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상에서 가져온 서울교대 허종렬 명예교수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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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립사학의 역할과 사학의 자주성
*이 글은 기존에 발표한 필자의 글 “고교평준화제도에서 종립사학 종교교육의 범위,” 「교육법학연구」 제32권 1호(2020. 4): 223-250과 “최근 사립학교법 개정과 사학의 자주성 및 공공성,” 「교육법학연구」 제33권 3호(2021. 12): 213-242에서 본 주제에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재작성한 것이다.
종립사학의 역할
종교교육이 갖는 가치와 필요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필요하다. 종교는 그것을 가진 사람에게는 사회생활에서 드러나는 모든 가치관의 출발선을 이루는 바탕이다. 또한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종교의 가르침은 그 가치관의 형성에 역할을 한다. 종교가 미치는 직·간접적인 사상적 영향 때문이다.
종립사학(종교계 사립학교)의 종교교육은 비공적 영역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종교의 자유로운 선택을 위한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공적 영역에서 시민들의 정치적 사상의 형성에 토양을 제공한다. 종립사학들은 종교교육을 통해 시민의 건전한 사상과 양심의 자유와 가치 형성을 위해 아주 중요한 본원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종립사학의 교육적 가치는 일정하게 보호되고 지지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종교교육의 이러한 가치들을 간과하여 단지 평준화라는 이유만으로 옥죄고 있다. 이것은 교육에 관한 철학의 빈곤을 드러내는 것이다.1
우리나라 헌법은 문화국가의 원리를 헌법상 기본원리의 하나로 채택하고 있다. ‘헌법상 기본원리’란 한 국가가 그 과제를 수행하는 데 준거가 되는 기초적, 지도적 원리이자 ‘국가목표규정’으로서 헌법의 ‘핵’을 이루는 원칙을 말한다. 우리나라 헌법상 이 원리에 해당되는 것들로는 보통 자유민주주의, 기본권 존중, 권력분립, 법치국가, 사회적 시장경제, 복지국가, 국제평화 및 국제법 존중 등이 있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문화국가’의 원리도 그 기본원리의 하나로 보는 것이 학계 통설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문화’라는 개념의 헌법적 정의와 구체적 영역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우선 헌법에서 말하는 ‘문화’란 “국가와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인간의 정신적·창조적 활동영역”이다. 그 구체적인 영역으로는 전통적으로 교육, 학문, 예술, 종교가 거론된다. 또한 ‘문화국가’라 함은 “문화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건전한 문화육성이라고 하는 적극적 과제의 수행을 통하여 실질적인 문화적 평등을 실현시켜 가려는 국가”로 정의된다. 우리나라 헌법상 기본원리의 하나로 이러한 ‘문화국가’를 지향한다는 것은 헌법상 국정 과제 수행의 기초적, 지도적 원리이자 국가목표의 하나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종립사학의 종교교육은 국가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헌법이 지향하는 문화국가의 원리를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종립사학을 포함한 사학 전체의 다양성과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사학이 가진 이러한 역할을 상실하게 하는 것이고, 나아가서 우리나라 현행 헌법상 기본질서에 대해 중대한 위협과 도전을 가하는 것이다. 건전한 헌정 질서를 형성해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학교에서 종교교육이 적극적으로 권장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문화국가 원리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이는 문화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내재적 한계를 일탈한 문화를 제한하며, 문화의 보호·육성·진흥·전수를 도모하고, 문화향유 기회의 평등을 보장함으로써 구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교육, 학문, 예술, 종교 등 전통적인 문화의 제 영역을 발전시키고, 이와 관련된 기본권으로서의 양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종교의 자유, 각종 표현의 자유 등 이른바 문화 기본권들이 잘 보장되도록 하는 한편, 특히 정부가 그러한 기본권 보장 수요에 응할 개인과 기관, 단체들의 ‘문화적 자율성’, 예컨대 헌법 31조 4항이 표방한 바와 같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 등을 최대한 누리도록 관련 제도를 형성함으로써 구현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화적 자율성 보장의 중요한 수단인 사학의 자주성과 이에 관한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의 보장 현실 및 입법정책 전환의 방향에 관해서 살펴보자.
