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드디어 창세기전 시리즈의 최종작이자 결말인 창세기전 3 파트
2를 구입하여 클리어했다. 지겹고 무서운 아델룬들.... . 나우누리 창세동
의 메디치(최인규)님에게서 들은 치트키를 써먹는 만행을 한 때 저지른 바
있으나 다행히 두어 판을 클리어한 후 개과천선해서(사실은 1.02 패치를
까는 바람에) 다시는 치트 키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가는 전대미문
의 괴물부대, 아델룬들의 공포를 아낌없이 맛보는 것으로 돌아왔다.... . 창
세기전 1에서부터 3-2에 이르기까지, 모든 창세기전 시리즈를 플레이해온
필자지만 이번 파트 2만큼 난이도가 높았던 게임은 없었던 것 같았다. 우
선은, 초필살기의 남발로 난이도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한 때문인지 초필살
기를 죽어라 써도 게임 진행이 어려웠다는 점과, Soul 치의 만땅 여부에
따라 공격력의 격차가 너무나도 현격했다는 점. 아델룬들의 미친 듯한 강
함에 더해져 이 두 가지는 게임진행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게임의 몰입도는 상당하지만, 이 난이도가 장애 요소로 남는다는 점이 옥
의 티라고나 할까. 어쨌든 극복해서 엔딩을 봤으니 기쁘다.... .
창세기전3-2의 스토리는, 어떤 면에서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우려하던 것이었다... 왜 우려하던 것이었는지는... 에... 필자가 미
흡하게나마 쓰고 있는 몇몇 판타지들과 흡사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표절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은 만큼 수정하긴 하겠지
만, 모든 것을 수정할 수는 없을 듯하다. 필자의 글이 창세기전3-2가 나오
기 훨씬 이전부터 쓰여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일까.... .
아무튼 창3-2는 여러 가지로 신선한 게임이었다. 에피소드 4, 영혼의 검
과 에피소드 5, 뫼비우스의 우주가 동시대에 벌어지는 사건인 것처럼 생각
했다가 후에... 뒤통수 맞았을 때의 느낌이란.... . 데미안의 등장과 로드들
의 등장이 워낙 교묘하게 이어진 바람에, 카운터 인카운터에 이르러서야
뭔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정도였다. 시간을 넘나드는 진행... 창3-2의
컨셉과도 맞는 것 같았다.
어째서 창세기전 4라 하지 않고 파트 2라 하였는지는, 파트 1을 하지 않
은 상태에서는 파트 2에 등장하는 살라딘의 그 집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
렵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설명되리라. 파트 1 없는 파트 2는 반쪽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척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임이 되는 것만은 틀림없다.
2. 파트 2의 이해.
창세기전 파트 2에는 '앙그라마이뉴'와 '스펜터마이뉴'라는 두 가지의 개
념이 등장한다. 여기에 과거의 뒤죽박죽 설정이 뒤섞이여 필자의 머릿속
에서 혼란을 자아냈다. 비록 살라딘이 한 말 대로, '창세전쟁의 비록의 내
용을 모두 잊고'라는 전재를 단다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필자 역시 초기 약간 혼란스러웠으니 이제는 그럭저럭 감을 잡았다고 생각
한다(...아마도). 다들 이미 꿰뚫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여러분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까 하고 필자가 추정한 것들을 적어볼까 한다.
우선, 창세기전 3-1에서 등장한 라이트 블링거와 앙그라마이뉴. 이 중,
라이트 블링거가 간 곳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아르케였다. 헌데 이 라이트
블링거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미래로 갔는지의 여부는 정확하지 않다. 모
노리스의 유적에서 발굴된 것이 라이트 블링거라면, 적어도 완전한 타임
워프에는 실패한 것이 틀림없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 도약에는 성공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여기에 대해선 완전한 해석이 불가능하다. 무
수한 추측이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선 차차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은 창3-1에서 안타리아에 나타났던 앙그라마이뉴가 향한 목적지
부터 설명하겠다.
우선, '안타리아'는 '리치'라는 것이 게임중 등장한다. 아지다하카가 나타
날 때부터 사실 감을 잡았어야하는 건지도 모른다(그럼 이 녀석들은 초신
성의 폭발의 여파에서조차 생존한 괴물들이란 소리인가....). 아무튼, 거기
에 따르면 리치에는 상당한 수준이 문명이 존재했으나 초신성의 폭발이 일
어나기 얼마 전에 모든 생명체가 증발해 버렸다고 한다. 이 문명은 아르
케보다도 앞서 발생한 문명이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가 있다. 그로부터
100년쯤 후, 근처에서 일어난 초신성의 폭발에 휘말려 리치는 죽음의 별로
뒤바뀌어 버린다. 자, 그럼 생각해보자. 간단한 이야기다. 창3-1의 마지
막에서 부활해 버린 앙그라마이뉴는 안타리아의 생명체들의 영자를 모아
서, 워프했었다. 우리는 이 앙그라마이뉴가 라이트블링거를 따라 아르케로
워프했다, 혹은 라이트블링거를 향해 공격을 가한 거다... 등등의 여러 가지
추리를 냈지만 결국에는 모두 헛수고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
다. 앙그라마이뉴에게는 시간 이동 능력은 없지 않을까하고 본인은 생각
한다. 그렇다면 당시 안타리아에서 발생한 앙그라마이뉴가 향한 곳은?
바로 그 시대의 아르케인 것이다. 그 시대의 아르케에, 안타리아에서 모은
모든 영자들을 지니고 워프해 스펜터마이뉴 현상을 일으킴으로서, 아르케
에 생명을 전파시킨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안타리아와는 달리 이미
문명을 가진 자들(신들)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으니 아르케의 문명은 현재
지구의 인류가 그랬던 것처럼 기나긴 세월을 통해 발전되었을 것이다.... .
다시 말해, 안타리아가 생김으로 인해서 아르케가 멸망했다는 창2의 이야
기를 뒤집고, 안타리아로 인해서 아르케가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
다. 그리고 안타리아 역시 아르케로 인해 생겨난 것이고.... . 그렇게 생각
하면 아르케와 안타리아의 문명 발생에 대한 새로운 설은 이해가 된다.
아니,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이 맹
점에 대해선 차차 설명하겠다.
자, 이제 창3-1의 앙그라마이뉴 현상에 대해선 이해가 되었을 줄로 믿는
다. 그럼 창3-2의 앙그라마이뉴 계획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자. 창
3-2에서, 아르케 성단은 총체적 붕괴의 위험에 직면해 있었다. 그리고 완
전한 멸망을 피하기 위해서 데이모스의 '앙그라마이뉴' 이론을 이용하기로
결심한다. '앙그라마이뉴' 현상으로 아르케의 모든 이들의 영자를 모아, 다
른 곳에서 '스펜터마이뉴'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결집된 영자의 표면
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단단해 지므로, 이를 파괴하여 앙그라마이뉴를 구
현하기 위해선 엄청난 힘이 필요하고... 그래서 100명의 초능력자의 초능력
을 증폭한 오딧세이 자체를 하나의 검으로 이용해 부순다는 이야기였다.
