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어떻게 초극되는가. / 보경 스님
삶의 질곡을 벗어나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저 도를 닦는 사람은 마치 무거운 짐을 지고서
깊은 진흙 수렁을 지나는 소가 극심한 피로에도 불구하고
감히 좌우를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진흙탕을 벗어나야만 비로소 쉴 수 있는 것과 같다.
사문은 마땅히 정욕을 진흙탕보다 더하다고 볼 것이니,
바른 마음으로 도를 생각해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우선 “무거운 짐”이라는 말에 떠오르는 인물이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그는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나그네와 같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인생을 긴 호흡으로 본다면 서두를 일이 아니다.
무슨 일이든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되면,
불만은 사라진다. 마음에 욕망이 일거든 곤궁할 때를 생각하고,
인내는 무사장구(無事長久)의 근원이요, 노여움은 적이라 생각할 것이며,
이기는 것만 알고 지는 일을 모르면 해(害)가 그 몸에 미치게 된다.
자신을 책망할지언정 남을 책망하지 말 것이니
미치지 못함은 지나침보다 낫다.
결국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게 마련임을
이 위인은 알고 있었다.
무거운 짐을 진 상태에서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수렁을
지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멈추었다가는 헤어날 길이 없으니,
결국 힘이 남아있을 때 전력을 다해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휴식은 위기를 넘기고도 얼마든지 가질 수 있으니까.
그런데 사문에게는 정욕과 탐욕이 이와 같다는 것이다.
곤궁하기 짝이 없는 현실에서도
자기 생각 돌이키는 능력 필요
부처님은 우리가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한 마리 소라면,
이성에 대한 욕망과 물질에 대한 탐욕을 진흙수렁에 비유하셨다.
이 소가 죽을힘을 다해 진흙탕을 벗어나듯이
사문도 마음의 유혹을 벗어나라 하셨다.
마음의 정직하고 곧음은 바른 길을 가는 생명이며
바른 도에 대한 자세이다.
그리고 항상 도를 생각해야 한다.
생각의 끈을 놓아버리면 우리에겐 길이 없다.
진리는 진리를 향한 열정에서 싹이 트기 때문에 좋은 생각,
좋은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한 사람이 길을 가고 있었다. 배가 고프기도 했고
햇살도 따가워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는
길가의 상수리나무 그늘로 들어갔다.
문득 쉬고 있던 그의 눈에 길 건너의 호박이 눈에 띄었다.
그는 몹시 허기졌기 때문에 호박을 보자 더욱 고통스러워
혼잣말로 되뇌었다.
“젠장, 이렇게 큰 상수리나무에는 조그만 열매가 열리고,
저 여린 줄기에는 둥근 호박이 주렁 주렁 열리다니….”
그때였다. 어디선가 바람 한 줄기가 불어오더니
상수리 열매 한 알이 그의 머리에 떨어졌다.
그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무릎을 꿇고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자연의 일에는 절대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저 큰 호박이 상수리나무에 달렸었다면 나는 이미….”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곤궁하기 짝이 없는 상태임에도 자신의 생각을 돌이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이미 현자이다.
이런 유연한 삶의 자세를 가진 사람은 유머와 해학이 있다.
삶을 절망할 일이 아니다.
무의미하게 일생을 보낸 사람이 죽음에 이르러서는 좋은 세상을 기원한다.
그러나 값진 일생을 보낸 사람이면 그는 어느 세상이라도 상관없다.
그가 이미 좋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욕망은 이렇게 초극되는 것이다.
보경스님
서울 법련사 주지와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를 역임
동국대 대학원. <수선사 연구>로 박사학위
출처 :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