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시모노세키에 묶어두고 다음에 조금 큰배를 항해할때 뒤에 끌고 갈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입맛대로 되진않는다. 폐선옆에 묶어두긴 했지만 날짜가 지날수록 걱정이된다. 더군다나 시모노세키 세관에서 이 배는 언제 운항할 것인지 물어본다.
4월3일 아침 6시경 잠이깨서 습관처럼 컴퓨터를 켜고 날씨를 확인한다. 앞으로 날씨가 계속 좋지않다. 바람도 많고 비도있다. 그런데 어제까지만 해도 작은배로는 어림없을 것 같은 날씨였는데 할수 있는 날씨같아보였다. 옆바람에 파고 0.5미터 높아봐야 0.6미터다. 바람의 세기 13노트정도다. 그래 오늘 아니면 앞으로 한 일주일은 못가는 거다. 가서 가져오자 9시간이면 된다. 가자! 급히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짐을 주섬주섬 챙겨 일본으로 날라간다. 11시에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여 신간센을 타고 고꾸라를 거쳐 시모노세키에 도착하니 13시다. 출항신고를 하고 필요한 물품을 샀다. 얀마 부품점에 가서 연료필터도 2개 구입했다. 그리고 배로 와서 필터를 교환하고 연료도 충분히 구입했다. 일본해상보안청에서 왔다. 젊음 친구들이었는데 작은배로 항해하는 것에 대해 별말이 없다. 나는 혹 해상보안청에서 안전을 이유로 출항을 못하게 하면 어떻하나 하는 염려가 있었다. 그러면 천상 다음항해때 끌고 가는수밖에 없겠지 하고 생각했던것이다. '이렇게 작은 배로 한국까지 갈수 있으모니까?' '오늘 날씨가 좋아요 파도가 거의 없으니까요' '아 그래요, 그렇지요' 이렇게 대화는 끝나고 그들은 가고 16시경 나는 배를 몰고 급히 항구를 빠져나왔다.
'아노~ 조또마떼!' 이렇게 말하면서 잠시 기다리라면 그때부터 본서에 전화해서 알아보고 어쩌고 하다보면 출항이 늦어지던가 못하는 수가 있다. 뒤에서 불러도 나는 못들은척 할것이다. 눈알은 뒤쪽으로 돌려도 고개는 앞쪽을 보고 있을 것이다. 포구를 빠져 나오다 배를 잠시 세우고 드라이브 꽁무니에 달려있는 핀을 조정했다. 프로펠라 바로 위에 삼각형처럼 달려있어 배가 똑바로 나가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게 뭔가에 부딪혀 휘어져 있었다. 오는내니 핸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바람에 오른쪽 손이 뻗뻗해질 지경이었다.
큰 몽키스페너가 있다면 간단한데 내게 작은 공구밖에 없다. 있는 공구로 하다보니 90퍼센트정도만 방향을 돌려놓을수 있다. 그 상태로 만족하고 달려보니 앞전보다는 힘이 훨씬 덜 들어간다. 그러나 핸들을 놓으며 바로 오른쪽으로 휘어 버린다. 별로 좋은 현상을 아니다. 파도밭에서는 배가 휘청거리면서 몸의 중심을 잃기 쉬웠다.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떻하나 저체온으로 죽기전에 배가 빙빙돌면서 나를 공격해올텐데 뭔가 조치를 취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직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적당히 몸을 묶을때도 없다. 중심만 낮추고 조심하자 이게 전부였다.
시모노세키부터 쓰시마 아소만까지는 파도0.5에 옆바람예보다. 그런데 나서자마자 맞바람이다. 한시간을 맞바람 맞파도를 가르며 달렸다. 배가 탕탕거려 속도도 많이 못낸다. '아 정말 예보가 안맞아도 이래 안맞나' 그리고 한시간쯤 더 달렸다. 바람이 없어졌다. 그래 이래 되야지 역시 잘 나왔어 삼사십분을 그렇게 달렸다. 그런데 파도끝이 살살 일어나더니 어느새인가 끝부분이 쏟아져 내린다. 속도를늦추고 파도를 잘 타지 않으면 배가 위험했다.