여담이지만, 파트3-1에서 세라프와 아수라의 합작이 이 정도의 힘을 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오딧세이의 출력이 아스모데우스와 동급이니, 아수라
를 든 세라프는 결국 아스모데우스 급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할까? 아무
튼, 오딧세이의 모든 이들이 동면 상태에 들어갔을 때 데미안을 비롯한 몇
몇 이들은 오딧세이의 목표를 아르케로 돌린다. 데미안은 오딧세이로 아
르케에서 앙그라마이뉴를 완성해 다시 항로를 잡는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아마도 오딧세이의 힘으로 창3-1에서 세라프가 그리했듯이 앙그라마이뉴를
깨우고, 다시 원래의 계획대로 예전의 안타리아로 향하기 위해.... .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인다면, 이 상황에서는 앙그라마이뉴 현상 그 자체를 오딧세
이의 힘만으로 운송할 수는 없을 터이니 아마도 거대 카오스 큐브인 옐마
린을 이용해 앙그라마이뉴의 영자를 흡수한 후 다시 출발 - 초신성 폭발이
있기 수 천년 전의 안타리아로 향하려는 속셈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석
하면, 신들이 안타리아에서 창조한 '인간'들은 모두가 달(Doll)이고, 거기에
깃든 영혼이란 것은 템페스트에서 말하듯 '우주 어딘가 신들도 모르는 곳
에서 날아온'이 아니라 옐마린에 깃든 아르케인들의 영자라는 뜻이리라.... .
헌데, 사실 여기에도 맹점이 하나 있다. 이에 대해서도 후에 설명하기로
하겠다.... .
그럼 다시 아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창3-1에서 출발한 라이트 블링거
의 행방은? 모노리스에 묻힌 것이 라이트 블링거라는 것은 다들 아실 것
이다. 그리고 살라딘 일행은 동면에서 오랫동안 깨어나지 않았다가... 프라
이오스의 연구자료 신세로 전락하였었다는 것도 알 것이다. 라이트 블링
거에 대한 설명은 몇 가지로 가능하지만, 필자가 가장 신빙성 있다고 생각
하는 해석은 두 가지다. 하나는 라이트 블링거가 한 것은 단순히 성간 도
약이었다는 점과, 또 하나는 어느 정도의 시간 도약은 했었다는 점. 하지
만 예전 필자가 보낸 편지에 최연규 실장님이 답변해주신 바에 따르면(아
아... 도대체 몇 번이나 편지를 보낸 끝에 답장을 받았던가;;), 라이트 블링
거가 약간의 시간 도약을 한 사실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어째서 라이트
블링거의 시간 도약이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의 초능력만으로 가능했던 것
인지, 오딧세이는 100명의 초능력자가 필요했는데 어째서 라이트 블링거는
훨씬 적은 인원으로 가능했던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최연규 실장님은 시
간을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 순행하는 것이었기에 그랬다고 대답해 주셨었
다(이런 이야기는 창세기전 시리즈가 쫑났기 때문에 누설하는 것이다...).
아무튼, 파트2를 하면서 '메세시'를 충실히 나눈 사람은 엘핀스톤과 심넬
램버트에 대한 이야기를 곳곳에서 들을 수가 있는데, 거기에 따르면 이 두
사람들은 살라딘이나 크리스티앙이 깨어나기 훨씬 전 - 수 백년 전에 깨어
활동하였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이들은 동면장치에서 살라딘 일행
보다 훨씬 빨리 일어났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라이트 블링거 역시 그만
큼 예전에 도착했었단 뜻이다. 모노리스에 대한 전설에서, 데미안이 말하
기를 지그문트라는 신의 대리자가 위기 때마다 영웅을 보내 구원해주었다
는 것을 전설이랍시고 말해준다. 이 영웅이라는 작자들이 라이트 블링거
에 동면중이던 승무원들인지 아닌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으나(아마도 그러
리라) 설명으로 보아 이건 아르케의 원시 종교나 다름이 없다. 지그문트
는 비스바덴이 남긴, 그의 능력을 거의 이어받은 사이보그라고 예전 최실
장님이 설명해주셨었는데 그렇담 이 친구 역시 자기 주인과 마찬가지로 신
행세 - 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신 행세를 하고 놀았다는 뜻이리라. 아무튼
신화의 종류로 보아 라이트 블링거가 꽤나 과거의 아르케에 도착했다는 것
은 틀림없는 것 같다. 램버트가 죽을 때까지 입에 달고 다녔다는 '오차율'
역시 이것 때문일지도.... . 아무튼 기나 긴 시간이 지나고 사이보그 지그
문트 역시 죽어버리고(시간을 순행하는 것이기에 불노불사의 능력이 주어
지지 않은 걸까? 창세 설정의 오묘함(?)을 누가 알리!) 모노리스는 전설의
유적으로 남게 되었다... 가 프라이오스의 관할에 들어간 것이다.
자, 그리고 이번에는 아수라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아수라를 누가 창조
한 것인가... 에 대한 새로운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흑태자가 창
시한 것이다, 아니다.... . 이 논란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설명해 보겠다.
창3-2의 설정이 소맥 홈페이지에 올라간 후에 필자 역시 결국 소맥은 흑태
자가 아수라를 창조하였다는 것을 뒤집을 모양이라 생각해 편지를 띄웠을
때, 분명히 최연규 실장님께선 '아수라는 흑태자가 창조하였다는 설정엔 변
함이 없습니다'라고 답변해 주셨었다. 그 후에 어떻게 바뀐 지는 몰라도
근래의 일이니 별로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수라에 대한 논란에 있어,
흑태자가 창조한 것이 아니다 - 란 설에 대해서... 그 설이 있게 한 이유를
찾기 위해선 아수라의 기원 문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아는 사
람은 알겠지만 창세기전 1에서 아수라는 '혼돈의 신 데이모스가 사용하던
궁극의 검'이었다. 그러던 것이 창세기전 2에서 흑태자의 양팔 그리마를
변형시켜 끌어낸 그리마의 검이 된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수라는 '크리티
컬 시 파이어 스톰이 나가는 공격력 98의 대단히 좋은 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흑태자가 들면 아수라파천무를 쓸 수 있다는 것 정도. 그러나
서풍에서부터 크나 큰 위상의 변화를 맞기 시작한 아수라는 급기야 '아수
라를 든 자는 최강'이라는 신드롬까지 확산시키기에 이른다. 각설하고, 어
떤 분들은 살라딘에게서 베라모드로 이어진 아수라가 흑태자에게 다시 이
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이 계시던데... 이것은 분명히
아니다. 살라딘이 얻은 모노리스의 아수라,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창3-1에
서 앙그라마이뉴를 찔렀던 그 아수라임이 틀림없다. 흑태자 - 시라노 -
철가면으로 이어진 아수라는 창3-1에서 앙그라마이뉴를 찌름과 함께 흡수
되었다. 그러나 창세기전3-2의 엔딩을 보면, 앙그라마이뉴 현상으로 보이
는 빛무리와 함께 어딘가로 향하는 중에도 아수라의 모습은 여전히 건재함
을 볼 수 있다. 즉, 아수라는 앙그라마이뉴 현상시 분해되거나 하진 않았
다는 것이다. 아까 필자가 설명한 바대로, 창3-1에서 안타리아(즉 리치)에
등장한 앙그라마이뉴는 아수라를 먹은 체 함께 아르케로 향했다. 그리고
아르케에서 스펜터마이뉴 현상이 일어나 흡수했던 영자들이 다시 본래의
상태로 환원될 때, 아마도 아수라에 깃들어 있던 영혼(영자)들 역시 스펜터
마이뉴 현상에 휩쓸려 환원된 것이 아닐까? 창3-2의 엔딩 동영상중 한 장
면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엠블라가 말하기를
살라딘의 몸에서 처음 나타난 아수라는 텅 빈 것과 같은 상태라고 설명하
였다. 즉, 살라딘이 얻은 아수라는 흑태자-시라노-철가면으로 이어지며
흡수했던 그 많은 영혼을 앙그라마이뉴 현상과 함께 모두 잃어버린 상태란
뜻일 것이다. 아르케 문명의 시초가 앙그라마이뉴의 도착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면, 그와 함께 아르케에 도착한 아수라 역시 아르케 문명의 시작부
터 존재하였단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모노리스의 아수라이리라. 이 아수
라는 살라딘의 영자를 흡수하여 배를 좀 체운 후(?) 살라딘의 달(Doll)에서
환생(단어 선택일 뿐)한 세라자드 - 베라모드의 몸 안에 깃들게 된다. 홍
련의 불꽃이니 어쩌니하는 이야기로 불리면서. 베라모드에게로 전해진 이
아수라의 행방은 어찌 되었을까? 이것이 다시 제국 황실로 전해지면서 흑
태자에게까지 이어졌다는 설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뫼비우스, 어쩌
고... 하면서.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결국 창세기전 3-2의 말도 안 되는 맹
점이 하나 늘어나는 것이 지나지 않는다.... . 차라리 베라모드의 아수라는
'증발'되었다거나, 혹은 단순히 베라모드의 힘의 일부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면 더 이상 오류가 늘어나진 않을 것이다.... . 어쩌면, 흑태자는 아수라를
'남기지 않았고(창2를 해본 사람이라면 흑태자가 그럴 여력이 없었다는 것
은 다들 알 것이다),' 시라노에게 이어진 아수라는 사실 흑태자가 남긴 것
인 척하면서 원래는 베라모드가 남겨 사람들을 끌었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 역시 말도 안 되는 오류&모순.... . 아무튼 필자가 추정한
아수라의 이해는 여기까지다.
