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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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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두 대 간 스크랩 끝없는 도전 6번째 발걸음 <덕산재~삼도봉>
靑 鹿 추천 0 조회 17 09.08.04 00:1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끝없는 도전 그 6번째 발걸음

(덕산재~삼도봉)

(2003년 3월 16일 일요일)

****배경음악 : Only our rivers run free/James Last** 

날씨

비,진눈개비,눈

동행

산까지 따라 다니는 생의 동반자, 조천마

거리

도상:17.0Km 실제:20.5Km

시간

산행 7:00분 + 식사 및 휴식 1:00분 = 총 8:00분

경비

(대전~무주 왕복고속도로비:4,400원) + (혜인농원~덕산재 택시비:17,000원) = 21,400원

산 행 구 간

(덕산재~853.1m봉~부항령~1,030m봉~1,170.6m봉~삼도봉~삼마골재~해인농원)

주 요 구 간 산 행 기 록

주요경유지점

시각

기사

덕산재

10:47

산행시작

폐광터

11:20

853.1m오름길도중

11:47~12:00

휴식 및 간식

853.1m봉

12:20

부항령

12:48

960m봉

13:20~47

중식

1,030m봉

14:22

⇒(묘지1기의 헬기장)

능선

15:29~37

휴식 및 간식

1,170.5m봉

15:54

목장지대

16:00

1118m봉

16:51~53

휴식

삼도봉

17:15~25

휴식 및 간식

삼마골재안부

17:43

산막골삼거리

18:25

혜인농원

18:45

산행 종료

 

덕산재까지의 스케치

 

♡ 왕 십 리 ( 김 소 월 ) ♡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往十里)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天安)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데.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어제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기상청을 접속하니 "오늘은 남부지방에서부터 비가 시작되어 ~~~~~ 전라북도와 충청북도 그리고 경상북도 추풍령지방은 곳에 따라 한 두 차례 비가 오며 확률은 40%"라 되어 있다.
"이 정도라면 떠나도 큰 무리는 없을 듯...."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8시가 가까워지면서 한 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이 이젠 제법 옷이 젖을 정도로 굵어진다.
"내일 왠만한 날씨면 산에 갈 테니 아침 08:40까지 장비를 챙겨서 직장으로 나와" 하며 버스를 타고 출근했는 데....

가야 하는 가?

비오는 날은 빈대떡이나 부쳐 먹고 낮잠이나 자야 하는가?

계룡산에서 접질리고 월출산에서 또 다시 삐끗한 왼쪽 발목도 붓고 시큰거리는 상태인 데 ... 오늘 과연 7~8시간을 잘 버텨 줄 지 그것도 걱정인 데..."
몇 일전 조천마님에게 전화를 하여 "16일 별 계획이 없으면 동행하자는 제의에 가 본 길이지만 선배님이 가시는데 얼마든지 동행해 주겠다며 흔쾌히 승낙하여 천군만마도 얻은 터인데...."
"우와 이것 참..."
이런저런 생각에 결론을 못 내고 있는 데, 오늘따라 아내는 빨리도 도착하고
"이 날씨에 가도 되겠느냐" 물으니 남자의 자존심에 손상이 올까 봐
"아 그럼 이 정도 가지고 한번 마음먹은 걸 취소한단 말야?"

큰 소리 뻥치고 차에 오르기는 했으나,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에 마음은 자꾸 캥겨만 가는 데.....

라면은 내가 샀으니 가지고 오지 말라는 천마의 전갈이다.
"시작이 반이다, 기왕 내 친 걸음 한번 가 보자"

천마님을 태우기 위해 전에 근무하던 곳을 가니 옛 동료들이 반갑게 맞아주며 지금이라도 방향을 돌려 한판 두드리면 어떻겠냐며 회유를 하지만 오늘 식구가 어디 나 뿐인가?

거절하는 맘이 좀 .....
유혹을 뿌리치고 09:15분 출발이다.

