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주, 지리산 서북능선 종주 (성삼재~바래봉, 3인 산행)

[물레]

2023. 5. 12 ~ 13 무박

'지리산 서북능선' 종주산행記

마지막 성대종주 18년만에 서북능선을 종주했습니다.

처음 계획은 사당發 안내산악회를 예약했는데
우천으로 취소하고 여러 이유로 결국
동서울(22:50)에서 성삼재(03:00)까지
(코로나가 끝나 최근 운행 재개된)
직행버스를 타고 종주하는 코스로 방향을..

그러다가 마침 배려님이 함께 하겠다고 하여

둘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했는데,

뽀야기님까지 합류하여 ‘남자 셋’이 산행을 했습니다.

 
세 명 모두 지리산 주봉을 종주하고는,
이 서북능선을 마음 한편에 담아두었던..
이른바 찐!들이 만나서 함께 한 산행이었습니다.

모두들 대중교통으로 혼산도 해 보았기에 잘 통했겠죠!
특히 배려님은 강릉에서 지리산을 몇 번 다녀와서
연계 구간까지 대중교통편을 훑는 정도입니다.

이렇게 귀한 분들과 하나의 팀이 되어

나름의 사전 모임도 갖고, 의견 취합된 산행 계획 하에
새벽부터 한우구이와 느긋이 걷고 걸어 어탕으로 끝낸
그날의 無泊 여정을 올려봅니다.

(모바일 폰에서는 가로로 돌려 보면 편합니다.)

---

 
먼저, 단톡방에 올린 산행 계획 정리본입니다.

그리고, 산행하며 찍은 사진들입니다.

02:00 월평마을(구.인월마을) 도착

마을회관 평상 위에 불판 놓고 에너지를 보충합니다.

뽀야기님, 맛집인데요? 산행 전 푸짐한 애피타이저에 감사드립니다.

그러고 보니 산행 중에 먹은 것도 참 많은데 사진을 못 찍었군요.

밤을 새우고 도착한 새벽이었는데, 소고기라 그런가 잘 들어가더라고요?!

미리 예약해 놓은 인월 택시가 마침 도착해서
30분간 딱 좋게 마무리했습니다.

03:10 성삼재 휴게소

이 얼마만에 온 성삼재인가요. 물레는 고작 18년 만입니다.

와.. 무인편의점이라니.. 온수도 못받고 우린 적응력 부족에 패쓰;

날머리에서 이곳 성삼재까지 택시로 약 40분 걸렸습니다.

03:30 만복대 탐방로 입구에서 단체샷

기분이 좋은 것이지 술기운 따위가 얼굴에 오른 건 아닙니다. ㅋ

모두들 하회탈 하나씩 쓴 몰골이군요;

빛바랜 흑백의 느낌처럼 우리만의 오랜 추억이 되길..

(날씨가 흐려 여유를 부렸지만, 일출 감상이 가능하면

이곳에서 03시에는 출발해야 힙니다.)

헤드랜턴 불빛에 금세 (작은)고리봉을 지납니다.
 여기 오르는 동안 독소가 모두 빠져나간 듯 개운해졌어요.

06:05 만복대

여차저차하여 지리산 서북능선 최고점인 만복대(1437m) 도착!

이곳 정상만 쌀쌀했고, 오늘 날씨가 무척 더웠습니다. 

만복대 일출을 기대하고 왔는데.. 다음에 한 번 더 오란 기회겠지요.

조릿대길도 편안하고, 슬슬 철쭉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07:00 정령치 휴게소

멀리 운해가 보이죠? 여기만 해도 높이가 1172m입니다.

휴게소는 현재 공사 중으로 언제 끝날지 미정입니다.

그래서 식수, 간식 등 보충이 불가하니 유의하세요.

정령치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다가 옆에 분들이 얘기하는 걸 듣고 놀랬습니다.

주능선 종주시 가깝고도 먼 반야봉을 다음에 다음에 하며 쳐다만 보고 지났는데,

가야할 길이 멀어 조급함에 홀대?했던 그 반야봉(1732m)이

설악산 대청봉(1708m)보다도 높다는 사실을 모두 이번에 알았거든요. 하하;

폰번호도 1708로 바꾸고 내려온 물레인데..

'어이가 없네'

산철쭉으로 진달래 같기도.. 자생하는 토종 철쭉이라고 합니다.
이 근방은 아주 예뻤는데 정작 바래봉은 별로였어요.

사진보다 실물의 퀄리티!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지리산 프리미엄이 붙었겠지요. 지금 우리들 기대에도..

바위틈으로 옹기종기 피어나 이리 반겨주는지..

여기서부터 (큰)고리봉까지가 이번 종주 구간에서 하이라이트였죠!

배려님과 뽀야기님도 극찬했던 구간입니다.

촬영하기가 어려운 철쭉꽃이라 그 느낌을 더 담지 못해 아쉽습니다.

08:22 (큰)고리봉

이곳 넘어부터는 백두대간길 탔던 뽀야기님도 초행길이랍니다.

대간길은 여기서 고기삼거리로 내려가 바닥을 밟고 다시 오른다는..

이때도 실감이 안났죠. 앞으로 가야할 머나먼 길을..

성대종주 때 끝이 없던 대원사 하산길이 생각났습니다.

걸어온 만복대, 고리봉을 배경으로..

배에 힘 빡 주고나니 좀 낫군요. ㅋㅋ

쉴 만하면 경치 감상하느라.. 날씨도 화창하고요.

멀리 걸어온 만복대와 정령치를 돌아봅니다.

10:15 세걸산

서북능선에서 주능선을 조망하기가 좋은 위치입니다.

