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머님이 너무 쇼핑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우울증이 있는 것 같다고 치료를 받고 싶다고 방문했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듣다가 보니까 남편은 골프에 미쳐 있고, 아이들은 오락에 미쳐 있고, 어머님은 가족들과 의사소통을 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주부는 명품 중독, 남편은 골프 중독, 아이들은 게임 중독, 한국 사회가 모두 무언가 중독에 빠져 사는 것만 같다. 그런데 어머님만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인식을 하고 빠져 나오려고 할 뿐, 남편과 아이들은 골프와 게임이 아니면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다고 하면서 계속 핑계를 대고 회피하는 상황이었다. 남편도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아버지는 매일 저녁 스크린 골프에서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는 새벽부터 골프장으로 향하는데, 아이들이 온라인 게임을 그만둬야 할 이유를 찾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게임을 중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남편들이 골프를 끊는 것도 쉽지 않다. 왜 아이들이 게임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지 Olivia Bruner와 Kurt Bruner는 Playstation Nation 이라는 책에서 7 가지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7가지 요소를 조합해서 아이들이 미치도록 좋아하게끔 게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 7가지 요소는 스포츠건, 골프건, 드라마건, 트럼프 게임 이건 인간이 즐기는 오락 속에 모두 조금씩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다른 오락거리와 달리 게임에는 이러한 요소들이 보다 조직적으로 조합되어 있다. 게임중독에 빠진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중독성이 있는 게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짜증나지만,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사람들이 몰입하게끔 게임을 만들어야지 매출을 늘리고 순이익을 늘려서, 주가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이 유난히 온라인 게임이 발달된 것은 점수, 성적, 시험과 상급학교 입학, 승진 같은 단계별 상승에 대한 집착이 사람들의 머리에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1.끝내고 싶다.
소설을 읽으면 결말을 보고 싶어진다. 영화를 봐도 결말을 보고 싶다. 온라인 게임도 마찬가지다. 끝이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어진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온라인 게임을 하는 이들은 게임의 끝을 보고 싶어한다. 다시 말하면 게임을 이겨서 결론을 내고 싶어한다. 좀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끝장을 보고 싶어하다. “이기는 습관.” 이라는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아이들을 위한 이기는 습관” 이라는 아동용 도서까지 자매편으로 나오는 것이 우리의 문화다. 한번 손을 대면 끝을 보고 싶어진다. 5분만 더하면 이번 상황이 끝날 것 같다. 조금만 더 하면 다음 레벨로 넘어갈 것 같다. 조금만 더 하면 몬스터를 죽이고 떨어진 무기를 줍게 될 것 같다. 궁극적으로 시스템으로서의 게임을 정복해서 끝을 보고 싶다는 싶은 욕구 때문에 오랜 시간 혼자서 늦은 밤까지 눈을 비비면서 계속 다음 다음으로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2.이기고 싶다.
학교에서 공부를 통해서 상대방을 이겨야만 한다고 우리나라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절대 점수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등수다. 그렇게 어려서부터 공부를 통해서 남을 이겨야 한다고 뒤가 따갑게 들어 온 아이들은, 게임을 할 때도 즐기면서 하기 보다는 항상 경쟁상대를 생각하면서 하게 된다. 그 경쟁상대는 같은 학교 동료, 동네 친구같이 아는 경우도 있고 내가 모르는 온라인 상의 누구인가 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특정 게임 커뮤니티에 가면 역사상 가장 높은 점수가 기록에 남아 있다. 그 점수가 현재도 게임을 하는 이의 점수건, 아니면 2년 전에 마지막 게임을 하고 중단한 이의 점수건, 그 점수를 뛰어넘고 싶어진다. 기록은 깨어지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러한 마음은 나중에는 내재화 되어서 구체적이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누군가를 상상하면서 경쟁을 하면서 게임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그 게임이 자기 자신만의 스타일, 전략, 방식을 만들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면, 이기기 위해서 아이들은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숙고하게 된다. 게임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머리 속에서는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기록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게임에서는 실제로 상대방과 서로 죽고 죽여야만 한다. 몬스터들과 싸우게 될 때도 있지만, 다른 캐랙터와 싸우게 될 때도 있다. 컴퓨터 상의 캐랙터이지만 그것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어디엔가 보이는 그 누군가다. 만약에 별로 강해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일격을 당해 내가 죽어버리고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되면 그 때는 실제로 내가 일격을 당한 듯한 허탈감과 분노에 시달리게 된다. 함께 몬스터에 대항하자고 구조를 요청했는데 상대방이 오히려 배신을 때리고 나를 죽이기라도 하면 그 안 좋은 감정은 한참을 갈 수 밖에 없다. 이러다가 보면 아이템 사이트에 들어가서 500만원을 현찰로 주고라도 강력한 칼을 구입해서, 나를 죽인 ID의 놈을 찾아가서 속 시원하게 복수하고 싶어진다.
3.완벽해지고 싶다.
