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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이 문화국장
[장두이 문화국장] 인도네시아 쟈바섬의 그림자극, 와양(Wayang)은 보는 내내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실제 무대 위 배우들 연기보다 더 연기적이고 영화,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 관객에게 자칫 허상(虛像)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그림자 이전과 이후를 뛰어넘고 넘나들게 한다.
상상력과 스펙타클한 스토리의 세계를 풍성하게 제공해주는, 남녀노소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인류 최고의 극예술이다.
보통 인형극은 서구에서 뛰어난 기술과 기교로 다양한 형태로 오랫동안 발전되어 이어져 왔지만, 쟈바섬 ‘와양’은 서구인들이 상상도 못할,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인형에 의한 공연 형식으로 그림자가 어우러져 보여주는 ‘더블 엑스포져 테크닉’ 최고의 ‘그림자 연극(Shadow Puppet Theatre)’이라 하겠다.
사진: 와양 그림자극(1)
인구 2억 7천 만 명의 인도네시아.
무인도를 포함해서 18,108개 섬 가운데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쟈바섬은 남한보다 1.2배 정도 크기의 섬이다.
인구밀도로 보면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56%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이다.
쟈바섬의 그림자 연극 와양(Wayang)은 1천 년 전에 쟈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그림자극으로 힌두교 대서사(大敍事) 경전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 이야기를 중심으로, 보통 자정 무렵에 공연을 시작해서 새벽녘 동틀 때까지 길게는 6~7시간 전통 악기 ‘가멜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웅대(雄大)한 스펙타클 ‘총체 서사 음악극(Total Epic Music Theatre)’이다.
사진: 와양 그림자극(2)
사진: 와양 그림자극(3)
이 ‘와양’을 보고 있노라면, 실제 인간의 몸으로 빚어내는 연기가 무색(無色)하게 느껴진다. 본래 ‘와양(Wayang)'이란 용어가 그림자, 상황, 드라마 혹은 그림자극에 등장하는 인형을 뜻하지만, 결코 크지 않은 흰색 포장 위에 펼쳐지는 그림자들의 움직임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상을 초월하는 연기적 표현은 그대로 최상의 드라마틱 향연(饗宴)이며 불꽃이다.
서구 서사연극의 선구자로 칭송받는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외치는 서사극은 기껏해야 슬라이드나 사진 혹은 영상을 사용하는 연극성 너머를 넘지 못한 연극 표현으로 감히 ‘와양’ 그림자극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연극주의(Theatricalism)’ 최고의 경지다.
사진: 와양 그림자극(4)
사진: 와양 그림자극(5)
‘와양’ 그림자극을 보노라면, 일본이나 헐리웃이 창작해 놓은 애니메이션이나 카툰 그 이상의 예술적 경지를 체험케 한다. 장대한 전설과 설화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시청각예술(視聽覺藝術)의 향연을 크지 않은 흰색 스크린 위에서 만끽하게 하는 것이다.
그림자극에 쓰이는 인형은 주로 가죽을 캐락터에 맞게 디자인해서 대나무 막대기에 장착하고, 기름 램프에서 빚어내는 빛을 이용해 흰색 천에 인형 그림자를 투사해 내는 공연형식이다. 수많은 인간에서부터 동물 그리고 신의 형상까지 각종의 캐릭터들이 등장, 힌두교의 종교적 전설과 인간 사회의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 그리고 쟈바섬 지역 내 소소한 삶의 얘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사진: 와양 그림자극(6)
사진: 와양 그림자극(7)
지구상에 아직도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는 특별하면서도 독창적이며 매우 창의성 높은 그림자극 ‘와양’은 동양의 전통연극이 그렇듯이 본래 사원(寺院)에서 하는 제의식(祭儀式/Ritual Ceremony)의 한 형식으로 행해져왔다. 아이들의 불운으로부터 정화(淨化)하기 위한 의식은 물론, 풍성한 농작물 수확을 기원하는 의식에까지 주로 행해졌던 특별한 의식공연(儀式公演)이었다.
사진: 와양 그림자극(8)
1,000년 전부터 이어온 이 그림자극은 연기, 노래, 음악, 드라마, 문학, 회화, 조각, 상징적 움직임의 표현 등, 광범위하게 담겨져 표현하고 있는데, 힌두교 성전이라 할 수 있는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의 이야기를 영적(靈的)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우리에게도 삼국유사와 같은 전설과 설화들이 있건만, 이런 특색 있는 우리만의 공연예술이 만들어지지 못한 아쉬움은 무엇일까?)
사진: 와양 그림자극(10)
사진: 와양 그림자극(11)
쟈바섬 ‘와양’ 그림자극은 인도나 중국이 하고 있는 그림자극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우선 표현 양식의 정교함, 깊이, 창의성에서 엄청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그만큼 쟈바섬의 ‘와양’ 그림자극은 캐릭터를 나타내는 인형이 매우 창의적이며 섬세함과 정교함을 갖추고 있어, 다른 나라 그림자 인형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다. 인형은 주로 가죽을 중심으로 디자인 되고, 그 위에 전통 의상과 동시에 다양한 색깔을 입힘으로서, 단순히 그림자를 통한 캐릭터의 표현이지만 매우 뛰어난 조각품으로서도 고차원(高次元)의 시각예술 걸작품(傑作品)격인 셈이다. 한 밤중 이글거리는 램프 불에 비추어 나타나는 그림자들은 신비(神秘)의 신기(神技) 그 자체다.
사진: 와양 그림자극(12)
사진: 와양 그림자극(13)
인도네시아는 인도 못지않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문화예술의 나라다.
이들의 각종 일상용품은 물론 의상 등에 나타나는 문양이나 색깔은 수 천 년을 내려오면서 매우 독창적이며, 매우 원초적이고, 매우 환경적인, 독보적인 유산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사진: 쟈바섬 와양 그림자극 시연 장면
이러한 문화유산 가운데 인류가 보물처럼 여길 최고의 그림자 연극 ‘와양’을 지금도 보존하고 전승해 오고 있으니, 경하(敬賀) 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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