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첫 절기는 대설. 눈이 많이 온다고 하는 때지요. 여기는 남부지방이기도 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눈을 보기는 어렵게 되었죠. 하지만 아침, 저녁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간간이 서리는 볼 수 있는 때입니다. 처음 우리 친구들과 만날 때는 쌀쌀하고 한참을 놀다 보면 마법같이 땀이 나는 이곳은 금정산입니다.
그 동안 보강하지 못했던 친구들이 12월과 1월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오늘은 참가자수로 연중 최고점을 찍었네요. 8명!!!
과연 이 많은 숫자의 친구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울릴지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겠죠^^
49기 팀인 지아, 수빈이, 서희, 예원이, 예랑이와 보강으로 참석한 서우, 승연이, 지연이 그리고.... 어치.
시끌벅적 숲으로 들어섭니다.
뭔 어린이들이 이렇게 많이 온대요? 날씨가 무척 추운데????
지나가는 어른들이 진짜 궁금하다면서 물어오십니다. 매달 이렇게 숲에서 7시간 논다고 하니 '헉' 하면서 놀라시네요.
뭐 그리 놀랄 일도 아닌데....
참 멋진 어른이 될거라면서 덕담을 많이 해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 예랑이는 핸드폰 장난감을 선물로 받기도 했답니다.
무작위로 주신건데 언니들이 모두 예랑이에게 양보를 했지요. 참 아름다운 우리 친구들^^
이제 숲으로 떠납니다. 날씨가 쌀쌀해서인지 숲을 오가는 등산객의 숫자도 많이 줄었네요. 그저 우리들의 모습만 보입니다. 숲을 오를 때는 어치가 맨 앞에 서고 그리고 각자 자신의 속도대로 올라갑니다. 그러다 너무 쳐진다 싶으면 멈춰서 기다려 줍니다. 빨리 오라고 재촉하지도 않고요, 어치가 맨 앞에 가기 때문에 먼저 간다고 멈춰 세우는 일도 없습니다. 숲에서는 되도록 조용히 자기만의 페이스대로 올라갑니다.
그러다 곰솔모둠을 만나면, 선두를 물려줍니다. 어치 뒤를 바짝 따라오는 친구들이 앞을 보고 따라가는 훈련을 해야 하니까요.
오고 가는 길도 모두 인생의 배움터입니다.
돌을 싸고 있는 이끼를 만나자, 숲의 초록을 찾기 시작합니다. 이제 완연한 겨울절기로 들어섰는데도 숲에는 초록초록이 남아 있다면서 친구들이 신기해합니다.
갑자기 가늘고 힘찬 예랑이의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나무에도 '이끼'가 있다면서 어치에게 알려줍니다 그런 예랑이가 기특해서 승연이언니가 머리를 쓰다듬고 있네요.
우리 예랑이를 독차지하려는 언니들의 신경전이 있었으나 시간대별로 구분해 예랑이를 보살펴주기로 정한 뒤에도 요래조래 다툼들이 있어 수빈이는 "차라리 예랑이를 어치가 보면 어때?" 하고 제안합니다.
"저렇게 예랑이를 귀여워하는 친구들을 어떻게 해야겠니? 어치는 말이야. 뭐든 스스로 하기를 바라는 거야. 이렇게 작은 일부터 어른들 생각대로 하다보면 너희들의 생각하는 힘이 자라지를 못해. 이런 모습을 보면 어떻게 해결했으면 좋겠다 라는 의견도 생기고, 이런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하는 의견도 있을 테고, 이런 것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너희들의 생각주머니가 더욱 커질 것 같다."
작은 풍파를 넘으며 바위나라로 들어섭니다. 이곳에는 엄청나게 많은 바위들이 있어요. 큰 바위가 굴러내려오면서 편평한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겠죠. '아이고 힘들다' ~~ 둥글 둥글한 바위를 보자 올라가서 눕네요. 지아와 승연이가 바로 바위와 한 몸이 되고 친구들도 가던 길을 멈춥니다.
