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목수 인생 뒤로 하고 품바에 ‘올인’ 폐교 수리해 전수연습실로 둥지 틀어 복지· 봉사 그리고 작가로…다양한 활동 품바 공연의 살아 있는 역사
장단을 맞추고 흥을 돋우는 소리라 하여 ‘입장고’라 불렸던 품바는 격동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푸~ 하는, 입으로 뀌는 방귀’라 하여 ‘입방귀’라는 의미로 일반화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곧 피지배계급을 대표하는 걸인들이 지배계급의 문전에서 “방귀나 처 먹어라!”라는 의미를 가진 한과 울분 표출의 매개였을 것이다. 요즘 들어 품바공연이 우리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도 혼란스런 시대적 상황에, 국민들의 답답한 가슴을 대변해주고 신명을 전달할 수 있는 매력이 품바에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무안군 청계면 대도리, 청계초등학교 서분교(폐교)를 수리해 전수연습실로 둥지를 틀고 있는 (사)일로품바보존회(이하, 품바보존회)는 일로읍 월암리 일로재래시장 상가내의 사무실에서는 행정적인 것을 처리하고, 이곳 전수관에서는 품바 4대인 김승덕 고수가 전통의 맥을 이어가며 품바전수에 매진하고 있다.
품바보존회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품바보존회 조순형(55)회장의 숨은 공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6년 제1회 일로품바명인대회부터, 오는 7월14~17일까지 무안백련지에서 6돌을 맞이하기까지 품바공연의 살아있는 역사라 불리는 조회장은 품바보존회의 질문에 “정말로 어렵고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고 짧게 대답한다. 그 짧은 대답 속에는 무수히 많았던 고행의 순간들을 다 풀어놓지 못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오직 품바보존회의 명맥을 잇겠다는 일념하나로 달려왔다는 그는, 기름 넣을 돈이 없어 버스로 이동하면서 품바보존회를 지켜왔다고 했다. 심지어는 차 기름탱크에 물을 조금타서 운행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했을 정도였다니, 힘든 정도를 가늠케 했다.
2009년에 사단법인으로 출발, 현재 회원수 130여명에 월 회비 5천원으로 운영된다고 했다. 매우 열악한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의 전수관은 임대한지 2년 되었다고 했다. 전기를 끌어와 깨진 교실 유리창을 달고, 교실 내부를 개보수해서 에어컨 등을 설치 지금의 전수관을 완성시켰다고 했다. 운 좋게 7천만원을 지원받아 그 중 3천500만원을 시설투자를 했던 것.
조회장은 목포경실련 무안군민회 회장에 5년, 품바보존회에 6년 모두 11년을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무안자활후견기관에서 3년 동안 비상근으로 근무하면서도 오직 품바보존회에 자신을 올인해왔다. 아울러 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아 고구려대학 사회복지과를 졸업했으며, 지금은 무안요양보호사교육원 원장으로서 요양보호사 배출에 힘을 다하고 있다. 월급 받아서 품바에 투자하고 있다고 웃음을 보인다. 조회장은 문화관광 해설사로도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오직 문화만이 격식을 무너뜨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그의 말에 의미가 크게 전해져온다.
특히, 일로전통시장 활성화와 품바 발상지 이미지 제고를 위해 품바공연 외에도 남도민요와 판소리, 품바난타, 무애무 등의 국악공연의 장을 열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백련이 만개하는 7월과 8월에는 회산백련지로 장소를 옮겨 매주 토요일마다 상설공연을 펼쳐진다. 조회장은 원형 품바복원사업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일로품바가 향후 무안군 문화관광 자원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조회장은 매우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올해 개최된 ‘제14회 한림문학상 및 제70~73회 문학춘추 신인상 시상식’에서 희곡부문 한림문학상 작품상을 수상했던 것이다. 25년의 목수인생을 접고 사회단체에서 복지와 봉사 그리고 작가로서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상은 지역에서 구전되어온 영산강 멍수바위의 전설을 스토리텔링화 한 <멍수바위의 설움>을 연극 품바로 승화시켜, 전통마당극 극본으로 표현함에 기발한 아이디어와 착상을 함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1월 문학춘추로 등단 한 그는, 마당극 <함사세요>의 극본을 직접 써 무안승달문화예술회관에서 초연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일로품바를 지역의 대표적 문화자원으로 자리매김해나가고 있다. (사)일로품바보존회의 건승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