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력해진 캐릭터와 유머, '아이언 맨'의 귀환
천재지변 앞에선 '강철의 슈퍼히어로'도 속수무책인가?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의 여파로 두꺼운 화산재가 유럽 하늘을 점령한 가운데, 영국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
아이언맨 2]의 월드 프리미어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이에 제작사인 파라마운트 픽쳐스와 마블 코믹스는 급히 아이언맨에게 LA로 출격할 것을 지시했고, 토니 스타크를 필두로 페퍼 포츠, 워 머신, 위플래시, 블랙 위도우로 구성된 슈퍼히어로 군단이 4월22일(이하 현지 시간) LA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리고 [아이언맨 2]의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던 전 세계 100여 명의 기자들도 신속하게 LA행 비행기로 갈아타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화산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아이언맨 2]의 주인공들이 빠짐없이 참석한 가운데, 월드 프리미어 행사는 순조롭게 막을 열었다.
초호화 캐스팅으로 완성된 캐릭터 만찬
4월 23일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이언맨 2]의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왼쪽 사진), 그리고 단체사진(오른쪽 사진). 왼쪽부터 미키 루크, 스칼렛 요한슨, 감독 겸 배우 존 파브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 돈 치들.
4월22일 저녁 7시30분, LA 비벌리힐즈 남서쪽 끝에 위치한 센추리 시티 AMC 극장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월드 프리미어가 진행됐다. 과거 20세기폭스의 영화 촬영지였던 인공 도시 센추리 시티는 현재 메이저 영화사와 백화점, 극장 등이 들어선 특화 도시다. 메이시스 백화점과 연결된 AMC 극장 IMAX 관 입구에는 취재수첩 대신 한 손엔 큼지막한 팝콘 봉지를, 다른 한 손엔 탄산음료를 든 기자들로 북적거렸다. "순수한 엔터테인먼트의 즐거움을 만끽하길 바란다"며 주최 측이 안긴 소박한 선물이었다.
200석 규모의 IMAX 상영관은 팝콘을 바스락거리며 옆 자리에 앉은 다른 나라 기자와 [
아이언맨] 1편에 대한 평가와 2편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기자들로 가득 찼다. 불이 꺼지고, 거대한 IMAX 스크린에 코믹북 책장을 빠르게 넘기는 듯한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타이틀이 흐르자, 일순간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아이언맨 2]는 1편의 엔딩 장면에서 바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나는 아이언맨이다(I'm Iron Man)"라는대사로 시작되는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폭탄 선언이 눈발이 흩날리는 모스크바의 겨울 풍경 위로 오버랩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노인이 TV 화면 속의 위풍당당한 토니 스타크를 바라보며 회한의 한숨을 짓는다. 그리고 곧 이어 화면에 모습을 드러낸, 미스터리한 인물. 그는 거대한 근육과 천재적인 두뇌 그리고 끓어오르는 복수심으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에게 지옥을 구경시킬 최강의 맞수 '위플래시' 이반 반코(미키 루크)다.
속편에서 아이언맨(왼쪽 사진)의 적들은 더 강해지고 더 많아졌다. [더 레슬러]로 화려한 할리우드 복귀를 알린 미키 루크가 [아이언맨 2]에서 위협적인 동시에 매력적인 악당 위플래시를 연기한다(오른쪽 사진). 러시아 기자들조차 "완벽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린 러시안 악센트의 영어로 찬사를 받았다.
이 오프닝 시퀀스는 [아이언맨 2]가 야심차게 준비한 '속편의 히든 카드'가 무엇인지 단박에 가늠케 한다. 속편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아이언맨 캐릭터 파워에 필적할 만한 새롭고 강력한 캐릭터와, 그들을 연기한 '슈퍼 배우 군단'이다. 단연코 '업그레이드'라 할 만하다. 관객의 시선을 가장 먼저 빼앗는 인물은 오프닝부터 심상치 않은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악당 '위플래시' 이반 반코. 스타크 가문과 오랜 악연이 있는 그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토니가 개발한 것과 거의 흡사한 원자 에너지 수트와, 무엇이든 두 동강이 낼 수 있는 위협적인 원자로 채찍을 무기로 토니의 목숨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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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09)로 화려한 할리우드 복귀를 알린 미키 루크가 이반 반코 역을 맡았는데, 등장부터 위협적이다. 온 몸에 러시안 문신을 휘감은 그는 [더 레슬러] 때와 비교해도 전혀 흠잡을 데 없는 강인한 근육질의 몸매를 과시한다. 시사를 본 러시아 기자들이 "완벽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린 러시안 악센트로, 토니 스타크에게 "넌 졌어"라며 이죽거릴 때의 카리스마는 가히 압도적이다.
