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의암호 -루드베키아 꽃길
지루한 장마의 연속이다. 곳곳에서 비 피해로 고통 중에 계신 분들이 많은데,.... 비오는 날의 춘천 의암호의 모습이 보고싶어 찾아 나서는 마음 또한 가볍지는 않았다. 춘천행 전철에 몸을 실은 몇 안되는 승객들도 긴 장마에 지친듯 대부분 졸고 있는데, 데이트 중인 듯한 젊은 남녀의 즐거운 대화는 끝이 없었다.
마지막 역인 춘천역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승강기를 타고 광장 쪽으로 나갔지만, 의암호 방향으로 나있는 긴 복도길을 따라 걷는 사람은 댕그렁 나 혼자였다. 춘천역사를 벗어나 우산을 받고 길을 걷는 사람도 나 하나였다. 내 갈 길을 가로막는 폭 넓은 도로, 그 위로는 고인 빗물을 사정없이 길가로 퍼부으며 덤프트럭 등 자동차들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으며, 힁단 보도의 붉은 불은 꺼질 줄을 몰랐다. 우산을 받쳐들고 틈을 노려 뛸 수밖에..............
자동차 소리를 뒤로하고 걷는 길 옆, 어느 마음씨 고운 사람이 살고 있음이 분명했을 게다. 텃밭에 조성해 놓은 화단에는 예쁜 꽃들로 가득했다.
우중에 만난 오이꽃, 쑥갓꽃도 귀엽게 보였다.
의암호 둑방길에 오르니 자욱한 운무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상황은 오래지 않았으며, 시시각각 달라지니 변화무쌍함은 이럴 때 쓰는 말이었을 것이다.
황금빛을 발하는 꽃 너 루드베키아! 그 꽃말이 '영원한 행복'이라 했던가? 길가에 가득히 피어 있는데 그 위로는 자욱한 운무가 멀리 퍼져 있고, 신기루처럼 공중을 두둥실 날아 아득히 보이는 세상! 영원한 행복의 땅 아니, 무릉도원이 저기에 있었던가? 건너편 풍경이 허공에 떠 희미하게 보이는 환상적 정경은 정말 혼자 보기가 아까웠다.
걷는 길이 꿈길처럼 아득했다. 영원한 행복의 땅으로 가는 길은 이와 같을까..................................?
비를 맞고 서 있는 달맞이꽃은 꽃잎을 열지 않고 있었다. 오늘 저녁 달이 떠오를 때, 그때를 희망하는가? 달맞이꽃을 야래향 또는 월견초라고도 부른다. 꽃말은 '기다림(또는 말 없는 사랑)'이란다. 검은 구름이 끊임없이 밀려와 비를 뿌리고, 안무 자욱한 장림(長霖)에 달을 만나기는 애초에 글렀는데..... 그래도 혹시나 ....... 잠깐이라도 볼 수 있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
멀리 의암호 중도가 아릿하게 보인다.
의암호 주변의 공지천 시민공원, 이디오피아 참전 기념관, 카페ㅇㅇㅇ, ........... 아마 젊은 날의 추억 한 가지 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조명을 밝히고 손님을 기다리는 배카페에서 울려오는 음악이 호수 위를 흐르지만........ 평일이고 비가와서 그런지 한가하기만 했다.
장마가 지루해 우산을 받쳐들고 의암호반을 찾아갔습니다. 거기엔 '영원한 행복'을 상징하는 루드베키아 꽃길이 있었습니다. 아득히 이어진 그 꽃길을 따라 걷고 걸었습니다. 그 황금색 꽃무리 위로 두둥실 높이 떠 있는 운무(雲霧) 속의 신기루 피안(彼岸)이 보였습니다. 영원한 행복의 땅, 곰곰 생각하니 멀리서 찾지 말고 '여기' 에 있다는 가르침 그 가르침인 것만 같았습니다. 화엄경엔 '일체유심조' 라 했지요. 나의 신념, 믿음 그 속에 모든 게 있음이라.
생(生)이란 영원한 행복을 소망하고, 애쓰고, 기다리는 삶의 행로입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소망하는 만큼 노력하고, 기다리는 마음이 늘 부족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늘 기도하며 잘못을 고하고, 용서를 빌며 삽니다.
오늘도 잠자리에 들면서 또 그렇게 기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부유함이 사소하다 해도 소중하게 여기고 만족하면,
그게 나의 누구도 범치 못하는 영원한 행복임을 고백해야겠습니다.
오늘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엇고, 내일을 기다릴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글, 사진(2011. 7. 14) /최멜라니오 |
첫댓글 장마에 지친 시야를 말끔히 씻어주는 영상들..고맙습니다.. 요즘 아이들 말로 안구정화 심하게 하였습니다...오늘의 행복과 내일의 기다림에 감사드리는 멜라니오 형님을 우리 곁에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수해에 피해를 입으셨는데.....그 상처가 쉽게 아물리 없겠지만....
하느님의 자비하신 손길 함께하시길 빕니다./최멜라니오
형님의 유유자적하신 모습이 부럽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아야할텐... 간접적으로 좋은 풍광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무치아노 형제님이 부러운데.......ㅎㅎㅎ
사진도 잘 보았지만..프란형님의 글솜씨는 대단합니다요~~
안구와 정화가 부부같은데 무얼 심하게했다는건가요???ㅋㅋㅋ
오늘은 행복하구...내일은 더 기다려진다구요????
나두 형이하학적으로 살아보려구요~~
모두모두 좋은주말되세요.
김안구씨 박정화여사가 부부인데 ......심하게 했구먼요.
요셉형제님 유모는 기발하네요. 불암산이 들썩거립니다. ㅎ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