무주TG를 향해 질주하는 고속도로는 행락인파를 방에 묶어서 인지 텅 비어 있다. 빗줄기의 음악소리는 강약조절을 번갈아 하며 남의 애간장을 태우는 데, 어느새 무주시내를 지나간다.

설천을 지나니 향적봉과 리조트의 슬러프가 뚜렷하게 보이고 좌, 우측의 고봉들은 운무사이에 머리를 내밀었으니
"이게 왠 떡이람? 운무까지 덤으로 볼 수 있는 행운을 맞았나 보다" 하며 마음이 들뜨는 데 그 기분은 10분도 못 가서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속에......"로 바뀐다.
무풍읍내를 들어서는 데 한두방울 다시 빗방울이 듣더니 덕산재고개를 올라 설 때는 아예 와이퍼를 한단 높이라며 빗방울은 거세게 차창을 두드리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돌아 갈 수도 없고 오늘 고생은 불을 보듯 뻔한 데 ....."
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중산행의 경험이 별로 없는 아내가 그 단골 트레이드마크 "다음부터는 죽어도 안 따라 간다"는 언제 발동할 지 시간문제인 것은 명약관화한 데,
폐 주유소 건물 옆에 주차시키고, 3월 2일 우리를 무풍까지 실어다 준 봉고차 아저씨의 고마운 마음을 되새기며 차 밖으로 배낭을 끄집어 낸다.(10:40)

 

덕산재~853.1m봉

비는 바람을 동반하여 불어오니, 해발640m의 고지대의 체감온도는 싸늘하고. 덕산재의 주유소에는 2~3대의 승용차와 버스가 한대 주차되어 있다.
산행준비를 위해 주유소 건물 안으로 들어 갔으나 곧 나오고 만다. 건물내는 온통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고 악취까지 풍긴다. 우의를 입고 스페츠를 하려고 찾아보니 없다. 아내가 챙기지 않은 것이다. 장갑을 끼고 배낭을 메는 순간 아내가 "장갑을 보지 못했느냐"며 묻는다.
아무리 찾고 배낭을 다 뒤져봐도 없다.

고생길을 따라 온 아내의 사기앙양 차원에서 목까지 올라온 핀잔소리를 겨우 삼키고 장갑 한 짝을 벗어준다. 들머리는 전에 대덕산에서 하산시 봐두었기에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이 절개지의 날등을 타고 오른다.(10:47)
"이 비가 조금만 더 올라가면 눈으로 바뀌고 조망은 그렇다고 하지만 멋진 설경은 볼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사항에 기대를 걸고 서서히 올라간다. 고도를 높이며 발에 힘을 더하면서 왼쪽 발목도 서서히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천마가 옆에 있으니 마음이 놓인다. 지나간 발자국이 선명하고 눈 위에는 흙도 있는 것으로 보아 단체 산행객들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급경사의 오르막길을 7~8분가량 진행하니 안부라고 표현하기도 어색한 봉우리형태의 곳에 오르니 표지기는 주능선에서 급사면의 내리막길로 가라 하는 데 메모장을 보니 이곳이 833.7m봉의 직전 갈림길인 듯 하다.
제법 많은 눈이 쌓여 나뭇가지와의 줄다리기가 한동안 이어진 후 평탄한 능선길로 접어든다.
완만한 능선길은 4~5분가량 이어지고 묘지1기가 있는 지점도 통과하는 데(11:14) 소나무와 참나무의 낙엽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어 편안하게 진행하니 비는 맞고 있으나 다소 위안이 된다.

