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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캠핑과 장거리여행.
낭만적인가요?
찌든 일상을 벗어나 대자연의 일부가 되어 새처럼 자유로이 날개짓하며 하씨형제(닉네임 하느리 하제)들은 충청도 아산에서 해남 땅끝 경유 전라도 보성까지 실컷 돌아다녔습니다.(철없는 50대)
귀가후 하제는 너무 고단했던지 치통이 도져 며칠 앓다가 이제사 지난 여행을 음미해 봅니다.
9월5일 토요일 이른 새벽5시.
하느리님과의 약속장소인 녹천역 마지막 출입문앞.
회룡역에서 출발하며 전화하기로 했는데 핸폰이 조용한걸 보니 신창행 첫차(청량리에서 5시48분)는 틀린듯 하네요. 연락해 보니 역시 하느리님은 전날 야간라이딩의 피로로 인하여 늦잠. 내 목소리에 파르르 깨어 서둘러 나오니 이미 한시간은 까먹었죠.
장거리 라이딩 앞두고 무슨 야간라이딩을 그리 심하게 해서 지각 했냐는 하제의 타박에 하늘님은 "헤헤헤, 좀 봐조".
지하철 안은 이른 새벽인지라 썰렁하기만 합니다. 도중에 자전거복장의 노라이더(67세)를 만나 반갑게 수다도 떨고 떡으로 아침을 해결하며 온얀온천역에 9시20분 도착. 자전거여행에 남은 여생을 보내겠다며 힘주어 포부를 말씀하시는 모습이 아직도 눈가에 선합니다. 이동하기 쉽게 성환으로 집도 옮겼다는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짐 정비와 물품구입하니 벌써 10시.
드디어 남쪽을 향하여 39번 국도를 타고 출발.
짐받이에 텐트와 가방 묶고 베낭메니 페달질이 묵직합니다.
첫 휴식지인 유구(공주)까지는 평탄합니다. 선두에서 하느리님이 이끌고 하제가 따라가는데, 이끄는게 아니라 날 버리고 갈 속셈인지 전속력 페달질..... 그저 밥얻어묵을라면 바짝 붙어야 된다는 일념 뿐.....그래도 다행히 유구에 이르러 길옆 멋진 정자에서 자전거가 쉬네요.
휴휴휴.... 92세 할머니를 포함한 두분의 할머니께서 정자마루에 앉아 담소를 나누시는데 우리도 신발 벗고 다리뻗고 동참.
초장부터 빡센 라이딩에 무거워진 두다리가 자석같이 마루바닥에 딱 붙었건만 간신히 엉덩이를 띄고 부여를 향하여 출발.
이번에는 길이 장난이 아닙니다. 올라갔다 내려가길 셀 수 없네요. 무신 충청남도 길이 이래? 콩밭매는 아낙네의 칠갑산 자락이랍니다.
그전에 천안-공주-대전-논산 루트는 4차선에 차는 무지 많아도 길은 평탄했는데, 이길은 한가한 2차선이지만 고갯길이 강원도 지방도길 못지않네요. 그래도 차가 별로 없는 한가한 길이 개인적으로는 더 정이 갑니다.
하느리님은 앞에서 여전합니다. 그 무거운 짐을 얹은 자전거는 고갯길에서 쩔쩔 매겠건만 , 하느리님의 강력댄싱에 이끌려서 쭉쭉 쭈욱 쭉....정상에서 힐끗 돌아보고는 더욱 무서운 속도의 다운힐 , 하제는 낑낑댑니다. 그래도 시야에서 벗어나질 않았으니 하제도 대단하죠?(하느리님이 봐주었나?)
부여에 거의 다다를 즈음 신대마을이란 곳에 할머니가 쉬고 계신 평상으로 하느리님의 자전거가 멈추네요.
그리고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하느리님. "할머니 물좀..... "
그리고 인심좋은 부여할머니 따라가서 그집의 시원한 보리차물을 거덜을 내버렸다는. 그리고 잠시후 평상에서 쉬는 우리에게 따님이신 아주머니가 한쟁반 시원한 수박을 내오시질 않나. 뭐 염치볼것 없이 싹싹 먹어치웠죠. 산수박이랍니다. 놀러오신 동네 할머니께도 한조각 드리며 인심도 쓰고요.
