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속초"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누군가 내게 물으면 나는 나누지 말라고 하고 싶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내게 산과 바다는 깍두기와 배추김치와 같다. 때에 따라 끌리는 것이 다를 뿐 어떤 것이 더 나은 지 우위를 둘 수 없다.
논어에서 공자가 말했다.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자는 움직이고, 어진 자는 고요하다. 지혜로운 자는 즐기고, 어진 자는 오래 산다. 뚜벅이는 지혜롭고 어질다. (마지막 문장은 논어에 나오지 않는다.)
속초에는 없는 게 없다. 산과 바다, 계곡과 호수가 있고 맛있는 음식과 예쁜 카페 그리고 로맨틱한 감성 숙소까지. 그래서 속초는 늘 인기가 많은 관광지이다. 동해바다와 설악산의 비경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로맨틱 속초 여행을 추천한다. 차가 없어도 괜찮다. 대중교통으로도 충분하다.
한 번쯤은 한화 리조트 설악 쏘라노
첫 째날은 한화 리조트 설악 쏘라노에서 묵었다. 유럽의 대저택처럼 생겼다. 한화 리조트는 여러 지점이 있지만 규모나 시설면에서 설악 쏘라노가 가장 좋은 것 같다. 특히 바로 옆에 설악산 울산바위 뷰와 설악워터피아 워터파크가 자리하고 있어 커플은 물론이고 자녀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에도 인기가 많다.
로비층에는 미술 전시 공간, 스타벅스 카페, 레스토랑 등 다양한 부대시설과 함께 엄청 큰 GS25편의점도 있어서 늦은 시간까지 군것질을 하기에도 좋았다.
객실은 중간 미닫이 문으로 공간을 분리시킬 수 있다. 우리는 워터피아 뷰였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워터피아보단 그 옆에 보이는 설악산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내부에 스타일러와 안마기도 있어서 워터피아에서 신나게 놀고 온 다음에 마사지를 받으니 노곤하게 잠이 왔다. 산에 다닌다고 매번 두툼한 패딩만 꺼내 입었는데 오래간만에 멋 부리려고 입고 나온 코트를 스타일러에 넣어보니 괜히 뿌듯했다.
울산 바위가 멋지게 보인다
겨울엔 온천이지 설악 워터피아
겨울에 웬 물놀이냐 싶겠지만 이곳에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여느 워터피아와 다르게 국내 최초 보양온천으로 지하 680m에서 하루 3천 톤씩 용출되는 천연 온천수를 이용해 물을 사용한다고 한다. 겨울에는 뜨끈한 국밥도 좋지만 뜨끈뜨끈한 온천욕 후 노곤 노곤해진 상태로 마시는 맥주가 일품이다. 세계 유명 온천지 컨셉으로 만들어진 스파밸리는 각각의 컨셉에 따라 테마와 특징을 잘 살려내서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도 냈다.
통유리로 보는 동해 일출 뷰 로맨틱한 속초 W스파풀빌라
풀빌라는 가보고 싶고 가격은 좀 부담스럽다면 비수기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운이 좋으면 극성수기의 1/3 가격에 갈 수 있다. 게다가 자고로 풀빌라는 추운 겨울에 따뜻하게 방에서 즐기는 게 제 맛이다.
속초 W스파풀빌라는 포장마차 거리, 카페거리와 인접한 비교적 저렴한 가성비 풀빌라다. 물회 맛집으로 유명한 봉포머구리집, 가성비 횟집으로 유명한 신유네회포장과 가까워 도보로 이용 가능하다. 영랑 호수공원 산책은 덤이다.
우리는 이 날 속초중앙시장에서 사 온 주전부리와 신유네회포장에서 회를 사서 푸짐하게 먹었는데 놀랍게도 사진이 없다. 사진도 깜빡할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동해 방면 숙소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숙소에서 바라보는 일출이 아닐까?