쥐오줌풀

세동치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었습니다.

지루할 즈음의 적시타여서 오히려 감사할 정도..

그리고, M L XL.. 단체아이템(!) 샷입니다. ㅎ

와 드디어.. 저 멀리 바래봉 정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철쭉도 정말 예쁘고, 모든 게 좋습니다만..

와.. 여기서 바래봉까지도 정말 길고 멀어요. ㅋ

돌아보면 많이 왔는데, 왜 다가오지 않는 거니?!

12:00 팔랑치

이제 팔랑치에 다다르자 꽃길처럼 편안한 산길이 이어집니다.

그래도 저기 보이는 바래봉은 조금 더 가야 하더라고요.

12:30 용산주차장(운봉)에서 올라오며 만나는 갈림길
이쪽으로는 몇 번 올라왔었는데 길이 더욱 좋아졌군요. 임도에 푹신하기까지..

(정령치~바래봉 코스처럼) 짧게 오는 산악회는 여기서 용산주차장으로 내려가게됩니다.

13:20 바래봉 정상

드디어 정상석.. 이곳도 인증샷 줄 때문에 이렇게밖에 못찍었습니다.

이런 데크도 필요한 분들이 있겠으나, 너무 인위적으로 변하였군요.

토종 산철쭉인데도 복원된 부분이 많아 마치 가꾼 듯한 인공미가 짙습니다.

바래봉은 예전에 몇 번 와봐서 인증샷은 그리 아쉽지가..

그래서 우린 이렇게 지리산 주능선(천왕봉)을 배경으로 단체샷!

제가 한 발짝 더 옮겼더라면.. 뽀야기님 은은한 미소 굳입니다.

실컷 보고, 다시 날머리 월평마을(구.인월마을)로 향합니다. 

고도 프로필에서 덕두산을 간과하고는 그냥 내리막길인 줄 생각하고.. 

여기서부터 예상치못한 지루함이 시작되었어요.

덕두산 덕두봉을 내려서도 다시 나타나는 오름길에.. 와.. 와..

둥근잎천남성

14:00 덕두산 덕두봉

저 천남성(둥근잎천남성) 가까이 가서 찍느라 독초에 취했는지.. 

사진도 초점이 나가고 몽롱하게 내리 걷기만 한 기억이 납니다. ㅋㅋ

천천히 걸으니 산악회들 뒤꽁무니도 안보이고, 우릴 지나쳐가는 분들도 있네요!

와.. 끝이.. 와.. 아직도 안끝났어, 아니 아직 반도 못내려왔어. 와.. 와..

몇몇 산악회들이 마지막에 종주길이 아닌, 용산주차장(운봉마을)으로 내려가는 이유가 있었뜨아.

그래도 어찌 여길 안걷고 종주를 했다고 할까요.

천천히 걷기, 우린 잘 지켰던 것 같아요. 명산會 산행에서도 그러자고요. 꼭!

14:10 갈림길

14:55 위의 갈림길에서 1.7km 오는데 이 정도 걸렸어요.

한참 왔는데도 고도가 그대로, 내리막이 내리막이 아닌..

그래서 혼산하듯 더 쉬며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와일드해보여 찾아봤더니, 잎이 떨어진 산딸기였습니다;

15:35 월평마을

숨 돌리며 느긋이 내려오니 어느덧 마을회관 평상이 보입니다.

정비 후 인월면으로 내려가 어탕 한 그릇하고 마무리했습니다.

인월 맛집이라 알려진 '두꺼비집' 어탕인데

맛은 그럭저럭 하나 응대 서비스가 당황스러워 비추할게요.

전체 약 12시간 중 3시간 가까이 쉰 기록입니다.

우리를 질러가는 산악회들이 걷는 모습을 보니
소중한 무릎 생각치 않고 저리 막 걸었구나 싶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휴식시간을 다시보니

심리적으로도 참 편히 걸었던 기억입니다.

다음에 시원한 맥주 한 캔씩은 더 준비해야겠고요.

트랭글 / 램블러 기록

---

한 번은 가봐야.. 아니 다녀와보니, 조금 더 푸르를 때도 다시 찾고 싶습니다.

(태그에 달은 부제목 중 #바래봉철쭉 은 #고리봉철쭉 이 낫다고 하겠어요.)

동행해 주신 배려님 ·뽀야기님 함께 좋은 추억을 남겼습니다.

뒤풀이 언제하죠?! 운전때문에 서로 챙기느라 하산酒가 아쉬었어요.

모처럼 길게 걸었던 지리산 서북능선을 돌아보며 기록해 놓습니다.

밀린 숙제를 끝낸 것처럼 기분도 개운하게 느껴지고요.

언젠가.. 이곳을 계획하시는 분들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끝.

[마당쇄.]

멋진 발걸음 부러워요^^
내가 갔을때도 바래봉 정상석 못 만져보고왔는대
아직인가요?
무튼 열정적인 산꾼님들
박수보내드립니다~~^^

[햇살]

와~~3총사님~
멋지고 부럽습니다~
좋은풍경 감상 잘~했습니다^^

[삼돌]

5년전에 바래봉 철쭉 산행했었는데 감회가 새롭네요. 멋진 사진 잘 보았습니다.

[아라*]

전 16일에 갔는데 철쭉이 끝물이어서 아쉬웠어요. 며칠 먼저 왔다면 어땠을까 궁금했는데 덕분에 철쭉핀 바래봉~잘 보고가요. 전 용산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것도 힘들던데 더 먼길로 완주하시고 멋지십니다.

[산초산초]

물레님 꼼꼼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