3. 파트 2의 감상
창세기전 3 파트 2를 필자가 막 클리어한 후, 필자는 그제야 창세동과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이 창세기전 마지막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살
폈다.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한가 하면 부정적인 평가 역시 만만치 않았고,
창세기전이란 거대한 작품을 살라딘과 세라자드의 사랑 놀음으로 바꾸었다
는 이야기도 들었다. 심지어 어떤 분은 필자에게 편지를 보내어 앞으로
패러디를 어떻게 쓸 것인지를 물으시며 불만을 토로하시기도 하였다. 분
명히 필자 역시 창세기전 3-2의 결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 필자 본인의
사상과 부합하지 않는, 뫼비우스의 결말도 그러하지만 언 듯 템페스트에서
어긋났던 스토리를 완전히 수습한 듯하면서도 한편으론 창세기전 2와의 사
이에서 생겨난 더 이상 덮을 수 없는 확연한 오류&모순들.... . 또한 성립
될 수 없는 뫼비우스를 성립된 양 만들었다는 것.... . 여기에 대해선 잠시
후에 본격적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하지만 필자는 창3-2에 대해서, '창세
기전 시리즈의 최종작'이라는 작품의 특수성에 있어서는 100점 만점 중 90
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하는 필자가 최연규 실장님께 보낸
감상문의 일부분이다.
-------->>
창세기전 2와 창세기전 3의 가장 큰 차이라면 창세기전 2는 뭐랄까...
좀더 시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고, 창세기전 3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겠지요.
비록 창세기전 2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다곤 하지만 게임의 포커스는
언제나 국가들 간의 정세, 전세에 맞추어져 있고 '영웅'들은 이 전세를
움직이거나 혹은 뒤바꾸는 존재들.... .
창세기전 3 역시 성단의 붕괴(아르케)와 초신성의 폭발(리치=안타리아)등
의 외부적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스토리를 움직여 가는 것은
캐릭터들간의 갈등, 성장, 우정, 애정.... .
각자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일까요? 주로 왕족이나 귀족들 - 지배자
계급의 인물들이 주인공인 창세기전 2의 캐릭터에 비해, 개개인이라
할 수 있는 창세기전 3의 인물들도 좀더 감정적이고, 또한 감정에
따라 행동하더군요. 때문에 '동경'의 대상은 되지 못하지만 '애착'은
더 가는 것 같습니다.
창세기전 2 이후 후속작들 - 특히 템페스트부터 - 이 창세기전 2와
비교되며 비판받았던 것은 캐릭터들에 대한 몰입도가 부족하다, 였는데...
음.. 창세기전 3-2의 경우 그런 점에선 창2보다 확실히 월등합니다.
분명히, 캐릭터 하나하나에게 조명을 하여 생명을 불어 넣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마다 따로 조명을 가해
생명력을 불어 넣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
ex)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그리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캐릭터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에는 길고 긴 묘사가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창3-2에서 가장 몰입감을 느낀 캐릭터는 바로 카를로스 반 타이룬.
별로 묘사도 나오지 않은 캐릭터지만 그 전에 보여준 행동과 마지막
순간 보여준 짧은 행동.... . 덕분에 곧바로 이어진 루시엔의 죽음에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다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아,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경우. 제가 카를로스 스타일 좋아하거든여;;;) 하여간, 창2의 캐릭터
들이 변변찮은(창3에 비해) 묘사에도 불구하고 오래 동안 살아 숨쉴 수 있
는 이유도 이런 것이겠지요.
창세기전 3-2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라스트 보스'가 없다는 것 역시
특징입니다. 아슈레이나 하이데룬(크리스티앙)이 라스트 보스라고
한다면 라스트 보스이긴 하지만, 이전에 무시무시한 강함이나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준 존재가 아닌 만큼, '전형적인' 라스트 보스로서의
존재감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죠. 여담이지만, 크리스티앙은
말할 것도 없고 아슈레이 역시 멋진 캐릭터였습니다. 미셸에게 채찍질을
당한 후 독백하며 웃는 장면은 창3-1의 버몬트의 미친 웃음을 연상시킬
정도로 전율적이었습니다. 크리스티앙은... 상당히 슬픈 캐릭터가
되었지만요. 아무튼... 아슈레이나 하이데룬, 모두가 각자 사연을
가진... 그리고 인간적이고도 약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 플레이어들
스스로가 애착을 가진 캐릭터... 들이니까요. 차라리 데미안은
별로 큰 애착을 가지지 못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
데미안 VS 아슈레이, 하이데룬 VS 베라모드는 플레이어가 사랑하는
주인공들끼리의 최종 전투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창2의, 그때까지만
해도 절대적, 악마적인 카리스마를 자랑하며 최대최고의 악역이라 불리던
'베라딘'이나 자기 자신에 대해 일말의 회의도 품지 않는 서풍의
체사레.... 그리고 거의 묘사가 없었던 리처드와의 최종 전투와는 종류가
다른 싸움이었지요.
서사시적인 창세기전 2와, 서정적인 창세기전 3와의 차이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면모라고 해도 좋겠지요. 비록 창2와 창3... 저변에
깔린 '희생'이라는 모태는 변함이 없더라도 말입니다.
