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페북에 올렸던 글을 프리형 권유로 DJ게시판으로도 옮겼습니다. ^ㅅ^;;ㅎ 페북에 올렸던 글이라 말투가 경어가 아닌 점 양해드려용~
![](https://t1.daumcdn.net/cfile/cafe/2109FF35561B4EE230)
어느 한식코스요리 전문점이 있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러 이 식당에 오는데 메뉴는 따로 있지 않고 쉐프가 그날 그날 오늘의 코스요리를 내놓는다. 쉐프는 여러명이라 날짜마다 시간대별로 돌아가면서 요리를 대접한다.
이 식당의 오픈시간에는 최소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모두 제각각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한식을 좋아한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개중에는 한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전통한식요리는 맛없다고 한다. 구수하고 은은하면서 씹을 수록 감칠맛이 있는 전통한식의 맛은 이들에겐 너무 밍밍하고 재미없는 맛이다. 오랫동안 한식을 먹어온 이들은 이런 맛이 가장 한국적인 맛이라며 좋아하지만.
초심자들이 좋아할만한 트렌디한 퓨전한식도 있다. 한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금방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하는 자극적인 맛이 특징으로 한식의 골수매니아들은 이 퓨전한식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쉐프에 입장에선 일단 여기서부터가 딜레마다. 한번에 동시에 각각에 입맛을 가진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있고 식사는 모든 코스가 동시에 한가지 음식이 서빙된다. 누군가는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며 신이나서 먹는가하면 어떤 사람은 고개를 저으며 아예 요리에 손조차 대지 않고 팔짱을 끼고 있기도 하다. 매번 요리 한가지가 나갈 때마다 쉴새없이 홀안에서 음식을 먹는 손님들의 얼굴들을 체크하고 요리에 손을 대지 않고 물러나 앉아 있는 사람들의 수와 그 사람이 초심자인지 매니아인지 눈여겨봐야한다. 쉐프는 마치 옛 이야기에 우산장수 아들과 부채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와 같은 심정으로 한 접시 한 접시 나갈 때마다 손님들 눈치를 본다.
거기다 이 식당은 코스요리 전문점이다. 강약중간약, 도미솔↘도, 뭐랄까, 흐름이 있다. 전채부터 메인까지 전부 힘있는 고기요리로 밀어붙일 수도 없고 나물과 각종 야채로만 도배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매번 똑같은 요리를 대접했다간 금방 사람들에게 외면받는다. 그래서 늘 새로운 메뉴를 연구해야하고 그렇게 며칠간 준비했던 회심의 요리 몇 가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내놓기 위해서 또 복선과 서사가 필요하다. 수십가지의 전채와 사이드 디쉬를 내보내며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즉홍적으로 승부를 해서 흐름을 만들고 분위기를 고조시켜 회심의 요리가 나오는 시점에 빵 터트려주는 것이 소위 실력있는 쉐프의 기본소양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 쉐프님 오늘 요리 진짜 좋았어요, 하고 말하면 순수하게 액면그대로 기뻐만 할 수만 없는 것이 웃픈 대목이다. 오늘 요리들 어땠어? 하고 누군가를 붙잡고 물어봤을 때 그냥 무난했어요, 하고 답하면 안심되기도 하고 너무 안전빵으로 한게 아닐까 불안하기도 하며 참여가 적어서 좀 슬프지만 설문지를 만들어서 사람들 반응에 더욱 신경을 기울이기도 한다. 설문지 내용에 신경쓰며 요리를 내다보면 너무 중심을 잃고 휘둘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함도 살짝 들고 너무 많은 종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코스를 구성하다보면 이건 정말 중구난방으로 엉망이되버려서 그때 그때 홀안에 분위기를 조이고 느슨하게 풀고 하는데만 정신없이 몰두하다가 코스가 끝나버리곤 한다.
바로 어제가 그런 경우였는데... 내 타임이 끝나고 연장을 챙기는데 스텝분이 얘기했다.
"오늘은 별로 안달리시네요?"
"아 네 하도 달린다고 사람들이 하소연해서요."
이 달린다, 라고 하는 부분이 단순히 빠른 BPM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전에 설문조사 결과가 이랬다.
<87기 5주차 DJ 설문조사>
----음악속도----
1. 전체적으로 음악속도가 밸런스 있었다 5% (1표)
2. 빠른 곡이 많아서 힘들었다 5% (1표)
3. 빠른 곡이 몇 곡 있었지만 출만한 속도였다 26% (5표)
4. 전반적으로 느려서 더 빠른 곡이 많았으면 좋겠다 5% (1표)
----음악선곡----
1.무난한 선곡, 적당했다 10% (2표)
2.재밌는 선곡, 신났다 5% (1표)
3.이건 뭐지, 난해한 곡이 많아... 26% (5표)
4.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오늘 선곡 노잼 15% (3표)
사실 이때의 요리는 정말로 내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색깔있는 요리들을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해갔던 때였다. 그만큼 이날에 반응에 충격을 많이 받고 최근에는 이래도 노잼이다 지루하다라고 할테냐? 하는 심정으로 노골적으로 요리들을 준비했더니 역시나 최근에는 설문조사 반응은 꽤 좋은 편이다.