맑은 바다와 깨끗한 백사장이 아름다운 아야진 해변
히말라야로 떠나기 전 체력단련도 하고 여행도 하고 싶어 해파랑길을 걸었기에 동해안은 모두 지나가 보았다. 이번엔 여자 친구가 어디서 예쁘다는 글을 봤다며 가보고 싶다고 해서 버스를 타고 함께 왔다. 아야진은 속초에 있는 우리 숙소에서 버스로 약 40분 정도의 거리에 떨어져 있는데 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버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도착했다.
강원도 고성의 필수 관광지중 하나로 꼽히는 아야진 해변은 크고 작은 바위와 맑은 바다, 깨끗한 백사장이 아름답다. 매년 군부대와의 협의로 한시적으로 운영되는데 낚시와 수영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겨울엔 수영하면 안 된다.)
날이 흐려서 조금 아쉬웠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오니 길가에 흔한 펜스도 우리와 함께 그림이 되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무지개색으로 채색된 이 펜스는 SNS에 인생샷 명소로 유명해졌다.
예부터 아야진 등대 주변에 거북이 모양 바위가 있었는데 마을에 복을 가져다준다 하여 주민들이 신성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방파제 건설을 이유로 이 거북바위는 철거되었고 2020년 주민들은 아야진의 행복과 발전을 염원하며 다시 바다 거북이를 소환했다.(아야진 해변에 거북이 조각상이 있다.)
아야진 오션뷰를 담은 스위밍 터틀
아야진 해변의 무지개 길을 따라 걸으면 이내 카페 스위밍 터틀에 도착한다. 카페 이름이 왜 스위밍 터틀인지는 아마 방금 전 바다 거북이 이야기에 눈치챘을 것 같다. SNS 핫플레이스로도 유명한 이곳은 독특한 내부 구조와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키오스크에서 간단히 주문하고 올라가면 2층은 전면이 유리로 되어있어 아야진 해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3층은 외부 루프탑으로 되어 있는데 바람을 느끼며 힐링하기에 좋다.
SNS 핫플 답게 바다를 향한 전면 통유리가 자리잡고 있다.
루프탑의 풍경
영랑호
아바이 순대 마을로 유명한 청초호와 더불어 속초시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설악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푸른 동해바다가 감싸 안은 영랑호는 말 그대로 산과 바다 그리고 호수를 함께 보기 좋은 최적의 장소다. 8천 년 전 생성된 영랑호는 희소성이 높고 보전 가치가 큰 동해안의 대표적 석호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영랑호의 잔잔한 물결에 설악산의 반영이 비친다. 흐린 날씨에도 선명하게 보이는 울산바위가 반갑다. 산을 좋아하는 커플답게 이곳에서의 커플사진도 빼놓을 수 없었다.
영랑호에서도 멋진 울산 바위가 한 눈에 보인다.
속초 88생선구이
속초에는 물곰탕이나 아바이순대, 꼬막비빔밥, 닭강정 등 맛집이 정말 많다. 그중 갯배 선착장 인근 속초 생선구이 거리에 자리한 88생선구이는 특별하다. 메뉴는 단 하나, 생선구이 모듬 정식이다.
1인 정식은 15,000원인데 2인 이상 주문 가능하다. 가격이 조금 비싼 것 같지만 고등어, 황열갱이, 꽁치, 도루묵, 오징어, 삼치, 가자미, 청어, 메로 이렇게 다양한 생선들을 숯불 바베큐로 먹을 수 있고 10여 가지의 정갈한 밑반찬과 밥과 국이 포함되어 있다. 메뉴가 1개라 따로 주문은 받지 않고 음료나 별도의 추가 주문이 필요한 경우엔 말하면 된다.
홀서빙 직원들이 직접 굽고 잘라주니 언제 먹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숯불 위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생선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 맛은 정말이지 일품이다. 역시 생선은 뭐니 뭐니 해도 구운 생선이 담백하고 맛있는 것 같다.
사실 속초에는 더 많은 관광지가 있다. 권금성 케이블카를 비롯해 다양한 바다와 관광지가 있고, 속초의 중앙 시장에는 점점 SNS로 핫한 맛집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그렇기에 2박 3일이라는 시간은 여러가지 음식을 먹고 관광을 하기엔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었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곳. 겨울 뿐만 아니라 모든 계절이 아름다운 이 속초 여행 한 번 가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