창세기전 3-2에 대한 감상을 하자면, 무척 고요한 가운데 진행되는
역사...와도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비록 베라모드와 살라딘은
언제나 싸움에 휘말렸지만, 그리고 창세기전 3-2 자체가 싸움으로
이루어진 게임이었지만 어쩐지 - 저만 그런 건가요? - 창세기전의
다른 시리즈와 같은 '격동적'인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그건 세라자드를 잃고 상실감에 젖어들어 모든 일에 수동적으로
변한 살라딘과, 과거 세라자드의 성격을 이어받은 듯이 힘없이 이리저리
주변에 이끌려다니는 베라모드라는 양대 주인공들의 영향이 크겠지만요.
창세기전의 묘미라 할 수 있는 반전 역시 그러합니다. 외전은 조금
덜하지만, 창세기전 본편의 반전은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창세기전 1의 마지막에서 GS의 각성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창세기전 2에서 밝혀진 베라모드의 음모 - 당시로선 귀환설 -
역시 가공할 것이었습니다. 제 생전, 그 어떤 만화나 소설, 게임에서도
이런 반전은 보지 못했었습니다.
이번 창세기전 3-2에서도 반전이 등장합니다. 앙그라마이뉴, 스펜터마이
뉴. 템페스트에서부터 심어진 선입관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그리고 궁
극적으로는 창세기전 2에서 설정되었던 기존의 스토리조차 뒤집어 버리는
이 두 존재의 정의. 그러나 그것은 창세기전 2와는 다릅니다. 느닷없이
아수라를 소환해 주변의 모두를 쓸어버리고 "이것이 정진정명 흑태자 칼
스타이너의 진정한 힘이다!"라고 부르짖어 플레이어를 경악하게 한 반전이
나... . 혹은 "오랜만이오, 아르케의 형제들이여!"하며 등장해 또 한번 플레
이어들의 눈을 부릅뜨게 만든 창세기전2의 반전과는 전혀 다릅니다. 음모
의 주체라 할 수 있는 베라모드의 시점에서 시작한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처음부터 반전에 대한 복선입니다. '슈퍼 노바' 챕터에서 등장한 성단의
파괴는 베라모드의 진정한 목적에 대해 대략적인 추리를 가능케 합니다.
스토리가 진행하며 플레이어들은 베라모드와 세라자드간의 연개성을 확신
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들의 확신을 방해하는 것은 동시에 벌어지는, 그러
나 사실은 몇 년의 시차가 있는 두 에피소드 그 자체. 하지만 결국, 베라
모드라는 인물에 대한 정체가 밝혀지기 전에... 이미 플레이어들은 모든 반
전을 알게 됩니다.
베라모드가 맞이한 '반전'은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그리고 베라모드 스스
로에게 있어서 예견된 것의 '확인'일 뿐입니다. 조용한 가운데... 창세기전
3의 반전은 그렇게 이루어집니다.
예전에, 템페스트가 등장하면서부터 표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던
'창세기전'이란 스토리를 완벽하게 종결시킨 연규님과 소맥의 능력에
정말 경의를 표합니다. 진정으로 창세기전은 대단하군요.... .
저는 지금 이전에 창세기전 2를 처음 클리어한 이후,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서풍이나 템페, 창3-1에선 느끼지 못했던
그런 기분입니다.
비록 개인적으로는 창3-2를 창2보다 좋아하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제
스타일이 창2와 같은 서사시적인 분위기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일까요?
(흑태자 때문이라고 솔직히 말해야 할까.... .) 창3-2에 창2의 흑태자와 같
은, 혹은 창2의 베라딘과 같은(베라모드가 아닌) 카리스마를 지닌 다크 히
어로가 없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완성도 역시 창3-2... 아니, 창세기전 3 합본
과 창세기전 2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창세기전 2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
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여전히 창세기전 2 신봉자이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아무래도 부정할 수 없는 몇 가지 불엽화음이 존재하는 것과...
창세기전 이전 시리즈를 해보지 않고는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는 특이성
때문에 하나의 스토리로서 완결되는 창세기전 2보다 창세기전 3 합본이 완
성도 면에서 높다고는 하기 어렵군요. 작품성 역시 마찬가지... 라고 생각
합니다. 비록 창3의 반전이 창2의 그것을 뒤집는 것이긴 하지만 플레이어
- 적어도 저에게 - 준 충격과 감동은 창2의 반전을 능가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창세기전 3는... 창세기전 2로선 하지 못한... 그리고 할
수 없는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창세기전 3를 하나의 작품으로 본다면,
여전히 대단하긴 하지만 제가 최고라고 인정하고 지난 5년간 빠져있던 창
세기전2보다 뛰어나다고 인정하기엔 분명 조금 모자릅니다. 그러나 창세
기전 3를 창세기전의 최종작이라 생각한다면, 정말 창세기전 3야 말로 창
세기전 시리즈를 종결지을 만한 자격이 있는 유일한 작품이라고 해야겠지
요.
템페스트에서 헛점으로 드러난 부분까지도 개연성으로 바꾸는 치밀함, 그
리고 창세기전 특유의 멋진 반전. 그리고 창세기전 2의 마지막에서 잠시
보여주었던 뫼비우스 적 전모의 완결적 해석. 비록, 창세기전이란 거대한
시리즈가 창세기전3-1에서 처음 등장한 살라딘, 세라자드라는 두 인물들에
의해 좌우된 것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린 것이긴 하지만.... 앙그라마이뉴와
스펜터마이뉴의 정의는 분명 대단했습니다.
창세기전 2가 뫼비우스의 추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라면 창세기전 3
는 뫼비우스의 모든 것과,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아까부터 제가 창2, 창2 하지만... 연규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창2에 미친
크레이지 메니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고
이해해 주세여;;;)
제가 창세기전 3에 감동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탐탁치 못하게 생각하
는 것은, 창세기전 3의 결말은... 아시다시피 창세기전 2를 격하시키는 역할
을 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창세기전 2의 광대함과 거대함, 웅장함은 변함이 없을 지라도... 그
주체가 되는 베라딘의 음모가, 창세기전 3에 나온 것과 같이 '예정된 일
정' 이었다면.... . 그리고 창세기전 2의 주인공이자 창세기전 2의 핵인 흑
태자의 사투와 분전이 '마리오네트의 춤'으로 격하된 것은.... .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창3-2의 엔딩에서 베라모드가 흑태자(좀더멋지게그
리시지!)의 검에 찔리면서 달관한 듯 눈을 감고 있는 모습.. 그리고 동시에
흘러나오는 세라자드의 나레이션은, 창세기전 2의 웅장한 색체를 무참하게
뭉게는 장면이었습니다.
창세기전 2의 클라이맥스... 흑태자와 베라딘, 카리스마의 결정이라 할 수
있는 이 두 사람의 최종 결전. 그 신념과 의지의 대결. 라스트 보스와 다
크 히어로 간의 진검승부는 모든 싸나이들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쿨
럭;;;).... .
아, 아무튼... 이것을 전.혀. 아.닌.것.으로 만들어 버리니... 당연히 창세기전
3는 창세기전 2를 격하시킨 작품이지요.... .
하지만... 감동의 여운을 되세기며 새벽의 거리를 걸으며... "이것이야 말로
창세기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솔직히, '아르케의 부활'과 '세계 붕괴
의 저지"라는 목적에서 벌어진 창세기전 2의 싸움은 선악의 구분이 없이
동등한 두 정의간의 싸움입니다. 어중간한 후속작들이 끝내 창세기전 2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은, 거기에 필적하는 '사상'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었겠
지요.
