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동굴을 나와 다시 배를 타고 하롱베이 유람을 한다.
하롱베이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상가옥들!
집은 허름한데 주차장에 작은 배들이 줄지어 서있는 걸 보면 꽤 부자이신듯~
빨래와 식량이 널려 있고,
가운데 작은 방이 있는 걸 보면...
저분들은 정말 저 자그마한 배 위가 집인걸까?
새삼, 내가 얼마나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유람선은 다시 우리를 내려줄 채비를 하고 있다.
주황색 구명조까기 걸려 있는 걸 보면, 이곳이 스피드보트를 타는 곳인듯 하다.
하롱베이 옵션 중엔 '스피드보트타기'가 있었다.
같은 팀내 몇분은 한사코 타지 않겠다고 했으나,
가이드가 하롱베이까지 와서 스피드보트를 안 타고 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제임스본드섬이라 불리는 향루원을 가보지 않고는 하롱베이에 왔었다고 말할 수 없는거라고
반강제적으로 전원을 스피드보트에 타게 했다.
(결코 좋은 가이드는 아니었다!)
스피드보트를 운전할 베트남 아저씨!!
너무 짖궂게 운전하면 안 될텐데~
설마 바나나보트처럼 뒤집히는 건 아니겠지~
나름 스릴을 즐기는 편인데도, 은근히 걱정된다.
역시...
배는 그야말로 스피디하게 달리는데
좌로 기우뚱~ 우로 기우뚱~
하는 바람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잠시 타고 간 후엔 바로 내리라고 한다.
배를 갈아타야 한다며...
향루원에 가려면 모터보트가 아닌
직접 노를 젓는 배를 타고 가야 한단다.
실제로 향루원 입구에는 모터작동 금지 표시가 되어 있었다.
저 뒤쪽으로 낮게 뚫려 있는 구멍이 향루원에 들어가는 입구다.
어디선가 박쥐라도 튀어 나올 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석회암덩어리가 혹시 멀리 위로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하다.
이곳의 바위들은 마치 칼슘이 다 빠져버린 골다공증 환자의 뼈 같다.
서서히 동굴 밖 향루원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향루원은 이러한 바위섬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아늑한 공간이었다.
우리가 들어왔던 작은 구멍만 없다면 섬 너머 세상과 완전히 차단되는...
섬으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지
바다는 호수만큼이나 잔잔했다.
이곳 향루원은 제임스본드섬으로도 더 잘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007 네버다이에 나왔던 장소라고...
<007 네버다이 장면> [출처:다음]
<007 네버다이 장면> [출처:다음]
오래전 봤던 영화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영화의 일부 장면이 하롱베이에서 촬영된 듯 하다.
고요한 이곳에 배를 타고 물건을 파는 아낙은 둘이나 있었으니,
경쟁이 꽤 치열할 것 같은데, 알고보니 두 여인이 파는 품목이 다르다.
우리가 탄 배 옆으로 능숙하게 배를 갖다붙이는 젊은 여인!
그녀가 팔고 있는 것은 술과 과자다!
베트남 전통술인 넵모이와 하노이맥주!!
아마도 이곳이 선경(仙景) 이라 자부하며
술한잔 하며 신선놀음이라도 즐기고 가라는 건가?
안주 삼을 땅콩과 과자도 널렸다.
오리온 초코파이와 오레오도 있다!!
나이드신 할머니가 파는 품목은?
바나나다!!
그런데 잘게 잘라놓은 바나나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이곳 향원루에 살고 있는 원숭이 가족들을 위한 것!
바나나를 사서 원숭이들에게 던져주는 것도 이곳에서 즐기는 코스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한바구니 구입해 멀리 있는 원숭이에게 던져주니 쫓아다니며 잘도 받아먹는다.
주변에 널린 껍질들을 보니 이미 꽤 많이 드신듯~
마치 동물원에 온 것처럼 원숭이의 재롱에 환호를 했는데,
저 원숭이들도 새우깡에 맛들인 갈매기처럼
점차 야생성과 자생력을 잃어갈지도...
너무나 적막한 이곳 향루원에 이들마저 없었더라면
많이 심심했을 것 같다.
하롱베이안에 숨겨져 있는 작은 파라다이스!
그 고요한 향루원에 살짝 머물고 나와
우리는 다시 스피드보트로 갈아탔고,
다시 돌아온 현실은 비명소리로 꽤나 시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