프로기사들은 이건 지기건 바둑이 끝난 후 꼭 복기를 한다. 바둑에 진 이들은 자기가 왜 졌는지를 분석해서 다음에 이기기 위해서, 바둑에 이긴 이들은 좀 더 완벽해지기 위해서 그런다. 축구 선수나 야구 선수도 자신의 플레이를 보고 또 보면서 더욱 완벽해지고자 한다. 실제로 온라인 게임의 프로게이머들도 자신의 경기를 녹화해서 보면서 더욱 완벽해지고자 한다. 게임을 이기고 끝까지 간 다음에도 어떤 아이들은 보다 더 완벽하게 되기 위해서 반복한다. 특히 리니지 등을 비롯한 역할 게임의 경우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 많다. 다양한 캐랙터와 다양한 무기 등을 모두 섭렵하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게임 자체를 보다 더 완벽하게 숙지하고자 한다.
4.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싶다.
일부 게임들은 모험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미스터리를 추구하기도 한다. 숨겨진 레벨이 있는 게임도 있다. 사실 다음 단계로 돌입해서 여태까지와는 다른 수준의 플레이를 맛보고 싶다는 것은 모든 게임에 내포되어 있는 매력이다. 더군다나 게임제작사 들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계속적으로 업데이트 된 버전을 선보인다. 기존의 게임을 모두 이긴 매니아들을 위해서 새로운 게임이 계속 출시된다. 영화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듯이 게임도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서사구조를 선보인다.
5.높은 점수를 따내야 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시험을 잘 봐야 한다고 우리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높은 점수, 좋은 등수, 명문대 입학, 일류 기업 입사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주입되는 성공 공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단 온라인 게임에 돌입하게 되면 우리나라 아이들처럼 점수에 중요성을 두는 아이들도 없다. 보다 좋은 무기를 장착하고, 보다 재미있는 다음 단계로 돌입하게 위해서는 한 점, 한 점 점수를 따야 한다. 부모들은 공부와 관련이 되어서 아이들이 그렇게 한 점, 한 점 점수에 집착하기를 바라지만, 아이들은 역설적으로 온라인 게임과 관계가 되어서 한 점, 한 점 점수에 집착을 보인다.
6.환상을 투사할 수 있는 서사구조와 주인공 역할.
드라마에 꼭 재벌, 상류층이 등장하고, 여 주인공이 결혼을 통해서 신분상승을 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 남자를 두고 악한 여자와 착한 여자가 경쟁을 벌여서 착한 여자가 이기는 내용이 항상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은 현재와는 다른 나에 대한 환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액션과 특수효과에 대해서 실제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객들은 몰입한다. 우리의 무의식 속의 환상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폭력물, 범죄수사물, 공포영화를 사람들이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도 산업사회에서 억제되어야만 하는 우리의 공격성이 대리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사적 측면을 도입하면서 게임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더군다나 영화는 주인공을 바라보면서 감정을 이입하는데 반해, 게임은 실제로 주인공의 역할이 되어서 무기를 사용해 적들을 처단하면서 감정을 발산하게 된다. 따라서 서사구조의 주인공 역할을 통한 판타지 충족 효과가 기존의 드라마, 영화, 소설 등에 비해서 훨씬 더 강렬하다.
7.게임을 통해서 인간관계를 맺는다.
골프를 치는 이들은 남들과 만나기만 하면 골프 이야기다. 상대방이 골프에 대해서 관심이 없으면, 골프를 쳐야지 대인관계가 좋아진다면서, 거의 강요를 한다. 어른들에게 골프가 있듯이, 아이들에게는 온라인 게임이 있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끼리는 어느 단계가 되어야지만 서로 이야기가 통한다.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고 대단한 인기를 끄는 경우, 친구들의 단계에 자신도 빨리 진입해야지 서로 말이 통한다. 만약에 친구들은 상위 레벨로 넘어가는데 자신만 넘어가지 못하면 왠지 뒤쳐지는 것 같고 소외된다. 따라서 무기를 돈을 주고 사서라도 다음 단계로 진입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ID로만 통하고 서로 얼굴을 본 적도 없는 사이더라도,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게임을 하다가 보면 온라인 상의 우정이 싹튼다. 더군다나 익명성이 보장이 된다. 우리가 실제 친구나 가족에게 뭔가 이야기할 때는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할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그런 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또한 온라인 상에서는 평소의 나와 다른 면을 표출해도 안전하다. 항상 모범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이도 온라인에서 오락을 하면서는 욕설을 쓸 수도 있고, 아이들은 어른인척 한다. 중년의 어른 들은 젊은 척 한다. 온라인이기 때문에 나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또 다른 환상을 충족할 수 있다.
이렇게 청소년들이 게임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7가지 이유를 살펴보았다. 하나 하나를 놓고 보면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마음의 한 부분이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에 그 에너지가 퍼부어져서 그렇지, 만약에 학습이나 일에 이러한 에너지가 퍼부어진다면 높은 성과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전략과 사회에서의 성공전략이 비슷하다면서, 어떻게 온라인 게임의 성공전략을 실제 생활에 적용시킬까에 대해서 책을 쓴 이도 있다. 하지만 과도한 게임 중독의 경우는 일단 게임 시간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에서의 성공법칙을 이해한다면 온라인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좀 더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게임 중단을 위한 좀더 효과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의사들이 만든 의학 상담 게시판 http://www.medicalize.com/doctors/15762
글:부여정신과 원장 최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