사학 자주성 의미의 재검토
사학의 자주성은 사학의 특수성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사학의 자주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특수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학의 특수성이란 본래 국·공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가 가진 특유한 성격을 말한다. 그것은 설립자의 설립이념과 그것에 부응하기 위한 독자적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방법, 교직원의 채용과 학교경영 방식 등으로 표현된다.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대하여 언급한 헌법재판소의 판례로는 ‘1991년의 사학법 제55조 및 제58조 제1항 제4호에 관한 위헌심판’ 사건을 들 수 있다.2 헌법재판소는 이 판례에서 사학의 특수성의 의미를 “설립자의 특별한 설립이념을 구현하거나 독자적인 교육방침에 따라 개성 있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라고 하는 데에서 찾고 있다.
‘자주성’이라는 말은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나 성질 혹은 여건을 말한다. 헌법상 사학의 자주성은 위의 사학의 특수성에 근거하여, 그 물적·인적 시설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유와 권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자주성은 사학법 제10조(설립허가)에 규정된 정관 기재 사항들인 목적, 설치·경영하려는 학교의 종류와 명칭, 임원의 정원 및 임면, 이사회, 수익사업 등에 전반적으로 미친다.3
근래 사학법을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법적으로 볼 때 사학법 제1조가 규정하고 있는 사학의 자주성의 향유 주체에 관한 해석상의 다툼과 관련되어 있었다. 자주성의 주체에 대한 세 가지 입장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입장은 이 조문에서 말하는 자주성의 주체를 ‘사학법인’이 아니라 오히려 그 소속 ‘사립학교’의 자주성에 방점을 두고 이해하면서, 이 조문이 결국 사립학교에서의 교육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두 번째 입장은 사학법 제1조의 목적에서 언급하는 사학의 특수성, 자주성 및 공공성이 비록 ‘사학’의 그것들이라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사학법인 자체’의 그것들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본다.
세 번째 입장은 사학의 자주성은 학교법인의 자주성과 학교 자체의 자주성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고 본다. 사학의 자주성은 기본적으로 학교법인의 자주성을 의미하지만, 법인에 대한 소속 학교의 자주성을 일정 부분 포함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조문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겠는가? 필자는 세 번째 입장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러한 다툼은 학교가 가지는 이중적 지위와 성격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는데, 학교는 ‘운영기관’이라는 지위 및 성격과 ‘교육기관’이라는 지위 및 성격을 모두 갖고 있으며, 사립학교는 운영기관이라는 측면에서는 학교법인의 의사결정에 따르지만, 교육기관이라는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자치 또는 자율을 누린다. 그런 점에서 사학의 자주성을 논할 때는 양자를 모두 인정하는 전제하에 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입장에서는 자주성의 기본적 향유 주체가 학교법인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소속 사립학교 역시 헌법 제31조 4항에 의해 별개의 차원에서 교육의 자주성을 누리는 것으로 본다. 소속 사립학교의 교육의 자주성은 사학법인의 자주성과는 서로 다른 점이 있으며,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서 때로 양자 간에 긴장관계가 조성되기도 한다. 그러나 특히 그 설립이념과 학교 운영의 측면에서 소속 학교는 학교법인이 지향하는 특수성과 자주성의 틀을 같이 지향하거나 공유하여야 할 것이다.
개정 사학법의 문제점
21대 국회는 사학법을 대폭 개정하였고, 또 여전히 추가적인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지난 2020년 5월 30일 이후부터 2022년 9월 25일까지 국회에 상정된 사학법 개정안은 모두 70여 건이다. 그 가운데 30건을 4차례에 걸쳐 통과시켰고, 40여 건을 소관 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이로써 사학법 80여 개 조문 중 8개 조문의 신설을 포함한 30여 개의 조문이 개정되었으며, 그 내용은 이사회 임원 구성 및 학교법인 운영, 학교운영, 교직원 임용 및 징계, 재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위에서 언급한 법 개정 내용들은 큰 틀에서 볼 때 모두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사학의 자주성을 규제하는 것들이다. 이하에서 개정 사학법의 문제점에 대한 종합적 의견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원과 조성보다 규제 일변도의 개정을 계속하고 있다. 이전 정부와 여당이 통과시킨 사학법 개정의 내용을 보면, 그 방향은 학교법인의 임원 구성, 법인과 이사회의 운영, 교직원 임용 및 징계, 학교운영위원회 설치·운영 등 여러 측면에서 모두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학 지원을 위한 법 개정이 보이지 않는다.