어느새인가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항해등을 켜니 앞이 잘 안보였다. 파도가 높아 속도 6노트 밖에 낼수 없었다. 45마일이나 남았는데 어떻하나 밤새 파도와 씨름할 자신이 없다. 이미 입안에 단내가 풀풀나고 있다. 파도에 쓸려 배가 넘어지면 그대로 끝이다. 구명조끼 그건 시신찾는데만 도움이 될것이다. 차가운 수온에 30분도 견디지 못할것이다.
배를 10마일쯤 떨어진 오키노시마로 돌렸다. 파도 각도가 옆으로 되어 배는 수월하게 나갔지만 여전히 속도를 못냈다. 파고가 높아져 2미터를 넘었고 어디서 온건지 모르지만 너울과 합세할때 저절로 어금니를 꽉 깨물게 되었다. 3마일 앞쪽에는 오징어 배가 불을 밝히고 조업을 하고 있다. 그래 그래 저 배도 있네 혹시 잘못되면 도움이 되겠지 그런데 저배가 16번 체널을 틀고 있을까 당연하지 아냐 16번을 틀어놓으면 시끄러우니까 안틀어놓았을거야 보통은 어업무선을 많이 듣자나 그래도 불이 라도 밝으니 그게 어디고 배는 가다가 파도가 오면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 큰 파도를 넘고 난뒤 다시 가는 길로 간다. 우째이리도 먼지 두번다시는 이런 항해를 안하리라 맹세 맹세 일단 살아서 나가자 백색등이 눈이 부셔 모자로 덮어버렸다. 사방을 칡흑같이 어둡다. 왼쪽 저멀리 배가 한척보인다. 우리배를 알게 하려면 항해등을 켜야 하는데 그걸켜면 파도가 보이질 않는다 내가 잘 보고 가자 어느순간이 되자 멀리 있던 배가 어느새 녹색항해등이 보이면서 가까이 있다. 방향을 돌려 우현과 우현이 되도록 만든다. 등을 덮었던 모자를 벗겨낸다. 어선는 북쪽으로 속력을 내고 지나간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오키노시마로 방향을 돌렸다. 파도는 섬이 가까워와도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 1.5-2미터, 17피트 작은 배에게는 산더미 같은 파도였다. 어둠속을 헤맨지 두시간쯤 오키노시마 포구앞에 당도한다. 포구의 불빛 생명의 불빛이다. 포구 입구를 찾아 들어갈려는 순간 안에서 나오는 배가 있다. 적색등이 보인다. 놀래서 배를 우측으로 붙인다. 배가 우측안벽에 너무 가깝다. 다시 중앙쪽으로 그런데 뭐고 저배 가만히 보니 포구에 엥커를 내리고 있는배다. 속도를 늦추고 포구안을 살폈다. 포구에는 엥커를 내린 배 이외에는 다른배는 없다. 섬을 지키는 등대지기의 집은 불빛이 환하다.
등대지기에게 찾아가서 형편을 알리고 피항했노라라고 말한다. 그러면 등대지기는 관할청인 후쿠오카 해상보안청에 연락하겠지 그들은 또 확인을 위해 시모노세키 해상보안청에 연락해서 정보를 입수하고 그게 맞는지 나와 연락해서 최소한 한두시간은 지루한 확인작업이 있을거고 어쩌면 배를 타고 이곳으로 올지도 모른다.
예전에 21피트 요트로 항해하다 이곳에 피항했을때가 그랬다. 등대지기와 인사하고 만신창이가 된 몸을 누인지 3시간쯤 되었을까 해상보안청에서 와서 후쿠오카로 가자고 했다. 왜 조사받으러 배를 끌고 갈건가요 아니 당신이 직접가시요, 우린 옆에서 갈께요 거기까지 8시간인데요 난 못갑니다. 잡아가시요 그런적이 있었다.