스칼렛 요한슨이 비밀에 싸인 '블랙 위도우'를 맡았다(왼쪽 사진). 아이언맨의 조력자인지 새로운 '팜므 파탈' 악당인지 정체가 묘연한 그녀가 정체를 밝히는 순간은 꽤 인상적이다. 기네스 팰트로가 1편에 이어 아이언맨의 조력자 페퍼 포츠를 연기한다(오른쪽 사진).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CEO로 변신해 스타일리시한 패션과 냉정한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위플래시가 '슈퍼히어로' 아이언맨의 맞수라면, 두 번째 뉴 페이스 저스틴 해머(샘 록웰)는 '사업가' 토니 스타크의 맞수인 셈이다. 무기 제조사 '해머 인더스트리'의 대표 저스틴 해머는 토니가 "아이언맨 수트 기술을 군에 제공하라"는 정부의 압력에 반발하자 그를 공격하고 나선다. 이 기회에 '스타크 인더스트리'를 꺾으려는 야망에 불타는 저스틴은 비밀리에 이반을 불러들여 아이언 수트 기술을 활용한 원격 조종 로봇 군단 '해머 드론'을 개발한다. 토니를 이겨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사사건건 딴죽을 거는 밉상스런 캐릭터 저스틴은, 샘 록웰의 능청스런 연기로 빛을 발한다. 겁 많고 수다스러운 저스틴이 신경증적인 원맨쇼를 선보일 때마다 객석에선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저스틴 해머 역의 샘 록웰은 밉상 캐릭터의 원맨쇼를 보여준다(왼쪽 사진). 토니 스타크의 방황을 보다 못한 제임스 로드가 워 머신 수트를 착용하고 아이언맨과 애정 어린 육탄전을 벌인다(오른쪽 사진).
마지막 뉴 페이스는 페퍼 포츠의 새로운 비서로 채용된 나타샤, 즉 숨겨진 또 다른 슈퍼히어로인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다. 토니 스타크는 한 가지 비밀을 숨긴 채 아이언맨의 임무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하며, 페퍼 포츠(기네스 팰트로)에게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경영권을 모두 맡긴다. CEO 페퍼 포츠의 새로운 개인 비서 나타샤는 강렬한 붉은 머리와 치명적인 미모로 첫 등장부터 토니의 마음을 흔들지만, 어딘지 모르게 비밀스런 구석이 있다. 과연 아이언맨의 조력자인지 새로운 '팜므 파탈' 악당인지 정체가 묘연한 그녀가 정체를 밝히는 순간은 꽤 인상적이다. 스칼렛 요한슨이 자신의 완벽한 실루엣을 고스란히 드러낸 '히어로 수트'를 입고 묘기에 가까운 액션을 선보이니, 인상적일 수밖에.
닉 퓨리 국장 역의 새뮤얼 L. 잭슨의 비중이 커진 건 시리즈의 미래를 위한 포석이다(왼쪽 사진). 존 파브로 감독은 토니 스타크의 만능 비서인 호건 역을 맡아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오른쪽 사진).
전편의 캐릭터들도 큰 변화를 겪는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토니의 절친한 친구 제임스 로드의 몫이다. [아이언맨 2]에서 '워 머신'으로 변신하는 제임스 역은 전편의 테렌스 하워드 대신 돈 치들이 연기한다. 그리고 기네스 팰트로가 연기하는 페퍼 포츠는 비서가 아닌 대기업 CEO로 승진해 전편과 현격히 다른 스타일리시한 패션과 냉정한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1편 마지막 부분에 등장했던 슈퍼히어로 비밀연합 '쉴드'의 닉 퓨리 국장(새뮤얼 L. 잭슨)의 비중이 커진 것은 시리즈 3편과 온갖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하는 스핀오프 [
어벤저스](2012)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이처럼 주조연을 망라한 스타 배우들은 그 자체로 [아이언맨 2]의 '스펙터클'이라 부를 만하다.
확장된 액션 스펙트럼과 풍부한 유머
"더 크게, 더 강하게, 더 대규모로"로 요약되는 액션 블록버스터 속편의 법칙을 [아이언맨 2]는 성실히 수행한다. 전편은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수트'를 만들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액션 신을 뽑아냈다. 하지만 [아이언맨 2]에서 토니 스타크에게 수트는 잠옷만큼이나 편안해 보인다. 토니가 초기 수트 모델인 '마크 1'부터 신기술을 접목시킨 '마크 4'까지 완성한 가운데, 어디에서나 갈아입을 수 있는 '포터블 수트'인 '마크 5'와, 아버지가 남긴 메시지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한 새로운 에너지 물질을 동력으로 하는 '마크 6'까지, 총 6벌의 수트가 각각의 액션 신을 책임진다. 위플래시와의 두 번의 결투, 워 머신으로 거듭난 제임스와 아이언맨 수트를 입은 토니의 애정 어린(?) 육탄전, 원격 조종 로봇 군단 '해머 드론'과의 공중전 등 다양한 액션 시퀀스를 선보일 수 있는 것도, 다채로운 수트 덕분이다.
