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따온 두릅을 팔팔 끓는 물에 데칩니다.
데친 두릅은 비닐에 싸서 냉장고에 넣습니다.
500평 두릅밭에서 챙기는 두릅의 양이 혼자서 겨우 맛볼 정도입니다.
밭이 산 속에 숨어 있어 오가는 이들을 품어주고
밭 옆으로 산길이 놓여 있어 오가는 이들이 이쁜 제 밭에 관심을 가져준 덕입니다.
오밤중에 사진과 문자가 왔습니다.
내용인 즉
해당 사진에 보이는 조립식 건물을 철거해 가면 어떻겠느냐는 겁니다.
저야 땡큐이라서 그 내용을 회신해 줬더니
즉각 전화가 옵니다.
너무 늦어 사진과 문자로 했다가 제 응답이 있자 전화를 걸어 온 겁니다.
해당 건물은 철거해야 할 불법 건축물인데
주변의 이 사람 저 사람이 욕심을 내는 와중에도
제 생각이 나더랍니다.
제가 평소에 오지랖 떨면서 여기 뽀짝 저기 뽀작 거린 것이 기억에 남았나 봅니다.
하지만 저는 사회성이 마이너스입니다.
주변에 친구 탓에 선배 탓에 오물 뒤집어 쓰는 경우도 많지만
반대로 친구 덕에 지인 덕에 느닷없는 횡재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많습니다.
저 또한 이번 경우같이
멍때리고 있다가 원님덕에 나발 불게 되니
제 부족한 사회성을 돌아 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없던 사회성이 뜽금없이 펄펄 끓어 넘칠 수는 없는 노릇이라
크게 나쁜 버릇만 아니라면 하던 지랄 계속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일이고
어쩌다 한 번 지인 카드로 횡재한 사실에 만족할 일입니다.
오목한 후라이팬에 물을 끓입니다.
스윗칠리 소스와 참기름 소금을 접시에 따로 붓고
냉장고에서 데친 두릅을 몇 개 꺼냅니다.
단맛과 칠리와 참기름 향에 두릅 향이 깨갱 숨습니다.
사회성을 키우려면 한웅큼 안되는 두릅이라도 나눠 줄 일입니다.
제 밭에서 지 수확물 챙기는 이가 오밤중에 사진과 문자를 보내오도록
밭 중간중간에 제 프로필과 전화번호를 부착한 말뚝을 세워 놓을 일입니다.
훔쳐가시는 도둑님들도 제 사회성에 도움되도록 선물할 두릅 정도는 남겨줬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덕분에 이틀 땀빼고 제 이쁜 산 등성이에 조립식 관리사 한 채 꽁으로 생길 것 같습니다.
황사 온다던 광주 송정리의 하늘은 살짝 노리끼리하지만
햇살은 밝고 이웃 할매의 눈웃음은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오늘 예정으로 제 산이 있는 군청에 임야관리사 설치 민원접수가 일 순위입니다.
첫댓글 와~두릅까지 관리하셔요?
친구밭에 두릅 따러 갔다가 차 몰고 원정온 도둑과 맞닥뜨렸는데
준비된 도구로 딴 두릅을 몇개 받으니 친구도 저도 별 말도 못하고 도둑과 걍 헤어졌어요.ㅋ
ㅎㅎㅎ
저는 맞닥뜨리면 붙잡고 바로 112신고해 버리려고 잔뜩 벼르고 있습니다.
산의 면적이 얼마나 되길래 관리사까지 두나요? 짐작은 했지만 태루님 엄청 부자 같아요.
마당님이 생각하시는 것같은 멋진 임야가 아니구요.
매도광고를 내도 사람들이 관심도 갖지 않는 저렴하고 낭만도 없는 곳이구요.
원래 관리사는 면적이 좁은 곳도 상관없어요.
창고용도로 사용하려는 거에요.
농기구 싣고 왔다갔다 하기 귀찮아서요
실제 겁나게 작은 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