짐잔뜩 짊어지고 땀뻘뻘 흘리는 모습이 아들손자(?)같다하여 측은지심이 발동했답니다. 하옇튼 충청도인심은 첫날부터 우리에게 힘을 주네요. 본의아니게 나이도 훨씬 어려져 쑥스럽기도 하고요. ㅋㅋㅋ
시원한 보리차에 산수박으로 배를 채운 자전거는 신이 납니다.
한시간여 라이딩하니 배가 촐촐해 해지드라고요. 라면끓여 햇반 먹기로 했는데 경험이 없는 하제는 어디서 먹나 궁금해지네요.
역시 하느리님!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라이딩하더니 "저기다"하며 들이댄 곳은 마을 진입로 언덕의 하얀교회 잔디밭. 수돗가가 바로 옆에 있어 최적이네요. 얼떨떨한 하제가 머뭇거리는 사이 하느리님은 교회옆 관사의 현관문을 두드립니다. 허락을 받기위해서죠.
잠시후 놀란 표정의 소녀가 문을 삐끗 열고 우릴 쳐다보며 허락을 합니다. 그곳 교회의 목사님 딸인듯 하며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듯 적막했습니다.
일사천리로 식사준비를 하는 하느리님 옆에서 하제는 뭐 할줄 몰라 어영부영. 준비한 밑반찬과 라면, 햇반으로 훌륭한 점심식사를 해먹었지요. 하제는 엉성한 설걷이하고 이도 딱고 발도 시원하게 딱고 등목까지 해치웠으니 낮잠빼고 할건 다했답니다.
갈길이 먼데 여기서 너무 지체하였네요. 아무래도 오늘 라이딩은 수정이 불가피 할듯 합니다.
4시가 넘어서 교회를 출발하여 금강하구둑의 표지판을 따라갑니다. (29번국도) 유명한 한산모시의 고장 한산(서천)을 지나 가네요.
5시경 금강하구둑에 도착하여 장항에서 전라북도 군산으로 건너갑니다. 철새는 겨울에나 보는가 봅니다. 썰렁하고 바람만 쎄네요.
하제는 걱정이 많네요. 저녁식사는 어떻게,잠은 어디서 자야헐지..... 진정한 보헤미안으로 거듭나나 봅니다.
장성까지의 원래 목표는 택도 없네요.
아무래도 야영을 하자면 해수욕장쪽이 편할듯 하여 변산쪽으로 경로를 변경하였지요. 정말 묻지마 라이딩입니다. 군산의 해변을 따라 아름다운 노을이 진 서해바다의 장관을 오른쪽에 끼고 라이딩하니 걱정이고 뭐고 마냥 행복하더군요.
군산을 지나 대야면에 도착시간은 7시. 결국 안전장구 갖추고 야간라이딩이 시작되었지요.
땅거미가 드넓은 대지를 휘감고, 끝없는 지평선만이 보이는 만경평야를 어두운 실루엣의 가로수가 끝없이 뻗어 가로지릅니다. 잠시후 거의 만삭의 달님이 우리와 함께 라이딩 하네요. 달빛아래 환상의 라이딩! 멋지지요?
자전거는 죽산면을 거쳐 부안에 도착했습니다.
우리의 보헤미안들은 밥할 힘도 텐트칠 힘도 다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녁은 사먹고 찜질방에서 자자고 반갑게 의기투합. 식당에서 꿀맛같은 김치찌게와 반찬을 뚝딱. 서비스 밥한공기도 뚝딱. 시원한 맥주 한잔 곁들여서....
축구평가전 후반전을 마저보고 찜질방에 도착하니 친절하게도 카운터 아주머니가 기관실로 안내하여 자전거도 안심하고 쉴수 있었죠.
전에없이 오늘 만난 분들 모두 우리에게 친절하였습니다. 오늘 라이딩경로는 차량통행이 뜸하고 휴게소가 거의없는 관광지가 아닌 인심 좋은 고장을 지나온듯 하여 뿌듯합니다. 더구나 구수하고 익살스러운 하느리님의 리드가 더욱 사람들의 호감을 받지 않았나 합니다. 하느리님의 활약은 내일도 모래도 쭈욱 갑니다.
1일차
경로:아산(10시)-유구-부여-한산-장항-군산-대야-죽산-부안(8시30분)167KM
라이딩타임:7시간22분
평속:22.6
뒤척이다 새벽녁에 겨우 잠들다 깨니 6시경. 주섬주섬 출발준비하고 찜질방을 나섭니다.
