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소리를 듣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관할청에 사업 공모 계획서를 제출하여 선정 된 텃밭 가꾸기 사업을 하였다. 텃밭 사업 첫 해는 오백만 원의 사업비를 받아 기반 시설을 만들었다. 이듬해부터는 삼백만 원 씩 해마다 지원이 된다. 텃밭 가꾸기 관련 책을 구입하여 월별로 심는 작물을 표로 작성하여 텃밭 관련 정보를 넓혀 갔다. 어릴 적 어께 너머로 익힌 내용도 밑거름이 되었다.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시외에 백 평 남짓 밭을 경작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초보 농사꾼으로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밭을 일구어 나갔다. 밭 경계에 말뚝을 고정했다. 주변을 그물망으로 둘러 야생 동물의 출입을 막고자 했다. 변변한 도구도 없이 말뚝을 박는 일부터 힘에 부친다. 그물 길이는 전체 밭 주위를 한 바퀴 두르는데 조금 미치지 못했다. 경계를 구분 짓는 정도였다.
첫 해 퇴비는 파종 때 마다 종묘상에서 따로 구입을 했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쇠스랑과 삽으로 밭 이랑을 짓는다. 씨앗과 모종은 계절에 맞게 구입을 하였다. 씨앗을 뿌리고 돌아서면 새싹이 나기도 전에 풀이 먼저 자란다. 농사는 풀과의 싸움이다. 쉽게 제초제를 사용하면 될 일이나 가족들이 먹게 될 수확물인지라 친환경 농산물 재배에 치중한다.
욕심을 부려 고추 모종을 몇 이랑 심었다. 백 여 포기 정도된다. 뿌리가 내리면 지지대를 세우고 모종의 성장에 따라 관리를 한다. 고추 모종 방앗 다리가 생기면 곁 순은 없앤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고춧대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노끈으로 고정하였다. 잎이 무성해지고 풋고추가 달리면 일주일이 멀다 하고 적절한 약제 살포가 이어진다. 행여 약 살포가 늦어지면 고추 수확은 기대하지 말아야 할 정도다. 다른 작물보다 관리가 까다롭다.
심어 놓은 작물들이 밭 이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라면 잡초 관리가 수월해진다. 작물의 위세에 풀이 자라는 정도가 누그러뜨려진다. 기세 싸움이다. 이듬해부터는 관리가 쉬운 작물 위주로 파종을 한다. 감자를 수확하고 고구마를 심는다. 고구마 캐낸 자리는 마늘과 양파를 심었다. 남는 이랑에는 김장 배추와 무를 파종한다. 속이 차지는 않았지만 식감은 시장에서 구입한 여느 배추 보다 월등하다.
‘ 농작물은 밭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던가? 매 주 찾아가는 텃밭이지만 잡풀 관리가 쉽지않다. 애호박은 수확할 시기를 놓쳐 식재료 이용이 안되는 경우도 있고, 잡초가 농작물을 뒤덮는 일도 생긴다. 시외에 위치해 있어 더더욱 발길이 자주 닿지 못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잔꾀가 늘어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은 제외한다. 옥수수와 도라지가 제격이다. 여기에 단호박은 저장성이 좋아 더더욱 우선 순위에 들어간다. 옥수수는 수확 후 수프로 끓여 즐겨 먹는다. 아내가 좋아하기도 한다. 건강이나 영양 면에서도 그리고 재배하기도 까다롭지 않아 텃밭 작물로는 으뜸이다.
농사가 최고인 시절이 있었다. 다른 수입원이 없던 시기 오로지 농사가 가족의 생계 수단이었다. 농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간다.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채소를 비롯해 각종 곡류까지 직접 재배하여 먹는 친환경 농업을 좇아가고 있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여러가지 환경오염으로 먹거리가 불안해졌다. 건강한 식생활을 꿈꾸며 친환경 농법으로 오염을 줄여나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성장한다는 농작물 만큼이나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내 아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모두를 위해 최적의 환경을 물려주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