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캔에 만원 ‘가성비’ 공략…보리맛 나서 애로사항도
- 필라이트의 콘셉트는 뭔가.
“저가 실용맥주. 1만원에 12캔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맛이 기존 맥주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콘셉트다. 알코올 도수도 4.5%로 일반 맥주와 같다. 경기 침체로 주머니가 얇아진 2030 직장인과 대학생을 공략했다. 일본에서 90년대 경기침체로 발포주가 인기를 끌었다. 개발 과정에서 칼로리도 신경을 썼다. 혹시라도 칼로리가 기존 맥주보다 많으면 안 된다. 일반 맥주와 비슷한 355mL 1캔 기준 140kcal 수준으로 맞췄다."
- 개발 기간은 얼마나 되나.
“2015년 1월부터 17년 4월까지 2년 좀 넘게 걸렸다. 70명이 참가했다. 샘플 술을 만들고 시음하고 또 소비자와 대담한 횟수 등은 셀 수도 없다.”
- 필라이트에는 맥아가 몇 퍼센트 들어있나.
“법적으로 10% 미만이 돼야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법이 허용한 최대한을 넣었다. 나머지는 보리나 전분 등을 넣어 맛을 살렸다.”
- 맥아가 적어서 맛이 엷지 않나.
“그렇다. 맥아 함량이 적다보니, 청량감이나 쌉쌀한 맛 등 ‘맥주다운 풍미’를 갖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걸 보완하는데 시간이 2년 걸렸다. 실제로 필라이트를 개발할 때 발포주 시제품 약 200종류를 만들었다. 이 중에 약 10종류만 최종 시음에 들어가고, 190여종은 그냥 다 버렸다. 보리맛이 나거나 맥주로서 풍미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 어떻게 해결했나.
“상세한 공법은 영업비밀이라 말하기 어렵다. 맥아 외에 보리와 전분을 충분히 넣고, 정말 많은 시간 맛 조절을 했다. 실제로 계속 개발과 시음을 거치다가 지쳐서 몇 주 동안은 개발 작업을 못 한 적도 있을 정도다.”
- 필라이트는 소맥으로 먹어도 맛있나.
“맛있다. 실제로 많이들 드신다. 하지만 회식술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소맥 관련해서는 아예 홍보를 하지 않았다. 만들면서는 좀 감안을 하긴 했다.”
- 2018년 4월에는 시원한 맛을 강조한 필라이트 후레쉬를 출시했는데.
“기존의 필라이트는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술의 향이 너무 강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래서 우리 회사의 하이트는 물론, 타사의 카스·피츠 등 국산 라거맥주들과 경쟁할 수 있는 발포주를 냈다. 그게 필라이트 후레쉬다. 아로마향을 줄이고, 제조에서 여과까지 전체 제작 공정에 영하 1.5도 이하 ‘후레쉬 저온 숙성공법’을 적용했다. 좀 더 기성 라거맥주 같은 맛이다.”
◇“맥주 개발자로서 아침에 한 캔 마시면서 업무 시작”
- 왜 맥주 브랜드 매니저를 직업으로 택하게 됐나.
“처음부터 이 일을 한 것은 아니다. 주류 회사에 취업하고 싶어서 하이트진로 신입사원으로 2010년 입사했다. 술을 좋아한 것도 있었고, 술 회사는 왠지 안 망할 것 같았다. 평생 직장이라 생각한다. 입사 후 6년간 영업사원을 하다가, 2015년 맥주브랜드팀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