자전거는 부안을 떠나 23번 국도를 따라 고창을 향합니다. 고창은 바닷길 우회도로도 있지만 가다보니 내륙을 가로지릅니다. 이곳은 흙이 모두 붉으스레 합니다. 나즈막한 언덕은 모두 밭. 마치 몬드리안의 추상화처럼 황금분할의 밭들이 가로로 세로로 휘는 모습을 열심히 눈에 담습니다.
그리고 하느리님을 열심히 쫓아 갑니다. 맞바람 불땐 더욱 찰거머리처럼 하느리님 등짝에 내몸을 숨깁니다. 그러고 보니 아침을 안먹었네요? 자전거는 고창읍을 조금 지나 길옆 마을회관 뒷마당 그늘에서 멈춥니다. 마을회관에서는 외가집을 방문한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네요. 우리를 보며 한녀석이 그러네요. "나도 크면 저 아저씨들 처럼 자전거 타고 여행 다닐꺼야".
마을회관도 접수하여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과 김치에 사과,숟가락까지 얻어 오는등 아침준비에 분주한 하느리님. 역시 라면에 햇반 잘 먹고 시원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한후 출발.
드디어 전라남도에 왔네요
영광굴비로 유명한 영광읍에서 시장구경도 하고 배도 깍아 먹으며 갈증을 달랩니다.
낮에는 그래도 많이 덥네요. 땀도 많이 나고 주유소에서 물도 얻어 먹습니다.
나비의 고장 함평을 지나 무안의 바닷가를 찿아 815번 도로로 갈아타고 현경면을 지납니다.그곳에서 양식도 준비하고 야영장소도 알아보니 톱머리해수욕장이 적당하다하여 공짜 무안 양파즙 얻어먹고 출발. 잠시후 무안 공항이 보이고 바로 톱머리 해수욕장. 두아주머니가 낙조를 감상하며 담소중인 정자에 텐트치는 하느리님 따라 열심히 보조역할. 넉살좋은 하느리님의 입담에 아줌마들 싫지않은 기색으로 양보하네요.
하느리님이 저녁준비 하는 동안 하제는 고추장과 막걸리를 사러 4KM떨어진 슈퍼에 자전거로 다녀옵니다.
만찬입니다. 메실즙에 잰 돼지고기 고추장불고기에 반주가 곁들인 저녁식사. 멋드러진 서해안 다도해를 배경으로 분위기도 최고지요.
막걸리도 한잔하니 기분도 좋은데 아쉬운점 하나는 무안세발낙지. 소화시킬겸 산책하니 횟집이 눈에 띄어 결국 낙지 맛이나 보자고 의기투합. 곁들여 소주까지. 하제는 다소 과음이네요.
아까 저녁먹는데, 우리의 복장을 보고 반갑다며 밤에 후레쉬들고 갯벌가면 게를 한솥쿠리 잡아 된장에 풀면 막걸리 한말은 먹을수 있다며 너스레를 떤 아저씨의 말을 믿고 호기심 많은 하느리님 내게 코펠들게하고 자전거 라이트 빼들고 갯벌에 내려가 보니 정말 손가락두마디되는 게들이 와글와글. 코펠에 십여마리 잡고 텐트에 들어가서 2일차의 여정을 마쳤습니다.
2일차
경로:부안(8시)-고창-영광-함평-무안 톱머리해수욕장(6시)122KM
라이딩타임:5시간46분
평속:22.6KM
어제 다소 과음탓에 속이 더부룩하네요.그러나 이른아침의 바닷공기는 참으로 상쾌합니다. 찬찬히 무안의 넓은 갯벌풍경을 뜯어봅니다.
하느리님은 아침준비를 합니다. 술먹은 하제를 위하여 미역국에 어제 잡은 게탕! 속이 확 풀립니다.
밥먹고 텐트 걷고 하니까 시간이 지체되네요. 9시가 훨씬 넘어서 세째날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자전거는 목포를 향합니다.
가다가 초의선사의 생가로 기수를 트네요. 하제는 오늘도 열심히 쫓아갑니다. 약1km 언덕 높은곳에 위치해 있더군요. 하느리님은 벌써 올라갔습니다. 멋지게 꾸몄습니다. 역시 차나무에서 찻잎을 채취하는 아낙네의 모습들이 첫눈에 보입니다.