낙엽이 깊이 쌓인 곳에서 놀다가 핫팩 던지기를 했는데, 이런~~ 핫팩이 사라졌네요. 다급해서 찾다가 어느새 즐거운 '찾기 놀이'가 되네요. 결국 모두 찾았고 환한 웃음보따리도 얻었답니다. 우리는 숲에 쓰레기 한조각도 남기고 가지 않자며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찾아 준 우리 친구들이 기특합니다^^
바위에 구멍이 뻥~~ 볼 때마다 손을 넣어보는데 "오늘은 뭔가 색다른 것이 들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또 손을 넣어보는 어치모둠 친구들~~
구멍이 있는 바위는 요술바위에요^^ 바위 뒤로 올라가면 금방 올라가는데, 바위 앞에서 보면 무척 높이 올라간 것 처럼 보이거든요. 활짝 웃는 예랑이의 모습이 귀여워 한 컷^^
한 명 한 명 추가될 때마다 사진을 찍었네요. 이제 우리 친구들은 바위만 보면 무조건 올라가야 하는 놀이터가 되었어요^^
드디어 우리의 바위놀이 아지트에 도착했어요.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가방을 어디에 놓아야 할 지 정하고서, 뒤에 오는 친구들에게 알려줍니다. "여기가 제일 좋아. 여기다 놔"
도착하자마자 우르르 바위로 올라갑니다. 바위자체는 매달 똑같지만 그 위에서 보면 숲의 경치는 확실히 다르지요. 이렇게 해서 계절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놀이터입니다.
저 위에서 서로 두른 두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디가 제일 좋은 자리인지 의견도 나누고 날씨가 생각보다 춥지 않다는 이야기도 하네요^^
몇년 전 곰솔샘과 함께 금정산 코스에서 새로운 곳을 찾는다고 온 숲을 돌아다니다 이 바위를 발견하고는 환호성을 질렀죠.
너무 즐거울 것 같은 거에요. 찾아보면 더 좋은 곳도 있겠지만, 일단 이동하기 적절한 거리에 있고, 경사도가 다양해 다양하게 즐길 수가 있어요. 그리고 이곳에서 바로 우리의 최종목적지까지의 거리도 걷기에 무리가 없구요. 여기서 우리 최종 아지트로 가면서 예랑이에게 힘드냐고 했더니,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해요.
우리 지연이는 가만히 보니 여장부에요. 나뭇가지 찾는데 이것이 단단한지 알아보려고 결투를 신청합니다. 가희에게 서로 칼 싸움을 해보자는 거에요. 저 바위위에서^^;; 그래서 이 나뭇가지가 튼튼한지 알아보자는 거죠. 헉! 이렇게 거친 방법을 선택하다니.
바위위에서 너무 아슬아슬해서 결국, 땅위에서 바위사이에 걸어놓고 단단함을 알아보자고 제안했죠.
지난 달 나무에 거꾸로 매달렸던 것을 기억하고 재현하는 지아^^ 모든면에서 건강한 우리 친구들^^
예랑이도 한번 바위를 타보라며 밀어 올려주는 승연이. 그러다 승연이가 갑자기 다른 곳에 다녀옵니다. 그리고는 친구들을 이끌고 갑니다. 그래서 어치도 따라갑니다.
갑자기 커다랗고 낮은 바위로 올라간 친구들이 바위를 청소하게 된 사연을 알려드릴게요^^
아무래도 예랑이에게는 바위놀이터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한 언니들이 예랑이를 데리고 알맞은 바위를 찾아다닙니다. 노력봉사를 아끼지 않아요. 그러다가 좋은 바위를 찾았는데, 이 바위위에는 낙엽과 흙이 엉겨붙어 떡이 되어 있네요.
그래서 언니들과 가희오빠가 이 넓은 바위를 청소하기 시작합니다. 이건 정말 누가 시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죠. 바지에 낙엽이 흙이 된 부엽토가 묻으면 안된다며 솔잎빗으로 깨끗하게 청소하는 언니들의 모습을 보니 참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청소하는데 먼지가 많이 나니 예원이는 예랑이를 보호하느라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구요,
청소가 다 끝나기 전에는 오지 말라며 곰솔모둠의 준영이가 막아서고 있어요.
예랑이라는 귀여운 동생 한 명을 케어하기 위해 온 탐험대가 정성을 기울입니다. 우리 예랑이가 크면 또 동생들을 이렇게 맞아주고 살펴주겠죠?
보세요. 이렇게 깨끗해졌답니다. 우리 친구들이 땀흘리며 완성한 예랑이가 올라가 놀 수 있는 바위놀이터입니다.
