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총회 지원예산 340만 프랑 논란 |
논의과정 없이 김삼환 목사측 空言 …회원교단들 격앙 |
340만 스위스 프랑(한화 약 40억 원). 세계교회협의회(WCC)가 10월 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릴 제 10차 총회 경비와 관련 한국교회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은 금액이라고 주장하는 액수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스위스 보세이에서 열린 WCC 실행위원회 회의에서 전체예산 870만 스위스 프랑 중 340만 프랑의 예산이 상정돼 논란을 빚었다.
문제는 이 예산액에 대해 국내 WCC 회원교단은 물론 대부분의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들조차 몰랐다는 사실. 그러나 울라프 트베이트 총무가 실행위원회 석상에서 “한국측 준비위원회 책임자가 수차례 지급을 약속한 금액”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실제로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가 WCC 총무에게 이 금액을 지급키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울라프 총무가 확인하는 사안이고, 김 목사측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한국측에서 WCC에 지원키로 한 금액은 벡스코 시설 대여료인 150만 스위스 프랑에 한정된다는 사실. 이에 대해 4개 회원교단 실무책임자들도 확인해 주고 있다. 나머지 190만 스위스 프랑은 WCC의 ‘희망사항’이거나 한국측 관계자 ‘공언’(空言)의 결과물이다. 확인 결과 전자가 아니라 후자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 금액은 4개 회원교단을 비롯해 교회협 회원들도 전혀 몰랐던 사실. 동의는 더더욱 얻지 못했다. WCC한국준비위원회 내부에서도 전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WCC는 실행위원회 예산안에 확정된 금액처럼 보고했다.
더욱이 WCC가 책정한 이 예산안에는 한국정부의 국고보조금이 포함돼 있어 충격적이다. 이와 관련 WCC 관계자는 실행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측 관계자가 20억원의 국고 보조금과 한국의 회원교단들의 모금액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고보조금은 이처럼 함부로 사용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애초 신청 때부터 용처 등 목적을 분명히 기입하고, 결과도 이에 기반해 작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와 관계한 이들은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20억원의 국고보조금을 WCC에 전달할 수 있는 것도, 애초 목적과 다른 목적에 사용할 수도 없다는 말이다. 국고보조금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통해 신청됐고, 결산도 이 기관이 해야 하기에 문제가 더 꼬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국고보조금에 대한 무지와 이해부족이 나타난다. WCC 관계자들은 대한민국 정부의 국고보조금에 대한 이해부족을, 이를 공언한 한국측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무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해 12월경 20억원의 국고보조금이 확정되자 WCC본부측에 국고보조금을 포함해 340만 스위스 프랑을 전달하겠다고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번 WCC 실행위원회에서는 복음주의 루터교회(ELCJHL)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왼쪽부터 울라프 픽세 트베이트 WCC 총무, WCC 중앙위원회 부의장 마가레다 헨드릭 리리마스 목사, WCC 중앙위원회 의장 발터 알트만 박사, ELCJHL 무닙 A. 유난 주교, WCC 중앙위원회 부의장 게나디오스 주교(WCC총회 준비위원장).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WCC 회원교단 실무 책임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감리회 신복현 목사는 “340만 프랑은 한국교회 어느 곳에서도 다루어지지 않은 것”이라며, “만약 상임위원장이 약속한 금액이라면 절차도 무시한 불통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상임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정비 후 예산을 심도 있게 심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장 총무 배태진 목사는 “이런 식으로 한다면 WCC 회원교단들은 동의할 수 없고,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며, “민주적 과정과 절차도 없이 개인이 공언하는 이런 사태를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할지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예장통합 이홍정 사무총장도 “WCC가 340만 프랑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해 왔지만 한국준비위가 나름 합의한 금액은 150만 프랑”이라며, “국고지원금을 계산에 넣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제한된 사업에만 사용할 수 있어 논의구조에서 다시 심도 있게 의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공회 김광준 신부는 “340만 스위스 프랑은 한국교회 책임있는 구조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은 것”이라며, “회원교단은 물론 교회협, 한국준비위원회가 처음부터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WCC 회원교단 총회장과 실무책임자들은 지난 9일 모여 190만 스위스 프랑 지원은 한국교회가 동의한 것이 아니라는데 입장을 같이하고 이를 WCC측에 전달했다. 또 한국준비위원회에 이를 세부적으로 심의할 것과 조직개편, 1.13공동선언문에 대한 매듭 등을 요구키로 했다. 이러한 사안들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및 회원교단 실무책임자들이 중추 논의구조에 포함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 이튿날인 10일 오후 이러한 입장을 전달받은 한국준비위원회 박종화 목사는 이를 상임위원장인 김삼환 목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WCC 한국준비위원회에서 그동안의 논란을 매듭지을 수 있는 일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15일로 예정된 WCC 한국준비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바로 전날 저녁 상임위원장측이 성원미달을 이유로 회의를 26일로 연기한 것이다. 회의를 연기했지만 전례에서도 성원미달은 수차례 있었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4개 회원교단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자, 예정된 회의를 연기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WCC가 총회에 소요될 예산 870만 프랑 중 한국측이 340만 스위스 프랑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사실. WCC는 실행위원회에서 이 예산안에 대해 “3월 중순에 열릴 한국준비위원회 회의에서 지원금 확정을 공식화 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고 결정했다. 기대 차원이 아니라 ‘반드시 지원해야 할 돈’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홍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