목포앞 압해도가자는 하느리님 살살 달래서 땅끝으로 향합니다.
이곳에서 많은 시간이 지체되어 앞으로 땅끝가기에는 그리 넉넉치는 않을듯 합니다.
서둘러 목포로 진입하는데 길다란 언덕이 나타납니다. 하느리님은 여전히 강력 댄싱으로 힘자랑하며 차고 올라갑니다.
"아이고 하느리님, 여수에서 돈자랑 말고 목포에서 힘자랑 말랑께? 여그 목포 양반들이 섭섭혀 허재잉"
어떻해든 따라붙을라고 온갖 애교를 떨어봅니다. 목포의 눈물도 불러달라 허고.
영산강 하구둑을 지나 2번국도를 타고가니 영암아리랑과 월출산의 고장 영암군.
길가따라 무화과가판대가 끝도없네요. 정말 무화과가 뭔지 궁금해지더군요. 앞에 가는 자전거는 무심한듯 지나치고요. 헌데 한참을 가다가 드디어 한 무화과 가판대앞에 앞자전거가 서네요. 반가와서 얼른 따라 붙었죠. 몇개만 팔라고 하느리님이 외치니 얼굴이 고운 젊은 애기엄마가 맛보라고 두개씩 내놓네요. 염치없이 맛나게 먹어치웠지요. 그애기엄마한테 무화과에 대한 설명도 듣고 휴식도 취했죠. 아무래도 앞자전거는 아무데나 안서네요. ㅋㅋ
월출산 자락을 지나며 한적한 휴게소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땅끝으로 향합니다.
역시 날도 덥고 바람도 계속 역풍인 듯합니다. 물통에 물충전하면 금세 바닥이네요. 길은 지루합니다. 그렇게 해남읍을 지나갑니다. 땅끝 표지판이 계속 나타나 우리를 유도합니다. 꾸준한 업힐에 맞바람도 몹시 거셉니다. 그러나 앞의 자전거는 인정을 주지 않습니다. 마구마구 달려라달려. 환경이 나쁠수록 앞자전거는 더욱 질주를 합니다. 자전거가 아니라 적토마. 하느리님은 저런 적토마를 타고 가니 얼마나 좋을까? 이건 도데체 불공정해! 한사람은 적토마를 타고가고, 한사람은 자전거를 타고가니 말이야!
해남은 해남윤씨의 본고장. 특히 자화상으로 유명한 공재 윤두서의 생가를 보고싶었건만 어둡기 전의 땅끝도착이 급선무.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도 따라 마구 달렸습니다. 10여km 남았을때 하느리님의 적토마가 펑크. 조처후 출발 5분만에 내자전거도 펑크.
땅끝을 쉽게 허락하지 않네요.
펑크가 우리를 방해하여도 우리의 전진은 멈추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송호해수욕장을 지나 정말로 땅끝을 지척에 두게 되었지요.
그러나 마지막 관문이 기다리고 있네요. 한2km고갯길은 지친 라이더에게 대단한 인내력을 요구하더군요. 역시 땅끝이 허명이 아니라것을 깨달았습니다.
드디어 고개 넘으니 전방이 탁트이며 땅끝탑이 우리를 환영해주고 있네요. 야! 땅끝이다.
공원 정자에 텐트치고 저녁은 식당에서 사먹었죠. 해남막걸리로 달빛어린 땅끝 밤바닷가에서 한잔 했습니다.
3일차
경로:무안 톱머리해수욕장(9시30분)-목포-영암-해남-땅끝(7시)124km
라이딩타임:5시간18분
평속:23.4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에서 맞이한 아침은 눈부십니다. 맑은 공기에 심호흡이 절로 깊어지네요.
찬찬히 주변도 둘러보고 아침식사도 하고 떠날 채비를 합니다. 삼박을하니 이날이 사일째. 약간의 치통도 있고 사무실일도 그렇고 하여 완도로 가서 고금도 강진, 장흥, 보성이나 순천에서 마무리 할 예정이었습니다. 마눌한테는 밤늦게 올라 간다고 하였죠.
이제 짐싸서 자전거에 묶는 것은 박사가 다 되었습니다. 자 이제 완도로 출발!