창세기전 3가 창세기전 2를 넘어 창세기전 최후의 작품으로 승화되기 위
해선 이런 창세기전 2의 기본 사상을 뛰어넘는 뭔가를 보여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보다 포괄적인 이유... 그리고 보다 보편적인 선... 그리고 창
세기전 2 못지 않은 사상과 사상의 갈등 - 즉, 다가올 파멸을 피하기 위해
모든 이들을 죽음(혹은 그에 필적하는 상황에)에 몰아 넣는 것이 옳은 것
인가. 그리고 영원한 파멸이 돌고 도는 뫼비우스의 운명을 통해 피해야
하는 것인가 - ... 등의 요소를 삽입시켰어야 했겠지요.
(예전, 연규님이 '우리를 창조한 신들이 우리를 멸하려 한다면 인간은 어
떻게 해야 하는가? ..가 창세기전 2를 시작하게 한 의문이라고 말씀하신 것
이 기억납니다. 창세기전 3의 갈등과도 흡사하지만 또 다른 종류의 것이
었지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창세기전 2와 그 주제가 희생되는 것은 어쩔 수 없
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창세기전 시리즈의 탕자라
불리던 템페스트마저도 창세기전 시리즈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승화되고,
제왕이던 창세기전 2 대신 창세기전 3를 중심으로 하는 '창세기전 시리즈'
가 완성되는 것이겠지요.
비록 제가 가장 좋아하는 창세기전 2가 희생되긴 했지만... 창세기전 2 하
나만이 '하늘에서 떨어진 게임인가?'하는 평을 받으며 무관의 제왕으로 군
림하며 '창세기전은 창2가 최고야 나머진 창2를 못 넘어'하는 말을 들으며
시리즈를 종결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겠지요.
창세기전 2 하나만 빛을 발하고 나머지는(상대적으로) 구관이 명관이란
비아양을 들으며 뒤로 밀리는 것보단... 창세기전 3를 통해 창세기전 시리
즈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대작으로서 승화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불사조가 불타버린 자신의 재 속에서 새롭게 소생하는 것처럼 말이
지요.
그야말로 말 그대로 창세기전 -
Crisis calls evolution, but evolution needs eradication
...이로군요.
<<------------
필자의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분명 창세기전 3-2는 그간 창세기전의
제왕으로 군림해오던 창세기전2를 엄청나게 격하시킨 작품이다. 하지만,
창세기전 2의 아성을 뛰어넘어 '최종작'으로서 창세기전 시리즈 자체를 하
나의 대작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위와 같은 과정은 필연적이었는지도 모
른다. 창세기전이 창세기전2를 그대로 살리며 끝났다면, 어쩌면 창세기전
2 하나만이 기억되고 나머지 작품들은 '구관이 명관이다' 소리를 들으며 뭍
혔을지 모른다. 창세기전 시리즈는 없고 오로지 창세기전2만이 우리들의
가슴속에 남았을지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창세기전 3-2로 말미암아 창세
기전 시리즈는 단일 작품뿐 아니라 우리 나라 게임사상 최고의 시리즈 물
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이런 말을 하면 오해를 하는데, 시리즈 물의 완
성도는 최종작에 의해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잘' 이야기를 끝맺
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도 우리 나라에는 아직 창세기전에 버금가
는 시리즈 물이 발매된 적이 없지만 만약 창세기전3-2가 어정쩡했다면 가
까운 장래에 이를 깨뜨릴 시리즈 물이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창세기전 2의 신봉자로서 아까운 심정을 다 지울 수는 없다. 창세
기전 3-2는, 언 듯 보기에는 창세기전 시리즈를 완벽하게 묶은 것 같았지
만 단 하나, 창세기전 2만은 묶지 못했다. 창세기전 시리즈의 탕자인 템페
스트를 나름대로 승화시킨 대신, 창세기전 시리즈의 모태인 창세기전 2를
최초의 제물로 삼았다. 창세기전 2의 베라모드와 창세기전 3-2의 베라모
드가 설정될 때부터 다른 존재였듯, 창세기전 3-2의 베라모드의 의도를 창
세기전 2에서 보여진 베라모드의 행동에 삽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의심
이 가면 한 번 시도해 보라. 가장 간단한 것에서부터 엄청난 오류가 드러
난다.... . 창세기전 2에서 드러난 베라모드의 목적을 창세기전3-2의 반전
을 통해 '다른 것으로 바꾸는' 데에는 성공했을지언정 애초에 전혀 다른 목
적을 위한 것이었던 창2의 베라모드의 '행위'들은 설명되지 못한 체 남겨지
게 된다. 비단 베라모드 뿐이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사항들도 마찬가지
다. 이 어찌할 수 없는 오류에 대해서는 소프트맥스 역시 이미 여러 차례
의 인터뷰를 통해 유감을 표시한바 있다. 거기에 창세기전 2를 격하시키
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짓밟았다고 표현해야할 정도로, 창세기전 3-2는 창
세기전 2를 파괴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불만이나 구체적으로 무엇무엇
이 오류라는 것은 구태여 들추어내지 않겠다. 우리들의 창세기전 시리즈
는 이제 창3-2를 끝으로 결말이 났고, 그렇다면 그대로 놔두는 것이 좋다
고 생각한다. 소맥에 보낼 것은 격려이지 질책이 아니다... 라고 웅얼거리
고 싶다. 또한 창세기전 3-2는 창세기전 전체를 하나의 시리즈 물로 보면
아주 적절한 최종작이라고 할 수 있다... 고 생각한다. 다만 팔콤의 영웅전
설은 3, 4, 5 - 가가브 트릴로지를 이으면서 각각의 작품들의 주제에 언제
나 '의미'를 부여하여 각 작품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험이나 여정에
긷든 의미를 지켜주었었다. 상대적으로 시리즈의 일원 중 하나를 희생양
으로 삼아 그 '의미' 자체를 퇴색시켜 버린 창세기전의 결말은 개인적으로
무척 유감이다.... . 물론, 창세기전 2에서 끝날 예정이었다가 예기치 못한
이유로 길게 끄느라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오류가 불어나버린 창세기전 시
리즈와, 처음부터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부터 시작한 "계획된 시리즈"인 영
웅전설을 비교하는 것은 조금 어불성설이겠지만 말이다.... .
4. 창세기전 3-2의 맹점들.
필자는 창세기전 3-2를 무척 재미있게 즐겼다. 비록 창세기전 2와의 괴
리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말한 데로 이미 끝난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 역시 옳지는 못하다고 생각한다.... . 더구나 창세기전 시리즈에 드러난
오류는 소프트맥스 측에서도 여러 차례 겸허하게 인정한 바가 아니던가.
따라서 창세기전 2와 창세기전 3-2를 비교하며 뭐가 오류고 뭐가 오류니,
하는 소리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필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르자면 도저
히 이해할 수 없는 맹점이 몇 가지 있다. 점점 졸려오는 관계로(...죄송합
니다... m _ _ m) 그 중 결정적인 것 두 가지만 끄집어내 도마에 올려 보
겠다.
맹점 1. 창세기전 3-2의 '뫼비우스'는 결코 성립될 수가 없다!
모르겠다. 과연 내 생각이 얼마나 맞는 것인지.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
따르면, 창세기전 3-2에서 주장하는 뫼비우스는... 결코 성립될 수가 없다.
살라딘과 알바티니 - 데미안의 대화에서 "어쩌면 우린 이미 수백, 수천 번
을 만나 이런 대화를 나누었을지 모른다"고 했지만... 그 광경을 보면서 필
자는 "아냐, 아냐..."하고 고개를 저었었다.