포구는 하트모양으로 생겼다. 들어가면 왼쪽포구 오른쪽 포구가 있고 중앙에 길게 나왔있는 정박장이 있다. 포구는 하트모양 대부분의 가 쪽에도 수심이 괜찮다. 정중앙에 등대지기의 숙소가 있다. 나는 왼쪽 그러니가 남쪽편 안벽에 배를 대었다. 누가 봐도 나는 이상한 배였다. 작아서 레이더에도 잘 안걸리는 그런배이다. 비옷을 입었는데 문양이 위장복스타일이다. 멀리서 본다면 군복을 입고 작은배를 타고 조용히 포구에 들어와 제일 구석에 들어와 숨어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해드렌턴도 켜기도 염려되었다.
17피트 밖에 안되는 배가 육지와의 거리가 40마일이나 되는 이 작은 섬에 나타난것은 누가봐도 이상한 일이다. 더군다나 밤에.... 혹시 북한.....혹시 밀항.... 이렇게 생각될터이고 아마도 전화기를 들고 118번으로 돌려 말할것이다. 여기 오키노시마입니다. 이상한 배한척이 들어와 있어요 크기가 아주 작아요 군복같은 옷을 입고 있어요 저쪽 방파제 끝에 있는데 머리는 하얗네요. 헤드렌턴을 껐다 켰다 하면서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포구 안쪽에도 너울이 들어와서 배의 줄이 늘어졌다 붙기를 반복한다. 배는 그에 따라 팅팅 거리며 촐랑거린다. 배가 작아도 너무 작기 때문이다.
앞쪽의 작은 선실로 들어가 잠자리를 만들었다. 바닥에 구명조끼를 깔고 그위에 잠수복을 담요처럼 깔았다 머리를 선수쪽에 두고 기어들어 몸을 구겨 넣어 잠을 청했다. 선실안이 쾌쾌한 내음으로 가득하다. 연료냄샌가 FRP 냄샌가 좌우지간 좋지않다. 혹 독한 냄새에 중독이라도 되지 않을까 이대로 자면 아침에 못일어나는 건 아닐까 물에 흠뻑젖은 팔과 다리로 한기가 파고 든다. 추워도 문은 열어놓자 혹시 잘 못되는 것보다는 추운게 낫지 밤이 깊어지자 기온이 점점 내려간다. 젠장! 춥네추워! 문을 닫았다. 아아~ 냄새
도저히 안되겠다. 머리를 문쪽으로 하고 발을 선수쪽으로 했다. 그리고 문을 조금만 열어두었다. 코구멍과 문사이의 거리를 최대한으로 하고 문은 조금만 열어 한기를 차단했다. 조금은 따뜻하고 조금더 안심이 되었다. 피로감은 추위보다 강했다. 잠이 들었다. |
하지 말았어야 했던 항해(17피트보트 히로시마-시모노세키-통영) 3편 주위가 채 밝아오기 전 어슴푸레 섬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 잠에서 깨어났다. 섬의 등대지기가 먼저 일어나 배를 발견하고 놀라 신고라도 한다면 이번 항해는 꼬이게 된다. 오키노시마 포구는 아직 어떤 미동조차 느낄수 없다. 정적을 깨고 배의 시동을 걸었다. 키를 한번 철거덕하고 돌리니 '부릉'하고 엔진이 걸렸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 혹시나 하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다행이 섬의 등대지기도 정박되어 있는 배에서도 기척이 없었다. 안벽에 달려있던 계류줄을 풀고 배를 떼어냈다. 기어를 털거덕하고 넣으니 배가 잔잔을 포구안을 가르며 나아갔다. 정박된 배의 홍등 불빛이 선명할 만큼 오키노시마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상태이다. 포구 입구의 녹등을 오른쪽으로 감으며 남쪽으로 돌아 나갔다. 오키노시마는 밖을 나서자 마자 한바다이다. 어제밤의 파도로 인해 너울이 아직 남아 있었다. 너울은 섬 주변의 낮은 지형과 만나면서 높이 치솟아 올랐다. 바이킹을 타듯 17피트 작은 모타보트는 한번은 하늘을 향해 달렸다가 또 한번을 바닷물속을 향해 처박히길 반복한다. 