<88기 3주차 DJ설문조사>
---음악속도---
- 빠르다 1명 10%
- 적당하다 9명 90%
- 느리다 0명 0%
---음악선곡---
-재밌다 9명 90%
-적당하다 1명 10%
-지루하다 0명 0%
그런데도 집에 오는 길, 그닥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최근에 준비한 요리들은 내가 정말로 마음속 깊이 좋아할 수 있는 요리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싫어하는 요리까지야 아니지만은 그래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요리들은 좀 더 전통적인 요리인데... 여러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하는 요리들에 내 개인적인 취향을 온전히 투영한다는 것은 물론 불가능한 것이긴 하지만... 흠.
언젠가 해외 유명 요리사가 요리사로써 중요한 점 중에 하나로 꼽았던 것이 자신도 먹고 싶은 요리를 대접해야한다는 부분이었는데 사실 요리사로써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모티베이션이다. 내 입맛에 딱 맞는 요리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대접하고 싶다. 이것이 정말 요리사로써 중요한 부분인데 최근엔 쬐~끔 의기소침한 시점이랄까. ㅎㅎ 뭐 내가 하고 싶은 요리와 사람들이 먹고 싶어하는 요리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메울 수 있겠는가가 관건이겠지만...
너무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더 노잼일 것 같아서 DJ얘기를 요리에 빗대서 해봤는데 ㅋ 이런 답답한 감정 어딘가엔 툭 털어놓고 싶었는데 동호회 까페에 적기에는 쬐끔 애매하고 페북에 끄적임.(라고 쓰고 결국 여기에도 옮기고 말았군요 ㅋㅋ 프리형의 권유로 용기를 내어.. ; ㅅ;ㅋ) 여기도 동호회사람들 많이 보긴하지만은 ㅎ 그래도 대부분 친한 사람들이니........까라고 생각하고 이글 보고 있는 네오지인분들께 한마디.
"제발 설문조사 좀 적어줘용 ㅠㅠ 부탁드립니다."
꼭 제가 DJ할 때 아니더라도 좋으니 젭알 설문조사 좀 많이 참여해주세요 ; ㅅ; 많은 분들의 솔직한 의견이 절실합니다. 조회수에 비해서 설문조사 참여도가 너무 미미해요 도와주세요~~~
기승전하소연... 기승전설문조사... ~ ㅅ~ㅋㅋ
첫댓글 ㅋㅋㅋㅋㅋ
후보 투표와 마찬가지로 해피빠를 이용하는 네오인들의 더 나은 DJ환경을 위한 좋은 제도입니다.
모두 함께 참여해서, 어느 빠보다 좋은 DJ님들의 선곡을 즐겨봅시다~
(뭐, 사실 전 지금도 좋습니다. ㅋㅋㅋ)
늘 고마웡~ ' ㅅ'b 상큐~
좋은글이네요 설문조사...참여 하겠습니다!!
ㅎㅎ 감사감사용~ ^ㅅ^
:) 했어욧! 담주에 또 할게영ㅋㅋㅋㅋ 이렇게나 신경써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케이님 뽜이팅! ㅋ
캄사합니당~ ^ㅅ^ ㅎㅎ 더 열심히 할께용~
화이팅!!!! 조회수만 보고 많이들 참여하시는 줄...;;; 꼭 할게욥!!!
넵~ 감사해용 ^ㅅ^
케이 힘내. 화이팅! 음식을 준비하는 쉐프로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 보다 남들이 많이들 좋아할, 먹기 좋은 음식을 준비하는게 많이 어려울 것 같아. 디제이로서가 아니라 댄서로서 내가 춤을 춘다면 ... 을 생각하며 음악을 준비하면 좀더 쉬워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 늘 고민할거란걸 아니까 응원해!
넹 누나 고마워용 ; ㅁ;/
ㅎㅎㅎ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아이고 부끄럽네요 / ㅅ/ㅎㅎ 좋은 글이라니 민망합니다 ㅎㅎ
그냥 DJ를 하는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댄서분들이 조금 더 DJ분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 함께 설문등을 통해 참여해주셨으면 해서 끄적인건데... 전통과 퓨전 등의 표현이라던가 너무 단순하게 일반화시킨것 아닌가 걱정도 살짝 됩니다. 그걸 또 디테일하게 표현하기엔 넘 길어질 것 같아서 ㅋ
그저 뭐 읽으시분 들이 적당히 DJ들이 많은 고민을 하며 음악을 틀고 있고 댄서들과 소통의 중요하다는 점 정도만 포인트로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
암튼 잘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