뫼비우스의 우주! 언 듯 보면 무척 말이 되는 것 같다. 그랬다. 창세
기전 2에 기반을 둔다면 일단 뫼비우스는 엉성한 모양으로나마 성립될 수
가 있다. 하지만 창세기전3-2에서 새로이 드러난 바에 따르면... '뫼비우스'
는 결코 성립될 수가 없는 것이다(권태가 밀려온다;;; 크윽... 폼 잡고 시작
했으니 끝을 맺을 때까지는 쓰자....).
소프트맥스에서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뫼비우스건 무
한궤도곡선이건 원이건 간에, "모든 것엔 '시작'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창세기전3-2에서 소맥은 뫼비우스를 만든다면서 이 '시작'을 소거해 버렸
다. 많은 사람이 만들어 보았을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 그러나 이 띠를
만들 때도, 그리고 그 띠를 따라 선을 그려 마침내 하나로 연결할 때에도,
언제나 가장 먼저 연필을 대는 '시작점'은 있다... 그리고 있어야 한다. 하
지만 창세기전 3 파트 2의 '뫼비우스의 우주'에는 그 시작점이 없다.
우선은 창세기전3-2를 통해 잊혀지게 될 창세기전 2의 주제로 돌아가서
살펴보자. 창세기전2에서,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아르케로의 귀환'은, 아르케라는 초고도의 문명에서 100여명의 초능력자들
이 불의의 시간이동을 하는 바람에 야기되었다. 아르케의 200만년 전으로
돌아온 25여명의 초능력자들은, 자신들이 과거의 아르케에 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체 새로운 문명을 창조해냈다. 즉, 아르케의 문명이 시작되기
전에 새로운 '역사'를 창조함으로서 원래 있어야할 '역사'를 소실시킨 것이
다. 그와 함께 그들이 온 '아르케'라는 문명의 역사는 소실되고 대신 '안타
리아'라는 문명이 시작되게 되었다. 그러나 병렬세계의 특성상, 오딧세이
가 시간 이동을 통해 안타리아의 과거에 도착하여(여기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새로운 문명의 역사를 창조하는 순간(여기서부터 시간축이 붕괴되
기 시작한다) 이전까지의 아르케는 페러럴 월드의 어딘가 차원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기에, 그 차원에 소속된 존재인 25명의 신들 역시 그들이 몸
담고 있는 차원의 시간이 소실되는 그 기점을 기하여 더 이상의 노화가 진
행되지 않았다... 는 것이다. 당시 베라딘(베라모드가 아니다;;)의 목적은
다시 한번 오딧세이를 가동시켜 오딧세이가 출발하기 전으로 되돌아가 오
딧세이의 출발을 막고 아르케 시간의 소실 역시 저지하는 것이었다. 그러
면, 안타리아의 문명의 역사를 창조한 신들이 200만년전의 과거로 왔었던
사실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되어버리기 때문에, 안타리아의 시간 역시 종
말을 맞게 되는 것이다. 매끄럽고 완벽한 스토리다. 이 병렬세계 개념에
따르면 설령 신들이 아르케로 귀환하는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신들이 떠나
기 직전까지의 안타리아는 어디 차원에서인가 표류하게 되는 것이지만.... .
이 창세기전 2에서 등장한 유일한 실수는, "120만년 후, 우주, 오딧세이
호"라며 등장한 신들의 대화였다. 베라딘의 귀환이 저지된 이상 이것 역
시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은 여러 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다. 나우누
리 공략게시판에서 이 병렬세계의 개념 때문에 예전에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뭐, 창세기전 3-2가 그 주체가 되는 '뫼비우스' 자체가 성
립될 수 없음에도 창세기전 시리즈의 최종작으로 의미를 갖듯이 창세기전2
에서의 그 마지막 신들의 대화 역시 그저 엔딩의 묘미를 더 돋구기 위한
양념이었다고 생각하자.
자, 그럼 돌아가서 창세기전3-2를 보자. 창세기전3-2에서, 안타리아는
과거의 리치였고 아르케는 아르케다 - 라는 설정이 나온다. 베라모드의
행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하여 안타리아는 어차피 곧 멸망할 예정이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르케 역시 곧 멸망할 운명이었다는 것. 다 좋다, 좋아.
리치와 아르케라는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하여간 시간을 빙빙 도는 것은
같다. 아니, 같아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창세기전 2에서 설명된 시간
여행의 개념을 타당하게 해주는 뭔가가 결여되어 있다. 여러 분들은 이미
꿰뚫고 계시리라 생각되지만, 어쨌든 글을 시작했으니 끝을 맺기 위해 계
속 타자를 친다(한 쪽 눈은 이미 반쯤 감겼다;;;).
살라딘은 말했다. "어쩌면 수천 번을 만나서 이런 대화를 나누었을지
모른다"고. 그러나 뫼비우스 뫼비우스 노래를 부르며, "수천 번을 만나서
운운" 악을 써도, 그 수천 번 중 가장 첫 번째 만남 자체가 성립될 수 없
는 데야 이 노래는 삼천포로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창세기전 2에서의 시간여행은, '아르케 문명'과 '안타리아 문명'이 서로
다른 두 개의 시발점을 가진 문명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안타리아 문명이
일방적으로 아르케 문명의 존재에 종속되어 있다는 점에서 직선적인 타당
성을 가진다. 아르케 문명의 존립은 안타리아 문명과는 하등 관계가 없으
며, 안타리아 문명의 존재는 아르케 문명의 종말 이외에는 그 어떤 형태로
든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즉, 아르케 문명의 시발점은 안타리아 문명과는
일말의 관계도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즉 두 개의 문명은 결코 동시
에 존재할 수 없다. 설령 안타리아 문명이 오래오래 지속되어 시간상으로
는 두 문명이 평행선을 달린다 하더라도, 결코 그 페러럴 월드의 같은 차
원상에서는 공존할 수가 없는 것이다(그렇기에 창2 마지막의 오딧세이 호
어쩌고는 성립될 수가 없다). 그리고 창세기전 2에서 아르케 - 안타리아
로 이어지는 역사의 시발점은, 안타리아 문명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독립적
인 아르케 문명의 시작이었다.
자, 그렇다면 간단한 질문을 던지겠다. 안타리아 문명이 존재해야 아르
케 문명이 존재하고, 아르케 문명이 존재해야 안타리아 문명이 존재한다는
기괴한 이야기를 내새운 창세기전3-2. 그럼 이 두 개의 문명(혹은 역사)
는 이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창세기전3-2에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안타리
아(리치)에 아르케의 초능력자들이 도착해 문명을 세우는 바람에 안타리아
문명이 시작되었고, 앙그라마이뉴 현상에 휘말려 안타리아 인들의 영자가
혹성 아르케로 가는 바람에 아르케 문명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언 듯
완벽한 뫼비우스 같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그렇다면, 이 뫼비우스는 도
대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다.
* 안타리아 문명은 아르케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 한 시.작.될.수. 없었다.
* 아르케 문명은 안타리아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 한 시.작.될.수. 없었다.
이건 엄청난 모순이다! 이런 세계는 애초에 존재할 수가 없다! 창세기
전이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변한 것인가!