잠시 후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건너편으로 절개지가 보이는 데, 이 곳이 바로 폐광터인가 보다. 절개지 면의 표지기는 사면길을 치고 올라서라 요구한다. 완만하게 고도를 높이는 등로가 한동안 이어지다가 급한 내리막길을 맞는다. 상당히 많은 양의 눈이 녹을 생각도 하지 않고 쌓여있다. 이 곳 역시 나뭇가지를 의지하며 미끄러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며 내려서는 데, 선행자들이 다져놓은 발자국을 조금만 이탈해도 눈이 허벅지까지 빠지며 넘어지기를 몇 번, 853,1m봉을 오르기 위해 떨어진 안부다.(11:39)
이제부터는 853,1m봉을 향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어느새 비는 진눈개비로 바뀌어 있고 더욱 미끄러워진 등로는 우리의 발목을 잡으니 가쁜 숨을 더욱 가쁘게 만든다.

유난히도 눈이 많았던 지난 겨울을 증명이나 하듯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지거나 찢어진 소나무가지의 모습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작은 가지들도 어지럽게 널려 있어 마음 한구석을 아프게 한다.
제법 숨을 헐떡이며 봉우리처럼 보이는 곳에 올라서며 잠시 숨을 고른다.(11:47)
머리 위에는 봉우리가 하나 더 있는 듯 한데, 짙은 안개로 인하여 확실히 보이지 않는다.

페광터를 지나며, 다음 확인지점을 853.1m봉으로 정했고, 뚜렷한 설치물은 반드시 확인해야만 오늘 같은 날씨에는 알바를 하지 않기에 이곳이 853.1m봉은 아닌 것 같지만 노파심에 여기저기를 찾아보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오리무중이 아니라 20여m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니 내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위치는 감각과 확실한 표식 그리고 소요시간을 체크하며 짐작만 할 뿐이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핫바와 떡, 그리고 야쿠르트로 간식을 즐기고 일어선다.(12:00)

완만한 능선을 따라 작은 봉우리를 지나고(12:07)
잠시 더 진행하니 삼각점이 설치된 853.1m봉을 지난다.(12:20)

853.1m봉의 삼각점

 

853.1m봉~960m봉

제법 경사도가 있는 길을 잠시 내려선다.

아내가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한번 찧는데,

"떡본김에 제사 지내고 늦게 배운 도둑질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삼봉산에서 미끄럼타기에 재미를 붙인 아내는 아예 엉덩이 썰매를 타며 희희낙락이다.

떡 본 길에 제사 지내기

 

편안한 능선길이 제법 이어지다 서서히 고도를 낮추어 가는 데 진눈개비 대신 안개가 자욱하고 끼고 있는 장갑은 벌써 물에 흠뻑 젖어 있다. 다행히 날씨가 따뜻하기 망정이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묘지1기가 있는 헬기장을 지나고(12:46)
조금 더 내려가니 해발 680m의 부항령이다.(12:48)

부항령의 도우미들

 

부항령 밑에는 삼도봉터널이 있고 무주군 무풍면과 김천시 부항면을 잇는 1089번 지방도(포장도로)가 보인다.

주능선까지의 연결거리가 짧아 대간 길의 들, 날머리 역할을 하는 요충지이기도 하다.

길 건너편에 무수히 많은 표지기가 진입로에 걸려 있어 충실한 안내 도우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형을 잠시 확인하고, 표지기 사이로 들어간다. 한동안 완만하게 진행하던 등로가 제법 각을 세우며 고도를 높여가고 있다.
급경사의 오르막길 등로에는 3개의 묘지가 거의 일정한 간격으로 위치해 있고, 조금 더 진행하니 비석이 있는 묘지의 뒷부분을 지나게되고 조금을 더 올라가면 많은 표지기가 걸린 봉우리에 도착하는 데,

이 곳에서 등로는 우측의 급경사내리막길로 내리 꽂힌다.
지금까지의 소요시각과 지도의 지나온 지점 나아갈 방향르 종합해 보니 960m봉으로 추정된다.
굵어졌던 눈발도 그쳤고 움푹 패인 공지도 있어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13:20)

 

960m봉~1,030m봉

다행히 바람막이도 좀 되고 심한 바람은 불지 않아 그리 춥지는 않으나 그래도 바람을 등지고 앉는다.
천마가 큰 컵라면을 준비해 왔기에 커피 탈 물도 없다.