토니가 초기 수트 모델인 '마크 1'부터 신기술을 접목시킨 '마크 4'까지 완성한 가운데, 어디에서나 갈아입을 수 있는 포터블 수트 '마크 5', 비장의 카드인 '마크 6'까지 다채로운 수트가 선을 보인다(왼쪽 사진). 레이싱 장면은 컴퓨터그래픽의 비중을 최대한 줄이고 실감 나게 촬영했다(오른쪽 사진).
로케이션 역시 다양해졌다. 레이싱에 관심 있는 관객이라면, 아니 레이싱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관객이라 할지라도, 모나코의 F-1 그랑프리 신의 아찔한 속도감은 혀를 내두를 만하다. 다양한 카메라 워크는 시속 300km에 육박하는 레이싱의 스피드를 체감하게 만들 뿐 아니라, 질주하는 레이싱 카를 위플래시가 전복시키는 장면은 정말 리얼하다. 존 파브로 감독은 시사 다음 날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이 장면의 생생함을 위해 컴퓨터 그래픽의 비중을 줄이고, 총 17대의 레이싱 카를 직접 제작해 실사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전편에 비해 액션 신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면, 유머 코드는 더욱 풍부해진 것도 특징이다. '수트 케이스'라는 일반적인 용어를 언어 유희로 활용한 포터블 수트 '마크 5'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셀러브리티 슈퍼히어로'라는 [아이언맨] 시리즈만의 설정도 유머 코드와 연결된다. 다른 히어로들은 꿈도 못 꾸겠지만,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가면만 벗은 채 대낮의 거리를 활보한다. 몸은 슈퍼히어로지만, 얼굴은 평범한(?) 인간인 토니의 방황은 아이러니한 상황 코미디로 변주되는 것이다. 이런 솜씨는 [
트로픽 썬더](2008)의 시나리오를 쓴 신예 작가 저스틴 서룩스의 능력인 듯. [트로픽 썬더]에 출연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서룩스에게 전적인 지지를 보내며 [아이언맨] 시리즈에 합류시켰다.
가면 뒤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기존의 슈퍼히어로와 달리 아이언맨은 대중에게 정체성을 밝힌 '셀러브리티 슈퍼히어로'의 탄생을 알렸다(왼쪽 사진). [아이언맨 2]에서는 종종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얼굴을 드러낸 토니 스타크의 방황이 아이러니한 코미디로 변주된다. 토니 스타크가 자신이 아이언맨임을 밝히자 정부는 그에게 "수트 기술을 군에 제공하라"는 압력을 행사하고, 그가 거부하자 청문회를 연다(오른쪽 사진). [아이언맨 2]는 정체를 밝힌 슈퍼히어로의 현실적인 고충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한다.
몇 차례의 폭소와 잦은 키득거림, 몇 차례의 나직한 탄성이 이어진 125분의 러닝타임이 끝나자, 몇몇 기자들은 박수를 보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기자들은 [아이언맨] 1편의 경험상 엔딩 크레디트 뒤에 '숨겨진 한 장면'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었다. 그렇게 거의 5분에 육박하는 긴 엔딩 크레디트를 다 올려 보냈지만, 숨겨진 영상을 볼 수 없었다. 아쉬움과 의구심이 섞인 불평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자 파라마운트 픽쳐스 담당자는 미소와 함께 힌트를 남겼다. "아마 자국 극장에서 다시 [아이언맨 2]를 본다면, 아쉬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개봉 이후 극장에서 [아이언맨 2]를 관람하고 긴 엔딩 크레디트까지 확인한 인내심 있는 관객에겐 선물, 즉 3편을 기대하게 만들 즐거운 '떡밥'이 기다린다는 뜻이다.