땅끝을 출발한 자전거는 바로 짧은 언덕을 만납니다. 기어비는 2:1, 몸도 풀겸 가볍게 오르고 내리막에서 뒷기아 변속을 하는 순간 우지직소리가 나더니 페달이 움직이지 않네요. 체인이 뒤로 넘어가며 뒷드레일러를 휘감아 부러트려 버렸습니다. 아! 대형사고.
하느리님은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입니다. 오르막 오르느라 신났어요.(전화중이었다네요)
잠시후 뒤따라오지 않는 하제가 궁금하여 다시 돌아와 보니 한심하죠.
땅끝에는 해남이나 광주가는 버스가 늘 있으니 라이딩 포기하고 하제는 귀가 생각뿐입니다.
그러나 하느리님 절망은 없다 하며, 체인을 끊어 기어를 고정한후 완도까지 이동 그곳 자전거포에서 응급처치를 한 후 라이딩을 완료해야한다며 자전거를 분해하기 시작하네요. 눈썰미 좋은 하느리님 못하는게 없어요. 나도 기대하며 옆에서 시다 노릇했죠.
그런데 체인 끊어 잇는거 잘 안되네요? 샾사장님에게 전화해도 신통찮고. 하느리님 쩔절 맵니다. 난 옆에서 투덜투덜. 버스타고 해남가서 고치면 벌써 고쳤겠다고. 어찌어찌 체인잇기 성공하며 하느리님 회심의 미소"하느리 없었으면 어쩔뻔 했어?흐흐흐".
그런데 체인마저 충격으로 휘어져서 톱니에 안걸리는 난관에 또 봉착. 그걸 펴 보겠다고 둘이 쩔쩔 매다가 하느리님 결국 항복.
하느리님은 지나가는 트럭얻어타고 완도로 가자고, 나는 언제 기다리냐며 10분걸어가면 땅끝 정류장이니 버스타고 해남가자하고.
10여분 트럭을 기디리다가 결국 해남행 버스정류장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아침부터 스물스물 시작된 치통은 이제 스트레스받아서 욱신욱신하네요. 본의아니게 라이딩을 망치고, 어찌 해보겠다며 애를 쓰신 하느리님께 정말 미안하드라구요.
버스로도 해남은 한시간여 가네요. 내리자마자 약국에서 진통제 사서 먹고 자전거포까지 물어물어 이동. 간신히 자전거포까지 왔네요. 그런데 그곳 사장님이 자전거를 떡 보더니 여기는 고급자전거 부품이 없고 기술도 없다며 못고친다고 손사레를 치는데.....
난 그길로 서울 올라갈 생각뿐입니다. 땅끝까지 왔으니 하느리님한테는 미안하지만 아쉬움을 뒤로 후일을 기약해야죠. 뭔 방법이 없잖아요. 그러나 하느리님 곰곰 생각하더니, 7단짜리 생활자전거 뒷드레일러를 끼우면 제한된 기아변속이지만 라이딩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그사장님을 괴롭(?)히더군요. 사장님 난감하면서 엉거주춤. 하느리님 팔걷어 붙이고 사장님을 가르치며 함께 쭈구리고 앉아 일을 시작하네요.
결국 하느리님 생각대로 자전거가 수리되었죠. 시간은 벌써 2시.
일단 점심먹고 차후일정을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점심한끼 소홀히 지나는 법이 없는 하느리님. 해남 시장통에서 싸고 맛있는 집을 찿습니다. 그래서 얻은 정보 "이길로 쭉 가면 주막식당이 있당께. 거가 여그서 최고여 최고"
자전거까지 식당에 들어서니 두아주머니가 눈이 휘둥레 하네요. 하느리님넉살에 분위기 화기애애. 치통과 자전거 고장에 시달려 종일 찌들었던 내마음도 유쾌해지내요. 역시 남도라 백반에 반찬이 한상 떡 벌어지네요. 한참 점심시간이면 자리가 없답니다.