유난히 커피를 즐기는 나로서는 서운할 수 밖에....
후식은 과일 몇 조각과 초코렛으로 해결하고 우측의 급경사길로 내려선다.(13:47)
상당히 급한 경사길이다.

등로 옆의 나무에 의지하며 4~5분가량을 내려서고, 평탄한 능선이 잠시 이어지더니 키 작은 굴참나무군락지의 능선을 걸어간다.

암릉도 제법 있고 좌측은 탁 터진 듯한 지형이지만 볼 수 있는 것이라곤 잡목과 진눈개비 그리고 산에 쌓인 눈뿐이다.
등로 왼쪽으로 올라가면 앉아서 쉬어가기 좋은 바위가 하나 있다. 이 곳이 전망대바위라 부르는 바위인지 모르겠다.(14:15 )

바위전망대(?)

 

경사도를 조금 더 높이며 올라서니 헬기장이 있는 1,030m봉우리다.(14:22)

안개에 쌓인 1,030m봉

 

1,030m봉~1,170.6m

급경사의 내리막길이 잠시 이어지고 암릉이 좀 있는 구간을 지나고,(14:27) 순하던 능선이 서서히 고도를 높이더니 970m봉으로 생각되는 곳에 오른다.(14:58)

주능선 대간길을 쓸쓸히 지키는 표지기

 

다시 떨어졌던 등로가 서서히 고도를 높여 나간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상고대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입을 벙글거려야 할 아내가 아무 말도 없이 걷기만 하고 있다. 점심식사 후 한번도 쉬지 않고 진눈개비를 맞으며 눈 길을 진행하였으니 힘이 부치기 시작하나 보다. 조금 더 간다면 폭발할 듯한 예감이 든다.
내가 먼저 등로 옆에 자리를 잡으니 아내는 아예 눈 위에 앉아 버린다.(15:29)

세월을 거꾸로 가는 듯 주능선의 적설량은 1m이상이 되는 곳이 부지기수고, 러셀이 되지 않은 곳은 조금 내려서서 진행하고 다시 주능선에 올라붙기를 수없이 반복하였으니 자연 보행거리는 늘어나고 시간도 더 걸렸다.
예상대로 아내의 불만이 터지나 강도는 약하다.

이럴 때는 나도 못들은 체 하고 "샷 더 마우스"의 전략이 최고다.

우이독경에 천마와 얘기만 하니 제 풀에 지쳐 아무 말이 없다.
쵸코바와 과일로 떨어진 체력도 보강하며 현재의 위치와 진행할 방향에 대해 체크를 한 후 출발한다.(15:37)
잠시 후 급한 오르막을 조금 진행하니 무명봉에 올라서는 데(15:44)

1,170.6m봉의 직전 봉우리에서

 

이곳은 아마 1,170.6m봉의 바로 앞에 있는 봉우리일 것이라 생각하며 지나간다.

3월 중순의 상고대(1,170.6m봉에서)

 

완만한 길을 따라가다 보니 넓직하고 밋밋한 형태의 1,170.6m봉을 지나는 데 이 곳에도 많은 표지기가 텅 빈 대간길을 지키고 있다.(15:54)

 

1,170.6m봉~삼도봉

1,170.6m봉을 그냥 지나치고 희뿌연 안개속에 펼쳐진 드넓은 지대가 전개된다.(16:00)

나무 한그루 없는 내리막길은 깊은 발자국만 패어있는 데 비록 짧은 거리라고는 하지만 의지할 물체가 없으니 절반은 미끄럼을 타듯 내려온다.

