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둥이 - 그대는 믿음직해

[장맑이]

출처:여성시대 오라갓짜

*

bgm : various artist - 짜라빠빠

이건 무조건 브금 들어야 합니다.

(단호)

♥익명의 여시가 주신 고.퀄 이름표 감사합니다♥

사랑둥이

: 그대는 믿음직해

*

그렇게 경리언니와 언니 친구들의

반 협박과 같은 고백으로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사귀기로 하기는 했는데...

왠지 이제부터가 고비일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언니는 카톡을 존나 많이 한다.

진짜 시도 때도 없이 한다.

[여시야. 모해모행]

[여시야. 언니 안 보고 싶어?]

[여시야. 언니한테 답장 좀 해죠.]

[여시야.]

[여시야?]

그리고 이놈의 언니병....

경리언니는 언니병 말기 환자였다.

아니 답장을 할 틈도 안 주면서 보챈다 애기처럼.

이러면서 언니는 무슨!!!!!!!!!!

네, 하고 시크하게 답장을 보내려고 하는데

또 카톡이 왔다.

[여시야. 언니 어디게?]

..설마.

엄청난 불안의 그림자가 나를 덮쳤다.

지금 새벽 두시다.

설마.

설마 언니가 지금 저 창 밖에 있는 건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며 나는 조용히 내 방의 불을 껐다.

그리고 커튼을 아주 사알짝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우리 집은 3층이다.

진짜 바깥이 존나 다 보인다.

그리고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경리언니는 새벽 두시에 우리 집에 진짜로 찾아왔다.

헐..

나는 조용히 커튼을 닫고 다시 침대 쪽으로 걸어왔고,

동시에 듣고도 믿을 수 없을 소리가 들렸다.

정말 경리언니는 매번 내 예상을 잔인하게 맞추면서도,

그것보다 더더욱 잔인하게 앞서간다.

“차아앙문을!!! 열어다오오오오!!!!”

..ㅎㅎ....

..새벽 두시에.....ㅎㅎ...

....남의 집 창문 앞에서...ㅎㅎ...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는...ㅎㅎ....

....아름다운 연애라....ㅎㅎ.....

나는 곧바로 창문 커튼을 걷었다.

내가 지금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언니는 분명 내 이름을 부를 게 뻔했다.

아니면 이 시간에 또 사다리차를 몰고 올지도 모른다.

언니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

창문 너머로 서 있는 언니는

 동요대회에 나간 초딩처럼 양 손을 곱게 모으고 있었다.

저 입에서 다음 소절이 나오기 전에 언니를 말려야 했다.

내가 언니를 정확히 봤다면

언니는 다른 노래를 부를지도 모른다.

‘오 솔레미오’나 ‘넬라판타지아’ 같은.

어쩌면 내가 볼 때까지 저기에 서서

 요들송을 부를 수도 있다.

“...지금 나갈 테니까 쫌만 기다려요......”

이렇게 툭하면 사람을 놀래키는 언니 때문에

나는 아마 오래 못살 것 같다.

근데 또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언니의 천진이 존나 난만한 웃음을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음이 풀리는 건 사실이다.

나는 대충 아무 가디건이나 걸쳐 입고

스냅백을 눌러쓴 채 밖으로 나왔다.

“여시야!!!!!!!”

하...너란 여자......

정말 t없e 맑은ⓘ....

나는 누가 보기 전에 언니를 그 길에서 숨겨야 했다.

쪽팔려서는 절대 아니다.

그냥.. 좀....

어쨌든 언니가 쪽팔린 건 절대 아니다.

나는 언니의 손을 잡고 서둘러 집 근처 공원으로 걸어갔다.

옆을 보니 언니는 평소처럼 히죽이죽 웃고 있었다.

이게 진짜 답답하면서도.

미칠 것 같다.....

 귀여워...

귀엽다고.....

“여시야!

언니가 이렇게 새벽에 갑자기 찾아오니까

 너무 반갑고 너무 좋고 너무 설레고

너무 뽀뽀하고 싶지않니?”

아니 이건 갑자기 무슨 기승전뽀뽀....

정말 통통튀는 경리언니와의 연애는

 해리포터의 스니치같달까.

진짜 어디로 튈지 모른다.

..바로..

..이렇게..

얼마쯤 걸었을까,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공원에서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달달한 새벽산책을 즐기고 있는데

웃고 있던 언니의 표정이 굳어지고...

...이렇게...

...무서운........

고등학생 아이들이

갑자기 하나 둘 튀어나오더니 우리를 둘러쌌다.

헐.

말로만 듣던 비행청소년.

나는 둔해서 겁이 없지만

저렇게 겁 대가리 없는 것들은 겁이 난다.

저것들은 무서운 게 없으니까.