지금 예랑이의 기분은 어떨까요? 가끔 언니들이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번도 싫은 기색 내보이지 않고 언니들이 하자는대로 잘 따라주는 예랑이가 오히려 언니같을 때도 있답니다^^;;
이 때 친 언니 예원이의 기분은 어떨까요? 집에서는 완전 떼쟁이라며 흉보기는 해도 그래도 동생이 위험하다 싶으면 제일 먼저 달려오는 우리 예원이는 동생이 극진한 대접을 받는 이런 상황이 싫지는 않은가봅니다.
예랑이는 언니들이 만들어 준 놀이터를 좋아라 걸어보며 언니들에게 뿌듯함과 만족감을 선물합니다.
오르고 내릴 때마다 언니들이 위 아래에서 이렇게 도와줍니다. 사실... 저 혼자의 힘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예랑이와 어치는 기회만 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는 그 기회를요^^
그러더니 솔잎빗으로 구석 구석 덜 쓸린 낙엽을 정리합니다. 기특한지고...
바위위에는 낙엽과 흙이 서로 붙어 떡처럼 되어 있는데요, 이건 그냥 흙이 아니라, 화분에 주면 양분이 되는 '부엽토', 즉 흙이 부서지고 썩어 만들어진 흙이죠. 이 안에는 많은 생명도 살아요. 작은 실지렁이를 발견하고 신기해하는친구들.
점심시간이에요. 지난 번 만들어놓은 숲속집에 앉아서 점심을 먹어요. 서우와 승연, 지연이는 아침부터 이 집에 상당히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바위놀이터도 가지 말고 빨리 올라가자고 했었지요. 그래서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그런데 다섯명이 들어가니까 자리가 좁네요.
그래서 둘로 나뉘어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지아, 수빈이, 서희는 햇볕이 드는 따뜻한 자리에서 먹기로 했어요. 햇님은 운동을 많이 해서 돗자리를 펼 때는 분명 우리에게 빛을 주더니 그새 뒤쪽으로 이동해버렸네요^^;; 운동쟁이 햇님^^
이곳이 우리의 놀이터랍니다. 주변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추위가 많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지요. 이곳 바로 옆에는 계곡이 있어서 여름에 환상적이고, 겨울에 물이 얼면 또 얼음계곡이 되어 즐거운 추억을 주지요.
여기서, 나만의 집이 필요했는지 놀이터 중앙에 집을 짓고 작은 화덕까지 만든 곰솔모둠의 지완이 오빠. 다음주에는 이집을 조금 크게 보완해서 점심을 먹어볼까봐요. 지완이가 기초공사를 아주 잘 해 놔서 좋아요.
지아가 어치손을 이끌고 계곡으로 갑니다. 꼭 봐야한대요. 6학년 오빠 둘이서 휴양지를 만들어놨다는데?
바닥을 큰 돌들로 편평하게 만들어서, 이곳에 물이 흐르면 편하게 앉아서 계곡을 즐길 수 있게 했고, 바로 옆에는 진짜 휴양지의 수영장처럼 자신들 둘이 폭 파묻혀 놀 수 있게 만들었어요.
6학년 오빠들이 이곳을 왜 만들었는지 설명을 하자면, 여자 동생들에게 설움을 좀 겪었지요. 위의 사진에서 지난 50기수 친구들이 열심히 지어놓은 집에 살짝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여자친구들이 너무 격하게 거부를 해서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지었다는 거죠. 그런데 이 두 오빠가 휴양지를 지으면서 아주 만족해하다가 했던 말이 있는데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요.
"어? 이거 근데 우리 내년에 중학생 되어서 못 오면 아무 소용없쟎아?" ㅎㅎㅎㅎ
그래서 둘은 내년에도 오기로^^
계곡 휴양지를 보러 갔다가, 곰솔모둠의 준영이와 서원이와 합류를 하게 되었는데요. 숲에서 나무속 벌레를 찾아보자며 제안을 합니다. 올라잇!! 이끼로 덮인 나무 그루터기를 살펴보는데 살짝만 건드려도 부서지네요. 그래서 이것을 모두 분해해 보았는데, 딱정벌레 시체도 나오고 거미집도 나오고 아주 작은 지네들이 쇅쇅쇅 지나갑니다. 그러다 땅속에서 구멍을 발견했지요. 크기로 보아 하니 두더지굴인 것 같아요. 그 구멍을 따라 마치 두 친구도 두더지처럼 땅을 파내려갑니다. 그러다 이제 모두 내려갈 시간이 되어 곰솔샘이 부르자, 팠던 흙을 다시 덮어 놓고 자리를 뜹니다.