"이전 파티보다 더 재미있고 멋진 파티가 될 것"
기자회견장의 포토 월 앞에 선 배우들과 감독(왼쪽 사진). 왼쪽부터 스칼렛 요한슨, 존 파브로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 존 파브로 감독(오른쪽 사진)은 "두 번째 파티는 더 재미있고 멋지게 치러야겠다는 부담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월드 프리미어 다음 날인 4월 23일, 아침 일찍부터 LA 비벌리힐즈에 위치한 포 시즌스 호텔 로비는 슈퍼히어로 군단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오전 10시부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려는 세계 각국 100여 명의 기자들은 회견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체크 인 데스크 앞에 긴 줄을 섰다. 거의 대부분의 기자들은 한 손엔 스마트폰을 들고 인터뷰 일정 메일을 체크하고, 다른 한 손엔 주최 측이 선물한 아이언맨 캐릭터의 소형 액션 피겨를 만지작거리며 입장을 기다렸다. 하이테크 슈퍼히어로 아이언맨과 스마트폰의 조합이 꽤 어울리는 모습이다.
예정된 시간을 조금 넘겨 시작한 공식 기자회견의 분위기 메이커는 단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치 영화 속에서 토니 스타크가 기자회견장에 입장하는 모습을 재현이라도 하듯,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기자단에 박수를 유도하며 슈퍼 배우 군단을 줄줄이 이끌고 회견장 안으로 들어섰다. 왼쪽에 스칼렛 요한슨, 오른쪽에 기네스 팰트로우를 대동하고 앉은 그는 시종일관 유쾌한 제스처로 [아이언맨 2]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기자회견의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했다(왼쪽 사진). 회견 중간 대형 포스터가 떨어지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의 재치 있는 행동으로 기자회견장에 폭소가 터졌다. 오른쪽 사진은 존 파브로 감독.
기자단의 질문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감독이자 배우인 존 파브로에게 집중됐다. 우선 전편에서 큰 성공을 이룬 시리즈의 속편에 대한 부담감을 묻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제 잠을 한 숨도 못 잤다"는 너스레로 짧게 답하고 마이크를 감독에게 넘겼다.
존 파브로 감독은 "시리즈 영화는 처음이라 이런 종류의 부담감을 느껴 본 적은 없다. 작은 영화를 감독했을 때와 비교하면 말할 수 없이 큰 부담감이 밀려오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을 초대한 엄청나게 큰 파티를 준비하는 심정이다. 내 바람은 파티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준비한 지난 파티에서 사람들이 '정말 즐거웠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두 번째 파티는 더 재미있고 멋지게 치러야겠다는 부담감이 생긴다. 지금 그런 심정이다. 내 바람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말로 개봉 소감을 대신했다.
배우들은 기자회견 내내 서로 눈을 맞추고 농담을 건네며 유쾌한 분위기였다. '블랙 위도우' 역의 스칼렛 요한슨과 '페퍼 포츠' 역의 기네스 팰트로에게 "함께 영화를 촬영하면서 연기 호흡은 어땠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그녀들은 "최고!"라고 입을 모았다. 1편의 테렌스 하워드 대신 제임스 로드 역을 맡은 돈 치들은 배우의 교체가 내부적인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치들은 "하워드는 1편에서 로디를 연기하면서 가벼운 복장을 입었는데, 왜 2편에선 내게 30Kg이 넘는 무거운 '워 머신' 코스튬을 입혔는지 모르겠다"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미키 루크는 진중한 태도로 기자회견에 임했다(왼쪽 사진). 이번 영화 출연에 대해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행복한 기회였다"는 소감을 밝혔다. 1편의 테렌스 하워드 대신 제임스 로드 역을 맡은 돈 치들(오른쪽 사진)은 "테렌스와는 절친한 친구로, 그가 다른 작품에 출연하면서 내가 로디 역을 맡았는데 그 과정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로 캐스팅 변화를 설명했다.
"하워드는 예전에 [
크래쉬](2006)에서 함께 출연하면서 우정을 쌓은 절친이다. 그가 다른 작품에 출연하면서 내가 로디 역을 맡았는데 그 과정에서 전혀 문제는 없었다. 코스튬 때문에 고생을 좀 했지만, 최고의 장난감과 최고의 기술, 최고의 배우들이 만난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은 내게 큰 행운"이라며 캐스팅의 변화를 설명했다. 돈 치들의 답변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내 수트는 전편에 비해 훨씬 가벼워졌는데, 새롭게 등장한 워 머신 코스튬은 컴퓨터그래픽 효과를 위해 무거운 금속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돈 치들이 고생 깨나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악당 위플래시 캐릭터에 대해, 정작 그 역을 맡은 미키 루크는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행복한 기회였다"고 짤막하게 답변한지만, 대신 존 파브로 감독이 나서서 칭찬을 이어갔다. 존 파브로 감독은 "위플래시 캐릭터는 코믹 북의 이미지와 달리 온 몸에 타투를 잔뜩 새겨 넣은 러시안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캐스팅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계속 '뭘 고민해? 당연히 미키 루크지!'라고 강하게 캐스팅을 권했다. 주변의 다른 배우들도 한 목소리로 그를 추천했다. 마침 [더 레슬러]로 컴백한 미키 루크의 끝내주는 연기에 반했고, 그 외에는 다른 배우를 떠올릴 수 없었다"는 말로 캐스팅에 만족을 표했다.
