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지를 바르는 이유
- 오형록
당신 눈동자에
숫기없는 창문이 있어요
그날그날의 날씨와 기분에 따라
각양각색의 꽃이 피어나는 곳
찬바람이 불어오는 날
숫기없는 창문이 쭈그려 앉아 있는
앙증맞은 오두막에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고 싶습니다
어서 오세요
황량한 오지의 깊은 골짜기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찾아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물안개 피는 창가에 앉아
우리 마주보며 세월을 마셔요
마셔도 마셔도 마르지 않는 샘물은
이젠 우리 거예요
누군가
봉창에 침을 바를 때
가시달린 눈총을 난사했는데
이젠 알 것 같아요
창호지를 발랐던 까닭을
202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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