물론, 이 뫼비우스가 한 번 그려지기만 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얼마든지
다시 그릴 수가 있다. 한 번 이 뫼비우스가 성립된다면 얼마든지 그 위를
따라 윤회를 거듭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첫 번째'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건 마치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 때 어디서 시작을 해야할지 모
르는 것과 같다. 혹여... 더 이상의 설명이 있어야 이해하시겠다는 분은 없
기를 빈다.....(죄송합니다.... 이젠 너무 졸립니다... 콜라 3 캔이 속절없이...)
...결국.... 창세기전 3 파트 2의 최대 오류는 전작과의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파트 2 그 자신 내에 있었다는 것이다..... .
맹점 2. 백보 양보하여 이 뫼비우스를 인정하자. 그런데 왜 다시 과거
(안타리아)로 돌아가야 했나?
파트 2의 이야기 대로라면, 아르케의 모든 영자를 모은 후 다시 과거로
돌아가 뫼비우스를 만들 필요가 없다. 파트 2에 나타난 이야기를 그대로
듣자면, 결국 외우주 탐사 계획에서 블랙홀 어쩌고는 젖혀두고 과거로 이
동한 건 데이모스나 데미안들에 의해 예정된 것이었다. 목적은 아르케 인
들의 영자를 모아 과거에서 다시 소생시키는 것?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
을까? 어차피 영자 상태로 환원하여 아르케 성단을 위협하는 파괴의 범위
밖에서 스펜터마이뉴나 달(Doll)을 사용하여 재생시키는 것이라면, 구태여
뫼비우스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뫼비우스의 돌고 도는 정체된 세상을 만
들어 무엇을 하겠다는 건가? 게임상에 나타난 바에 따르면, 초시공간 도
약선 오딧세이는 분명 아르케 성단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차라리 아르
케에서 멀리 떨어진 성단으로 가서, 그 중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아
그들이 안타리아에서 했던 것처럼 한다면 이 저주받을 뫼비우스는 끊어질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짓을 한 이유라면.... 필자는 살라딘과 세라자
드의 사랑놀음 외에는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사랑 찾아 3
만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5. 퇴보한 창세기전의 우주
이것이 마지막 글이다. 그리고 이것은 창세기전3-2에 대한 필자의 주관
적인 생각이다. 필자는 창세기전3-2의 기본 설정을 보고, 혹시나 이것이
필자가 쓰고 있는 몇몇 졸작에 나오는 개념과 겹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을 가졌었다. 비록 필자가 그 작품에 130편에 이르는 글을 썼
었지만 괜히 분량만 많이 잡은 바람에 아직까지도 그 개념이 제대로 설명
되지 않았다는 것이 두려워 - 혹여 나중에 표절이라 할까봐 - 필자의 미
흡한 글을 좋아해주시는 한 분께 X-File이라 불리는 필자 글의 설정집을
미리 보내드렸었다(오죽 걱정됐으면 이랬겠습니까 --;). 그리고... 실제로
대단히 흡사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찹찹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었다.
필자는 필자의 졸작과 창세기전이라는 대작을 감히 비교하려는 것이 아니
다... 그리고 '퇴보한 창세기전'이라는 시건방진 부제를 붙인 것 역시 건방
이나 떨려고 그런 것도 아니다.... . 그런 의미에서 필자의 졸작의 설정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다(...밑천이 드러나니까 --;).... . 이미 말
한 대로 이건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설령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는
해도 그건 가치관의 차이이니 너무 뭐라 하진 말아 주시기 바란다.
하지만... 이번 앙그라마이뉴, 스펜터 마이뉴의 개념은 비록 대단하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 빌어먹을 '뫼비우스'는 도저히 맘에 안 든다. 성립이 되
고 안 되고의 여부를 떠나서 이 뫼비우스는 소프트맥스의 제작진 일동이
매뉴얼의 첫머리에 밝힌 '창세기전3-2의 제작의도' 자체를 위배하고 있다.
'돌고 도는 뫼비우스의 우주.'
과거가 미래가 되고 미래는 과거가 되고 끝도 없이 반복되는 현재.
끝없이 반복되는 역사.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설령 반복에
반복을 거듭할지언정, 조그마한 변화라도 있다면 그건 의미가 있는 세계라
고 말하겠다. 하지만 이토록 '정체된' 세계는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조차 의문스럽다. 끝없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역사. 향기도 영원히 맡아야
만 한다면 악취가 되는 법이다.
창세기전3-2의 매뉴얼의 머리말에서, 소프트맥스는 분명히 밝혔다. 드래
곤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수천 년의 수명에 더해 그 후에도 무성생식을 통
해 영원에 가깝게 살아가는 그들이 생명의 궁극적인 형태는 아닐 거라면
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탄생 - 성장 - 결혼 - 어쩌고 - 죽음의 궤도를 이
어가며 진화해나가는 인간을 찬양하며 이 이중나선을 드높이 내세웠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 이 글을 읽고 필자는 박수갈채를 아낌없이 보냈
다. 필자의 사상과 부합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겜상에서 드러
난 '뫼비우스'는, 진화를 거듭하는 인간의 '뫼비우스'라기보단 소맥 스스로
가 부정한 드래곤의 '뫼비우스'였다. 물론, 부분적으로 보면 창세기전 세계
의 인간은 진화한다. 그리고 멸망한다. 다시 진화한다. 그리고 멸망한다.
그런데 이 멸망과 진화는 언제나 같다. 똑같은 진화와 똑같은 멸망이다.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시기에 계속해서 태어나고 똑같은 역사가 똑같은
시기에 언제나 반복된다. 이 정금된 '진화'에 현혹되지 말고 좀더 거시적
인 안목에서 바라보면, 이 빌어먹을 창세기전의 뫼비우스는 똑같은 원을
빙빙 돌고 있는 꼴이다. 소맥의 제작진 일동이 추구한 바와는 동떨어진,
그들이 아니라고 말한 드래곤의 원을 쫓고 있다. 존속의 가치가 있을까?
어쩌면 필자가 조금 비뚤어진 사고를 가진 까닭인지도 모른다(사실 다들
저처럼 생각하시지 않나여? --;). 그 때문인지 이건 도무지 사상적으로 용
납이 안 된다.... . 예전, '극한의 무 그 무한의 끝'이라는 글에서 원을 따라
끊임없이 걷는 대신 이를 깨뜨리고 나오라는 흑태자의 이야기를 썼고, 칠
성전기 외전 대륙사의 마지막에서 엘프와 드래곤을 질타하는 혈제 자하르
의 입을 빌어 "차라리 시체는 썩음으로서 변화를 추구한다"고 말했었다.
돌고 도는 뫼비우스. 정체된 세계. 필자가 '퇴보한 창세기전'이란 이야
기를 쓴 까닭은, 궁극적으로 창세기전 3-2가 만들어낸 창세기전의 세계는
창세기전 2에서 베라딘이 그토록 소거하고자 열망했던 '병렬세계의 차원
어딘가에 존재하는, 시간이 멈추기 이전의 아르케'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
다. 창세기전 3-2가 만들어낸 뫼비우스의 세계는 흑태자가 그토록 막고자
했던 '병렬세계 어딘가에 표류하게 될, 신들이 떠남을 기점으로 더 이상 나
아갈 수 없는 안타리아'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창세기전 2에서 그토록 파
기하고자 했던 '불행한 사태'가 창세기전 3-2에선 모든 것의 해답인 것처럼
버젓이 포장되어 엔딩이랍시고 나왔다. 이것이 퇴보가 아니면 무엇일까.