스칼렛 요한슨은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기자들의 질문에 논리적인 답변을 내놓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왼쪽 사진). 전편에 이어 다시 [아이언맨] 시리즈로 돌아온 기네스 팰트로는 여유와 미소를 잃지 않으며 기자단의 질문에 답했다(오른쪽 사진).
또한 영화 속에서 드디어 '공식 연인'을 선포한 토니 스타크와 페퍼 포츠의 키스 신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기네스 팰트로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답변 대신 장난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자, 기네스가 폭소를 터뜨리며 답을 이었다. "최고로 좋았다. 왜냐하면 키스 신 촬영 현장에 내 남편('콜드 플레이'의 보컬인 크리스 마틴)과 다우니 주니어의 아내([아이언맨 2]의 프로듀서인 수잔 다우니)가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중 뒤편에 설치된 대형 포스터가 떨어지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재치 있는 행동으로 기자회견장에 폭소가 터졌다. 한 기자가 "샘 록웰의 저스틴 해머는 [아이언맨 2]에서 매우 비중 있는 캐릭터인데, 왜 포스터에 얼굴이 빠졌고 월드 프리미어에 참석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존 파브로 감독이 "포스터에서 샘 록웰을 볼 수 없는 건 우리 모두 아쉽게 생각하지만,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건 그가 연극에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 직후, 포스터가 마치 커튼이 열리듯 떨어졌다. 이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마치 커튼 뒤에서 등장하는 샘 록웰을 소개하듯)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샘 록웰입니다!"라는 농담으로 기자단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소통을 확인한 한국에서의 경험
현장에서의 존 파브로 감독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돈 치들(왼쪽 사진)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오른쪽 사진).
30분 남짓한 공식 기자회견이 끝나고 각 배우와 감독, 스태프의 라운드 테이블 인터뷰가 이어졌다. 존 파브로 감독은 인터뷰에서 주연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재능과 에너지가 [아이언맨]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에너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버트와 함께 일하는 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는 열차에 탑승하는 것과 같다. 이 기차는 가끔 기차 레일에서 탈선할 정도로 매우 빨리 달리고, 매우 재미있는 레일로만 골라서 달린다. 이런 종류의 슈퍼히어로 영화는 누구나 예측 가능한 평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로버트가 합류함으로써 지극히 평범한 장면조차 파워풀하고 의미심장해진다. 그 모든 것이 로버트의 특별한 에너지 덕분이라고 믿는다"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을 밝혔다.
최근 3D 액션 블록버스터가 대세를 이루는 상황 속에서 2D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나는 3D 영화를 사랑한다.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3D 영화를 만들고 싶다. 3D로의 전환은 영화가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었을 때처럼, 비켜갈 수 없는 변화다. [아이언맨 2]도 3D로 변환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3D로 만든 영화와 비교하면 영상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게 중요한 것은 3D 혹은 2D의 문제라기보다, 그 영화에 맞는 최상급의 영상을 완성하는 것이다. [아이언맨 2]는 2D 자체로 완벽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2008년 [아이언맨] 개봉시 한국에 온 존 파브로 감독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존 파브로 감독은 당시의 한국 경험이 감동적이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 로케이션 촬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또한 그는 2008년 [아이언맨] 개봉 당시 43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2008년 한국 방문은 모든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그때 로버트와 함께 관객이 가득한 극장에서 영화를 봤는데, 극장 안에 있는 모든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와 나는 정말 행복했다. 그 순간 관객들과 소통하는 소중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로버트도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에게 직접 사인을 해주며 행복해 했는데, 이건 매우 예외적인 모습이었다"며 호감을 표한 파브로 감독은 "[아이어맨] 시리즈는 선과 악을 분명히 나누지 않고, 아이언맨은 영웅이라 할지라도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장단점을 보여준다. 이런 특징 때문에 [아이언맨] 시리즈가 미국 관객만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존 파브로 감독은 "기회가 된다면 한국 로케이션 촬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아이언맨 2]는 오는 4월 29일 한국에서 개봉할 예정. 5월 7일로 예정된 미국 개봉보다 일주일 빠른 개봉에 대해 한국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1편의 한국 흥행 성적에 힘입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