 작품이 설치돼 있어 눈길을 끈다. 임씨는 부여 출생의 설치미술가이자 화가다. 시를 모티브로 바람에 나부끼는 장면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崬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전문
문학관에서 산 에코백을 들고 나도 한 컷
첫날 중식은 개성집의 코다리 조림이다.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맛깔스런 일품요리이다. 서울서 먹던 것과는 맛의 차이가 난다.
깔끔한 밑반찬들도 식욕을 돋군다.
이제 폭설이 내렸다는 변산반도로 출발 할 힘이 난다.
#신동엽시인 #신동엽문학관 #부여여행 #폭설주의보 #겨울여행 #동지여행
첫댓글 동백사랑님의 자세한 설명과 사진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신동엽작가님 동상에도
흰눈이~~
온세상이 하얗게~~~
부럽습니다
건행합시다
올리브님,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여행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고로 인생은 여행이다. 경로수정이 오히려 빛을 발한 설국여행이 되었습니다. 함께였으면 더 행복했으련만. 새해가 오면 만날사람은 언젠가 만난다.
연말연시 행복, 건강 잘 챙기세요 ~♡
계타신 동지여행에 이렇게 멋진 후기로 감동을 주십니다.
감사드려요~^^
제가 존경하는 신동엽시인과 인병선 작가,
그리고 20대 때 좋아했던 김형수 관장의 안내까지
저는 이것만 봐도 배부른 동지여행이었을 듯
문학과 건축과 예술 그리고 사람,
정말 좋습니다.
하나하나씩 후기로 올려주신 덕분에 잘 보았습니다.
늘 건행하소서~^^
무심재 여행이라서 가능한 인문학 기행을 하게 되어 행복합니다.
밤이 가장 긴 날들 속에서 한해를 돌아보는 시간이 제겐 선물같은 시간들이 되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안으로 들어오시라고 손짓한 길벗입니다.ㅎㅎ
예기치 않았던 설국 여행으로
이틀동안 웃음이 떠나지 않았었네요.
무심재 여행의 매력을 만끽한 1박2일
길벗님들과 함께여서 더 즐거웠습니다.
후기 덕분에 다시 그 시간으로 잠시 머뭅니다. 감사합니다~
아하! 근향님이시군요. 멋진가방에 자꾸 눈이 가더라구요. 잊지못할 추억을 함께 간직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
동백사랑님
올리브님 답글올려주신 글 그대로 입니다
그렇습니다
올리브님,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여행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고로 인생은 여행이다...
고로 인생이다
감사 합니다
초로기님, 여행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느끼는 멋진 무심재클럽의 일원이 된 것이 무척 자랑스런 여행이었습니다.
올한해도 잘 마무리하시고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여행길에서 만나뵙길 소망합니다 ~♡^^
온세상이 하얀색이었지요. 마치 하얀 솜이불을 덮고 있었지요.
아직도 그 솜이불 속에서 나오고 싶지 않아요.
즉시 후기를 써주시는 열정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녀오셔서 바삐 유튜브와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밤에는 진짜 솜이불 잘 덮고 푹 주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