필자가 가장 분노하는 것은 이것인 것이다.... .
필자가 생각하는 최선은, 앙그라마이뉴로 사람들의 영자를 모아 옐마린
에 담고, 오딧세이의 승무원으로 선택된 소수의 자들이 멸망의 위협에서
벗어난 외우주로 나아가 그 곳에서 다시 문명을 구축하는 것이다. 다시
멸망의 굴레에 종속되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 도대체 납득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정녕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다면, 필자는 차라리 아르케의 멸망에
휘말려 같이 멸망하는 쪽을 택하겠다. 그렇다면 '뫼비우스의 우주'라는 가
장 끔찍한 참사만은 피할 수 있었을 태니까. 수억, 수십, 혹은 수백 억 년
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우주의 먼지 속에서 다시 새로운 별이 태어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다시 새로운 역사와 문명이 태어날 수 있
었을 태니까. 끝도 한도 없는 뫼비우스의 악몽보다는, 이 쪽이 진정한 진
화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어느 분이 필자에게 앞으로 창세기전 패러디를
어떻게 쓸거냐고 물으신 적이 있는데, 필자는 창세기전 2를 기반으로 패러디를
쓰는 만큼, 앞으로도 창세기전 2의 스토리를 정사로 놓고 쓸 생각이다.
물론 원작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어차피 패러디...
필자는 본인이 좋아하지 않으면 쓰지 못한다. 창세기전 야오이 패러디가
난무하는 이 상황에 창세기전 2의 스토리를 정사로 논 패러디가 있다하여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글이 조금 공격적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듯이
이건 개인적인 주관이니 이 글로 인해 마음 상하시는 분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큭... 쓰기 시작한 것이 10시 경이었는데
어느 덧 12시가 다 됐네여;;;; 에... 평어 썼다고 뭐라하진 않으시겠져 --;
이 긴걸 존댓말 꼬박꼬박 붙여썼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더 괴롭져 -_-;
첫댓글참고로 나우누리 sf게시판에서 퍼왔습니다. 글 쓰신 분은 칠성전기, 칠성전기 외전, 창세기전 패러디, 낭천 주인공의 동방검사열전등등의 소설 쓰시는 분으로 2001년도에 이 글을 작성하셨습니다. 공감하는 글이라 이렇게 올립니다. 제가 삼일 전 파트2의 엔딩을 본 후 이 분 소설을 보던중 발견한 것으로..
쿨럭.. 제 생각은 조금 다름. 맹점 1번 뫼비우스의 띠 말인데요.... '선을 너무 그어 시작점을 찾을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솔직히 창세기전 2 이후 서풍, 템페 등 끼워넣기식 작품이 많이 등장하긴 했지만, 그래도 창세기전 3로 이어오면서 어느정도 메꿨죠. 대표적인 예로 아수라가 있죠.
또 저 글처럼 살라딘과 세라자드의 사랑놀음 정도로 이해될 수도 있겠죠. 또, 데미안이 이드로 활동하는 동안 윤회의 비밀을 완전히 알지 못했다는 생각도 할수 있겠죠. 막연히 앙그라마이뉴와 스펜터마이뉴 현상으로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 이외엔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정하늘님이 마지막에 뫼비우스 우주를 유지할 바에는 같이 소멸하는 것이 낫다고 하는 것에서... 파트 2에서 닥터 k가 하는 말을 잘 들었기는 했는지 의문이 가는군요. 분명히 닥터 k 가 우주 대폭발로 아르케를 비롯한 안타리아 성단에서는 생명이 영원히 살아가지 못한다고 말한 것을 몰랐던 걸까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전형적인 사람이신 것 같군요.
그리고 뫼비우스의 우주는 단순한 반복이 아닙니다. 작중에 베라모드의 독백처럼 분명히 조금씩 진화해 가고 있으며, 각 우주는 다른 역사를 가지고 발전하게 되지요. 베라모드의 독백대로 그것은 진화입니다. 베라모드가 흑태자(?)에게 찔러죽는 것을 보고 무한반복인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됩니다. 무한히 반복되는 세계지만, 조금씩 진화하고 있기에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라고 말하는 베라모드의 대사대로 뫼비우스의 우주는 조금씩 계속 진화해 가고 있는 우주입니다.
첫댓글 참고로 나우누리 sf게시판에서 퍼왔습니다. 글 쓰신 분은 칠성전기, 칠성전기 외전, 창세기전 패러디, 낭천 주인공의 동방검사열전등등의 소설 쓰시는 분으로 2001년도에 이 글을 작성하셨습니다. 공감하는 글이라 이렇게 올립니다. 제가 삼일 전 파트2의 엔딩을 본 후 이 분 소설을 보던중 발견한 것으로..
저 역시 생각 하던 것들을 명백하게 써서 밝혀져 있기에 올립니다.
중간에 내용들은 참 흥미롭네요.. 즐감
생각 많이 하셨네요. 뫼비우스에 대한 사상적 부정도 굉장히 흥미롭구요
호오.
쿨럭.. 제 생각은 조금 다름. 맹점 1번 뫼비우스의 띠 말인데요.... '선을 너무 그어 시작점을 찾을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솔직히 창세기전 2 이후 서풍, 템페 등 끼워넣기식 작품이 많이 등장하긴 했지만, 그래도 창세기전 3로 이어오면서 어느정도 메꿨죠. 대표적인 예로 아수라가 있죠.
맨 처음, 창세기전 1에서는 데이모스가 쓰는 칼이죠... 근데 이것이 창세기전 2로 넘어가면서 좀 많이 변화됐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작품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나중에 가면 주인공이 반드시 들게 되는 검이 되지만,,,
흑태자-시라노-철가면-이후 살라딘으로 이어지면서 뫼비우스의 띠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일종의 '바톤'이랄까요... 엠블라가 말한것처럼 텅빈 아수라를 채우기 위해서 과거로 돌아갔다는 설도 말할 수 있겠고(이건 제 억측이지만)
또 저 글처럼 살라딘과 세라자드의 사랑놀음 정도로 이해될 수도 있겠죠. 또, 데미안이 이드로 활동하는 동안 윤회의 비밀을 완전히 알지 못했다는 생각도 할수 있겠죠. 막연히 앙그라마이뉴와 스펜터마이뉴 현상으로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 이외엔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으니까요
잘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정하늘님이 마지막에 뫼비우스 우주를 유지할 바에는 같이 소멸하는 것이 낫다고 하는 것에서... 파트 2에서 닥터 k가 하는 말을 잘 들었기는 했는지 의문이 가는군요. 분명히 닥터 k 가 우주 대폭발로 아르케를 비롯한 안타리아 성단에서는 생명이 영원히 살아가지 못한다고 말한 것을 몰랐던 걸까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전형적인 사람이신 것 같군요.
그리고 뫼비우스의 우주는 단순한 반복이 아닙니다. 작중에 베라모드의 독백처럼 분명히 조금씩 진화해 가고 있으며, 각 우주는 다른 역사를 가지고 발전하게 되지요. 베라모드의 독백대로 그것은 진화입니다. 베라모드가 흑태자(?)에게 찔러죽는 것을 보고 무한반복인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됩니다. 무한히 반복되는 세계지만, 조금씩 진화하고 있기에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라고 말하는 베라모드의 대사대로 뫼비우스의 우주는 조금씩 계속 진화해 가고 있는 우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