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애인인권부모회, '장애인자립방안 모색' 강연회
'서울장애인인권부모회'(아래 인권부모회)는 송파구 장애아동의 부모모임으로 2003년 11월에 창립했다. 창립 이후 인권부모회는 통합교육보조원의 8개교 배치, 송파구체육문화회관 장애인이용권확보를 위한 연대활동을 통하여 송파구체육문화회관에 장애아동 부분참여 실시 등 송파구 장애아동 통합교육과 사회통합의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한다.
'서울장애인인권부모회' 주최로 '지역에서의 장애인 자립방안모색'이란 강연회가 열렸다.
이에 인권부모회는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다짐하는 창립1주년 기념식을 지난 11월 16일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하트-하트재단에서 강연회와 함께 개최했다.
기념식에 앞서 김정옥씨가 일본에서 촬영해온 장애인 자립생활에 관한 영상물을 상영했다. 지적장애인 오케스트라와 카페, 빵집 등에서 일하는 장애인 그리고 싱크로나이즈 스위밍을 배우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이 영상물을 통해 김씨는 "일본의 장애인들이 일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도 독립된 생활을 꾸려갈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촬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는 현재 대학에서 사회복지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서울장애인인권부모회 회원으로 고등학교 1학년인 다운증후군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다.
서울장애인인권부모회, "적극적 참여가 장애자녀 위한 정책 만들어"
영상물을 시청한 후, 오전 10시 즈음 3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권부모회 창립1주년 기념식과 정기총회가 시작됐다.
'서울장애인인권부모회'의 이정인 회장.
인권부모회 이정인 회장이 사업 활동 보고를 하면서 최근 있었던 서울시장애인교육권연대 협상 결과와 성년후견제 출범을 언급하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정말로 필요한 정책"이라며 "집회나 시위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 아이들의 복지가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요구하는 자세를 갖자."고 말하며 12월 2일 '성년후견제'의 국회 공청회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기념식과 정기총회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강연회가 시작되었다. 이날 강연회는 기념식전 행사에 영상을 소개하던 김정옥씨(전 사회복지법인다운회 실장)가 '지역사회에서의 장애인 자립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일본의 장애아동이 자립생활을 배워나가는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자녀의 유년시절 동안 일본에서 생활했던 김씨는 누구보다도 일본과 한국의 장애인에 대한 의식과 제도를 상세히 비교 설명해줄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일본 학부모, 자녀 자립 의지 본받아야
자녀의 자립에서 부모가 적극적 의지를 강조하는 김정옥씨.
김씨는 일본의 시설 및 단체를 다니며 찍은 사진을 무대 화면을 통해 보여주었다. 일본 최초의 자폐증공무원 테츠유키씨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사업장 뿐만아니라 그룹홈과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단체를 돌아다니며 일본 장애인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우리 아이보다 힘든 중증장애인이 뭘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고백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희망을 가지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모든 직원이 장애인으로 이루어진 일본의 한 음식점에서 카레라이스를 먹고 음식값을 지불하며 장애인이 만들어 비싸게 받는 것인지 아니면 더 싸게 받는 것인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에 대한 대답은 "우리는 음식을 만든 정당한 값을 받을 뿐"이라고. 그 대답에 김씨는 장애인을 특별하게 봐줘야한다는 선입견도 우리가 가지는 편견이라는 생각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은 장애인 부모들이 자녀가 졸업 후 갈 직업장과 사업장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려나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물론 시작은 내 자녀를 위한 일이었지만 다른 자녀도 내 아이와 같다는 공동체적의식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장애인 편의시설, 비장애인이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김씨는 "장애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편의시설은 비장애인의 경우에 더욱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경사로나 엘리베이터의 사용자를 보면 대부분 비장애인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 잘 아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러므로 장애인을 위한다는 편의시설은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를 위한 시설인 것이다."라고 강조하면서 "때문에 우리는 장애인의 하루가 비장애인의 하루와 똑같게 해달라고 요구해야한다."고 강한 어투로 말했다.
김씨는 복지관의 프로그램에 대해 언급하면서 "있는 것에만 고맙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정작 우리에게 필요하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당당하게 요구해 시민의 권리를 찾아야한다."고 제시했다.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김씨는 17년동안 장애아동을 키우면서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었는지 자문해 보았다고 한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자립의 가장 기본적 요건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장애자녀 자립, "부모가 적극적으로 후원해야 가능하다."
김씨는 "장애자녀의 사회 진출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부모가 될 수도 있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에, 창피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자신의 사회생활 때문에, 혹은 자신이 너무 힘들어서 아이를 집에 가두려고 하지 않았는지 자문해보라"고 부모들의 의식 변화를 요구했다.
김씨는 "장애를 지닌 아이 덕분에 나는 세상을 넓게 살았던 것 같다."고 고백하면서 "아이의 장애를 알고 처음에는 너무 힘들고 불행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 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덜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이 나이에 사회복지를 공부할 필요도, 컴퓨터를 배울 필요도, 일본어를 배우는 일도 없었을테니 말이다."라고 말하며 아이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김씨는 강연회 전에 청중을 향해 "대여섯 개의 계단 위에 유모차를 가진 어머니가 계단 아래를 보고 있습니다. 내려가려고 못하는 이유는 유모차 때문입니까 아니면 계단 때문입니까?"라고 질문했었다.
강연회를 마치면서 질문에 대한 대답을 김씨에게 들을 수 있었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지 못한 것은 유모차 때문이 아니라 계단 때문입니다. 유모차를 없앨 것이 아니라 그 유모차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라고 말하며 인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강연회가 끝난 뒤, 여섯 살 발달장애 자녀를 둔 이은영씨(37, 송파구 송파동)는 "아이가 어려 아직 자립생활까지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 장애아동을 키운 어머니의 경험과 좋은 실례를 듣고나니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하면서 "지금까지는 내 아이를 품에 안고만 있었는데 장애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더욱 적극적이고 성숙한 자세로 양육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강남구 서초동에서 온 조은숙씨(34)도 "우리 아이의 사회적, 지적 장애만 걱정했었는데 이제는 자립생활을 도와주기 위해 어릴 때부터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양육해야하는지 알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또한 "우리 아이만 돌보기도 벅찬데 다른 많은 장애아동들에게 더욱 좋은 기회와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에 정말 깨달은 바가 많다."고 앞으로도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가해야겠다고 말했다.
'송파'는 언덕 위에 소나무가 푸르게 우거진, 산 좋고 물 맑은 강변마을이란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송파구의 '서울장애인인권부모회'가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살기 편한 강변마을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는 부모회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