이곳이 바로 조금 전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에 확인할 지점으로 체크한 목장지대다.(16:02)

목장지대

 

희미한 족적과 어렴풋이 보이는 표지기를 따라 진행하니 임도로 생각되는 넓직한 길옆에 표지기가 붙어 있다.(16:05)

대간표지기인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임도를 따라 조금도 더 진행하니 등로는 우측의 산길로 접어든다.

이곳에도 많은 표지기가 붙어 있는 데 시계제로의 악천후, 특히 오늘 같은 날에 맞이하는 표지기의 고마움은 고달픈 나그네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하고 있다.16:08)
완만한 길을 따르면 키 작은 싸리나무와 갈대가 군락을 이룬 넓은 안부를 지나고(16:15)

소나무와 설화 그리고 상고대의 조우?

 

평탄한 등로는 계속 이어지나 상고대는 점입가경이다.

꽃피는 봄이오나 상고대는 더욱 더.....

 

지금과는 달리 고도를 약간 높이며 무명봉에 올라서는 데
이 때나 저 때나 기다리던 폭탄선언이 드디어 터진다.
"이제 다시는 대간길 따라 가나봐. 등산은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지, 이렇게 죽을지 살지 모르고 다녀야 하는 거야?"
"나도 다시는 같이 가자고 안할거야. 이제 서로 따로 국밥하자구. 당신이 매일 노래부르는 수통골, 계족산 큰맘 먹으면 계룡산이나 다니라구"
"오늘도 그렇잖아? 5~6시간이면 넘는다고 하더니 벌써 6시간이야?"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 그렇지 다 왔다구. 저 봉우리만 넘으면 삼도봉이야"
"다 오기는 뭘 다와. 항상 다 왔다고 하면 2~3시간이드라."
"여기서 내려가고 싶으면 당신 맘대로 하라구"
<< "흥, 죽어도 안 따라 다닌다구? 몇 일 지나고 내가 모레는 삼도봉에서 우두령까지 갈꺼야" 하면
"거기는 어마나 걸리는 데?"
"응 5~6시간!"
"올라가는 데 많아?"
"아니 조금"
"그럼 나도 갈까?"
"산에서 또 죽어도 따라다니지 않을 거라며 싸우려고?"
"힘드니까 그러지"
"힘 안들이려면 집에서 잠이나 자"
"내가 안가면 당신은 하루종일 컵라면이나 하나 먹고 쫄쫄 굶잖아?"
항상 단골 메뉴의 반복인 걸...ㅋ ㅋ ㅋ ㅎ ㅎ ㅎ~~~ >>


티격태격하다 보니 어느 봉우리에 올라선다.
이곳이 1,188m봉이 아니가 생각해 본다. 잠시 지도와 메모를 보고 숨을 한번 고른 다음 출발한다.(16:51~53)
급하게 한번 떨어진 듯 하고, 평평한 능선길에 이정표가 하나 보이는 데 삼도봉직전의 이정표인 듯 ...
칠흑처럼 어두운 밤, 망망대해를 표류하다 등대불을 본 심정이 이러할까?
그 동안 행여 정상 등로를 잃을까봐 긴장과 초조, 때로는 불안감도 느끼며 걸어온 마음이 일순간에 날아간다.

사거리 갈림길

 

삼도봉을 오르기 위한 이정표의 갈림길에 도착한다.(17:10)
이정표를 바라보는 마음에서 한결 여유로움을 느낀다. 중미마을 5.0km 해인리 1.5km 삼도봉 0.5km이다.

삼도봉 오름길

 

여기서부터는 빤히 위만 바라보며 넓고도 길게 내리뻗어 내려온 길을 올라가는 데, 어느새 희뿌연 안개사이로 시커멓고 둥그런 공이 잿빛 하늘에 솟아있다.

삼도화합의 탑

 

삼도화합의 탑이 있는 삼도봉(1,176m)에 도착하다.(17:15)

 

삼도봉~삼마골재삼거리

정상에는 큼직한 이정표(석기봉1.4km 민주지산4.3km 황룡사4.4km)와 너무도 잘 알려진 삼도 대화합의 탑이 조성되어 있다.