둘째, 모든 사학에 대하여 일률적인 규제를 가함으로써 우수 사학의 자주성 등을 침해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사학법 개정안의 문제점 중 하나는 몇몇 사학의 비리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모든 사학에 대해서 획일적으로 규제를 가하려고 하는 점이다.4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이며, 공학에 비하여 사학이 가진 장점, 즉 특수성과 자주성, 다양성을 속박하는 것이다.
셋째, 사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사학에 대한 국가의 규제에 대해 언제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전제한다. 이전 정부와 여당에서 사학을 규제하기 위한 사학법 개정 법률안을 제안한 이유들을 보면, 사학이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이상 사학에 대한 국가의 관여와 규제는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국가들의 사학에 대한 재정 지원과 규제 연계 여부에 관해서 살펴보면, 양자를 별개로 취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5 다시 말해 사학에 대해 재정적으로 지원하면서도 사학의 자율성을 그대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사학에 대한 재정 지원이 항상 사학의 자율성 규제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넷째, 특히 교직원의 공개임용과 징계에 대해 교육청의 감독과 관여를 강화하고 있다.
끝으로 70여 개 법안 중 현재 남은 40여 건의 법안들도 사학의 자주성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중에는 이사회를 구성할 때 개방이사의 인원을 전체 이사의 2분의 1이 되도록 하는 안도 있다. 학교법인이 학교의 장을 임용할 때 대학평의원회 또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한 2인의 인사 중에서만 택일하도록 하는 안도 있다. 이것은 사실상 사학법인을 공영화하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 사학, 특히 사학법인의 특수성과 자주성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이다.
사학 입법 정책의 전환
1) 사학법 개정 과정에서의 사학 측의 절차적 기본권 보장
우리나라는 그동안 중학교 평준화 및 의무교육제도 도입, 고교 평준화 등에 사학을 강제로 편입시키면서도 사학 측의 의견을 수용한 적이 없다. 최근에 고등학교에 무상교육제도를 도입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정부와 국회가 사학에 대한 입법정책을 세우고 추진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인 사학 측에 의견을 제시할 충분한 기회, 즉 절차적 기본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영국의 경우 ‘1944년의 교육법’에 의하여 영세 사학을 공영화하면서도 그 과정에서는 철저하게 사학 측에 학교 유형에 대한 자발적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 일본은 문부성(일본의 교육부)과 도도부현(일본의 최상위 행정구역 체계)에 사학 관계자를 포함하여 사학심의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대만은 사학 관련 사항 심의 전 사학법인 대표와 교사를 포함하여 사립학교자문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 사학 문제를 다루는 관련 기구에 사학 관계자들이 얼마나 참여하도록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2) 우수 사학·부실 사학 이원화 정책 및 사학 평가제도의 도입
부실 사학을 규제하면서도 특수성과 자주성을 가진 우수 사학의 공적 기여를 확보하려면 사학을 이원화하여 분리된 입법정책을 펴야 한다. 우수 사학과 부실 사학을 준별하여 부실 사학에 대해서는 작금의 사학법 개정안들과 같이 엄중하게 규제를 가하여 그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우수 사학에 대해서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교육의 세계를 창의적으로 마음껏 펼치도록 확실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준별을 위해서는 사학에 대한 평가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사학 단체 스스로의 자율적 평가 시스템을 확보하고 정부가 이것을 지원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정부에 별도 평가 기구를 두는 방식도 사학 측과 합의하여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3) 사학 공영화가 아닌 공학 경쟁력 강화로 교육의 상향 평준화 도모
사학 정책과 관련한 국제적, 시대적 흐름의 특징은 사학의 창의성과 다양성의 가치, 역할, 경쟁력을 존중하는 데에서 나아가 그 장점을 공학의 발전에 활용하는 데에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바우처 제도를 통해 공립학교 학생들이 사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공립학교에 차터스쿨(Charter school)6 시스템을 도입하여 사학의 경영기법을 반영하여 민영화하고 있다. 영국의 공립형 사영학교인 아카데미(academies) 역시 미국처럼 공립학교의 민영화(privatisation of public schools) 사례라 할 수 있다.