나는 순간 쫄아서 걸음을 멈추고 언니의 얼굴을 봤다.

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역시, 그래도 언니는 언니였다.

나는 언니의 믿음직한 손을 더 세게 쥐었다.

“야, 니들.”

얘들은 생긴 것도 존나 무섭게 생겼다.

진짜 tv에서 보던 그런 불량청소년들이었다.

언니... 언니 제발 어떻게 좀 해봐요...

내 표정을 읽었는지

언니가 내 손을 놓지 않고 나를 제 뒤로 숨겼다.

하, 언니는 정말 믿음직해.

..손만 안 떨고 있으면.

그랬다.

언니는 존나 멋있게 나를 제 뒤로 숨겼지만

 언니의 손이 너무나 솔직했다.

“돈 좀 있냐?”

하지만 손은 떨고 있을지언정

언니는 쫀걸 티내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언니가 자랑스러울 지경이었다.

“뭐? 돈 좀 있냐?

니들 뭔데 지금 우리한테 반말을.“

오.....

그래도 언니는 생긴 게 존나 쎈캐라서

웃지 않고 말하면 무섭긴 하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언니가 무서웠으니까.

저 애들도 쫄아야 할 텐데.

“반말을 뭐.”

하지만 그 애들은 쫄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가까이 우리 둘을 에워싸고 있었다.

언니는 내 손을 더 꼭 잡고 말했다.

피가 안 통하는 것 같았다.

“왜 반말을 하세.”

언니도 반말 해...

제발 해......

그렇게 쫀것처럼 행동하지 말란 말이야....

고작 ‘요’자만 빼지 말고 당당하게 말하란 말이야....

그 애들은 지들끼리 웃으면서 눈빛을 주고받고

우리한테 그랬다.

우리한테 말한 애는 심지어 그 무리의 오야붕인것 같았다.

“그래서 돈 있어, 없어?”

언니의 손이 아까보다 더 심하게 바들바들 떨렸다.

왜 이럴 때 언니는 문현아언니를 안 데리고 오고 혼자 온 걸까.

문현아 언니라면 이딴 애들은 한 주먹 일텐데.

아니야, 아무리 쫄보여도 내 여자친구잖아.

설마 첫 데이트를 일진 고딩들한테 맞으면서 보내도록

 언니가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다.

언니를 믿자.

얼굴로만 보면 언니도 일진이니까.

“돈 맡겨놨냐?”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하... 니들이 이러면 언니가 진짜.”

나이th!!!!!!!

역시 언니의 정색은 강력하다.

순간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나도

 오금이 저릴 뻔 했다.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미친 고딩들도

 잠깐 당황한 듯 했다.

그래, 이대로만!!! 제발 이대로ㅁ...

“언니가 진짜 죄송해요.”

........?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이야....?

언니의 당돌한 사과에 고딩들은 배가 째지도록 웃었다.

시발 그만 좀 웃지.

이만 하면 귀여워서라도 보내줄 만 한데

 이것들은 계속 웃고 자빠졌다.

그렇게 한참을 웃다가 오야붕이 표정을 굳혔다.

“이 언니들이 되게 말을 귀엽게 한다, 그치?

애들아.“

제발..

제발 그것만은....

“뒤져.”

오야붕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오야붕의 쫄따구1과 쫄따구2는

우리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언니가 내 손을 놓고 도망을 가지는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

“잠깐만.”

그래.

우리가 여기서 돈 뺐기고 맞고 그러면 가오가 죽잖아.

언니가 그럴 리가 없어.

그래도 언니 친구들이 쎄니까, 언니도 쎌거야.

“니들이 오늘 기분이 좀 안 좋은 모양인데.”

그래.

혼내.

언니, 이 나쁜 애들에게 언니의 진가를 보여줘.

언니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본때를 보여줘.

아주 혼쭐을 내줘.

평생 우리에게 수치플로 남을 일 따위를

 설마 언니가 할 리가 없잖ㅇ....

“언니가 지금 만원밖에 없는데.

이거면 오늘 우리 학생들이 열 받은 게 풀릴 수 있을까?“

우리가 자존심을 잃은 대신에 나는 한 가지 얻은 것도 있다.

장담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라는 교훈.

“그래? 만원이면 담배 두 갑밖에 아니네?”

“두 갑 밖에라니.

애들아.

만원이면 담배를 두 갑이나 살 수 있는 돈이야.

언니가 살아보니까

자고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사고야.

이 언니는 너희가 오늘

이 만원으로 담배를 두갑이나 사서 피우고

 긍정적인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고 있어.“

...이정도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냥 얘들이 우리를 때리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래?

그럼 긍정적인 언니가 긍정적인 태도로

담배 좀 사다 주실래?“

이것들이진짜....