조망이 좋은 곳이건만 오늘은 거센 바람이 불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삼도봉에서

 

우의 속에 밴 땀은 금새 내 몸을 추워지게 한다.

기념사진을 찍고 앉지도 못한 채 연양갱과 귤로 소진된 에너지를 보충한다.

이어지는 대간로(황룡사방향)

 

이어지는 대간길은 황룡사로 가는 길을 따라가야 한다.

방향표와 표지기가 수없이 달려있고 몇 번 와본 곳이라 진행방향을 잡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날씨만 좋다면 조망도 즐기며 한동안 쉬어가고 싶지만 젖은 몸에 한기가 돌기 시작하니 서둘러 삼도봉을 떠나야 한다.(17:25)

삼도봉의 설경

 

삼도봉을 돌아 나오며 뒤를 돌아보니 멋진 상고대가 고생은 하였지만 목표한 구간을 무사히 마치고 하산하는 우리를 축복하는 듯 활짝 핀 모습으로 배웅하고 있다.

대간길도 전라북도와는 이 순간부터 이별을 고해야 하기에 궂은 비는 그토록 추적추적 내렸고, 내 고향 충청도로 들어서니 꽃다발을 들고 환영해 주는 듯한 묘한 감정이 인다.
제법 급한 내리막길을 가는 데 젊은 산객이 큰 배낭과 침낭으로 생각되는 것을 등로 옅에 세워놓고 뭔가를 보고 있다.

오늘 산행중 만난 유일한 등산객이다.
반갑게 서로 인사를 주고 받기는 하였지만, 이런 악천후에 저 큰 장비를 가지고 혼자 산행을 하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할 말이 없었다. 황악산에서 올라 왔는 데 해인산장에서 묵을 거라고 한다.
서로 산행정보를 교환하고 안전산행을 다시 부탁한 후, 잠시 더 내려가니 제법 넓은 안부에 도착하니 이곳이 삼마골재다.(17:43)

 

삼마골재삼거리~해인농원

다음에 갈 대간길은 직진코스로 초입에는 많은 표지기가 붙어있고 좌측길은 물한계곡으로 내려가 황룡사로 가는 길, 우측은 산막골을 지나 해인동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삼마골재

 

해인동 하산길로 들어서서 몇 걸음 진행하니 급한 내리막길의 돌밭길은 녹고있는 눈과 흙이 범벅이 된 길이라서 상당히 조심스럽다. 혹 실수로 미끄러질 경우 부상당하기 쉽상인데, 이런 길은 15분여 동안 지속된다.

급경사길이 어느정도 평탄한 길로 바뀌며 계류를 따라가는 데 눈 비가 내린 때문인지 상류임에도 불구하고 수량이 제법 많다.

벌목을 위해 만든 길로 생각되는 넓직한 산판길을 따라 20여분을 내려가는 데 부드러운 흙 길을 밟는 촉감이 매우 좋다.

길 옆에는 버들강아지가 막 눈을 피어 오르고 있으니 눈이 많고 춥기로 소문난 민주지산도 계절의 흐름은 어찌할 수 없나 보다.

그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봄으로 간다.

 

입산통제소와 산위로 향하는 시멘트포장길이 보이고 바로 시멘트길로 내려 서게된다.(18:26)

삼도봉에서부터 3,0km의 지점으로 등산안내표지가 길가에 세워져 있으며, 해인동으로 내려가는 길 옆에는 집도 한채 보이며 도로 밑의 계곡물의 수량이 제법 풍부하다.
수해복구가 덜 되었음인지 잠시 끊어졌던 시멘트 포장길은 사람이 기거하는 듯한 집을 지나면서 다시 이어지고 곧 해인산장(☎
437-1991)을 지나게 된다.
어제 전화를 해 두었던 무풍택시( ☎
063-324-4808, 324-4848. HP ; 011-805-4808 )에 전화통화를 시도하였으나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다.