민족사관학교와 같이 사학의 특수성을 구현하고 있는 명문 자사고를 폐지하거나 일반 학교로 전환하여 거기에 재정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그 학교들은 그대로 하도록 하고,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에 드는 재정을 공학에 집중적으로 투입하여 공학을 명문 사학처럼 잘 가꾸어야 할 것이다. 잘하고 있는 사학을 끌어내리기보다 일반 공학의 질을 제고하여 전체적으로 교육의 상향 평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7
최근 10년 동안 OECD 국가들에서 사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일이다. 사학에 대한 정책을 규제 위주로 운영하는 한 불가능한 흐름이다. 현재 사학이 규제 위주의 정책으로 위축을 당하고 있는 곳은 선진국 중에는 한국이 유일하지 싶다.
4) 유·초·중등 및 고등교육법의 특별법으로서 사학법 전면 개편
사립학교는 학교법인과 그 소속 학교로 구성된다. 이에 관한 현행의 사학법제는 학교법인에 관한 사립학교법과 소속 학교에 대해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교육기본법, 학교급별로 적용되는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현행 법제는 전혀 사학의 특수성과 자주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제가 아니다. 특히 학교법인 소속의 사립학교들에 관해 학교급별로 적용되는 교육법들은 사립학교의 특수성과 자주성을 염두에 둔 조문들을 거의 두지 않고 있다.
유아교육법은 사립유치원을 염두에 둔 유치원의 구분과 설립에 관한 조문들을 아예 두지 않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역시 사립학교를 직접 규정한 것은 학교의 구분, 학교의 설립 조항뿐이다.
고등교육법이 사립대학을 별도로 다루지 않는 사정도 위의 초·중등교육법과 완전히 동일하다. 특히 사립대학은 초·중등학교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자율성을 갖도록 하고, 국·공립대학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조성하여야 한다. 그런데 고등교육법에서는 사립대학에 필요한 이러한 것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조문들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입법 태만 또는 입법 부작위로까지 거론될 수 있는 법적 문제이다. 사립대학을 위한 법의 필요성은 특히 고등교육법의 특별법으로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별도로 제정된 것과 비교할 때 더욱 절실하다.
이상의 각급 사립학교들의 법적 과제들을 한번에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은 차제에 사학법을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의 특별법으로서의 사학법에 학생과 교직원, 학교, 교육비 지원 등에 관한 사학의 특수성과 자주성을 구현할 조문들을 규정하는 것이다. 제1장 총칙, 제2장 학교법인, 제3장 사립학교 경영자, 제4장 사립학교 교원, 제5장 보칙, 제6장 벌칙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존의 사학법 체계를 개편하여 새로운 장으로서 ‘사립학교’를 신설하고 제1절에 사립 유·초·중·고등학교의 특수성과 자주성을 구체화할 조문들을 담고, 제2절에 사립대학의 특수성과 자주성,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 조성의 규정들을 담는 개편을 하는 것이다. 이에 관한 정부와 국회, 학계, 사학계의 공동 노력을 촉구한다.
주(註)
1 비교교육적 관점에서 보면 다른 나라에서는 공립학교에서도 종교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공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은 종교 그 자체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 대한 관심과 존중을 가져온다. 일본이 그러하고 독일을 포함한 유럽이 그러하다.