예정은 오늘까지였지만 정말 하느리님의 정성에 감흡하여 하루더 연장하기로 하고 경로를 살펴보았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일단 강진의 마량항으로 오늘의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내자전거는 제한된 기어비(5,6,7)로 앞기어에 맞추어 라이딩하는데 기어 변속시마다 서걱서걱 와글와글 소리가 요란합니다. 하느리님은 전처럼 안달리고, 언덕길에서는 뒤도 밀어주며 내잔차 눈치를 살살보네요. "어휴 상전이야 상전"
강진에서 마량항까지는 전라남도에서도 자랑하는 드라이브코스랍니다. 과연 드넓은 갯벌과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그리고 첩첩이 겹쳐있는 수많은 섬들에 저녁 노을까지. 좋은경치는 다 구경하며 눈이 호강을 하네요.
조그마한 항구 마량항에 도착하니 해가 떨어질듯 합니다. 9월말에 축제한다고 깨끗이 단장했네요.시설물도 특이하게 만들었고 횟집도 훤하게 꾸며놓았는데 우리 입맛에는 안맞죠. 너무 관광객 유치에 치중한듯 구수한 맛은 못느끼겠더군요.
야영할곳도 마땅찮아 고금대교 건너 고금도로 진입했습니다. 땅거미가 어스름해져 맞은편 마량항의 야경이 평화로와 보이네요.
마을 청년에게 야영장소를 물어 보니 좋은 장소를 가르쳐 주더군요. 크지않은 고개 정상에 위치한 공원이름은 고인돌공원.
정자에 최신식화장실, 식수대, 훤한 가로등까지 야영하기에 최적인 장소. 그리고 간간히 차만 지나갈뿐 인적이 끊긴 적막강산의 공원.
마음껏 활개치며 밥해먹고 화장실에서 샤워도 하고 텐트에서 dmb로 전설의 고향까지 보았습니다. 그리고 골아 떨어졌죠.
4일차
경로:해남(3시30분경)-강진-마량-고금 56km
라이딩타임:2시간 56분
평속:18.9
조용한 남쪽바다의 섬나라. 텐트에서 일어나 공원의 아침향기를 맡아 봅니다. 청아한 새소리가 옥구슬 흐르듯이 울려퍼지네요.
느긋한 아침분위기를 만끽하며 마지막날 라이딩을 준비합니다. 정성껏 준비한 하느리님의 아침식사가 더욱 맛납니다. 진통제를 먹어선지 치통은 크게 신경쓰이지 않네요.
고금도와 조약도를 둘러보고 다시 강진,장흥 보성쪽으로 마지막날 경로를 정하였습니다.
고금도와 조약도는 1년전에 연륙교가 개통되었다고 하는데 섬의 산세도 그렇고 마을도 제법 많은, 작지않은 섬이더군요. 특히 조약도는 오르막 내리막이 무척 심해서 부실체력과 부실자전거로 라이딩하기 벅찼습니다. 그래도 조용하고 공기좋고 경치좋은 이런섬에서 언제 또 라이딩해볼까 싶어 열심히 밟았답니다.
금일도와 생일도를 가는 연락선 부두에서 표파는 아저씨와 수다떨며 휴식후 오던길을 되돌아오는데 왜이리 먼지....
오전내내 섬둘러보는데 시간을 보냈네요. 고금대교 지나 장흥쪽으로 방향을 잡는듯하다가 라면 삶아먹자며 마을로 내려가는 하느리님.
적당한곳이 눈에 안보이네요. 그러다 앞자전거가 으슥한 뒷골목으로 들이대는데, 뒤따라가보니 할머니혼자 계시는 막다른 집.
놀란 할머니와 더욱 놀란 하느리님. 뒤따라온 하제를 보고 한번더 놀란 할머니. 마당앞에 푸른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풍경에 또 놀란 우리들. 서로 놀란 마음 가라앉히고 하느리님이 본색을 드러냅니다. "할머니 라면좀 끓여먹고 가도되요?"
할머니의 허락과 동시에 평상은 우리들 차지. 야! 이런집이 다있네. 고금대교가 보이고 고금도가 손에 잡힐듯 하네요. 집은 낡갔어도 참으로 운치있고 멋드러 집니다. 하느리님이 능숙하게 준비합니다. 라면끓이고 햇반 익히고 할머니 고추밭에서 고추도 따 넣고.
할머니도 한그릇해서 셋이서 맛있게 먹습니다. 할머니는 시원한 냉수와 포도도 내오시고 하느리님은 수영까지....
이런 맛에 여행하나요? 요즘은 각박해서 물한모금 얻어먹기 힘든 세상인데 참 복도 많지요?
할머니와 짧은 만남을 아쉬워 하며 우리는 길을 나섰습니다.
