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는 정말 오랜만이다. 동시 읽기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동시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표현과 주제는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웃음을 머금게 한다.
여러 동시 중에 내 공감을 산 시는 김영 시인의 〈걱정〉과 박억규 시인의 〈가방 메고 축구하는 아이〉다. 〈걱정〉은 시험을 앞둔 아이의 초조함과 긴장을 담은 시다. 아이는 걱정으로 시험을 망치는 꿈까지 꾼다. 나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며칠 전 학교 폭력 예방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 일찍 학교에 가야 했다. 잠이 많은 나는 그 걱정에 불길한 꿈을 꿨다. 오전 열 시에 일어나 학교 가는 데 세 시간이 걸리는 꿈. 학교에 도착하면 이미 지각한 뒤고, 교문 앞에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배경으로 꿈은 매정하게 끝난다. 〈걱정〉은 어처구니없는 내 꿈을 기억시켜 주었고, 나는 웃었다.
〈가방 메고 축구하는 아이〉는 가방을 메고 학원 차가 올 때까지의 짧은 시간에 축구를 하는 아이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선이 녹아 있다. 내가 초등학교 3~4학년때까지만 해도 같은 동네 사는 친구들과 저녁 일곱 시까지 신나게 뛰어놀았다. 그건 정말 최고의 추억이다. 아파트단지 안에서 술래잡기하다 이웃집 아주머니께 혼나고, 산수유 따다 경비 아저씨께 혼나고……. 나이 불문하고 모인 스무 명 정도의 아이들이 온 동네를 헤집고 다녔기 때문에 오후는 항상 시끄러웠고, 놀이터는 쓰레기로 넘쳐났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하교하면 학원으로 직행이고, 뛰어노는 대신 머릿속에 지식을 채우기 바쁘다. 공부 이전에 어린 시절의 추억 하나를 만드는 것이 더 흥분되고 재밌는 일인데, 안타깝다.
방소정(충북 충주 칠금중 3학년)
첫댓글 저도 가방 메고 축구하는 아이를 좋아했어요. ㅎ
3학년 어린이 글이 뒷부분으로 갈수록 어른스럽다 할까 차분하게 성찰하네요.
중학생요^^
글쿤요.. 초딩 글인 줄 알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