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山 이라는 아름다운 지명
눈으로 만든 사람 - 최은미 - 문학동네
반가움에 주문했다. "아홉번째 파도"를 읽고 두번째 만남이다. 인제출신 최은미 작가. 언제 만날 수 있겠지.
"눈으로 만든사람"은 모두 9편의 단편이 모여 있다. 보내는 이. 여기 우리 마주. 눈으로 만든 사람. 나와 내담자. 운내. 미산. 내게 내가 나일 그때. 11월행. 점등. 모두 여자들의 이야기다.
아이를 키우는 여자. 코로나로 힘든 자영업자. 친족에게 성폭행 당한 여자.
p37 허우적 거리면서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멀어지고, 사랑이 가져오는 것들을 모른 채로 사랑하고, 알고도 사랑하면서....
상실의 무늬들을 생각하고 아려오는 아픔을 기억하는 이야기다. 그 중 제일 먼저 美山 을 펼쳤다. 인제에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우리 동네 옛집들에 걸려있던 풍경처럼 낡은 사진이 걸려있는 벽. 온갖 나물 이름들. 고추농사. 누렁이. 나비를 쫒아다니는 풍경들이 내 마음의 풍경과 다르지 않다.
어쩌면 젊어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차사날 인것 같다. 은석과 은석의 아기 나윤이와 나는 미산 고향집에 엄마에게 간다.
과거 어느봄 날 엄마가 커다란 배낭을 메고 집을 나간다. 동생 은욱과 은서 맏이인 나는 엄마를 배웅한다. 아빠는 고추밭에서 일하는 모습이 저 멀리 보인다. 출렁다리 근처 바위에서 놀던 은욱이 강으로 떨어진다. 어린 나이에 사고를 눈으로 본 나는 충격을 받는다.
평소 맏이가 동생들을 돌보아야 한다고 들어왔던 터라 마음의 짐이 더 크다. '엄마 때문이야.' 라고 말하는 나에게 '너 때문이야 .' 라고 엄마가 말한다.
평생 잠자리를 잡아보지 못했던 나는 처음으로 잠자리를 잡는다. 잠자리의 감각에 놀라 힘을 주었던지 잠자리가 찢어진다. 충격을 크게 받은 나는 모든 찢어지는 소리에 예민하다.
허약한 나는 가끔 은석을 은욱과 혼돈한다. 나와 은석은 죽음을 품은 유년 시절을 보냈다. 엄마를 원망하는 듯 하지만, 동생과 나와 엄마, 겉으로는 평화를 가장하고, 천진난만한 대화로 존재를 지키고 세상을 살아간다. 아픔을 간직한 채.
배경이나 지명에서 느낀 친근함은 돌연 가슴 아픈 이야기로 찡~하다. 어린나이에 인제를 떠난 작가 최은미는 늘 시골집이 그리운가 보다. '거기 아직 내 가방이 남아 있어' 로 시작하는 美山.
"내게 내가 나일 그때"는 내린천휴게소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휴게소 모습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고향을 늘 그리워하는 것 같다. 작가가 천생 인제출신 소설가 여서 더욱 친근감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