곰솔샘이 간단 밧줄을 쳐 놓았는데 어치모둠 친구들은 이 간단한 줄에서도 여러 놀이를 선 보입니다. 떨어지지 않기, 흔들기, 위로 올라가기....
예랑이에게는 올라가기도 벅찬 놀이터지만 언니들을 보면서 다짐을 하겠죠? 7살이 되면 야무지게 이 밧줄에도 올라갈 것 같아요. 전에는 밧줄이 싫다며 안 올라가더니 오늘은 두번이나 올라갔거등요.
이렇게 자상하고 흥겨운 언니들이 있으니 예랑이도 오늘은 밧줄놀이터에 대한 의욕이 샘솟은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하게 되면 또래들끼리의 케미도 상당히 기대가 되네요.
오늘 서우가 말이죠. 밧줄놀이터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무척 높은 곳에서 놀았어요. 몸이 날래고 균형감각도 있어요^^ 오늘 서우의 모습을 보고 친구들도 조금씩 용기를 낼 거에요.
잣송이에서 신기한 애벌레를 데려왔다며 보여주는데.... 루페로 들여다보니 알이네요. 노린재의 알이었어요. 가을숲에서 집단으로 모여서 짝짓기를 하는 노린재지요. 이렇게 직접 알을 보는 건 처음이라 정말 좋았고, 우리 친구들이 아니면 평생 만나 보지도 못했을 귀한 알이었어요.
한쪽에서는 해먹그네놀이 중입니다. 곰솔샘이 옆에서 지켜보며 격해지지 않도록 조절중입니다. 숲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되도록 밧줄놀이터의 규모를 축소합니다.
해먹그네의 천을 돌돌 말아 애벌레처럼 한다음 정말 신나게 그네를 태워줍니다. 그러고 보니, 남방차주머니애벌레가 생각이 나네요.
이 나방의 애벌레는 내년 봄 번데기가 되고요, 애벌레인 채로 이런 집을 만들어 겨울을 나는데 말이죠. 겨울숲속에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불면 이 도롱이가 마구 흔들리거든요. 그럼 어지러워서 어떻게 살까요? 참 신기합니다. 오늘 우리 친구들의 애벌레그네놀이를 보다 갑자기 생각난 이야기입니다.
예랑이가 옆에 줄을 서자, 기다리던 오빠들이 예랑이 먼저 타라고 양보해줍니다. 친구들은 '애벌레그네'라고 부르더군요. 얼굴만 나오게 포옥 싸가지고, 언니들의 따뜻한 관심을 받으며 그네를 탑니다. 얼마나 행복할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네에서 내려오자 그곳에서 손을 잡고 데리고 나오는 준영이^^
우리 준영이는 어치와 창원탐험대에서 활동하는 호기심많고 맑은 7세 친구랍니다. 모두 처음보는 형과 누나들이지만 어색함도 없이 하루종일 잘 뛰어놀았던 준영이입니다. 자신보다 어린 동생 예랑이가 있음을 알고 내내 눈여겨보았던 오빠랍니다.
바위와 밧줄, 그네체험을 마친 씩씩한 예랑이는 낙엽침대에 누워 하늘도 보았네요.
저절로 무궁화꽃이~ 놀이가 진행됩니다. 뛰고 달리고 가슴뛰는 놀이지요^^ 숲속 놀이터를 쪼개고 쪼개 자신들만의 놀이를 만들어가는 모두 건강한 친구들입니다.
숲에서는 자리다툼이 없어요. 중고등학교 시절 숲의 생물들을 '경쟁'이라는 프레임안에서 배웠던 기억이 있는데, 숲 공부를 제대로 해 보니, 경쟁보다는 '격려' '양보' 와 같은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더 많은 곳이었어요. 우리 친구들에게도 그런 숲의 모습을 닮도록 이끌어 갈겁니다. 아직은 다투고 날이 서 있기도 하지만, 자연속에서 어느 샌가 그들의 상호작용을 배울 것이며, 자연처럼 변해갈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높은 건물로 둘러싸인 도시의 기류는 차갑지만, 숲의 나무와 풀이 내 놓은 따뜻한 기운들로 추운 줄 모르고 하루를 보냈습니다. 우리친구들에게도 즐겁고 따뜻한 12월로 기억되는 오늘이기를 바랍니다.
안전하게 행복하게 아름답게 놀아 준 오늘의 친구들에게 무한 박수를 보냅니다.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