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2
선운사로 향합니다. 밤사이 쌓인 눈은 아마도 30센티는 넘을 것 같습니다. 아이젠과 스페치를 신고는 다시 조심조심 뒤따라 갑니다.
온통 온통 눈 눈 눈.
아이젠과 스페치가 없으면 평지지만 걷는 것조차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선운사도 겨울에는 처음 길입니다.
하얀 눈꽃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도솔천을 지나서 선운사의 선계(仙界)로 들어서자 나는 마치 신선이 된 듯 잠시 눈 위에 둥둥 떠 있었습니다. 선운사는 눈 속에 파묻혀 우리 길벗님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배롱나무는 하얀 목단 꽃을 이고 있는 듯 솜뭉치만 한 눈꽃을 머리에 이고 있었습니다.
한 바퀴를 돌며 대웅전 뒤편 동백나무 숲 쪽으로 가다 보니, 감나무에는 여러 가지 새들이 날고 있습니다. 눈 속에서 빠알간 감들이 눈을 이고 있고 청까치 어치 등 이름 모를 새들이 부지런히 까치밥을 먹고 날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머물며 이제는 돌아가야지. 이러다가 우리 길벗님 뒷꼬리도 놓치겠다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래며 선운사를 나오는 길. 여바흐님은 다른 길벗님들은 좀 더 트레킹한다고 위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난 그냥 도솔천 주변을 머물겠다고 생각하고 다리를 건넜습니다. 생각지도 않던 눈 덮인 차밭이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눈덮힌 차밭은 고요가 가득합니다. 한참을 머물다 그만 돌아섰습니다.
이번에도 계획이 바뀌어 고창 학원농장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학원농장은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곳인데, 머릿속에는 그 청보리밭에 하얀 눈이 덮여 있다면 그 모습이 환상적일 것이라 상상했습니다.
이번엔 잠시 걷는다고 하니 아이젠을 안 신고 걸었는데, 그게 패착인지 차들이 지나면서 난 길들에서 얼음판에 미끄러질뻔 했습니다. 걷는 걸음이 늦어집니다.
점심을 먹으러 들른 거북선 풍천장어집에 도착하니 빈 배가 널브러져 있고. 거북선 모양의 건물도 멋지지만 창밖의 풍경이 나를 사로 잡았습니다.
차를 돌려야 하는 데 주차장에 눈이 쌓여 산들님 무심재님 여바흐님이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차를 돌려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구시포 해변으로 들어가는 솔밭엔 눈이 무거워 여기저기 솔가지가 부러져있습니다. 조심조심 걷습니다.
마지막으로 군산 근대 역사박물관을 끝으로 이번 설국여행은 끝을 맺었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무엇 보다도 이번 여행의 일등 공신은 산들님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돌아오는 버스 내내 나와 무심재를 돌아보았습니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운명처럼 선물처럼 만나서 함께 하고 있는 나.
<한국적 세계유산>이라는 책을 구입했습니다. 그 속에 수록된 많은 사진 중. 내가 무심재와 함께한 곳이 참 많았습니다.
그 동안의 여정을 돌아보면서, 매 순간이 특별하고 찬란했던 날들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 순간이 설레이던 날이었고, 꿈을 꾸듯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무심재 선생님은 '다시 겨울의 환희를 꿈꾸며 새롭게 움트는 희망의 시간'을 맞이해야 할 때라 했습니다.
2024년은 정말로 다시 겨울의 환희를 꿈꾸며 새롭게 움트는 희망으로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동영산을 첨부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vpCIvQcC1o&t=93s
첫댓글 시야님과 따로 또 같이 설국여행을 기쁨 속에 반추해 봅니다. 2023년 수고했다고 받은 뜻밖의 선물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눈세상을 예리한 포커스로 멋지게 잡아주시니 놓친 많은 광경들을 퍼 갑니다.
성탄절 잘 지내셨는지요. 건강하고 기쁜 새해에 길에서 다시 만나요~!
Merry Christmas!!!^^
한편의 사진수필집을 보고 있답니다
시야님!!!
행복한 여행동반자로
항상 응원합니다
새해에도 멋진 작품을 기대합니다
눈쌓인 설국~~ 환상입니다!!
무심재 여행은 상황에 따라 각본없는 드라마를 만들어 냅니다.
이번 여행처럼
연출자의 예민한 촉수에 따라 특별한 여행이 되어 버리지요.
물론 연출자의 의도대로 출연자들의 만족도가 높으면
최상의 여행으로 기억 됩니다.
시야님의 무심재 여행~~
매 순간이 특별하고 찬란했던 날들이었다니,
같은 마음으로 박수 보냅니다 .
늘 건강한 모습으로~~
아...
너무 좋다
눈밭에 강아지 처럼 폴짝 폴짝 뛰고 싶어요
시야님 전생에 나라를 몇개나 구하셨는지요
정말 멋집니다
우리 길동무님들
얼마나 행복하셨을까요
감사 합니다
하얀 눈위를 밟으며 행복해 하시는 모습 상상해 봅니다
아름다운 길동무님들
시야님께 감사 합니다
까치밥 홍시
배롱나무위의 눈꽃
사무치도록 아름다운 풍경에 그저 좋다고 말합니다.
가슴뛰는 일이 있다면 저 눈밭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겠지요.
동영상 편집하신 것 몇 번 반복하여 봤습니다. 넘 좋아서~^^
도솔천이 어디메뇨, 너 있던 그곳이니라~하면 선승이 말하는 듯
곳곳마다 축복받은 자리로 흰꽃세상에서 살다온 1박2일의 시간이
정말 환희 그 자체로군요.
고요함이 물씬! 정말 좋습니다.
함께 있지 않았지만 함께 있는 듯 그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합니다
감사드려요~^^
온통 하얀 설국!북해도 눈구경 갔을때가 생각이납니다.
얼마나 멋있고 환상적이었을까요.
시야님의 동영상 왕팬인 남편과 오늘에야
티비에.연결시켜 설국이 너무나 멋지고 환희로워서 오~~와!! 감탄을 하면서 영화 한편 잘 봤습니다.감사합니다.애쓰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