2 헌재, 1991. 7. 22. 89헌가106, 『헌법재판소 판례집 3』, 387-483.
3 헌법재판소가 1999년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44조의2 제2항 위헌확인 사건에서 공학과 달리 학교운영위원회 설치를 의무가 아닌 재량사항으로 규정한 것이 합헌이라고 판단한 논거도 사학의 특수성 및 자주성 법리에 근거한 것이다.(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1999. 3. 25. 97헌마130, 『헌법재판소 판례집 11-1』, 233-250): “입법자가 국·공립학교와는 달리 사립학교를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 등이 당해학교에 운영위원회를 둘 것인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사립학교의 특수성과 자주성을 존중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결국 위 조항이 국·공립학교의 학부모에 비하여 사립학교의 학부모를 차별 취급한 것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 이 판례는 사학이 운영위원회의 설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하는 점에서 사학의 자주성을 인정한 구체적 사례라 할 수 있다.
4 국내 900개 사학법인에서 1,653개 초·중·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의 보도에 따르면 이 가운데 73개 법인이 감독관청에 의해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었다고 보고되었다.(KBS, 2018년 12월 탐사보도) 그런데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의해 문제 사학으로 판단되어 관선 이사가 파견되어 관리 중인 학교법인들 중 친인척 임원이 존재하는 사학법인은 39개이다. 이는 전체 사학법인의 4% 수준이다.
5 벨기에는 사학에 대해서 정부가 재정 지원을 많이 하면서도 벨기에 헌법 24조 ‘교육의 자유’ 조문에 근거하여 간섭을 최소화하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독일 또한 사립학교가 공립학교를 대신하는 기능을 하더라도 기본법 제7조 4항의 사립학교 설립·운영의 자유 보장 조항에 근거하여 사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다. 미국 역시 사학 운영에 대한 불간섭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사립학교 학생에 대해 바우처를 제공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1980년의 교육법’을 통해 공영사학의 자율성 확대 조치를 실시하여 개별 사학 단위 이사회를 두어 이 이사회로 하여금 재정, 교직원 선임, 교육과정 확정, 시설, 학교규칙, 학생 퇴학 등에 대한 전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지도록 하였다. 더 나아가 ‘1988년의 교육개혁법’(The Education Reform Act 1988)을 제정하여 각급 학교 이사회가 지방교육당국(Local Education Authority, LEA)의 통제를 벗어나 독립공영학교(independent public schools)로 전환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가까운 일본 역시 1970년 사학진흥재단법을 제정하여 지원하면서도, 사학을 일본 헌법 제89조의 ‘공공의 지배에 속하는 교육’으로 보고 재정 지원과 연계하여 사학법 부칙 13조를 신설하여 사학 규제의 근거를 두려 했으나 결국 이것을 철회한 바 있다.
6 주(州) 정부가 설립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공립학교이지만 기존 공교육법의 규정에 의하여 구성된 이사회가 아니라 영리/비영리 활동을 하는 단체/조직이 임의로 구성한 이사회가 학교 운영의 기본 틀을 정한 헌장을 주 정부로부터 승인받아 인수한 학교를 말한다. 이사회는 이 헌장에 의하여 교직원의 임명, 예산 편성, 교육과정 개발 및 기타 학교 경영 등의 일반적 내용을 자율적으로 관할한다. 허종렬, “사학의 자율성 등에 관한 비교교육적 연구-사학공영화정책 비판을 위한 미국사례 분석을 중심으로,” 「한국초등교육」 제31권 제1호(2020): 129-142 참조.
7 초등학교의 경우 대체로 전국의 교육대학 부설 초등학교들이 사립초등학교들보다 경쟁력에서 압도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학고의 경우도 사학은 없고 전부 공학이지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허종렬|서울교대에서 교육학을, 서울대와 성균관대에서 법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교육법의 이해와 실제』, 『21세기의 인권』(이상 공저) 등이 있다. 대한교육법학회와 한국법과인권교육학회 회장, 한국사학정책포럼 공동대표 등을 역임하였다. 서울교대 명예교수이며, 교육과법·인권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