사실 나도 존나 쫄아서 지금까지 한 마디도 못했지만

 진짜 해도해도 너무 하네.

돈 줬으면 됐지 뭐? 담배심부름?

이것들이 진짜 뒤질라고.

너네 진짜.

얼굴 기억해 뒀다가

 문현아 언니랑 이유애린 언니한테 다 이를 거야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오야붕이 자꾸 우리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냥 갔다 오실래, 먼지를 한번 쓰고 갔다오실래?”

먼지를 쓰고 갔다 온다는 말은.. 곧....

이것들이 지금 우리를 때리겠다는 그런....

그때 언니가 그랬다.

이번엔 정말 멋있었다.

“비켜.”

“뭐?

애들아, 이 긍정적인 언니가 지금 뭐래냐?”

그래 한 마디라도 제대로 하고 다녀오자....

한 방이라도 먹이자 우리...

“비켜야 갔다 올 거 아니야.”

언니의 말에 고딩들이 우리를 한껏 비웃으면서 길을 터줬다.

저 바보들.

그리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튀어!!!!!!!!!!!!”

라는 언니의 괴성과 함께

젖먹던 힘까지 내서 전력질주로 달렸다.

없는 ㅈ도 나올정도로.. 아 이건 좀 그렇구나.

아무튼 진짜 존나게 달렸다.

하지만 언니는 다리에 힘이 풀린 건지

 달리기를 못했다.

그래도 다행히 그 애들에게 붙잡히지는 않았다.

우리가 잘 달려서가 아니라,

그 애들이 쫓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그나마

사람이 조금은 다니는 큰 길가까지

뛰어간 뒤에야 달리기를 멈출 수 있었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아무 말도 안하고 숨을 골랐다.

나는 몇 번 숨을 크게 들이쉬었더니 숨이 금방 진정됐는데

언니는 아직도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언니 어디가 아픈가...?

설마 선천적으로 폐가 안 좋다거나 하는 건가....?

그래서 달리기도 그렇게 못했나....?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언니의 긴 머리카락을 들춰냈고.

언니는.

언니는.....

울고 있었다.

“여시야.... 미안해....

언니가 아까 너무 무서워가지고.....“

정말 꿈이었th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이 모든 일이 너무 생생했다.

나는 울고 있는 언니의 등을 토닥이며

그래도 표정만큼은 언니도 일진이었다고 말해줬다.

그 말에 언니가 코를 훌쩍이며 금방 베시시 웃어보였다.

“그래도..”

“아니에요 언니,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마요.”

언니가 아직도 눈이 촉촉이 젖은 채로

고개를 양 옆으로 흔들었다.

“사실 2만원 있었는데 만원만 줬어!!”

우리 경리언니는 진짜 둘 중 하나다.

진짜 천재라서 이러던가,

아님 그냥 바버라서 이러던가..

그래도 전자라고 생각하자.

에디슨도, 아인슈타인도 핵 똑똑하지만

비주류의 사람들이었으니...

그래도 언니가 바버같지만, 당구는 잘 치잖아.

언니도 잘하는 게 있으니까 못하는 게 있는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언니는 오늘 일부러 화를 내지 않은거야.

언니는 그래.

꼭 폭력을 폭력으로 상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막나가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것도

 어른의 역할인거야.“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다른 게 아니고

 이런 거라면 다행인거 아닌가?

이렇게 마음이 여려서(혹은 겁이 너무 많아서)

다른 사람한테 화 같은 건 낼 줄 모르는

생긴 거랑은 다른 언니가 약간은 사랑스럽다.

게다가 그래도 끝까지 내 손을 꼭 붙잡고 있지 않았는가.

그러면 된 거지.

그리고 비록 쫄보의 심장을 가진 언니지만,

나를 집까지 다시 바래다주고(물론 큰길로)

 내가 집으로 올라가서

 방 불을 켤 때까지 창문 앞에서 지켜봐 주었다.

물론 내가 3층으로 올라갈 때까지 심심하면 안 된다면서

 그 짧은 시간에 카톡을 열 개나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쫄보면 어떻고 겁쟁이면 어때.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경리언닌데.

*

진짜 사랑둥이는 내가 쓰고도 왜 이러는지 모를....ㅋㅋ

브금 꼭 들어야해요 여러분.

꼭 무조건 들어야 합니다.

아니 근데 무슨 사랑둥이를 연재처럼 쓰고있네여..

연재 아닙니다... 그냥 시리즈일뿐 ㅠㅠㅠ

사랑둥이는 진짜 아무 콘티도 시놉도 생각도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글이라 올릴때마다 민망ㅋㅋㅋㅋ

그래서 쓰는 것보다 짤 넣는게 훨씬 오래걸림....

그냥 한 번 웃고 잊어주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