속도를 최대한 줄이며 섬과 보트의 사이를 멀어지게 한다. 어느정도 거리가 떨어지자 너울파고를 타기 한결 수월해졌다. 선수를 쓰시마 남섬과 북섬 사이인 아소만을 향해 돌렸다. 파도는 10시방향에서 1미터쯤 일어나 보트 쪽으로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속도를 올리자 오히려 파도를 잘 갈랐다. 10노트 정도의 속력으로 아소만을 향했다. 날이 완전히 밝으려면 한시간 가량 더 있어야 한다. 하지만 주변의 배를 식별할 정도는 되었다. 밤새 작업을 마친 오징어 배들은 보이지 않았다. 멀리 상선한척이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아마도 동남아 쪽으로 향하는 배일듯 싶다. 날이 밝기만 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질것이다. 아소만 입구까지는 36마일이다. 한참을 달려나가는데 어선한척을 발견했다. 조금후 그 어선과 교행을 하면 스쳤는데 어선선장이 선실창문을 열고 목을 빼어내고 이쪽을 향해 놀란 토끼눈을 하고 쳐다보았다. 나는 여유있는 척 손을 흔들어 보이며 달려나갔다. 비좁은 창문으로 고개만 내밀어도 가득차 보이건만 그 사이로 손이 조금 삐져 나오며 까닥거리며 답례를 했다. 멀어지는 어선에게 뒤통수를 보이며 손을 높이 들며 도망치듯 멀어졌다. 이렇게 육지와 멀리 떨어진곳에서의 5미터짜리 모터보트는 모든 배의 의혹 대상이 되기 쉽다. 혹시 무전으로 해상보안청에 알리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이 일어난다. '해상보안청! 여기는 오키노시마 주변에서 작업하고 있는 어선입니다. 여기 작은 모터보트 한척이 쓰시마로 향하고 있는 걸 보고 무전합니다. 아주 작은 배인데 군복을 입은 사람이 타고 있어요!' 이렇게 보고라고 하게 되면 어쩌나 싶다. 섬을 나와 한시간이 넘어가자 주변은 또렷하게 밝아졌다. 하얀 거품을 머금은 파도도 선명해졌다. 깊은 수심만큼이나 짙은 바닷물색은 하얀 파도에 대비되어 더욱 더 짙은 물색이 된다. 선수와 부딪혀 튀어오른 바닷물은 미물이건만 분명 파도는 살아 넘실대며 주변을 애워싼다. 아 육지! 육지가 보이기만 한다면! 뒤를 돌아 오키노시마를 보았다. 섬은 나를 지켜보는듯 아직 거기에 있었다. 속력을 더 내고 싶어도 가끔씩 파도가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그럴수 없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달리기를 두시간을 넘어섰다. 쓰시마의 높은 산들이 보일만도 하건만 섬은 보이지 않았다. 20마일쯤 멀어진 오키노시마도 언제부터인가 사라져버렸다. 시간은 좀처럼 가질 않고 거리도 잘 줄어들지 않는다. 조타핸들을 잡고 말을 타듯 앞에 보이게 될 섬들만 뚫어지게 살피며 나아갈 뿐이다. 섬은 거리를 8마일쯤 남겨두고 형태를 드러내었다. 시정이 7-8마일쯤 되나보다. 거리가 줄어듬에 따라 아소만 입구에 산들이 점점 또렷해졌다. 그러다가 어느새인가 파고가 줄어들더니 사라졌다. 엔진 출력을 높여 14노트까지 달렸다. 뒤쪽으로 길게 흔적을 남기며 시원하게 아소만을 향해 달려 들어갔다. |
첫댓글 크로마뇽인 맥가이버 윤선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이 경험이 또 언젠가 훌륭한 자산이 되겠지요~~^^
공구가 목숨이네요.... ^~^
손에 땀을 쥐게하는 항해기입니다. 주된 감정은 초조함이었을 것 같네요.
한편의 영화가 상상됩니다.^^
참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