해인동을 들어서기 직전 전화가 연결된다. 농원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시멘트 포장도로는 마을을 관통하는 데, 어느 정도를 내려가야 해인농원에 도착하는 지 알 수가 없어 길가의 집에 들어가 물으니 조금만 내려가면 된다고 한다.

마을을 벗어 날 즈음 동네입구에는 오래된 나무 몇그루가 작은 동산의 모습을 하고 있고 그 안에는 성황당의 돌무더기처럼 생긴 것도 보이고 해인동임을 알리는 석조물이 있는 데 아마 동네에서 당상목으로 모시지 않나 생각된다.

3~4분 뒤, 계류 건너편에 상당히 규모가 큰 해인 관광농원이 보이고 우리는 관광농원으로 들어가는 다리에 도착한다.

택시와의 연락이 늦었기에 도착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기다리는 사이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장승을 구경하기 위해 다리를 건넌다.

장승 앞에는 10여개의 촛불이 켜 있다.(18:47)

덕산재에서 시작한지 꼭 8시간만에 산행을 종료하는 순간이다.

 

해인농원 ~ 귀가

젖은 옷은 여벌로 준비해 온 옷으로 갈아 입었으나 민주지산의 초저녘 공기는 싸늘해지고, 바로 추위를 느끼는 듯 하더니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세계 최대의 장승

 

<안내문의 내용> "세계 최대의 장승

높이 12m 둘레 5.5m 약20톤의 무게로 1996년 10월10일에 세웠으며, 장승이 있는 자리는 예부터 신앙숭배를 하던 곳으로 장승 뒷쪽의 약1.5km에 있는 선녀바위를 보고 장승앞에서 소원을 빌면 한가지 뜻을 이룬다는 옛 전설이 있다. 해인문화예술농원에서는 그 뜻과 토속문화(마을신상)를 기리는 의미에서 매년 10월10일에 애기장승 1조(2개)씩을 세우고, 장승제를 지내고 있다."

 

차가 들어 올 방향을 뚫어질 듯 주시한다.
어두워진 산 속에 밝은 불빛이 비치니 그야말로 구원의 불빛이 따로 없다.

전에 무풍면에서 덕산재까지 실어다 준 기사님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준다.

추워서 떨고 있는 우리를 위해 히터를 높여주고 출발한다.(19:05)

빈 도로에는 우리가 탄 차 외에는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얼은 몸이 녹을 무렵 어느새 덕산재에 도착한다. (19:28)

폐 주유소에는 승용차 1대가 아직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데, 기사님 말씀이 아침 09:00경에 이 곳에서 신풍령까지 실어다 준 사람들의 차인 듯하다고 하니 3월2일 같은 구간을 넘어오며 쉽지 않은 산행을 경험했고, 오늘 악천후 속에서의 산행이 얼마나 힘이 드는 지를 경험한 아내는 어느덧 동병상련의 심정이 되어 걱정은 땅이 꺼진다.

해인농원에서 굳이 기사 옆에 타겠다고 우기던 천마님이 기어이 택시비를 지불한다.(17,000원)
그 곳에서부터 이미 계산된 행동이었다. 산행을 동행하여 준 것만 해도 고마운 데...

덕산재를 출발하여(19:35)

무주시내를 지나 무주TG에는 20:20분에 진입하고, 궂은 날씨 덕에 고속도로는 막힘이 없었으며, 아쉽지만 너무 늦었으니 저녁은 집에서 해결하자고 합의한다.
천마님을 그의 승용차가 있는 곳에 하차시켜 준 후 집에 도착한 시각은 21:25분,

궂은 날씨도 마다 않고 동행하시면서 힘을 주신 천마님의 우정을 되새기며 힘든 산행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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