장흥의 어느 마을 슈퍼에서 가쁜숨을 고르며 간식을 먹고 있는데 자전거 탄 청년이 우리를 반갑게 부르네요.
두달간 전국일주중이라며 지도를 꺼내보이고 자전거 탄 이야기 보따리 풀어놓는 아들뻘 청년이 대견합니다. 외롭지않냐고 물으니 이제는 고독도 즐겁다는 대답에 그만 내나이가 부끄러웠습니다. 불가에서는 외로울 '孤' 만 닦으면 성불한다는데 이청년 득도할듯 하네요.
자전거는 이제 막바지를 향합니다.
길옆에 야자수가 이국적인 모습을 물씬 뽐내네요. 때론 벼가 노랗게 익은 벌판을 지나고 때론 장흥만 보성만을 끼고 해안 라이딩을 하며 다가선곳은 보성 녹차밭. 사진에서나 봤던 장엄한 녹차밭 사이로 높고 긴 고개길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가쁜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있는 녹차시음장에서 시원한 녹차한잔 먹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산 전체가 녹차밭.
산아래도 녹차밭 산꼭대기도 녹차밭. 전라도말로 "겁나게 많당게"
이제 산아래만 내려가면 보성. 4박5일 추억의 서남부 대장정 라이딩이 막을 내립니다.
광주행버스를 타고 광주에서 9시출발하여 12시30분 동서울 도착하여 중랑천도로로 귀가. 모두 무사히 여행을 마쳤습니다.
돌이켜보면 여행이 인간에게 줄수 있는 선물을 거의 빠짐없이 받아먹은 듯 합니다.
황홀한 자연 풍경, 사람들과의 만남, 자기와의 싸움, 자전거의 고장으로 인한 난관 봉착. 정말 많은 것을 가슴에 담고 왔습니다.
끝으로 이 모든것이 하느리님의 리더쉽과 추진력의 결과라 사려되어 깊은감사를 드립니다. 라이딩 잘했습니다.
5일차라이딩
경로:고금(8시출발)-조약-고금-마량-장흥-보성(6시50분도착)121km
라이딩타임:6시간 17분
평속:19.2
동서울-녹천:15km
총605km
http://blog.naver.com/leey7867/8009075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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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캬아~!! 컴앞에 편히 앉아 땅끝마을 댕겨온 기분이내요. 다큐멘터리 비디오 보는거 같습니다. 엄청 고생들 하셨군요~ 난 언제..... 부럽당. 유구쪽에서 터널을 지나 애경유지공장 부근이 내가 어렸을적 살던 곳입니다.
참으로 재미있고 훌륭한 투어 여행을 다녀 오셨군요^^ 축하 합니다 .또한 부럽구요 ^^ 체력도 좋으시고 그먼길을 자전거로만 다녀 오시다니 정말 정말 부럽군요. 나두 가보고 싶은뎅 .... 담엔 나두 데리고 가주셔요!!!!!!!!!
한편에 드라마네여...두부에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저도 시간만 허락되면 참석 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은데 역시 열정이 부족한것이겠지요...두분의 장정 무사완주에 박~수 박~수 !!!!!!!!!!!!!!
청춘! 이는 듣기만하여도 가슴썰레이는 말이다! 마치 청춘 예찬을 보는듯합니다. 하느리님 하제님 약 10년은 젊어 지셨을것 같습니다. 열정 계속 이어 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매일 작업을 할머니만 했나요?
지난 여정을 다시 반추되는 상세한 리포터에 감사합니다. 다시금 되돌아 생각해 보아도 내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는 것이 뿌듯함니다...허나 이 모든 것이 나 혼자만이 이룰 수 없을 것이고 하제님이 함께 하였기에 가능합니다....컨디션도 안 좋고 잔차 상태도 불량한 상태에서 고군분투한 하제님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수고 많이하였습니다.^*^
님의 글로나마 잔차여행을 대신한듯 가슴이 뿌듯합니다~~즐감!!
한편의 여행 수필을 보는 기분이 이럴꺼에여 ^^ 좋은 추억 가슴에 담고 오셨다니 저두 기분이 좋아요 ^^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여행입니다. 정말 잘 읽고 갑니다.
부럽고 장한 50청년 두분 좋은 짝만나 사흘 잔차튜어에 감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